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셧다운제의 대안? '게임 시간 선택제', 중요한 것은 인식이다

칼럼 | 정필권 기자 | 댓글: 7개 |



"참 이상하지. 나도 게임 했지만, 애가 게임 많이 하는 건 불안하고 좀 그렇더라."

얼마 전, 이제 초등학생 아이를 둔 지인 부부를 만났을 때 들었던 이야기다. 게이머가 부모가 되더라도 이러한 부분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싶었다. 자신의 아이가 할 것을 미루고 게임만을 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테니까. 물론, 내가 아직 부모가 되지 않았기에 이해를 하지 못했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부모로서 어디까지가 적정선인지. 어디까지를 허용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되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당연히 게임이라는 콘텐츠를 아예 하지 못하게 막을 수는 없다. 이는 지인 부부도 동의를 한 부분이다. 당장 자신들이 게이머였기에, 게임을 하려는 욕구를 아예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알고 있다. 하지만 '적당한 수준에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을 모른다. 정확하게는, 조절 수단을 갖추는 법을 알기가 어렵다는 것에 가깝다.

그렇기에 고민하는 지인들에게 조심스레 '닌텐도 스위치'를 추천했다. 게임이나 기기에 대한 개인의 취향 여부를 떠나서, 부모들이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가장 충실하게 갖췄기 때문이다. (절대로 사전에 형님과 협의된 것이 아니다)


닌텐도는 스위치 공개 당시. 첫 프레젠테이션부터 '지킴이 설정(Parental Controls)'을 홍보했다. 기기 구동 시에는 메뉴얼과 게임 화면 좌측에 해당 기능이 있음을 설명하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까지 만들며 전방위로 청소년 보호 기능을 지원한다. 닌텐도가 해당 기능을 통해서 노리는 목표는 자녀와 부모 간의 '이해와 소통'이다.

이는 현재 국내의 게임 시간 선택제가 '통제'에 방점을 두는 것과는 정 반대의 모습이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강제종료의 여부다. 딱 정해진 시간만큼만 플레이하고 칼같이 종료시키는 것과 달리, 닌텐도는 게임 플레이 중 강제적으로 종료하는 것을 지양한다. 당장 설명 동영상에서도 강제 종료를 '최후의 수단'이라고 이야기하며, 자녀가 게임을 하는 과정을 부모가 확인하고 소통을 통해 조절하는 것을 방향으로 삼았다.

영상에서의 설명도 통제하는 방법보다는 게임을 부모가 어떻게 이해하고, 조율할 수 있을지를 알린다. 시간을 조절하는 기능에서 '좋은 행동을 하면 시간을 더 주고', '어떤 게임을 하는지 파악함으로써 자녀와 대화를 더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시간 조절은 통제가 아닌 협의가 이뤄진 규칙이라는 인식이자, 소통의 도구로 활용하라는 방향성을 보여준 것이다.



▲ 통제보다는 이해와 소통에 목적을 둔다. 그래서 다르다.

닌텐도 스위치를 기준으로 국내 제도를 보자면, 통제를 중심으로 두는 현재 게임 시간선택제는 과거 '선택적 셧다운제'라는 명칭에서 근본적인 인식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주체가 행정에서 부모가 되었을 뿐, 이해라는 가치가 빠져있다. 어떤 게임을 하는지. 왜 하는지를 이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규제하는 모습에 가깝다.

결국, 궁극적인 것은 "어떻게 잘 이용하게 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자녀의 게임 플레이 시간을 통제하는 제도와 시스템의 목적은 '부모가 게임을 이해하게 하는 것'에 둘 필요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국내의 시간 선택제는 아직 한참 부족하다.

제도가 있음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을뿐더러, 현실적인 변화도 따라가지 못한다. 2012년 7월 시행된 이래, 게임 시간 선택제를 이용하는 방법은 변화하지 않았다. 스마트폰, 모바일이 대중화된 지금까지 변변한 모바일 페이지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다.




아이핀을 통한 본인 인증이 들어가기에 이용 과정도 번거롭다. 자녀가 어떤 게임들에 가입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게임문화재단의 '게임이용확인서비스'도 아이핀을 이용해 본인 확인을 진행한다. 부모가 이를 확인하려 한다면, 부모의 아이핀 외에 자녀 명의로 발급된 아이핀이 요구된다. 게다가 이후 시간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개별 퍼블리셔 사이트에 접속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여기서도 당연히 아이핀, 핸드폰 인증은 필수다.

메뉴 자체도 숨겨놓은 수준이다. 사이트 메인 화면에 메뉴를 배치한 사례는 손가락에 꼽으며, 대부분 하단에 있는 링크를 클릭해서 이용해야 한다. 제도가 있는지를 알리지 않으므로 그러한 시스템이 있는지를 확인하기도 어렵다. 회원 가입 시에 부모 동의가 반드시 요구되기는 하나, 이후 시간 선택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한참을 찾아야만 한다.

또한, 자녀가 즐기는 게임이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다. 라이엇게임즈의 학부모 고객센터를 제외하면, 게임과 게임사에 대한 설명은 제공되지 않는다. 해당 게임이 어떠한 긍정적 가치를 가졌는지. 게임사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알리지 않은 채, 오직 통제를 위한 수단에 대한 설명이 자리한다. 마치, '무슨 게임을 하는지는 알 필요 없으시고요. 애들 통제는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말이다.



▲ '놀이. 문화. 팀 스포츠'. 당황스러울 정도로 설명을 잘 해뒀다. 게다가 모든 게 부모용이다.

지금 상태가 유지된다면, 게임 시간 선택제는 주체만 바뀌었을 뿐이라 할 수 있다. 게임을 통제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일방적으로 강제하는 시스템이 되기에 십상이다. 현재 민관협의체를 구성하여 단계적으로 셧다운제 개선 절차를 밟아갈 예정이라고 밝힌 상태이기는 하다.

하지만 관리되지 않은 제도와 제도 배경에 자리한 근본적 인식이 여전하다면, '게임 시간 선택제'는 셧다운제의 대안이 될 수 없다. 현재 상태로는 이용하기 번거로운. 접근성이 떨어지는 작업을 거쳐야만 하며, 부모와 자식의 소통 대신 통제 방법만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셧다운제의 대안으로 제시된 '게임 시간 선택제'는 접근성, 인식 측면에서 변화할 필요가 있다. 게임을 둘러싼 제도적 환경이 변하고 있는 만큼, 이에 맞춰 시스템이 정비되어야 한다. 시스템 이용 주체인 부모들이 사용하기 편하게.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이들의 '게임에 대한 이해'를 늘릴 수 있는 방향으로 말이다.



▲ 통제의 도구가 아닌, 조절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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