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게이밍기어의 '편의성', 어디까지 허용돼야 할까

칼럼 | 양영석 기자 | 댓글: 7개 |
친구들과 모 FPS게임을 플레이하던 도중, 이런 경험을 해본적이 있었다. 친구와 비슷한 자리 견제하고 있었건만, 그 친구 입장에서는 도저히 보이지 않을 시야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했다는거다. 친구는 드론이 들어왔다고 주장했고, 난 무슨 소리냐고 하려던 찰나에 무시무시한 소리가 따라 들렸다.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퐁-퐁-퐁-퐁-퐁" 하고 말이다. 그렇게 방안으로 뿌려진 '집속탄'은 순식간에 나와 우리 팀을 덮쳤고 옆에 있는 인질도 덮쳤다. 우리는 비록 사망했지만 행복했고, 적팀은 생존했지만 불행해졌다.

아무튼 되게 이 상황이 신기해서 물어봤다. 넌 도저히 보이지 않을 시야인데 어떻게 그걸 알았냐고, 사기치는거 아니냐고 물어보니 자신은 보인다고 하더라. 무슨 관심법을 쓰나 싶었는데, 모니터가 좋아서 생긴 일이었다. 워낙에 에임도 좋고 사운드도 잘 듣는 친구였는데…소리로 들은줄 알았더니 정말로 보였던 거였다. 허, 어떻게 보면 이건 정말 불공평한게 아닌가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막상 이게 치트 플레이냐 하기도 좀 그렇고...정말 말 그대로 '애매했다'.

게임이 점점 진화하면서 더 좋은 경험을 전달해주듯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기'들도 점점 진화했다. 그래픽은 점점 상승해서 이제는 HDR, 4K해상도를 따지는 시대가 되었고 마우스의 감도와 응답속도도 일취월장하고 무선으로도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할 정도가 됐다. 조이스틱은 진동과 특유의 손맛을 계속 상승시키면서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들의 경험을 상승시켰다. 또한 다양한 게이밍기어의 '부가 기능'들은 한층 더 게임을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편의성과 경험의 질의 상승, 이 모두 게임 기기들의 상승과 연관이 되어 있다.

그래서 이제는 이런 전문적인 게임 경험을 만들어주는 디바이스들을 통칭해 '게이밍기어'라고 부르기도 한다. 모니터, 마우스, 키보드 등 뿐 아니라 전용 컨트롤러, 의자까지도 게이밍기어의 한 축이되고 있고 헤드셋 역시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면서 더욱 좋은 경험과 편의성을 제공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전문적으로 게이밍기어를 연구해서 판매하는 브랜드도 생겨날 정도니까.




그렇지만 이런 하드웨어, '게이밍기어'의 진화는 좋은 경험을 제공해주는 반면에 게임사에게 또 다른 골칫거리를 안기기도 한다. 때로는 예기치못한 이득을 제공하여 '공정성'을 훼손하기도 하고, 기획 의도에 벗어난 조작을 지원하면서 예기치않게 치팅으로 분류되는 경우도 있다.

모니터와 증가된 해상도는 FPS 영역에서 때로 문제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21:9 해상도의 화면을 지원하는 FPS류의 게임의 경우, 16:9 화면에서는 보이지 않던 적이나 맵의 요소가 21:9 해상도 화면에서는 보이기도 한다. 32:9를 지원하는 경우는 더 많은 시야를 확보한다. 사실상 이는 '시야의 불공평'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를 치팅으로 정의할 수도 없다. 게임사에서 공식적으로 화면비를 지원하게 되면, 치팅은 아니라는 뜻이다. 또, 화면이 크고 넓게 볼 수 있다고 무조건 좋은것만도 아닌 게임들도 있으니까. 아무튼 이런 이유로 인해서 대회에서는 '공정성'의 확보를 위해 정해진 모니터로 정해진 해상도를 사용하기도 한다.

간혹 콘솔기기로 FPS를 즐기는 유저들은 '키마충'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듀얼쇼크와 같은 게임패드, 조이스틱 기반의 컨트롤러가 기본적인 조작인 콘솔에서 '키보드'와 '마우스'와 유사한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컨트롤러를 사용하는 유저들을 비하하는 말이다. 이 경우, 조이스틱에 비해 압도적으로 빠른 반응속도와 에임을 가질 수 있다. 조이스틱의 조준 보정이 어느정도 있다고 해도 이들보다 반응이 빠르기가 쉽지가 않다.



21:9 화면비의 모니터는 이 부분이 세일즈포인트가 될 정도다.

게이밍기어의 대표적인 분야라고 할 수 있는 키보드와 마우스는 놀라운 편의성을 제공함과 동시에, 골칫거리이기도 하다. 진화된 키보드와 마우스는 더욱 높은 감도, 그리고 훌륭한 키감과 그립감, 여러가지 커스터마이징 요소들을 제공하면서 유저 스스로 환경에 맞출 수 있는 높은 편의성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커스터마이징'에서 발생한다. 바로 하드웨어가 기능적으로 제공하는 매크로같은 경우다.

이런 게이밍 기어들은 고유의 프로그램을 통해 특정 조작을 입력할 수 있고, 이를 키에 배열하여 사용할 수도 있다. 예를들어서 인간이 낼 수 있는 한계치 이상의 속도로 키를 연타한다던가, A 키를 입력한 이후 정확한 시간뒤에 B 키를 입력한다던가 하는 기능도 존재한다. 한 번의 클릭으로 3점사를 하거나, 연사 도중 지연시간을 입력해서 에임을 조정할 시간을 주거나 자동적으로 마우스의 위치를 옮겨주는 기능도 포함할 정도다. 또한 지연시간을 두고 여러 버튼을 차례로 입력하는 조작도 가능하다.

이런 기능들 중 몇가지는 실질적으로 게임에서 추구하는 가치에 위배된다. FPS에서 총기 연사에 의한 반동은 당연한 특성이나 난이도 조절의 요소이고, 특정 키 입력 이후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 다음 버튼을 누르는 건 일종의 콤보 시스템으로 재미를 주는 부분이자 난이도를 제공하는 부분이다. 몇 가지 기능은 거의 '핵'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런 기능들은 지금도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오버워치 리그에서는 선수들이 장비를 직접 주최측에 제출해서 주최측이 관리하고, 배틀그라운드 대회는 리허설에서 선수들에게 장비에 대한 안내와 체크가 이루어진다. 또한 선수들은 개인 장비를 사용할 수 있을 뿐, 대회용 PC에 이를 관리해주는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없다. 대회에서도 게이밍기어의 기능에 신경을 쓰고 있으며, 공정성을 위해서 관리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도 어느정도 허용은 있는 편이다. 마우스에 기본적으로 내장되어있는 감도 조절 정도의 기능은 대부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심판의 판단에 따라서 공정성을 해친다고 판단되는 장비는 사용할 수 없고 다른 장비를 사용해야 한다. 결국, 주최측에서 '공정성'을 위해 선수들의 장비를 파악하고 관리는 하고 있다는 뜻이다.



마우스가 반동을 잡아준다...? 하드웨어라서 게임사에서 대응도 힘들고...?

개발사에서는 소프트웨어적인 매크로는 대부분 운영 정책위반으로 제재가 가해진다. 이런 매크로의 경우는 대부분 '작업장'들이 대부분 사용하고, 이들은 매크로를 활용해 다양한 재화를 취득해 실제 재화로 거래하는 수법(RMT, Real Money Trade)을 일반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매크로를 이용한 작업장은 게임내 생태계와 경제를 흔드는 거대한 위협이 되거나 정상적인 유저들에게 악영향을 준다. 당연히 게임사에서도 제재를 진행한다. 애초에, 이런 매크로 플레이는 게임내에서 공인되지 않은 다른 프로그램을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행위로 간주되므로 당연히 제재할 수 밖에 없는 사항이다.

이런 소프트웨어적인 매크로가 아닌 하드웨어적으로 매크로가 지원되는 경우는 개발사 입장에서도 매우 골치아픈 상황이 된다. 일단 하드웨어 매크로의 경우는 가만 보면 정상동작과 큰 차이가 없기에 적발 자체가 힘들다.

또한 이를 제재하기에도 제도적인 장치나 게임사들의 공통적인 스탠스도 정립되지 않았다. 특정 게임의 경우는 이런 하드웨어 매크로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이용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한 반면, 반대로 이를 하드웨어 매크로도 제재 대상으로 삼고 있는 개발사도 있다. 이는 이런 매크로가 게임이 추구하는 고유의 '경험'을 해치느냐 해치지 않느냐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장르나 게임의 기획적인 면에 따라서는, 허용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하드웨어 매크로를 제재하겠다고 공지를 하려고 해도, 이를 명확히 규정하기가 애매하다. 매크로도 결국 해킹과 맥락이 같기 때문에, 명확하게 규정해버리면 이에 닿지 않는 또다른 편법들이 등장한다. 대책을 마련해 제재를 하겠다고 해도, 공백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이는 약관 변경이 필수적이며, 중대약관 변경은 사전에 이용자들에게 공지를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런 하드웨어적인 매크로는 명확하게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 당하는 유저들도 구분할 수 없거나 그냥 저냥 아리송할 정도라서 신고도 잘 안된다.



좌표, 시작, 끝, 연타 속도...엄청난 수준의 매크로도 만들 수 있다.

게임은 자연스럽게 유저들에게 더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쪽으로 진화를 해왔다. 이를 위해서 게임 자체의 질 뿐만 아니라 다양한 게임 주변기기들의 대한 연구도 이뤄졌다. 경험의 '질'을 상승시키는데에는 당연히 편의적인 부분도 함께할 수 밖에 없다. 어쩌면 이런 게이밍기어의 다양한 기능 제공은, 어찌보면 너무도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제는 거스를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다.

분명히 이런 게이밍기어의 편의기능이 핵, 치팅 플레이에 가까운 편의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부분을 악으로만 치부할 순 없다. 높은 해상도처럼 변화, 진화에 따른 성장통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게이밍 주변 기기들이 다양하게 변화하고 진화면서, 과거에 고려하지 않았던 부분들이 현재의 게이머들에게는 당연한 부분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요소들은 과거의 게임에서는 기획적으로 고민할 수 없던 부분이며, 게이밍기어의 진화로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환경이 조성됐다고 보는게 더 타당할 것이다.



콘솔 기기에서도 다양한 컨트롤러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변환기도 등장했다.

이와 함께 게이머들의 경험도 변화하고 있다. 특히나 대표적인 흐름을 볼 수 있는 분야가 바로 격투게임이다. 격투게임에서는 과거부터 당당히 아케이드 게임기처럼 '스틱'을 통한 플레이가 왕도와 같았다. 제대로 입문하기 위해서 스틱을 추천받는 건 아주 흔한 케이스였고, 지금도 자주 보인다. 스틱은 명확하고 세밀한 방향 조작을 할 수 있는 대신, 상당히 높은 피로도와 정밀한 조작 실력을 요구한다. 그만큼 연습이 답이고 손에 익은 장비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최근에는 격투게임에서도 이런 아케이드 스틱이 아닌 Xbox용 패드나 키보드로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대회에서도 스틱이 아닌 조작기기를 들고 다니는 선수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리고 '키보드'로 참가하거나 이와 유사한 '히트박스'라는 조이스틱 형태의 입력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아케이드 스틱이 왕도가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게이머 층의 변화가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한 현재의 젊은 게이머들은 키보드와 마우스, 조이스틱보다는 스마트폰과 자동사냥이 더 익숙한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모바일 게임들이 등장했고, 접근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환경의 변화에 따른 당연한 결과다. 그런 환경속에서 게이밍기어들은 자신만의 강점을 찾기 위해 하나씩 진화해나가면서 현 세대의 게이밍기어를 만들었다.



실제로, 격투 게임은 상당히 많은 유저들이 키보드를 사용한다.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더 나은 경험과 편리한 조작, 만족감은 도저히 버릴 수 없는 부분이다. 당연히 누구나 더 좋은 경험을 원한다. 그런 의미에서 게이밍기어의 진화는 타당하고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과정에서 지나친 편의성과 경험을 추구하다 공정성을 해치기도 하고, 때로는 게임 자체에서 요구하는 높은 조작 난이도라는 기획적인 요소를 해치기도 하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이는 단순히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는 아니다. 게임사에서는 기본적으로 모든 게이밍기어의 기능을 고려해서 콘텐츠를 기획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게이밍기어 제조사에서도 모든 게임에 대응하도록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지금 당장 열리는 주요 게임들의 대회에서도 나름 관리가 되고 있지만, 차후 새로운 기능이 도입된 기기들은 대응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만큼 게이밍기어들도 계속 진화를 이어가고 있으니까.

그래도 이제는 게임사에서 이런 문제들을 결코 좌시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드웨어의 진화하면서 운영 방식이나 약관이 낡았다면 교체를 해야 할 시간이 왔다고 할까. 당장에 수많은 부분에 모두 대응하기는 어렵겠지만, 조금씩 조사해나가면서 천천히 바꾸어 나가면 어느정도 선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문제의 핵심은, '게이밍기어가 제공하는 편의를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느냐'는 선을 찾는 것이다.

게임도 진화했고 게이밍기어도 진화했다. 그만큼 게임의 운영이나 정책도 진화와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경쟁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게임에서는 '공정함'이 정말 중요한 요소인만큼, 하드웨어적인 매크로나 편의 기능 만큼은 이제 진지하게 연구하고 대응을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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