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점검] '확률형 아이템'에 드리운 그림자... 게임업계, 기로에 서다

칼럼 | 이종훈,양영석,이현수 기자 | 댓글: 206개 |



지난 주, 게임업계에 또 하나의 커다란 이슈가 떠올랐다.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이 발의한 게임산업진흥법(이하 게임법) 개정안이다. 이로 인해 '캡슐형 유료 아이템', 이른바 확률형 뽑기의 사행성 이슈가 다시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캡슐형 유료 아이템'은, 과거 오프라인에서 판매되던 캡슐형 뽑기 완구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돈을 넣고 뽑아서 열어보기 전까지 그 내용물이 무엇인지 알 수 없도록 되어 있다는(혹은 반투명 캡슐로 되어 자세히 관찰하기 어려운) 것이 캡슐형 완구의 특징이다. 돈을 내고 구매해서 열어볼 때까지 무엇이 나올지 모른다는 점에서 보면 게임 속 확률형 아이템과 꼭 닮은 모습이다.

유래야 어찌 됐건, 사실 캡슐형 아이템이라는 용어는 요즘 청소년이나 그보다 어린 게이머들에게 그리 익숙치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캡슐형 유료 아이템' 대신 '확률형 유료 아이템'이라는 용어로 쓰고자 한다.

확률형 아이템의 사행성은 그다지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 오래전부터 수차례 도마 위에 올랐으며, 2008년 게임산업협회가 자율규제안을 발표한 적도 있다. 이미 꽤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어왔다는 것이다.

확실히 한 번 짚어볼 필요는 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확률형 아이템 이슈는 어떻게 흘러왔을까?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 대응 방식을 취하고 있을까? 정우택 의원의 개정안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그리고, 이러한 작금의 상황 속에서 게임업계는 어떻게 대응해나가야 바람직할까?

인벤에서는 이 모든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자, 확률형 아이템 이슈를 총체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기사를 준비했다.



■ 확률형 아이템 문제점 대두 - 자율규제의 역사

[2008년, 확률형 유료 아이템 자율 규제안 제시]

2008년, 한국게임산업협회에서는 '캡슐형 유료 아이템(확률형 아이템) 서비스 제공에 대한 자율준수 규약'을 만들어 발표했다. 간략하게 살펴보면, ▲구매 전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을 것 ▲청소년보호정책에 의거, 아동 및 청소년의 월 구매한도를 자율적으로 설정해 운영할 것 ▲법정대리인이 요청할 경우, 해당 서비스 이용내역을 통지할 것 등이다.

규제안에서는 아이템의 구성 내용도 어느 정도 제한하고자 했다. ▲아이템의 결과값에 '0'(꽝) 또는 (판매 가격에 비해) 가치가 현저히 낮은 결과물 포함 금지 ▲게임 진행에 필수인 아이템을 오직 유료 아이템을 통해서만 얻도록 하는 행위 금지 ▲법으로 금지하는 사행행위 용어 사용 금지(카지노, 슬롯머신, 복권, 로또 등)가 핵심이다. 여기에 이러한 사항들을 준수하기 위한 모니터링 실시 방안도 포함됐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때부터 문제의 핵심은 어느 정도 짚어냈다고 볼 수 있다. 아이템 구성에 관해 내놓은 기준들이 상당 부분 자의적으로 해석될 우려가 있긴 했지만 말이다. 중요한 것은 실행 여부다. 이 자율규제안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결국 몇 년이 지난 후 국정감사에서 거론될 정도로 중요한 이슈가 됐다.


[2011년, 확률형 아이템 가이드라인을 확립하겠... 셧다운제 폭풍이?]

2008년 자율규제안에 포함된 내용들은 다소 애매한 부분이 있을지언정, 현상에 대한 핵심은 어느 정도 짚어내고 있었다. 다만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고, 같은 결과가 반복되자 2011년 국정감사에서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대한 안건이 재차 거론됐다.

2011년 7월, 게임물등급위원회는 확률형 아이템 운영과 관련해 주요 게임사 10곳(당시 기준 - 네오위즈게임즈, 스마일게이트, CJ E&M 게임즈,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 엔씨소프트, 액토즈소프트, 엠게임, NHN, 넥슨, 한빛소프트)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마련했다. 하지만 해당 업체 전원이 불참함으로써 자리는 무산됐다.

이후 8월에도 확률형 아이템 현황조사를 위한 자료를 요청했지만, 업체들은 이를 영업비밀과 관련된 부분이라 주장하며 제출하지 않았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사 비즈니스 모델의 일환이며, 콘텐츠 내용 심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자율적인 영업활동 권리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배경 아래, 9월 국정감사에서 확률형 아이템 규제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나라당 이철우 의원 측에서 '일부 온라인 게임들이 제공하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이 사행성을 조장하고 있다'는 사안을 꺼낸 것이다.

당시 네오위즈에서 서비스하던 '배틀필드 온라인'의 경우, 500원짜리 '분대장 포상' 아이템에서 얻을 수 있는 게임머니에 대해 문제가 제기됐다. 확률에 따라 2,000포인트에서 1,000,000포인트까지, 같은 가격의 아이템이지만 단지 '확률'에 의해 500배의 가치 차이를 보이는 셈이다.

비슷한 사례로,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의 '미르의 전설2' 역시 도마에 올랐다. 660원짜리 '혈통의 상자'에서 확률에 따라 '초공행서 5개(110원)'부터 '천령수(13,200원)'까지 랜덤 당첨된다는 점에서 '사행성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았다.

2008년 자율규제안에는 '아이템의 결과값에 '0'(꽝) 또는 (판매 가격에 비해) 가치가 현저히 낮은 결과물 포함 금지'라는 항목이 명시되어 있다. 위 두 사례가 해당 항목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이 이철우 의원의 주장이다. 그간 내세워왔던 '업계 자율규제의 실효성'에 정면 제동을 건 것이다.




자율규제안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는 비판 근거는 하나가 더 있다. 2008년 자율규제안을 마련할 당시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이를 준수하기 위해 상설 모니터링 기구를 설치, 운영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모니터링 기구에 관한 규약 역시 지켜지지 않았고, 이는 자율규제의 목소리를 무색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족쇄가 됐다.

이에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에서는 "10월 말까지 업체로부터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가이드라인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에 불응하거나 제출한 가이드라인의 확률 축소 정도가 약하다고 판단되면 문화부가 직접 개입하겠다는 강경 입장도 함께 전했다.

하지만 새로운 가이드라인 논의는 문화부가 언급한 기간을 한참 넘긴 이듬해 5월경까지 이어졌다.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 중 주된 원인을 꼽자면 2011년 11월 셧다운제와 2012년 2월 쿨링오프제의 연이은 이슈화라고 할 수 있다. 게임업계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던 제도였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말았다.


[2012년~2013년 - 일본의 결제금액 제한 조치, 확률형 아이템의 '사행화'를 막아야...]




그러던 중, 2012년 4월 GREE, DeNA 등 일본 대형 모바일 게임사들이 청소년 결제금액 제한을 결정했다. 15세 이하 한 달 5,000엔(당시 기준 약 7만 원), 19세 이하 한 달 10,000엔(당시 기준 약 14만 원)으로 상한선을 그은 것이다. 일본의 이러한 동향 역시 확률형 아이템으로 인한 청소년 과소비 조장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기인하고 있다.

당시 문화부는 '국내에도 결제 상한선을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비친 바 있으며, 금액도 국내 사정에 따라 더 낮출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게임업계에서는 금액 상한선이 너무 낮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PC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은 기본적으로 투입되는 비용의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일본과 같거나 낮은 수준의 상한선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어쨌거나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매듭지어야 했던 문화부로서는 참고할만한 가치가 충분했을 것이다. '사행성'이라는 키워드는 언제나 살얼음판을 걷듯 민감한 부분이었다. 사행성 게임과의 전쟁은 최광식 46대 문화부 장관의 임기 말 즈음인 2013년 초부터 시작돼 장기전으로 이어졌다. 유진룡 장관을 거쳐 현 김종덕 장관에 이르기까지, 웹보드를 주 타겟으로 한 사행성 게임 규제는 꾸준히 일관된 노선을 지켜왔다.

이는 사행성에 대한 문화부의 입장이 얼마나 완고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만약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사행성이라는 프레임으로 고정 되어버리면 더이상 주무부처의 비호도 받을 수 없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확률형 아이템으로 인한 과소비, 자율규제 실효성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지는 상황. 게임업계가 유의미한 뭔가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빠져나올 수 없는 테두리에 갇혀버리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2014년 - K-IDEA, 강화된 자율규제안 발표... "구매 이전 단계까지 검토"]

2014년 8월, 중국이 확률형 아이템 규제 대열에 뛰어들 조짐을 보였다. 모바일 게임의 도박 요소를 예방하고, 확률형 아이템을 도입한 모바일 게임업체들의 질서 유지를 논의한 것이다. 중국은 마카오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도박을 불법으로 규정한 만큼, 중국 정부의 향후 행보도 주시해야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어 11월, K-IDEA(구 한국게임산업협회)가 다시 한 번 공식적인 자율규제안 카드를 내밀었다. 사실상 문화부가 추진하던 2011년의 가이드라인에 대한 결과물로 봐도 될 것이다. 기존에는 '확률형 아이템의 구성 내용과 그 사용' 단계, '모니터링 및 이행 여부 점검의 사후관리' 단계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새로운 자율규제안은 이에 비해 좀 더 명확하고 넓은 범위를 아우르는 방향이다.

그렇다면 K-IDEA의 자율규제안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이는 기존에 비해 '구매 전 단계'를 강화했다는 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전체이용가 게임을 대상으로, ▲확률형 유료 아이템의 결과물 범위 공개 ▲인챈트(아이템 강화) 결과물 범위 공개 및 경고문구 게시 ▲청소년 과소비 보호 정책 추진 및 강화를 내세운 것이다. 이는 기존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기반으로 했던 것에 비하면 보다 적극적인 강수다.

즉, 확률형 유료 아이템을 결제해 사용했을 때 어떤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지, 그 목록을 미리 공개하는 것이다. K-IDEA는 이와 함께, 이전부터 문제시됐던 모니터링 및 사후 이행 점검에 관련된 부분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K-IDEA가 2014년 11월 발표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안



■ 확률형 아이템, 해외 국가들의 대응은? - 일본, 중국, 북미 사례

확률형 아이템, 뽑기에 대한 문제는 국내에서만 불거진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모바일 게임이 유행하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한 번쯤 지적됐던 문제이기도 하다. 비교적 최근에 모바일 게임 시장이 활성화된 중국에서도 2014년 중순경에 모바일 게임 뽑기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북미나 유럽에서는 뽑기를 자제하거나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북미나 유럽에 뽑기 요소가 있는 게임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다만, 그들은 뽑기에 대한 보상이 대체로 풍성한 편이고, 업체 스스로 확률형 아이템을 이용한 비즈니스 모델에 신중을 기해왔다. 물론 그렇지 않은 몇몇 기업들도 있었지만 말이다.

확률형 아이템은 흔히 '가챠'라고도 한다. 어원에서 느껴지듯 '가챠'는 일본에서 유행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고, 수익성이 높다는 점 역시 잘 알려져 있다. 카드 기반의 게임들이 큰 인기를 끌면서부터 일본에서는 '가챠'라는 비즈니스 모델이 일상화됐다. 가챠의 높은 수익성은 Mobage, GREE, DeNA 등 대형 소셜 게임사들의 성장 원동력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그러나 2012년 5월, 일본 소비자청은 많은 확률형 아이템 중 하나인 '콤플리트 가챠'가 기존의 상거래 법을 위반했다고 발표했다. '콤플리트 가챠'는 뽑기를 돌려서 특정 아이템 혹은 카드 조합을 완성하면 레어 아이템이나 카드를 지급하는 방식이 일반적인 형태라고 볼 수 있겠다.



콤플리트 가챠의 예시 (이미지 출처 : 요미우리 신문)

당시 일본에서는 '아이돌 마스터즈: 신데렐라 걸즈'나, '건담 카드 콜렉션'등의 게임이 이런 콤플리트 가챠를 통해 큰 수익을 내고 있었다. 실제로 콤플리트 가챠 아이템을 모으려면 거액을 쏟아부어야 하고, 중복된 아이템이 나올 경우 해당 카드나 아이템이 쓸모없게 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일본 소비자청의 발표에 따르면 64만엔(당시 한화 약 700만 원)을 소비했지만, 아이템을 획득하지 못했다고 하는 30대 남성도 있었다고.

그러나 일본 소비자 보호청의 발표가 있은 후, DeNA 및 GREE 등 일본의 6개 소셜게임사는 자사게임에서 '콤플리트 가챠'를 5월 말까지 폐지하겠다고 밝혔고, 실제로 콤플리트 가챠는 사라졌다. 정부까지 나서서 문제를 지적하자, 일본 업계가 스스로 해결하려고 나선 것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일본 업계는 시장 건전화를 위해 유료 뽑기 아이템의 가이드라인을 책정해 공개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리고 약 2달 후, 일본 온라인 게임협회(Japan Online Game Association, JOGA)와 일본 소셜 게임협회(Japan Social Game Association, JASGA)의 주도 하에 가이드라인이 공개됐다.

덤으로, JASGA는 일본 소비자청이 지적한 '콤플리트 가챠'에 대해서 약 10가지 예시를 들어 가이드라인과 지침을 정하고, 이를 금지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자사가 개발중인 게임에 이런 콘텐츠가 있다면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볼 것을 권하기도 했다.

일본 온라인 게임 협회 발표 '랜덤성 상품 제공 지침'의 주요 사항

■ 유료 가챠의 설정에 관한 사항

▲유료 가챠에서 가챠 레어 아이템을 제공하는 경우 다음 중 하나를 준수해야 한다.

  • 하나의 가챠 레어 아이템을 얻을 때까지의 추정 금액 상한은 유료 가챠 1회 결제 금액의 100배 이내로 한다. 해당 상한도를 초과할 경우, 가챠 페이지에 추정금액과 배율을 표시한다
  • 하나의 가챠 레어 아이템을 얻을 때까지의 추정 금액 상한은 50,000엔 이내로 하고, 상한을 초과할 경우 가챠 페이지에 추정 금액을 표시한다.
  • 가챠 레어 아이템의 제공 비율의 상한과 하한을 표시한다.
  • 가챠 아이템의 종류마다 그 제공 비율을 표시한다.

    ▲ 유료 가챠 내용은 다음 중 하나를 준수해야 한다. 또한 유료 가챠에서 제공하는 가챠 아이템의 가치에 대해, 그 가액이 명기되어 있지 않은 경우 가능한 한 그와 유사하거나 비슷한 아이템의 가격을 참조한다.

  • 유료 가챠 1회 이용 시 제공되는 가챠 아이템의 가치는 유료 가챠 1회 가격과 같거나 그 이상으로 한다.
  • 유료 가챠 10회 이용 시 제공되는 가챠 아이템의 제공 비율 기대치의 가치는 유료 가챠 10회 액수와 동등 또는 그 이상으로 한다.
  • 유료 가챠의 이용 금액의 합계가 5,000엔인 경우 유료 가챠에서 제공되는 가챠 항목 제공 비율의 기대치의 가치를 5,000엔과 동등 또는 그 이상으로 한다.

    ▲ 아무런 가챠 아이템이 제공되지 않을 수 있는 유료 가챠는 제공하지 않는다.


    ■ 유료 가챠의 운용에 관한 사항

    ▲ 가챠 아이템의 제공 비율은 사전 공지 없이 이를 변경하지 않는다. 긴급 상황에도 예외는 아니나, 변경 가능성 발생 시점에서 가급적 신속하게 사실을 알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 유료 가챠의 운용은 운용 책임자가 정하는 것으로 한다.
  • 운용책임자는 유료 가챠를 제공하기 전에 해당 유료 가챠의 가챠 아이템 제공 비율을 승인, 해당 승인 사실을 서면 등으로 기록하는 제도를 사내에 구축한다
  • 운용책임자는 유료 가챠가 설정된 대로 적절히 가동됨을 확인하고, 서면등으로 확인결과를 기록하는 제도를 사내에 구축한다.

    ▲ 유료 가챠의 가챠 아이템의 제공 비율을 쉽게 변경되지 않도록 시스템 설계에 유의하여야 한다.

    ▶ 랜덤형 상품 제공 방식에 대한 표시 및 운영지침(원문)

  • 해당 지침이 발표된 이후, JOGA와 JASGA에 가입된 일본 개발사 및 퍼블리셔들은 모두 이 지침에 따르고 있으며, 2012년 이후 일본에서 '콤플리트 가챠'의 형태는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Mobage나 GREE 등의 경우 협회에 가입하지는 않았지만 자발적으로 지침을 준수하고 있다.

    랜덤성 아이템에 대해 정부가 지적하고 나서는 상황에 이르자, 일본의 게임업계는 자정 작용에 적극 나서며 상당히 신속하게 지침을 확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움직임이 일본에서 게임 규제 법안이 생기는 것을 예방했다고 볼 수도 있다. '자율 규제'가 효과적으로 이뤄진 사례다.



    ■ 규제의 문턱 앞에 선 확률형 아이템 - '확률형 아이템의 범위'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를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 2조 제 2호 중 “함은 게임물의”를 “함은 다음 각 목에 관한 게임물의”로, “폭력성·선정성(煽情性) 또는 사행성(射倖性)의 여부 또는 그 정도와 그 밖에 게임물의 운영에 관한 정보를”을 “정보를”로 하고, 같은 호에 각 목을 다음과 같이 신설한다.

    가. 폭력성의 여부 또는 그 정도

    나. 선정성(煽情性)의 여부 또는 그 정도

    다. 사행성(射倖性)의 여부 또는 그 정도

    라. 게임물의 이용을 통하여 획득할 수 있는 유·무형의 결과물(점수, 경품,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가상의 화폐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게임머니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이와 유사한 것을 말한다. 이하 “유·무형결과물”이라 한다)의 종류, 구성 비율 및 획득 확률

    마. 그 밖에 게임물 운영 관련 사항

    제 32조 제 1항 제 7호 중 “유·무형의 결과물(점수, 경품,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가상의 화폐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게임머니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이와 유사한 것을 말한다)을”을 “유·무형 결과물을”로 한다.


    부 칙


    제 1조 (시행일) 이 법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제 2조 (게임물내용정보 변경에 관한 경과조치) 이 법 시행 당시 유통·이용되고 있는 게임물 중 제 2조 제 2호의 개정규정에 따른 게임물 내용정보를 포함하지 아니하는 게임물에 대하여는 같은 개정규정에 불구하고 이 법에 따른 게임물 내용정보를 포함한 것으로 본다.

    개정안의 골자를 살펴보자. '확률형 아이템'을 구입해 사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은 무엇이며 그 가치는 얼마나 되는지, 구성 비율과 각각의 획득 확률은 어떻게 되는지 등의 정보를 게임 이용자에게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다. 즉, 본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게임사들은 '무작위 획득'으로 되어있는 각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여기에 한 가지 논란이 될 소지가 있다. 바로 '확률형 아이템'의 범위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 현금으로 구입한 뒤 일정 확률로 게임 머니나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뽑기 형태만을 지칭하는지, 아니면 게임 내 몬스터가 드랍하는 아이템의 확률까지를 말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만약 전자에 해당한다면, 게임에서의 과소비와 사행성을 낮춤으로써 건전한 게임문화를 조성한다는 정우택 의원실의 의도가 어느 정도 수긍이 된다. 실제 유저들 사이에서도 확률형 아이템에 매겨진 과도한 사행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후자를 가리키는 거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만약 개정안에서 언급되어 있는 '확률형 아이템'을 확대 해석한다면, 어떠한 형태로든 랜덤 요소가 들어있는 게임을 아예 만들 수 없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기본적으로 확률에 기반한 요소를 완전히 배제한 채 게임을 만들기가 지극히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생각보다 훨씬 위력적인 규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분명하게 확인하고자, 정우택 의원실에 연락을 취해보았다. 정 의원 측은 "해당 법안에 관한 내용은 기존 보도자료에 밝힌대로가 전부이며, 추가적인 입장 표명은 더 이상 하지 않기로 당내 합의했다"고 밝혔다. 덧붙여, "보도자료에 명시된 내용을 근거로 해석하시면 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현재 정 의원을 비롯한 새누리당에서도 본 개정안에 대한 다음 단계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이 안건이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게임업계는 바로 이 부분에 촉각을 곤두세워야할 필요가 있다.



    ■ K-IDEA - "자율규제에 힘 실어달라" 게임개발자연대 - "입장 표명 바람직하지 않아"




    이에 대한 반응은 찬반으로 나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개정안에 동의하는 의견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과거 강제적 셧다운제나 게임중독법 논란이 벌어지던 때와 비교하면 생경한 모습이다. 우선 개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확률형 아이템 모델을 전면적으로 금지하자'는 것이 아니다.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의 종류와 구성 비율, 획득 확률 그리고 보상 아이템의 가치 등 구매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현재로서는 지배적이다.

    반면, 개정안을 반대하는 측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간섭 자체가 과도한 규제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확률형 아이템은 부분유료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대다수 온라인 및 모바일 게임에서 매출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주요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다. 즉, 규제가 적용되면 대다수의 게임사는 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 게임들은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심의를 받을 때 이미 확률형 아이템 모델에 관한 항목도 함께 점검하도록 되어 있다. 즉, '이미 한 차례의 규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번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국내 기준으로 규제할 수 없는 외국 게임들과 형평성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K-IDEA 김성곤 사무국장(좌)과 게임개발자연대 김종득 대표(우)

    한국 인터넷 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의 김성곤 사무국장은 입법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법적 규제가 굳이 필요하겠느냐는 입장이다.

    김 사무국장은 "작년 발표한 자율규제안은 현재 내부 조율이 끝난 상태"라며, "현재 기업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짜고 있어 상반기 중에는 본격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전세계적인 추세가 자율규제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데, 법적 규제보다는 자율규제에 힘을 실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어 김 사무국장은 "게임산업 특성상 글로벌 시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법적인 규제에 나설 경우 역차별 문제나 실효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게임개발자연대 김종득 대표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게임개발자연대가 개입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뜻을 전했다. 게임 셧다운제의 경우 개발자들의 자존심과 명예가 걸린 부분이어서 개입했지만, 확률형 아이템의 경우 개발자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김 대표의 말이다.

    이어 그는 "게임개발자연대는 앞으로도 개발자의 근무 여건 등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이번 건에 대해서는 모바일 게임 협회 등 사업자들의 논의를 통해 좋은 방향으로 판단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첨예한 대립각, 키워드는 '실효성' - 자율규제 주도권 되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이번 논란의 좀 더 안쪽을 살펴보자. 그 핵심은 자율규제안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닌 '실효성'에 있다. 2008년부터 시작된 자율규제 움직임은 드물긴 했지만 종종 그럴듯한 결과물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실제 그것이 제대로 작동했느냐'고 지적한다면, 꼼짝없이 칼자루를 넘겨줄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물론, 게임업계의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만도 하다. 새로운 자율규제안이 발표된 것이 불과 3~4개월 전이다. 2015년으로 넘어온 후에는 약 280억 원 규모의 예산 투입을 발표하는 등, 미약하게나마 게임산업 진흥의 움직임이 물꼬를 트나 싶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느닷없이 규제 느낌의 법안이 거론됐다. 그것도 매출 감소와 직결될 가능성이 다분한 법안이다. 일부에서 일고 있는 혼란스럽다는 반응은 그다지 이상할 게 없다.

    비용과 수익성만을 따져봤을 때, 확률형 아이템 판매가 새로운 콘텐츠 개발보다 유리하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다만 정 의원은 여기에 게임 밸런스와 연계되는 유료 아이템을 성인뿐 아니라 미성년자에게도 판매한다는 점을 덧붙였다. 이렇게 완성된 '업계 스스로 게임의 질과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논리는 그리 만만치 않아 보인다.

    현실을 본 개정안은 이제 출발선을 떠났을 뿐이다. 관련 위원회 심사만 몇 차례의 절차가 있고, 본회의까지 통과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그 사이에 있을 공청회 등에서 관계자들끼리 첨예한 대립이 벌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다면 게임업계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 이 사안 자체를 적극적이고 진지한 태도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법안 발의 이후 전체적인 분위기를 살펴봤을 때, 이번 법안이 업고 있는 논리적 당위성은 그냥 지나치기 어려워 보인다. 노파심에 하는 말이지만, 이 와중에 '규제하려는 정부 vs 이에 맞서야하는 업계'라는 이분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그리 현명하지 않아 보인다.

    포인트는 집단과 집단의 이해관계가 아니다. 업계 전체의 긍정적인 방향을 모색하고자 하는 개개인의 목소리다. 그 과정에서 진정한 의미의 게임 진흥을 주도하고자 한다면, 자발적으로 부정적인 요소를 척결해 나가려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업계 자체적으로 자율규제안을 시행 중에 있다"는 말로 비판의 파상공세를 막아내기엔 역부족이다. 그 정도 논리로 받아치기에는 지난 7년간 쌓아온 안일함이 너무 크다. 그 시간 동안 내부에서 자라오던 문제점을 결국 정부가 먼저 짚고 들어온 것이다.

    커질대로 커졌다지만, 이 문제를 바로잡으려는 시도만큼은 반드시 업계 스스로 해내야 한다. 다시 '자율'을 논하고자 할 때, 모든 사람들이 흔쾌히 믿고 지켜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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