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비겁하게 치트키를 쓰다니

칼럼 | 이두현 기자 | 댓글: 24개 |



한국게임산업협회가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에 우려 목소리를 냈다. 확률형 아이템에 관한 의견이 단연 돋보인다. 기대도 안 한 자기 고백이 나왔다.

협회는 "변동 확률의 구조를 가지고 있어 그 확률이 이용자의 게임 진행 상황에 따라 항상 변동되므로 해당 게임의 개발자들도 그 확률의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비겁하게 치트키를 쓰다니. 협회는 전가의 보도 '영업 비밀'을 꺼내 들었다. 협회는 "고사양 아이템을 일정 비율 미만으로 제한하는 등의 밸런스는 게임의 재미를 위한 가장 본질적 부분 중 하나"라며 "상당한 비용을 투자해 연구하며 사업자들이 비밀로 관리하는 대표적 영업 비밀"이라고 한다.

당연히 국회라고 해서 기업이 상당한 비용을 투자한 영업 비밀을 마음대로 들여다볼 권리는 없다.

자율규제를 되돌아보게 된다. 우리나라 게임사는 한국게임산업협회 주도로 2015년 5월부터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하고 있다. 2018년 3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과 게임생태계 발전을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는 같은 해 11월 출범했다. 기구 주요 회원사로는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가 있다. 이들 3N은 한국게임산업협회 부회장사이기도 하다.

현재 게임사가 공개하는 확률은 1차 뽑기에 대한 정보다. 일반 아이템은 높은 확률, 좋은 아이템일수록 낮은 확률을 갖는다.

기구는 자율규제로 이용자는 유료 아이템 획득 정보로 권익을 보호한다고 평가한다. 게임사에 대해서는 기업과 이용자가 신뢰를 형성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유저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강화 및 합성에 대한 확률이다. '영웅' 등급 아이템 3개를 모아 '전설' 아이템으로 만들 때, 확률이 몇인지를 궁금해한다. 또 +8 강화에서 +9 강화로 갈 때 확률이 몇일지를 궁금해한다. 이 밖에 게임사들이 상당한 비용을 투자해 확률 콘텐츠로 만든 것은 다양하다. 최근 마비노기 세공 도구 확률 관련 이슈가 대표적이다.

자율규제 이전에는 1차 뽑기 확률 정보도 영업 비밀이었다. 기구와 협회는 자율규제를 국내 게임사는 잘 지키지만, 외국계 게임사가 동참하지 않는다고 비판한 바 있다. 기구는 도타2, 브롤스타즈, 에이펙스 레전드, 카운터 스트라이크가 영업 비밀을 공개하지 않는다며 '자율규제 미준수 게임물' 딱지를 붙였다.

협회 논리면 외국계 게임사는 자신들의 영업 비밀을 유지하는 것인데 어째서 비판하는지 의문이다.

결국 게임사는 공개해도 되는 확률을 자율규제라 칭한 것에 불과하다. 알려도 무관한 건 진짜 정보가 아니고 자율규제가 아니다. 게임사는 '이 정도는 공개해도 매출에 문제는 없다'는 걸 상당한 비용을 투자한 연구 결과로 알았을까. 진짜 유저들이 알고 싶은 정보는 변동 확률과 영업 비밀 아래에 감춰져 있다. 이럴 거면 그냥 자율규제도 그만두는 게 낫다. 영업 비밀을 뭐하러 알려주나.

이번 협회 의견은 게임사 입장이다. 게이머 입장은 아니라는 것을 국회가 알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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