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국 콘솔 게임계의 자극제가 된 PS 어워드, 우리에게도 계기가 필요하다

칼럼 | 윤서호 기자 | 댓글: 20개 |



"플레이스테이션 어워드 봤어? 거기서 중국 게임이 인디 어워드를 수상했던데"

지난 12월 3일, 평소 알고 지내던 중국 개발자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그때 휴가로 중국에 가있던 터였기에 그제야 그 사실을 알았다. 플레이스테이션 어워드를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중국 게임이 수상했다는 사실까지는 몰랐다고 할까. 마침 그때는 베이징에서 상하이로 가는 야간 열차를 타러 역에 가서 이것저것 절차를 밟는 중이었기 때문에 세세한 소식은 나중에 들을 수 있었다.

그가 말한 게임은 올해 8월 8일에 출시된 '하드코어 메카'였다. 게임 제목을 듣고 나서야 아, 그 게임하고 알 수 있었다. 작년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에 선정된 게임이었고, 기획 기사에서 다뤘던 적이 있던 것도 기억이 났다.

▲ 중국의 로켓펀치 게임즈가 개발하고 아크시스템웍스가 퍼블리싱을 맡은 '하드코어 메카'

원래는 중국어도 모르고 무작정 휴가를 중국으로 온 내가 야간열차를 제대로 탔을까 걱정해서 전화를 한 것이었지만, 가면 갈수록 통화의 주제는 플레이스테이션 어워드로 갔다. 그간 중국에서 번듯한 콘솔 게임이 없었는데 드디어 조금씩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것 같다는 점. 그래서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도 내년에 그런 성과를 올리려고 노력한다는 다짐 같은 것을 내게 이래저래 털어놓았었다. 그가 만들고 있는 게임도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에 선정된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중국 콘솔 게임의 공식적인 역사는 길지 않다. 2000년에 콘솔 금지령을 발령하고 새로운 게임기의 생산 및 유통, 판매를 금지하면서부터 홍콩과 대만을 우회해서 구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만큼 접근성이 떨어졌기 때문에 유저의 수도 적었고, 게임을 개발하기란 더욱 어려웠다. 그 뒤로 2014년 1월에 금지령이 일시 해제되고, 7월에 이를 철폐하면서 콘솔 수입이 재개됐다. 그러면서 점차 콘솔 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개발사들도 하나둘씩 콘솔 게임 개발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7년부터 SIE에서 매년 중국의 유망 콘솔 게임 개발사를 지원하는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를 발족하면서부터 조금씩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 SIE가 중국 개발사들을 선정해서 지원하는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

SIE에서 여러 방면에서 지원해주면서 커지긴 했지만, 아무래도 중국 게임 업계가 콘솔을 공식적으로 접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았던 만큼 콘솔 게임 개발자들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만 그렇게 느낀 것은 아니었다. 콘솔 게임, 혹은 멀티 플랫폼으로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개발사들과 만났을 때도 다들 그 이야기가 나왔었다. 그랬기 때문에 플레이스테이션 어워드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올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중국의 콘솔 게임이 조금씩 인정받을 수 있다는 계기가 됐다고, 그렇기에 내년이 기다려진다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그들은 내년을 위해서 여러 가지로 준비 중에 있었고, 그것들을 일부나마 보고 올 수 있었다.

물론 그들이 아주 굵직한 상을 받거나, 큰 성과를 낼 것이라 보긴 힘들다. 내년 출시 예정인 게임 중에서 흔히 말하는 고티급 대작들이 몇 개나 되니 말이다.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사이버펑크2077, 라스트오브어스2,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 이름만 들어도 무게감이 다른 타이틀이다.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들이 대하는 태도는 달라졌다. 예전에는 그 타이틀에 주눅들고 '출시만 해도 다행이지'라는 반응이었지만, 이제는 여기에 눌리지 않고 자신의 게임을 유저들이 중국 게임이라는 편견 없이 인정해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 내년 출시 예정인 대작 콘솔 게임에 주눅들었던 분위기가 PS 어워드를 기점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한국의 콘솔 게임에 대해서 물었을 때는 다소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여러 번 도전을 하기는 했고, 개중에 꽤 좋은 성과를 낸 것도 있었지만 결국 그 도전은 지속되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개발킷을 구하기 어려웠다거나, PC와는 전혀 다른 개발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다거나, 언어의 장벽이나 협소한 국내 콘솔 시장 등등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오죽하면 그간 꾸준히 콘솔용으로 출시했던 시리즈도 잠시 맥이 끊기는 일이 발생했을까.

그럼에도 지금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콘솔 개발사들이 있다는 것을 떠올렸고, 그들의 도전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었다. 몇 년 전부터 맥이 끊어졌나 싶었던 시리즈가 부활했고, PS4 및 닌텐도 스위치용으로 개발한 게임들이 하나둘씩 출시됐기 때문이다. 장르도 리듬액션, 슈팅, RPG, 액션 등 어느 하나에 경도되지 않고 고루 등장했다. 때로는 자신들이 출시했던 게임을 콘솔로 이식하기도 했다.

물론 평가가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고, 때로는 아쉬운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 때문에 국내 콘솔 게임 개발자들이 지레질겁하고 도전을 멈춘다거나 하지 않았다. 내년 출시를 위해서 혹은 내년에 좀 더 진척된 모습을 유저에게 보여주기 위해 개발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 국내 게임사들도 근 몇 년간 콘솔 게임 개발을 이어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PC 온라인 게임, 그러다가 이제는 모바일 게임 위주가 된 국내 게임계에서 콘솔 게임을 만족스럽게 만들어낼 수 있겠냐는 의문을 제시하기도 한다. 개발사에서도 첫 술에 배부르랴라는 식으로 조심스럽게 말하고는 했다.

이와 같은 반응은 돌이켜보면 플레이스테이션 어워드의 결과가 나오기 전에 중국 개발자들과 만났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라는, SIE가 보증해주는 프로그램에 선정됐던 개발자들도 그랬다. SIE로부터 인정을 받았지만 과연 유저들에게, 평가단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콘솔 게임을 개발한다는 것에 대해서 주변 사람들이 "왜 콘솔 게임을 만들어? 모바일 게임을 만들면 더 돈을 벌 텐데?"라는 시선도 있었고, 중국 콘솔 게임을 누가 인정하겠느냐며 비아냥거리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은연중에 위축되어있던 그들이지만, 플레이스테이션 어워드 이후부터는 조금씩 달라졌다. 비록 작은 상에 불과하지만, 그들에게는 큰 발걸음이었다. 중국 게임 시장만을 위한 무대에서 벗어나 전세계의 콘솔 게임을 대상으로 한 어워드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증거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제 자신감있게 내년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말하고 있었다.



▲ PS 어워드의 이 시점부터 중국 콘솔 게임계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출처: 플레이스테이션 유튜브)

2019년이 얼마 안 남은 시점에서 중국 콘솔 게임 개발자들이 2020년을 그렇게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은 내심 부럽기도 했다. 특히나 2020년에는 국산 콘솔 게임들도 출시가 예고됐기 때문에 더욱 더 그랬다. 한편으로는 우리에게도 그런 계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콘솔 게임은 그간 우리나라 개발사들이 주력으로 삼지 않은 영역이었기 때문에 불안할 수밖에 없다. 과연 유저들이 국산 콘솔 게임을 인정해줄 것인가, 혹은 '국산'의 프리미엄이 통용되는 국내 시장 외에 해외 시장에 어필할 수 있을까, 평가단이 제대로 인정해줄까 하는 두려움이 도사릴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면 은연중에 위축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가 계속 된다면 국내 콘솔 게임계는 계속 침체될 수도 있다.

특히나 내년에는 이미 굵직한 타이틀이 출시를 예고한 만큼, 그 기세에 눌리거나 비교당하는 일도 많을 것이다. 실제로 중국 개발사들도 그런 상황을 예측하면서 비관적으로 접근했었다. 그렇지만 아주 작은 계기로 그들은 바뀌기 시작했고, 희망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가 내년에 어떻게 자리잡을지 모르지만 자신감을 갖는 그들의 모습에서 이전에 느끼지 못한 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그와 같은 계기가 내년 국산 콘솔 게임 개발자들에게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단순히 출시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유저들에게 그리고 평가단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을 때 나타난 긍정적인 변화를 중국에서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런 계기가 내년에 국내 콘솔 게임계에도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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