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돈 되는 게임'이 성공하는 시대가 올 것인가?

칼럼 | 정필권 기자 | 댓글: 56개 |



지난 6월 27일 출시한 '로한M'은 말 그대로 대박을 쳤습니다. 플레이위드가 서비스하고 엔엑스쓰리게임즈가 개발한 이 게임은 주식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출시 직전 주당 1만 원을 기록하지도 못했으나, 출시 이후에는 최고가 57,700원을 찍었죠. 과열로 7월 10일에는 거래가 정지되기도 했었고요.

당장 시가총액이 5배가 뛰었고 게임 매출 순위도 구글 플레이 기준으로 2위를 기록했습니다. 일단, 축하한다는 말을 드립니다. 수치로만 보자면, 모든 이들이 놀랄만한 결과물을 가져온 셈이니까요. 유저들은 돈을 썼고 회사는 돈을 벌었습니다. 최대 주주는 지난 7월 8일 주식을 4% 정도 매각하면서 27억 원 정도를 벌었죠. 수치상으로는 역대급 성공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로한M의 성공이 가져올 영향이 두렵습니다. 주요 세일즈 포인트가 너무도 명확한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게임 출시 시점으로 돌아가 봅시다. 게임이 가장 먼저 내세우는 것은 자유로운 경제 시스템입니다. 그러니까, 거래할 수 있는 것은 다 경매장을 통해서 거래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아이템은 물론이고 캐릭터까지 전부 말이죠.

경쟁 콘텐츠를 주로 내세운데다, 명확한 목표까지 설정해 뒀습니다. 경품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서, 매출에는 가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습니다. 게임 최초로 100레벨을 달성하면 포르쉐를 주거든요. 자유 경제를 표방한 만큼, 거래소를 이용하는 1:1 거래도 들어가 있습니다. 수수료를 떼고 정산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가격 그대로 받을 수 있죠.

원작 로한을 즐겼던 분들이라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는 점은 분명할 것 같습니다. 플레이하는 분들이 많았기에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2위라는 기록을 세울 수 있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게임 외적인 유입 요인이 작동했기에 가능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 게임은 '돈'이 됩니다. 수수료를 떼지 않는 개인 거래를 지원하면서 유저끼리 직접 재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수단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이는 곧 게임 재화의 현금거래로 연결되고요. 경매장에서 개인 거래를 지원하며, '자유로운 경제 시스템 '이라고 표현했지만, 결국 본질은 하나입니다. 돈. 현금화를 할 수 있느냐. 안 되느냐.

게임의 재미와는 별개로 현금 거래 가능 여부가 순위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아니. 적어도 없다고는 못 할 테고요. 이용약관을 살펴보면 조금 아이러니한 면도 있습니다. 로한M은 다른 게임과 마찬가지로 현금 거래 항목을 제재하는 사항이 있기는 합니다. 공식카페 운영정책의 서비스 이용 약관에서는 '게임 내 아이템, 게임 머니를 현금 혹은 현물 등으로 판매하는 행위'에 최대 영구 이용 제한을 조치합니다.




그런데, 공식 카페 메인화면부터 현금거래 사이트와의 협력 이벤트 배너가 걸려있습니다. 배너를 눌러 들어갔을 때 보이는 카피라이트는 이렇습니다. "드디어 나왔다! 가장 완벽한 현거래 게임!"이라고 말이죠. 관련 이벤트는 사전 등록 이벤트와 같지만, 상품이 놀랍습니다. 판매 물품 등록 시, 마일리지 지급. 그리고 전용 할인 쿠폰이 들어간 거래 패키지까지 지급되는 상태입니다. 소위 '작업장'들이 해당 게임으로 이동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이쯤되면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유저들의 의견을 받는 공식 카페 메인 화면에서 현금거래 사이트와의 협업 배너를 걸어뒀지만, 약관에서는 일단 제한은 두고 있으니까요. 이전에 출시되었던 동일 장르 게임들을 생각해봅시다. 적어도 대놓고 공식 커뮤니티에서 거래 사이트 배너를 걸었던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현금 거래 매물을 공급하는 소위 '작업장' 계정도 꾸준하게 제재를 하고 있고요. 다른 게임과 비교해서도 로한M의 모습은 이례적이며, 너무 나갔다는 느낌을 받기 충분합니다.

게임위가 사행성을 이유로 포르쉐 이벤트에 제동을 걸기 이전까지. 아이템 중개 사이트와의 협력으로 볼 수 있는 배너 등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현금 거래 자체가 불법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이용 약관에서 금하고 있는 사항을 종용 또는 방관한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실질적인 조치가 이루어지고 나서야 수정하려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 게임위의 조치 이후, 포르쉐 배너와 거래 사이트 배너는 빠진 상태입니다.

게임이 주 이용층에 재미를 주고 있다는 점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재미있게 플레이하는 분들이 계실 것이니까요. 하지만 숫자 면에서의 성공에 현거래 여부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애초에 협업을 진행하는 것도 아이템 거래 사이트와 하고 있고요.

로한M의 성공이 씁쓸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게임 콘텐츠와 질적인 측면보다는 상품과 매출 숫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모습이라서 그러합니다. 중소기업체가 서비스하는 게임도 현금 거래로 연결될 수 있는 요소를 넣는다면, 막대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는 점. 바로 이 지점에서 두려움이 앞섭니다. 새로운 모바일 MMORPG가 출시된다는 소식에, 게임 콘텐츠보다는 '개인거래 유무'를 물어보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모습도 보여주는 상태입니다.

'기존에 출시된 게임과 어떤 요소가 다른가?'라는 질문을 했을 때, 단적으로 자유 거래 시스템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로한이라는 IP가 가진 파워도 있었겠지만, 막대한 매출을 올린 가장 큰 이유는 외부적인 요인이 작용했음을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일단 지금 상황으로는 모든 지표에 초록불이 켜졌습니다. 업데이트를 통해서 캐릭터 판매까지 지원한다면, 또 성공을 바라볼 수도 있을 겁니다. 한 번 제동이 걸리기는 했지만, 영업정지까지는 가지 않아, 주가가 다시 올라가기도 했죠. 마일리지로 스탯을 살 수 있는 만큼, 캐릭터 또한 판매 대상이 되기는 충분합니다. 어찌 됐든 간에 거래는 있을 것이고 매출은 올라갈 테고 이를 성공이라고 표현할 수는 있을 겁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제 이러한 경향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게임 외적인 요소. 지금까지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던 요소를 은연중에 보여주고 있음에도 게임은 수치상으로는 성공했습니다. 게다가 앞으로 이런 사례는 계속될 것 같습니다. 당장 출시 예정인 게임들의 주식이 오르고, 개인 거래 여부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경매장 수수료를 떼가는 것이 싫어서? 아뇨. 개인 거래가 들어감으로써 현금화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콘텐츠가 아닌, 개인 거래 유무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유가 되겠죠.

수치와 매출만을 보고 게임의 가치 판단하자면, 얼마나 많은 과금과 매출을 올릴 수 있는지가 주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좋은 게임을 가르는 기준이 될 테고요.

물론, 이를 두고 '잘못된 것이다'라고는 할 수 없을 겁니다. 잘 만들고 좋은 게임이 매출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과금과 게임 외적 요소들이 매출을 견인하는 추세인 것은 사실이니까요. 그리고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을 되돌아보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을 테고요. 어느덧 잘 만든 게임보다는 돈이 잘 벌릴 것 같은 게임이 주가 되는 시장이 된 것처럼 보입니다.

이미 늦은 것처럼 보입니다만, 그럼에도 할 말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국내 게임 시장에도 '퀄리티', '게임의 질'을 높인 성공 사례가 필요합니다. 잘 만들어서 성공하는 사례가 손에 꼽는 상황. 게임을 잘 만드는 것보다 현금화, 과금모델에 집착하는 상황은 반드시 탈피되어야 합니다. 게임사 하나가 매출 1조를 넘어가고 시장 규모가 계속 성장한다고 이야기들을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콘텐츠를 내세울 수 있는 게임은 점점 더 적어지고 있습니다.

무엇을 성공이라 이야기할 수 있느냐는 개인마다 다를 테지만, 그저 숫자와 매출만이 성공을 대표하는 시대를 벗어나야 합니다.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문화 콘텐츠'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콘텐츠의 완성도가 우선되어야만 한다고 봅니다. 아니면 적어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하고요.

콘텐츠로서의 정체성보다 상품으로서의 정체성이 앞서는 현재. 상품보다는 콘텐츠임을 강조한 성공 사례가 많아지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그리고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게임은 예술이다'라는 문장이 지금과 같은 세태를 포장하고 희석하는데 사용되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 매출 순위 오르면 좋죠. 하지만 '어떻게'도 생각해볼 문제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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