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게임을 어떻게 '잘' 바라볼 수 있을까?

칼럼 | 정필권 기자 | 댓글: 2개 |



3월 말 출간된 '게임의 이론'은 기자 개인에게 있어 여러모로 강렬한 질문을 던졌다. 게임문화연구 개론서. 교양보다는 전공 수업에 어울릴 정도로 딱딱해 보이는 책. 두께는 생각보다 얇은 편이나, 내용 면에서는 상당한 무게감을 갖는 책이다.

저자들의 의도는 분명하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이슈들. 즉, 사행성과 중독 문제와 같은 이야기를 벗어나 '게임'이라는 것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느냐에 집중한다. 미디어로서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이자, 게임이 줄 수 있는 가치가 어떤 것인지를 고민했던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간 게임이 가진 문화적 가치를 꾸준히 조명했던 저자들이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으리라.

결국 중요한 것은 '문화'라는 시선에서 게임을 바라보는 것이다. 게임은 산업의 영역도 규제의 영역도 아니다. 문화의 기준에서 게임을 판단하고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인가. 그것이 중요하다.

과거를 돌아보자. 국내에서 게임을 주제로 이루어진 주요한 담론들은 항상 규제 또는 산업의 영역이었다. 개인적으로도 불만족스러웠던 부분이기도 하다. 주류 언론, 전문지의 기사들 대부분이 집중하는 부분을 보면 명확하게 드러난다. 당장 최근 이슈가 되었던, 또는 다뤄졌던 화제들을 보자. '셧다운제', '매출' 등 게임이라는 문화 콘텐츠가 가지고 있는 요소보다, 부정적인 영향들. 그리고 상업적인 영향력이 더 주목받는 것처럼 보인다.



▲ DBpia 기준, 논문 검색만 해봐도 알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시각은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물론이고 제도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 대중의 시선과 가치관을 고정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게임을 바라봄에 매출과 단편적인 시선만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렇기에 다른 매체와 결부하지 않고. 다른 가치관을 가지지 않은 채 오직 게임만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과정은 의미가 있다. 아니, 오히려 이전까지 제대로 시도되지 않았고 관심조차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충분한 의미가 있고 새롭다. '게임의 이론'에서 만날 수 있는 저자들의 생각도 이와 마찬가지다.

게임이란 무엇인가로 시작하여, 게임의 플레이가 줄 수 있는 의미들을 탐구한다. 그리고 게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들을 문화와 사회적으로 연결한다. 즉, 책은 게임이 사회·문화적으로 어떤 가치를 가질 수 있는지. 그리고 게임이 사회적으로 어떤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지에 주목한다. 이는 곧 우리가 게임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

열 두 명의 저자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다양한 주제로 게임을 탐구하려 했다. 게임이라는 주제는 같으나, 사회·문화적인 시선은 조금씩 다르다. 누군가는 매체라는 시선으로 게임을 분석하고, 누군가는 문화적 공동체로서 게임의 긍정적인 면을 정의한다. 이는 곧 게임이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며, 악영향만 주는 존재가 아니라, 다양한 일면을 가지고 있는 개념으로의 확장이다.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매체이자 콘텐츠로서 게임을 해석하고 의미를 찾고자 했다.

영화와 문학과는 구분되는 게임만의 해석적 틀이 존재한다는 점. 그리고 게임을 자본이 잉여가치를 뽑아내는 영역이 되었다는 분석이다. 각각을 살펴보면 문화적인 분석과 정치경제학적 비판의 영역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왜 게임에 몰입하는가부터 시작하여, 게이미피케이션에 이르기까지. 인문학 텍스트로서 게임을 바라보는 것이기도 하다.



▲ 가족? 폭력? 즐거움? 게임을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그간 게임의 문화적 가치와 담론을 형성하기 위한 시도는 있었다. 그러나 대대적인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미디어는 물론이고 게이머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딱딱하고 어려운 이야기라는 인식이 강했다는 것과 더불어, 긴 시간 고민과 생각이 이루어져야만 해결될 수 있었으니까.

이슈가 되기 어려운 이야기이기에 주목받지 못했고 외면되기에 이르렀다. 결과적으로 이와 같은 담론은 그저 기저, 학술 일부에서만 공유되는 결과를 낳았다. 미디어의 기자로서는 물론이고 게이머 개인으로서도 어느 정도의 책임과 반성을 통감하는 부분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게임을 한국예술종합학교 융합예술센터와 같이 게임의 사회·문화적 가치를 재고하려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예종 융합예술센터는 2017년 11월부터 '아트게임 프로젝트'로 게임을 둘러싼 다양한 담론을 나누기 위한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이를 통해서 표현 매체로서 게임의 역할을 탐구하고, 게임을 비평적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살펴보기도 했다. 단순히 강연만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토론 형태로 서로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을 공유하고 생각을 발전시키는 자리를 만들었다. 비록 소규모로 진행된 행사였으나 현장에서 나누었던 담론은 가치가 있고 발전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데 성공했다.


4월 초 현행 유지로 연장된 '셧다운제'. 5월 말 확정이 날 '게임장애(Gaming disorder)' 문제. 지상파 언론의 포화와 같은 게임 몰이. 확률형 아이템과 같은 이슈가 게임을 대표하고 있다. 심지어 과기정통부가 지난 12일 공개한 '스마트폰 과의존 범부처 대응체계 운영 계획'을 살펴보면 더 심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해당 계획안은 스마트폰, 게임, 도박을 한데 묶어 관련 교육 및 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시범 사이트를 구축하는 데 목적을 둔다. 그것도 이번 상반기 중 구축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게임과 관련해서는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물관리위원회, 게임문화재단, 게임과몰입힐링센터 등이 참여했다. 순기능을 알리기보다는 역기능을 막는 데에 모든 관심이 쏠린다. 게임과 관련되었는지를 떠나서 부정적인 시선이 기저에 깔린 셈이다.

부정적인 이슈의 남발로 게임은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한 존재가 되어버린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상황이기에 문화적 담론은 더 큰 의미가 있다. 문화적 담론을 배제하고 이루어지는 이야기들은 그저 제자리걸음이 될 수밖에 없다. 매체로서, 새로운 즐길 거리로서 어떠한 가치를 가졌는지. 게임의 본질적 의미를 이야기할 기회를 잃었기 때문이다.

사회 문제가 아니라, 게임을 하나의 매체로 바라보고 어떠한 가치에 주목하는가. 바로 이 물음이자 외침이 그간 이루어졌던 담론을 바꾸는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부정적인 의견을 반박하는 것과 더불어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담론, 근본적인 가치 재고가 필요하다. 그것도 게이머는 물론, 미디어와 개발사들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수반되어야만 한다. 그래야 현실을 바꾸고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긍정적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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