[기자수첩] 'M.O.E'의 아름다운 이별

칼럼 | 양영석 기자 | 댓글: 66개 |
서비스 종료. 플레이하는 유저 입장에서는 이만한 청천벽력의 소식이 없다. 물론 서비스 종료를 예감하는 시기도 있지만, 간혹 "우린 잘 하고 있는데 대체 왜?"라는 상황도 적지 않다. 유저의 반응이 어떻든, 서비스 종료를 공지한 시점에서 유저들은 손 놓고 서비스 종료만을 기다려야 한다. 미리 게임을 떠나는 유저도 있는 반면에 반대로 마지막 날까지 플레이하면서 아쉬움을 달래는 유저도 있다. 이와 관련해서 스파이크 걸즈와 같은 게임은 운영자가 직접 같이 게임을 해주는 미담을 남기기도 했다.

최근 서비스 종료를 알린 'M.O.E, 마스터 오브 이터니티'는 다른 의미로 재미있는 현상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착잡하고 안타깝지만, 나름 좋게 보내주는 게임이랄까? 종료 공지 시점에서 920일, 오랜 시간동안 항해를 해 온 마스터 오브 이터니티는, 정말 착실하게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했다.

일단 서비스 종료를 알리면서 해야 할일은 착실히 진행했다. 환불 정책은 철저하게 약관에 따라 진행됐고, 빠르게 결제 서비스도 막혔다. 또한 마지막으로 유저들이 웃으면서 떠날 수 있는, 조금은 씁쓸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아쉽게 게임에서 해보고 싶었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캐시 지원과 각종 아이템 지원과 같은 이벤트다. 유저들이 느끼기엔 충분할 수도, 부족할 수도 있는 이벤트지만 아무튼 서비스 종료까지 해보지 못했던 콘텐츠들을 즐기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의미다.




마스터 오브 이터니티는 유저들에게 지급하는 보상도 잘 마련했지만, 중요한 것은 이게 아니다. 종료의 시점과 게임의 업데이트가 잘 이어졌다고 해야 할까? 게임의 정체성과 장점, 매력을 개발진이 끝까지 이어가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마스터 오브 이터니티가 서비스를 하면서, 업데이트를 진행하면서 꾸준히 중요하게 여겼던 부분이고, 유저들도 유심히 지켜봤던 부분인 '스토리'를 깔끔하게 잘 마무리했다.

마스터 오브 이터니티는, 따로 라이트 노벨까지 출간할 정도로 스토리에 비중이 있는 드문 모바일 게임이다. 보통 이렇게 스토리에 집중한다고 하더라도 서비스 종료 시점에는 이를 고려하지 않거나 용두사미로 급하게 끝내는 경우가 흔했다. 유저들이 아쉬워 할지라도, 스토리를 마무리 짓지 않고 종료된 게임은 이미 수도없이 많다.

하지만 '마스터 오브 이터니티'는 끝까지, 스토리를 확실하게 마무리를 한 뒤에 서비스 종료를 알렸다. 사실상 메인 스트림이라고 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마무리 지은 셈이다. 스스로 만든 매듭을 깔끔하게 풀었고, 그동안 개발팀에서 얼마나 소중하게 스토리를 강조했는지 유저들도 깨달을 수 있는 절차였다. 그래, 게임의 엔딩을 본 것 같다고 하면 바른 표현이 될 것 같다.

결제 차단 이후 이벤트로 뿌리는 재화는 이를 더 보강하는 하나의 장치가 됐다. 유저들은 얻지 못했던 캐릭터나, 각종 치장 물품을 구입해서 픽시들과 마지막 추억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이도에 좌절했던 유저들은, 이벤트로 여정의 끝을 볼 수 있는 충실한 지원이었다. 정말, 마지막까지 '배려'를 했다는 점이 강력하게 와닿는다. 마치 유저들이 즐겁게 이별을 준비할 시간을 마련한 기분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유저들은 서비스 종료를, 소위 망했다고 하지 않는 의견도 보인다. 스토리도 깔끔하게 끝났으니까, 말 그대로 '종료'다. 아쉬운 부분은 있겠지만 그래도 미소로 보내주는 분위기다. 우스갯소리로 호상이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필 만우절이 가까운 시기라 만우절 농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을 정도다. 이 정도면 참 좋게 보내주는 느낌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디오스! 이벤트와 서비스 종료를 알린 M.O.E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모바일 게임의 수명은 짧다는 말이 옛날이 됐을 정도로 무색하게 잘 서비스를 이어가는 게임들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오래 버티지 못하는 게임도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 게임회사에서는 서비스 종료를 두고 고심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서비스 종료 결정 시점에, 유저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같이 게임을 만들어나가겠다고 했지만, 결국 종료 의지는 게임사에 있으니까.

그래서 유저들이 더 아쉬워하는 걸지도 모른다. 재미있게 즐기던 게임이 서비스 종료를 공지하면 안타까움과 분노가 공존하게 된다.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욕만 먹는 게임도 있는 반면 그동안 수고했고 다음에 다시 좋은 모습으로 만나자고 송환해주는 게임도 있다.

서비스 중인 게임이 '아름다운 이별'을 만드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그렇게 아름다운 이별을 해 온 게임은 손에 꼽는다. 덕담이나 미담이 한 둘 남아있는 경우는 정말 양호하다. 아무리 조심스럽게 준비를 해도 이용자들의 노력과 시간, 추억까지 모두 송두리째 사라지는 건 막을 수 없다.

가끔씩 들어가는 서비스 종료된 게임의 카페에는 부활을 바라는 메시지도 적잖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급작스럽게 종료하는 경우가 너무 많기에, 차라리 이렇게라도 유저들의 추억이 되는 게임들이 많아지길 기도할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름 아름다운 이별을 만들어낸 '마스터 오브 이터니티'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낸다. 그동안 정말 수고했고, 아스가르드함 승무원과 픽시는 많은 함장들의 마음속에서 여정을 이어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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