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게임의 역사는 기록되어야 한다

칼럼 | 양영석 기자 | 댓글: 6개 |



게임은 이제 전세계적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엔터테인먼트로 성장했습니다. 최초로 상업적 성공을 이룬 '퐁' 이후로 게임은 급속도로 성장했죠. 오늘날의 게임은 아케이드를 비롯해 콘솔, PC, 모바일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뻗어나가며 주변에서 흔히 쉽게 볼 수 있고,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게임의 역사를 돌아보면, 게임의 역사는 '유서 깊다'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흔히 테이블탑, 보드게임 장르까지 치자면 역사가 꽤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지금 우리가 흔히 '전자기기'로 즐기는 게임의 역사는 그리 깊지 않죠. 채 100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가장 빠르게 진화하고, 발전한 매체이자 엔터테인먼트 중 하나입니다. 한국 역시 게임과 게임 시장은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했고, 지금도 꾸준히 발전하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게임들이 등장했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죠.

이 과정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바로 우리가 즐겼던 게임들의 IP가 관리되지 않고 있거나, 기록조차 되지 않아서 다시 찾아보기 힘든 게임들도 많았다는 점입니다. 시장, 혹은 매체의 급속 성장에 따른 부작용이자 일종의 성장통이라고 할 수 있죠.

한국 시장에서는 2000년대에 이르러 엄청난 속도로 팽창했던 PC 패키지 시장이 몰락하고, 온라인 게임이 대성황을 이룹니다. 매우 빠른 시장의 전환 속에서, 당시 패키지 시장에서 명작으로 평가받던 게임들의 행방은 처참합니다. 수차례 확인을 해봐도 IP 권리자조차 찾을 수 없는 게임이 부지기수이고, 저작권 등록도 되어있는지 알 수 없는 게임도 많아요. 상표권 등록이 되지 않은 게임도 많습니다.

소실된 거죠. 어떤 게임사는 혹독한 시련의 시기를 거쳐, 흡수 합병과 우회 상장을 거쳐 지금은 게임과는 전혀 상관없는 기업이 되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실낱같은 실마리를 찾아서 꼬리를 물고 물고 찾아가다가 기적적으로 권리자를 발견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현재 한국 게임 역사에서는 IP, 게임에 대한 보존이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편입니다. 공식적으로는 그저 구전으로만 전해지고 있는 셈이죠.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게임의 보존, 보전은 체계적이거나 구체적인 기틀이 잡혔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다행히 패키지 게임들은 전 세계 여러 곳에서 '게임 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보존되고 있는 편입니다. 한국의 넥슨 컴퓨터 박물관에도 다양한 패키지 게임들이 보존되고 있으며,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도 이렇게 게임들을 보존하고 있기도 합니다. 패키지 게임, 싱글 플레이 기반의 게임들에서만 한해서 말입니다.



과거의 게임잡지들도 어느정도 보존되고 있습니다.

온라인 게임에 대해서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온라인게임은 기본적으로 '플레이어'들이 모여서 하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합니다. 싱글 플레이가 가능한 구간도 있지만, 대부분의 콘텐츠와 재미가 여러 사람이 모여 플레이한다는 점에 초점이 잡혀있죠.

그래서 온라인게임의 핵심 콘텐츠는, 서비스를 종료한 시점에서 더 이상 그 누구도 플레이할 수가 없다는 점이 발목을 잡습니다. 이는 패키지와는 근본적으로 다르고, 해결하기도 힘든 문제이며 온라인 게임의 핵심 정체성이기도 합니다. 보존이나 재구현, 재현에 상당히 힘든 부분이 많다는 단점이 정체성이 되는 셈이죠.

이 때문에 과거 즐겼던 온라인 게임들은 이제 스크린샷이나 추억을 되새기면서 기억을 더듬을 수밖에 없습니다. 온라인게임의 태동기 시절부터 거슬러 올라가면 플레이 영상조차 남아있지 않은 게임들도 많죠. 그러다 보면 무엇 때문에 재미있었는지, 이 게임은 어떤 매력이 있었는지, 그리고 어떤 경험을 주었는지는 점점 잊혀져 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결코 그대로 두면 안 될 문제라고 봅니다. 게임을 보존하는 일, 아니 애초에 역사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일은 단순한 기억 이상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 출시된 게임의 장단점과 매커니즘, 게임 디자인의 근본적인 구조를 다시 분석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저들이 콘텐츠를 왜 좋아했는지, 그리고 어떤 형태로 소비했는지. 이 콘텐츠는 어떤 기획의도에서 나왔고 결과는 어떠했는지, 혹은 콘텐츠 제작 단계에서 기술의 한계로 포기한 부분이 있는지? 그리고 이는 지금의 기술로도 극복할 수 없는지? 콘텐츠를 연출하는데 있어서 어떤 사운드나 비주얼, 컨셉을 이용해 어떤 감정을 전달했는지 등등.

과거의 게임을 분석해보면 현대적으로도 게임의 디자인인 측면에서 답변을 할 수 있거나, 반면교사로 삼을만한 사례가 충분히 많다고 생각합니다. 과거나 지금이나 미래나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재미'에 대해서 고민을 할 테니까요. 그리고 이런 재미에 대한 고민들은 현대적으로도 다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합니다. 과거 게임에서 재미있던 특정 매커니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도입하는 일도 가능하겠죠. 최근에 다시 등장하고 있는 리메이크, 리마스터작 역시 이런 흐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넥슨은 1996년 서비스 시작 당시의 바람의나라를 복원해 배포하고 있습니다.

게임에서 이제 기술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되었습니다만, 여전히 '게임 디자인'은 이 기술들을 환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근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고퀄리티의 그래픽, 최적화를 구현해놓아도 게임이 재미없으면 게이머들은 플레이하지 않습니다. 온라인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더라도, 그래픽이나 다른 부분을 장점으로 내세웠지만 재미가 없어서 외면받은 게임이 한 둘이 아니라는 걸 개발자들뿐 아니라 게이머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넥슨에서 개최했던 이번 전시회는, 한국 내에서도 온라인 게임을 기록하고 보존하는데 내디딘 큰 한 걸음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시의도와는 조금 달랐겠지만, 온라인 게임 시장의 역사를 기록한 전시물이나 당시 출시된 잡지들에서는 생각보다 재미있고, 많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넥슨컴퓨터박물관은 과거 시절에 서비스되던 '바람의나라'를 그때 그 모습으로 즐겨볼 수 있는 형태의 클라이언트를 무료로 배포하는 등, 온라인 게임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존하려는 모습도 보여주었습니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향수와 게임 콘텐츠 등을 분석하기에는 모자라지 않는 수준이었죠.



파이널판타지14는 유저들처럼 움직이는 NPC와 던전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최근에는 여러 기사들 속에서 서비스 종료 게임에 대해서 유저들이 "싱글 플레이 형식으로 클라이언트를 판매할 생각이 없느냐"고 요청하는 글도 꽤 보았습니다. 그리고 넥슨의 '바람의나라'의 사례나 다른 게임의 특정 콘텐츠들을 보면서, 최근 들어서는 이게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AI 플레이어와 함께하는 던전 플레이나, 콘텐츠 플레이는 그래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딥러닝이나 머신러닝 등을 통해서 AI가 더 발전해서 플레이어들의 패턴을 분석하고 이를 반영하면, 싱글 플레이 형태라도 온라인게임의 핵심 가치인 '멀티플레이의 재미'를 나름대로 재현해볼 수 있다고 봅니다.



복원이 불가능하다면, 영상등 많은 자료를 확보하는 일도 보존의 일환이 될 수 있겠죠.

온라인게임을 보존하는 일은 적지 않은 시간과 연구가 필요한 일이며 상당히 힘든 과정이기도 합니다. 초창기 온라인 게임은 싱글 플레이 성향이 강한 게임들도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멀티플레이'에 초점을 맞춘 게임들도 많아지죠. 이런 게임들에 AI 플레이어들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AI 기술의 발전도 필요합니다. 혹은 달라진 플랫폼에서 가동할 수 있도록 소스 코드를 고쳐야 할 수도 있죠. 그래도 이렇게 게임을 보존하면서 이어나간다면, 후대의 개발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면서 게이머들의 추억도 보존할 수 있는 의미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소한 게임 자체가 구현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게임의 플레이나 모습들을 담은 동영상이나 스크린샷 등의 자료나 IP라도 관리가 되면서 게임이 보존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게이머들의 추억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게임이 앞으로 더 많은 발전을 하기 위해서라도 과거를 보존하고 기록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이번 넥슨이 주최한 'invite you_' 전시회는 나름대로의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할 수 있기에, 높은 평가를 주고 싶습니다. 아직 논의가 완벽히 이뤄지지 않은 온라인 게임에 있어서 새로운 화두를 던지면서도, 게임을 보존하는 일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앞으로도 이런 시도와 연구가 꾸준히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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