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문제는 확률이야, 바보야"

칼럼 | 이두현 기자 | 댓글: 37개 |


▲ 박양우 장관

정부가 확률형 아이템을 법으로 규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이용자 보호를 위해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하겠다고 나섰다. 만족스럽진 않지만, 첫단추를 끼웠다는 측면에서 유저들은 정부의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반기는 분위기다. 유저는 아직 합성 확률에 의문을 품고, 100장 모으기 등 새로운 BM 탄생에 우려하고 있다는 걸 정부는 알아야 한다.

그동안 국내 게임업계는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를 따르며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자율규제로 대응했다. 확률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키겠다는 게 자율규제 골자다. 기구는 확률형 아이템을 법으로 제한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해외 게임사의 경우 사법관할권 제한으로 인해 실제 법 집행이 어렵다는 논리다. 시장 배제, 신뢰 박탈 등의 불이익을 사업자에 부여함으로써 제재가 가능하다고 주장해왔다.

지금까지 기구는 17차례에 걸쳐 자율규제 미준수 게임을 공개했다. 주요 게임으론 도타2(17회), 브롤스타즈(13회), 에이펙스 레전드(11회)가 있다. 하지만, 유저들이 정말 신뢰감이 잃었는지는 의문이다. 제재도 결국 언론을 통해 망신주기 이상은 아니었다. 실효성 논란이 있었고, 정부도 "불과하다"며 공감했다.

유저들이 그동안 불만을 가졌던 건 확률형 아이템의 존재여부가 아니었다. 분명 사람은 확률에서 재미를 느낀다. 하지만 그 확률이 너무 낮았다. 유저가 원하는 아이템의 확률은 소수점 세 자리가 기본이었다. 어느샌가 게임의 공략법이 돈을 얼마나 써야 하는지 액수가 돼버렸다.

정부가 유저의 불만을 받아들였다. 정부는 확률형 아이템이 사행성 우려가 존재하고, 현행 확률은 복권 수준으로 지나치게 낮으며, 공표한 확률을 신뢰하기 힘들고, 해왔던 자율규제엔 낙제점을 부여했다. 이에 익명을 원한 게임 개발자는 "정부가 이제라도 조금씩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고 평가했다.

확률형 아이템 법제화의 구체적인 모습은 올해 하반기 내에 공개될 예정이다. 아직 정부는 규제의 디테일을 발표하지 않았다. 7일 발표 직후 별도의 자리에서 정부 관계자는 "규제하겠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어떻게 얼마나 할지는 각계 의견을 듣고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다"라고 했다.

다르게 보면 정부는 구체적인 법을 공개하기 전에 게임사들에게 스스로 바뀔 기회를 준 셈이다. 문제로 지적받은 현행 확률형 아이템을 그대로 이어가면 '핀셋 규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게임사가 먼저 개선할 움직임을 보이면 부작용을 예방하는 정도에서 그칠 수 있다.

다만 기구가 우려했듯이 해외 게임사에도 정부의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적용될지 의문이다. 해외 게임사의 경우 확률을 노하우로 여겨 비공개 방침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자칫하면 정부의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역차별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정부는 이점을 고려해야 한다.

게임사가 예상되는 규제를 어떻게 우회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꼼수를 선보일지, 아니면 보다 합리적인 확률형 아이템 BM으로 개선해나갈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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