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탑골'들의 반란

칼럼 | 박범 기자 | 댓글: 43개 |



얼마 전, TV에서 과거 유명세를 탔다가 활동을 중단했던 가수들을 재조명하는 프로그램을 봤다. 거기에 양준일이 등장해 모두에게 파란을 예고했다. 10대 사이에서 '탑골' 지드래곤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화제를 모았던 인물이었다. 그는 그 때 이후로 다시금 인기를 누리고 있다.

11일 열려 마무리된 RCK에 나왔던 전 프로게이머들이 그와 겹쳐보였다. RCK는 샌드박스네트워크의 지원 아래 '울프' 이재완 전 프로게이머가 주최했던 대회로, 지금은 현역에서 은퇴한 LoL 프로게이머들이 대거 참여해 과거 LCK 같은 느낌을 줬다.

멤버들이 화려했다. '루퍼' 장형석과 '앰비션' 강찬용, '다데' 배어진, '프레이' 김종인, '울프' 이재완은 물론, '마린' 장경환과 '인섹' 최인석, '폰' 허원석, '피글렛' 채광진, '매드라이프' 홍민기 등 기라성들이 한데 모였다. 다들 세계에 이름을 날렸던 선수들이었고 이력도 화려했다.

단순히 소수만 관심있어하는 대회도 아니었다. RCK는 개최 전부터 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이미 그들의 현역 시절 플레이를 보며 LoL e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키웠던 사람들은 물론, 이들 중 몇 명의 현역을 보지 못했던 어린 팬들도 기대를 보였다.

그런 기대와 관심을 입증하듯, RCK는 엄청난 시청자 수를 보였다. 실시간 시청자 수 5만 명을 가볍게 넘는 수치를 보였다. '탑골'이라 불릴 만한 전 프로게이머들의 경기에 다양한 팬층이 열광했다. 출전했던 선수들도 이와 화답하듯 재미난 경기를 잇따라 선보였다.

경기 룰도 센스 있었다. 2세트는 지금은 사라진 블라인드 픽으로 진행됐는데 2017년 이후 출시된 챔피언은 선택할 수 없었다. 축구로 따지면, 박지성과 안정환, 이영표 등 당대 스타들이 2002 월드컵 공인구인 피버노바로 이벤트전을 치르는 느낌이었다.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느낌을 준 재미있는 룰이었다.

RCK는 단 하루 열렸던 이벤트 매치였지만, 팬들에게 참 소중한 추억을 줬다. 일단, 코로나19로 중단된 LCK의 공백을 충분히 달랬다. '경기'에 목말랐던 팬들의 갈증을 해소해준 셈이었다. 과거 그들의 플레이를 보며 e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키웠던 팬들에겐 일종의 추억여행을 선사해주기도 했다. 대회가 끝난 이후에도 각종 커뮤니티에는 RCK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이다.

앞서 소개했던 양준일은 나이를 어느 정도 먹은 팬들의 향수와 어린 10대 팬들의 마음을 휘어잡았고 다시 방송에 출연해 제2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RCK도 이와 참 닮았다. '탑골'들이 선물해준 그때의 추억은 오래도록 마음 한켠에 남아있을 것 같다. '탑골'들의 반란은 제대로 성공했고 많은 팬들이 RCK 2회를 벌써부터 기다리고 있다.

코멘트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