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과금 스트레스, 이제 그만 받고 싶다

칼럼 | 김수진 기자 | 댓글: 39개 |



"이번 달엔 얼마나 질렀어?"
점심시간이 되면 가끔 나오는 질문이다. 각자 플레이하는 게임이 다르지만 어쨌든 대부분 모바일 게임을 하나 이상 하고 있다 보니, 서로 매달 결제 금액이 궁금한 모양.

그리고 서로의 결제 금액을 밝히다 보면 생각보다 내가 소과금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취미생활을 하면서 괜히 스트레스받지 말자 라는 생각을 하면서 살기에 분명 그닥 망설임 없이 과금한다 생각했건만, 다른 기자들에 비하면 가끔 새 발의 피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아마 그건 약 일 년째 플레이하고 있는 게임의 주요 BM이 '확정형 과금'이라서인 것 같다. 신규 캐릭터가 업데이트되면 항상 그 캐릭터를 최고레벨까지 강화할 수 있는 재료 역시 상점에 업데이트된다. 그리고 그 가격은 대략 5만 원 정도. 물론 캐릭터마다 다르지만, 대부분이 그 정도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이제 모바일게임과 '과금'은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물론 무과금으로도 플레이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유저들이 자신의 시간을 아끼기 위해 혹은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일정 이상의 금액을 게임에 투자한다. 하지만 문제는 과금 방식이다. 이제는 거의 고정처럼 된 '확률형 과금' 방식, 이 방식으로 인해 분명히 플레이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했던 결제가 또 다른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그래서일까, 어느 순간부터 다시 확정형 과금, 즉 원하는 것을 그에 맞는 금액을 내고 구매할 수 있는 과금 방식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딱 그만큼의 금액만을 결제하는 방식.




다들 한 번씩은 이런 방식의 확정형 과금을 해본 경험이 있을거다. 예를 들어 일정 금액을 내면 해당 캐릭터를 100%로 구매할 수 있거나, 특정 캐릭터를 일정 레벨 혹은 단계까지 확정 강화시키는 방식이다. 즉, 내가 낸 금액만큼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것. 이런 기준에서 봤을 때 요즘 자주 보이는 '패스' 역시 확정형 과금이라고 볼 수 있지 않나 싶다.

일정 금액을 결제했을 때 자신이 어떤 결과물을 획득할 수 있는지 미리 알 수 있는 과금 모델, 많은 게임에서 확인할 수 있는 '확률형 과금'과 다른 방식이다.

그렇다면 확정형 과금의 장점은 뭘까. 정말 '당연한 이야기'지만 일단 내가 내는 금액만큼의 결과가 보장되는 점이다. 1만 원의 과금을 했을 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확히 1만 원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1만 원을 결제하고 운이 좋다면 100만 원의 결과물을 얻겠지만, 운이 없다면 100원 정도의 결과밖에 나오지 않는 확률형에 비한다면? 도박성이 없다고도 볼 수 있다.

금액이야 게임마다 다르지만 최근 일 년간 확정형 과금 게임을 하면서 확률형 과금 게임을 할 때에 비해 매달 결제하는 평균 금액은 훨씬 적은 편이다. 어느 정도의 금액을 결제하면 그 결과물을 획득할 수 있을지 미리 알 수 있기 때문.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로는 확실히 확률형 과금 게임에 비해 훨씬 계획적인 과금을 하게 된다. 당장 나에게 필요한 '제품'만 구매할 수 있다 보니 충동적인 지출을 하지 않는달까. "아 뭐야 안 나왔어 한 번만 더 질러야지." 이런 '한 번 더'가 없다. 'ㅇㅇ패스' 역시 미리 획득할 수 있는 결과물을 모두 확인할 수 있기에 결제 금액의 효율성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건 일부 게임들만 적용될 수 있으나, '같은 금액을 기준으로 했을 때' 복귀자나 입문자들이 오래된 게임들, 오픈한 지 이미 몇 년이 지난 게임에 좀 더 쉽게 적응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특정 캐릭터들이 일정 기간마다 메인으로 사용되곤 하는 수집형 게임 A를 예로 들어보자. 이 게임은 성장에 필요한 재료와 캐릭터 자체를 판매하는 확정 과금을 채택하고 있다. 그래서 정해진 금액을 결제하면 해당 캐릭터나 카드 등을 일정 수준 이상까지 성장시킬 수 있는데, 실제로 이를 통해 어느 정도 주요 플레이 풀에 다가갈 수 있는 편이다. 몇 년 만에 다시 A게임을 플레이하게 된 동료가 이런 확정형 과금 방식을 통해 일정 수준 이상까지 쉽게 따라가기도 했다.




그럼 이런 확정형 과금이 과연 '과금 스트레스'를 줄여줄까.

확실한 건, 확률형 과금이 주는 스트레스에는 비할 바가 아니다. 확률형 과금은 가끔 '지르고' 또 '지르고' 그러다 나중에는 그야말로 악에 받쳐서 어디 나올 때까지 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결제하는 경우가 있다. 한 번쯤은 다 겪어 봤을 거다. 그렇게 수십만 원을 결제한 뒤 캐릭터를 얻고 나면 대략 10초 정도의 환희 이후 허탈감이 몰려온다. 물론 얻기라도 하면 다행이고.

물론 확정형 과금 역시 과금을 하게 만드는 게임 플레이 과정이 피로감을 주는 것은 마찬가지다. 다만 과금에 대한 결과가 결정되어 있기에 결제 이후 결과물을 얻기까지의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없다. 어쨌든 내 손에, 아니 내 핸드폰 안에 지름의 '정당한' 결과물이 들어오는 건 확실하니까.

확정형 과금 방식에서 가장 어려운 건 금액과 결과의 밸런스를 잘 잡는 게 아닌가 싶다. 이 '결과물'의 값어치를 얼마로 매길 것인가, 어느 정도의 금액을 책정하는 것이 적당한가, 이런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확정형 과금 방식과 확률형 과금 방식을 동시에 제공하는 게임의 경우 더 도드라진다.

그리고 이쯤에서 한번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은 흔히 말하는 확률형 뽑기의 '천장'이다. 뽑기에서 제공하는 최고 등급의 '결과물'이 일정횟수 이상 등장하지 않을 경우, '마일리지'를 모두 채우면 그 최고 등급의 결과물 중 하나를 얻을 수 있게 해두는 시스템이다. 그야말로 확률형 과금의 무자비한 랜덤성을 막을 최소한의 방지책이라고도 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확률형 과금 속 조금이나마 확정성을 준 거다. 당연히 없는 것보단 훨씬 낫다.

하지만 이 정도로 확률형 과금이 주는 스트레스가 원칙적으로 줄어들지는 않는다. 결국 몇십만 원까지 결제하고도 아무것도 얻지 못한 것에 대해 주어지는 최소한의 보험 정도에 그치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유저가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 게임은 괜찮은 편이다. 그 최고 등급 중에서 또다시 '랜덤하게 하나'를 내미는 게임들이 다수니까. 이건 결국 또 다른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이제 확률형 과금, 즉 불확실한 결과물을 위해 결제하는 과금 방식은 모바일 게임뿐 아니라 PC 플랫폼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과금 방식이 과연 옳은 것일까에 대해 생각해보면 개인적으로는 '글쎄'라는 대답을 하고 싶다.

대부분의 현물 제품은 "자 여러분, 이 블라인드 패키지를 구매하시면 100원짜리인 A에서 최대 100만 원의 가치를 지닌 E까지 제품을 무작위로 얻을 수 있습니다! 아 물론 E제품은 0.01의 확률로 가져가실 수 있어요! 가격은 11만 원 입니다!"라며 판매하지 않는다. 11만 원을 내면 11만 원치의 제품을 얻을 수 있다. 11만 원을 결제했는데 실제로 얻어가는 건 만 원도 되지 않는다? 글쎄.

작년 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확률형 상품에 대한 확률정보 표시를 포함하는 개정안을 예고한 바 있다. 확률형 상품은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어떤 상품을 공급받게 될지 개봉 전에는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정보비대칭이 심한 상품이며, 그에 따라 소비자 피해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확률을 공개한다고 해서 확률형 과금이 주는 스트레스가 줄어들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2019년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전년대비 5.2% 올라간 매출 4조 2,88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고 매출이기도 하다. 물론 게임사 입장에서는 수익이 나야 게임을 유지하고 또 다른 게임을 개발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익을 거두기 위해 과도한 '확률형 과금'을 유저에게 떠넘기는 걸 과연 어디까지 당연한 원리라고 봐야 하는 걸까.

모바일 게임과 과금이 뗄 수 없는 관계라면 이제 유저들이 받는 과금 스트레스를 줄이고 좀 더 건전한 '과금 방식'을 모색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확정형 과금'은 그 밸런스를 잡아줄 수 있는 대체 방안이 충분히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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