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과태료 1천만 원...韓 규제 비웃는 중국게임 '저질광고'

칼럼 | 윤홍만 기자 | 댓글: 41개 |



'왕이되는자'를 시작으로 중국산 모바일 게임의 저질 광고 공세가 시작된 지 벌써 몇 년이 지났지만,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내용 역시 점점 도를 넘는 수준이다. 돈으로 여성을 사는 묘사는 예사고 여성을 납치하거나 옷을 찢는 등 성범죄에 가까운 내용으로 가득해 남녀를 막론하고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다.

만약 공중파 방송에 이런 광고가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시청자들이 들고일어나는 건 물론이고 해당 방송사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로부터 중징계를 당할 가능성이 크다. 잠깐 기분 나빠지고 말 가벼운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중국산 모바일 게임의 저질 광고는 박멸되지 않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이 문제를 그저 손 놓고 지켜보고만 있는 것도 아니다. 국내에서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게임 광고를 심의, 규제하는 주무처로서 이러한 저질 광고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4월 18일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 제34조 제1항제1호를 어긴 것을 근거로 '왕이되는자'의 광고를 차단한 조치가 대표적이다. 한 번으로 끝난 것도 아니다. 저질 광고가 이슈화할 때마다 게임위는 바로 광고 시정, 차단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해결된 건 없었다. 계속되는 차단 조치에도 '왕이되는자'는 선정적인 광고를 계속해서 내놨다. 시정권고를 받으면 해당 광고를 내리고 새로운 광고를 올릴 뿐이었다. '왕이되는자'의 광고가 뜸해지자 다른 중국산 게임들의 저질 광고가 그 자리를 메꾼 것만 봐도 게임위의 규제 조치가 얼마나 유명무실한지 느낄 수 있었다.

도대체 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걸까. 인벤에서는 이와 관련해 주무처인 게임위에 연락해 관련 내용을 문의했고 그 결과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첫번째는 저질 광고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2018년 '왕이되는자'의 광고를 차단할 때만 해도 대부분 저질 광고에 철퇴를 내린 것으로 해석했다. 저질 광고의 대표주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게임법' 제34조는 광고, 선전에 대한 조항으로 제1항제1호는 '등급을 받은 게임물의 내용과 다른 내용의 광고를 하거나 그 선전물을 배포ㆍ게시하는 행위'라고 명시하고 있다. 선정적인 광고로 인해 제재를 받은 게 아닌, 광고와 실제 게임이 전혀 다르기에 제재를 받았음을 의미한다.

이를 다르게 보면 만일 선정성으로 인해 청소년이용불가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이 있다고 할 때, 그 게임이 선정적인 게임 콘텐츠로 광고를 한다고 해도 게임위로서는 이렇다 할 제재를 할 수 없다는 걸 뜻한다. 게임의 콘텐츠와 광고가 같기 때문이다. 이 경우 공은 방통위로 넘어간다. 게임 산업 주무처인 게임위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선정적인 광고를 제재할 수단이 없다는 것 외에도 문제는 또 있다. 처벌이 너무 약하다는 점이다. 게임법을 어겨봤자 과태료가 1천만 원 이하(게임법 제48조)에 불과하다. 모바일인덱스 조사 결과 구글 스토어에서 매출 순위 10위 정도 게임들이 월평균 3~50억 원 사이의 매출고를 올리는 것과 비교하면 너무 약한 처분이다. 실제로 게임위 측도 "일단 유저만 유치하면 되기에 광고를 제재해도 곧바로 다른 광고를 송출해서 일일이 대응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밝혔을 정도다.



▲ 매출 10위 정도만 돼도 월평균 3~50억 원이나 벌어들인다

끝으로 국내 사업자가 아니란 점 역시 제재의 어려움을 낳고 있다. 국내 퍼블리셔 및 지사를 통해 서비스하는 경우가 아닌 해외 지사를 통해 서비스하는 게임들에 국내법을 적용하기란 어려운 편이다. 이 경우 광고를 내리는 게 게임위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게임 광고 실태를 문제 삼으며 사전 심의로 바꿔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건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꼴이다. 실제로 문제가 되는 광고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국산 모바일 게임, 그중에서도 극히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일이 대응하기엔 인력이 부족하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결국, 현실적으로 저질 광고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처벌을 강화하는 길뿐이다. 게임위가 밝힌 것처럼 저질 광고로 얻는 이익이 과태료로 인한 손해보다 크기에, 그리고 해외 사업자라서 국내법을 적용하기 어렵기에 이런 일이 계속해서 발생한다면 처벌을 강화하는 식으로 대응하면 된다. 작게는 더 많은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부터 크게는 게임위와 마켓(플랫폼 사업자)이 협력해 경고가 누적되면 마켓에서 게임을 내리는 삼진아웃제를 도입하도록 하는 등의 방법도 고려할만하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린다는 말이 있다.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저질 게임 광고 공세,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 제도의 개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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