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논리 빈약한 '무기한 정지'

칼럼 | 심영보 기자 | 댓글: 155개 |



20일 라이엇 코리아가 김대호 前 그리핀 감독에게 '무기한 정지'라는 최대 징계를 내렸다. 라이엇에 따르면,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장기간 지속적으로 피해 선수들에게 행해진 폭력적 언행을 했으며, 수위는 인격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징계에 대해 대다수의 e스포츠 팬들은 동의하지 않는 상태다. 이유는 '무기한 정지'이기 때문이다. 김 감독이 과도한 징계를 받았다는 것이 대중들의 목소리다. 라이엇은 LCK를 포함해 라이엇 게임즈가 주최, 주관하는 e스포츠에 어떠한 방식으로도 참가할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김 감독은 영구 정지를 당할 만큼 큰 잘못을 했을까.


■ 라이엇의 김 감독 징계는 세 가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라이엇 e스포츠 글로벌 페널티 인덱스(GPI)

라이엇의 근거는 무엇이었나. 일단은 라이엇이 만들어 놓은 e스포츠 글로벌 패널티 인덱스(GPI)가 근거가 돼야만 할 거다. 한글본이 아닌 영어 원문을 살피면 김 감독이 위반한 사항은 [EXTREME MISCONDUCT]에 해당한다. 직역으로 극도의 비행-위법 행위-직권 남용이고, 한글본에서는 극단적 비매너행위라고 적혀있다.

규정은 최소 시즌 3개월, 최대 10개월 정지로 극단적 비매너행위 징계의 범위를 한정했다. 김 감독이 3~10개월가량의 시즌 정지라는 징계를 받았어야 합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러나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라이엇은 참고사항으로 '가중처벌이나 정상 참작이 필요한 상황일 경우, 리그 운영진은 최소 및 최대 출장 정지 기간을 변경할 권한을 보유한다'고 명시했다.




라이엇이 김 감독을 가중처벌이 필요한 대상으로 여겨, 최대 출장 정기 기간을 '무기한'으로 변경했다고 해석된다. 그렇다면 김 감독이 가중처벌을 받아야만 할 이유와 근거는 무엇이었던 걸까. 대중은 이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듣고 싶어 하는 상황이었다. 라이엇은 "장기간 지속적으로 피해 선수들에게 행해진 폭력적 언행의 수위는 인격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임을 복수의 진술 및 제출 자료를 통해 확인했다"고 설명했지만 이렇게 추상적으로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라이엇이 사법 기관이라면, 충분한 신뢰성이 있기 때문에 추상적인 설명으로라도 납득할 수 있었을 거다. 그러나 라이엇은 단순한 리그 운영 측이다. 대중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기관은 아니다. 또한 최근 인터뷰에서 그리핀 선수 및 코치 네 명이 증언한 내용이 만약 전부 사실일지라도, 여론은 가중처벌 결정에 대한 공감을 여전히 하지 못하고 있다.


정통 스포츠 사례

라이엇이 김 감독에게 '무기한 정지'라는 극단적인 징계를 내릴 것이었다면, 같은 업계인 스포츠계를 참고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았나. 애석한 일이지만, 국내 정통 스포츠계에서 감독이 폭언과 폭력을 행사해 '무기한 정지' 또는 '영구제명'을 당한 사례는 많다. 그런데, 이번 징계와 스포츠계 사례와는 꽤나 동떨어져 있는 모양새다

당장 최근에 정종선 축구 감독이 영구제명을 당한 바 있다. 정 감독은 10억 원가량의 돈을 횡령한 혐의와 학부모를 성폭행한 혐의로 영구제명이라는 처벌을 당했다. 또 다른 유명 사례로는 조재범 코치가 있다. 조 코치는 심석희 선수에게 초등학교 때부터 손가락뼈가 부러질 만큼의 폭언과 폭행을 했으며, 뇌진탕 상해를 입힌 적이 있다는 혐의를 받았다. 영구제명 사건들은 심각한 상해를 입히는 폭행 혹은 성폭력 사안에서 비롯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대한체육회의 의견도 들어볼 수 있었다. 대한체육회는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폭행-폭언과 같은 불공정 사건이 발생하면 위원회를 열고 심의를 하는 기관이다. 대한체육회는 "e스포츠 협회는 정식 단체가 아닌 인정 단체이기 때문에,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직접 심의를 도와줄 수는 없다. 그러나 자문을 원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e스포츠협회는 라이엇과 함께 LCK을 운영하는 공동체이며, e스포츠협회는 대한체육회의 인정 단체이기도 하다. e스포츠 협회와 라이엇 코리아가 스스로 징계를 내리기에 근거가 빈약했다면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자문을 구하고 규정에 따라 징계를 집행해도 됐을 일이다.

스포츠공정위원규정에는 지도자의 폭력과 성폭력을 처벌하는 항목이 있다. 중징계와 경징계로 구분하며, 중징계는 출전정지-자격정지-해임-제명으로, 경징계는 견책-감봉으로 나뉜다.


사법 기관이었다면

대한체육회는 징계를 함에 있어 사법 기관이 어떤 처벌 수위를 내리느냐가 큰 근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럼 법적으로 한번 살펴봐야 하는데, 은율법률사무소가 최근 공개적으로 이번 사건과 관련한 의견을 제시했다.

은율법률사무소는 "피해 당사자가 심리적 고통을 겪었다면 폭행죄가 맞지만, 직접적인 폭행에 비해 당연하게도 처벌 수준은 경미하다. 피해자 합의 여부에 따라 다르지만, 벌금형 혹은 기소유예 처분이 유력하다"는 의견과 함께 "당사자들의 변호 수준에 따라, 김 감독의 행동이 폭행죄에 해당하는지 결과가 갈릴 것이다. 피드백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이므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김 감독의 폭언과 폭력은 일반적인 스포츠계라면 경징계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큰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스포츠공정위원규정 31조에 따라, 김 감독이 내부 폭로를 통해 '카나비' 서진혁의 이전 계약을 파기하고 e스포츠 선수들의 향후 계약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공적, 2부 리그 팀을 1부 우승권 팀으로 이끈 공적이 참작돼야 했다. 덧붙여 34조에 따라 재심의도 가능해야 했다. 꼭 스포츠공정위원규정에 따를 필요는 없지만, 라이엇 글로벌 규정과 LCK 규정이 워낙 빈약하고, 상식적인 선을 맞추려면 '공적 참작과 재심의 청구'가 이행돼야 했다.

그럼에도 라이엇은 '무기한 정지'라는 중징계를 최종 판결봉으로 땅땅 내리쳤다. 너무 섣불렀다. 심지어 논리가 빈약한 중징계이기에, 내부 고발자(김 감독)에 대한 보복 행위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김 감독의 폭언과 폭력에 관한 건은 징계를 최소한으로 실행하고, 조규남 대표의 '협박-강요 건'과 마찬가지로 사법 기관에 판단을 넘기고 유보하는 쪽이 타당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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