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게임 업계, 해결할 문제는 '심의'만이 아니다

칼럼 | 윤홍만 기자 | 댓글: 33개 |



지난 6월, 국내 게이머들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스팀 게임이 등급 분류로 인한 지역 제한으로 국내에서 서비스가 차단될지도 모른다는 소식이었다. 루머에 불과했지만, 파장은 컸다. 게이머들이 들고 일어섰고 국회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 이상헌 의원 등이 나서서 고루한 게임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고 이에 대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 통과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하지만, 급한 불은 끈 셈이다.

그러나 게임 산업과 관련한 문제들이 전부 해결된 건 아니다. 등급 분류와 관련한 사전 심의 외에도 확률형 아이템 문제, 고전 게임기(월광보합) 유통에 따른 저작권법, 그리고 계정 및 아이템의 소유권에 이르기까지 아직도 수많은 문제가 산재해 있을뿐더러 해결이 요원한 상태다.


1. 끝나지 않는 확률형 아이템 문제
자율규제 VS 법률적 규제




최근 이슈화된 스팀 중단을 제외하고 게이머에게 있어서 가장 민감한 이슈를 꼽으라면 역시 확률형 아이템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과거 PC 온라인 게임 시절에도 확률형 아이템은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주류가 아니었기에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문제가 된 건 모바일 게임 시대가 본격화되고 확률형 아이템이 모바일 게임의 핵심 BM으로 자리매김하면서부터다.

확률형 아이템이 가진 문제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해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극악할 정도로 낮은 확률이다. 1%, 0.1%는 예사고 심할 경우 0.001% 이하의 확률도 존재한다. 거의 복권 당첨에 맞먹는 수준이랄 수 있다. 두 번째는 낮은 확률로 인한 반복적 과다 결제 유발 가능성으로, 사행성 우려가 존재한다. 끝으로 세 번째는 자율 규제 옹호 측이 내건 공표 확률의 진실성 논란이다. 외부에 공개한 확률과 실제 확률이 다를 수 있다는 부분으로, 과거 몇 차례나 논란이 되어왔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해결책 마련은 요원한 상태다. 이는 지난 5월,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이 발표한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만 봐도 알 수 있다. 문체부는 당시 확률형 아이템의 범위를 재정의했다. '유료로 구매한 상품' 외에도 '강화형 아이템'까지 확률형 아이템으로 정의해 강화 확률 또한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문제는 확률 공개 자체가 큰 실효성이 없다는 부분이다. 확률 공개를 중심으로 한 자율규제를 지지하는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측은 확률 공개에 대해 "확률을 강제하는 대신 확률을 공표함으로써 시장 배제, 신뢰 박탈 등의 강력한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주장임은 굳이 말할 것도 없다. 실제로 확률을 공표한, 그리고 공표하지 않은 그 어떤 게임사도 이에 대한 현실적 불이익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규제의 허점을 파고들어 새로운 확률형 시스템이 등장할 정도. 이는 결과적으로 확률을 공표하는 것만으로는 이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방증한다.



▲ 자율규제 미준수 게임물 공표는 실효성이 거의 없는 게 사실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확률 공표를 위시한 자율규제에 찬성하는 기업 측 의견과 정부 차원에서 확률을 강제하는 법률적 규제를 옹호하는 게이머 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2015년부터 시행된 자율규제안이다. 5년이 지난 지금, 확률 공개를 넘어선 근본적인 해결책 모색이 필요한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2. 고전 게임기(월광보합) 저작권법
정품이라고 해서 산 게임기가 불법?




확률형 아이템 규제 문제 외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는 또 있다. 바로 월광보합과 판도라 박스로 대표되는 불법 고전 게임기의 유통 문제다.

고전 게임을 좋아하거나 홈아케이드에 관심이 있다면 아마 한 번쯤은 들어봤을지도 모를 이름이다. 그러나 이러한 고전 게임들 대부분은 저작권법을 위반한 불법 합본팩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불법 고전 게임기들은 어떻게 지금도 버젓이 오픈마켓을 통해 팔리는 걸까.

먼저 기본적으로 이러한 고전 게임들의 단속 자체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고전 게임들의 단속은 기본적으로 저작권자가 고소를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80~90년대 오락실 게임들이 대부분이기에 저작권자 역시 일일이 고소를 진행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가장 최근이라고 해봤자 2018년 SNK가 네오지오 미니 출시를 앞두고 단속을 한 게 전부다.



▲ 반대로 생각해보면 SNK 외의 게임은 문제 없다는 식으로 보일 여지가 있다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불법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점이다. 지금도 오픈마켓을 통해 찾아보면 많은 수의 고전 게임기들 '합법'임을 내걸고 있다. 구매자로서는 합법이라고 하니 선뜻 믿을 수밖에 없고 판매자 역시 중국에서 들여온 상품을 팔 뿐이라고 말한다. 애초에 불법이라고 인식하지 않으니, 이런 부분에 대한 신고 역시 잘 들어오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고전 게임기 대부분이 일종의 공기계 상태로만 팔리기에 저작권법을 교묘하게 피하고 있다. 공기계를 판 후 게임은 인터넷 연결을 통해 별도로 다운받도록 하는 식이다.




몇 년간 저작권자의 방치로 인해 물밑에서 암암리에 퍼져 나간 고전 게임기는 이제 물 위로까지 올라온 상태다. 슈퍼패미컴 미니, 메가드라이브 미니, 플레이스테이션 클래식 등 고전 게임기들이 부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데 더해 올바른 저작권법 확립을 위해서라도 이에 대한 명확한 법망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3. 끝나지 않는 계정/아이템 소유권 문제
내 계정인데 소유권은 회사에게?




일반적으로 게임사들은 계정을 거래하거나 양도하는 걸 금지하고 있다. 단순히 현거래 방지를 위해서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게임 계정을 비롯한 디지털 콘텐츠의 소유권은 유저가 아닌 게임사가 가지고 있으며, 유저에게는 계정 및 아이템에 대한 이용권한만 부여되기 때문이다.

■ NC 서비스 이용약관 제17조 (저작권 등의 귀속)
① 게임서비스 내 회사가 제작한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기타 지식재산권은 회사의 소유이며, 회사는 회원에게 이를 게임서비스와 관련하여 회사가 정한 조건 아래에서 이용할 수 있는 권한만을 부여합니다.

■ 넥슨 서비스 이용약관 제20조 (저작권 등의 귀속)
① 회사가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의 지적 재산권을 포함한 모든 소유권은 회사에게 있으며, 서비스를 이용하는 회원은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 범위 내에서 이용권을 가집니다. 즉, 회원은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일정기간 동안 회사가 제공하는 각 서비스 범위 내에서 이용할 권한을 갖는 것이며, 이를 회사가 정한 방법 이외의 방법으로 이용 또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 넷마블 서비스 이용약관 제22조 (저작권 등의 귀속)
① "서비스" 내 "회사"가 제작한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기타 지적재산권은 "회사"의 소유입니다.
"회사"는 "서비스"와 관련하여 "회원"에게 "회사"가 정한 이용조건에 따라 게임이나 캐릭터, 게임아이템, 게임머니, 사이버포인트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이용권만을 부여하며, 회원은 이를 유상양도, 판매, 담보제공 등의 처분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

비단, 게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음원 스트리밍, 전자책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문제들은 몇 차례 발생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난해 서비스를 종료한 MS의 전자책 '누크'를 들 수 있다. 당시 MS는 이용자들에게 전액 환불을 약속했지만, 그럼에도 불만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자신이 '구매'한 전자책이 사라진다는 것에 대해서 많은 이용자들이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건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아날로그 관점에서 보면 게임, 음악, 책을 사면 그 소유권은 구매자에게 이양된다. 불법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변형과 가공도 가능하고 제3자에게 판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 패키지 형태의 게임은 타인에게 양도, 거래가 가능하다

하지만 디지털 콘텐츠는 다르다. 물리적인 재화가 아니기에 사전적인 의미에서 재산으로 판단되기 어렵다. 그렇기에 구매라고 하지만, 디지털 콘텐츠의 소유권을 구매하는 것이 아닌 이용권을 구매하는 것에 가깝다.

다만, 그렇다고 모든 디지털 콘텐츠가 타인에게 양도가 불가능한 건 아니다. 엄밀히 말해서 양도와는 다르지만, 게임사의 재량에 따라 계정을 상속하는 예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소유권이 아닌 이용권을 양도하는 것이기에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할 순 없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건 구체적인 법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와 관련한 법안은 번번이 무산됐다. 지난 2013년,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김장실 의원이 디지털 유산 상속과 관련한 법안을 발의했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됐을 정도다.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소비자인 게이머들뿐이다. 양도나 상속에 관한 법이 없으니 약관 등이 자연스레 게임사에 유리하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 앞으로 게임 산업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문제는 그와 함께 이러한 콘텐츠 소유권 문제 역시 더욱 불거질 수밖에 없다. 디지털 콘텐츠 소유권 문제, 이제는 이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4. 도 넘은 中 게임의 허위, 저질 광고
앞으로는 민간 + 법제화 투 트랙으로 규제한다




문제들이 산재한 가운데 해결 가능성을 모색한 것도 있다. 바로 중국산 게임의 허위, 저질 광고 규제안이다.

지난 5월, 문체부는 '게임산업 진흥 종합 계획'을 통해 게임 광고와 관련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자율 규제와 법제화를 통한 투 트랙 전략으로 전방위에서 저질 광고를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먼저 이를 위해 게임법을 개정해 부적절한 게임 광고를 제한할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등급 분류 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게임 광고만 규제의 대상이었으나, 법령이 신설되면 지나친 선정성 등 올바른 게임 이용을 해치는 광고를 규제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또한, 이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협조 없이도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주도적으로 부적절한 게임 광고를 제한할 수 있게 된다.




법령을 신설하는 동시에 문체부는 민간 자율 심의기구를 지원함으로써 규제를 더욱 촘촘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법령을 통한 규제는 강력하지만, 규제안이 강력해지면 강력해질수록 반대급부로 검열 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즉, 자율 규제와 법제화라는 투 트랙 전략을 통해 규제의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문체부가 해당 계획을 발표한 지 이제 약 3개월이 지났다. 과연, 새롭게 개정될 광고 규제안은 업계에 만면한 저질 광고를 뿌리 뽑을 수 있을까. 건전한 게임 문화 확립을 위해서라도 문체부가 준비 중인 광고 규제 개정안이 하루빨리 발표되길 바란다.


5. 중소게임사, 게이머 모두 울리는 환불 대행업체
환불 대행 금지와 관련한 법제화 마련이 시급하다




이제는 전문화된 모바일 게임 환불 대행과 관련한 문제도 해결책 모색이 필요한 상황에 다다랐다. 모바일 게임을 주로 하는 게이머라면 환불 대행 광고를 몇 번 봤을지도 모르겠다. 대부분 광고하는 내용은 뻔하다. 이미 쓴 재화도 환불할 수 있다고 한다. 평범하게 게임을 즐기던 게이머나 접으려고 하는 게이머 모두 혹할 수밖에 없다. 원하는 게 나오지 않은 게이머는 환불 받고 또 과금하면 된다는 마음에, 접으려고 하는 게이머는 어차피 접을 테니 환불이나 받자는 생각에서 환불 대행을 의뢰한다.

문제는 이러한 환불 대행 대부분이 불법이라는 것이다. 구글이나 앱스토어의 환불 약관에 따르면 실수로 구매한 경우, 광고와 실제 상품이 다른 경우, 그리고 카드 도용 등은 환불이 가능하다고 적혀있다. 그리고 대행업체는 환불 약관을 이용해 환불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당연히 실제로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단순 변심으로 인한 환불인 만큼, 이는 약관을 악용한 것이기에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환불 대행업체가 사기를 치는 경우도 많다. 환불이 몇 차례에 걸쳐 이뤄진다고 하면서 환불액보다 많은 수수료를 받은 후 잠적하는 사례다. 게이머로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지만, 환불 약관을 악용했다는 부분으로 인해 신고하기도 애매한 상황에 빠진다. 아울러 이러한 대행업체는 이른바 한탕을 노리는 것이기에 흔적을 남기지 않아 법적 처벌도 어렵다.



▲ 카카오톡채널 등을 이용하기에 이용자에게 사기를 치더라도 흔적을 찾기 어렵다

또한, 개인정보 유출 문제도 있다. 원활한 환불을 위해 ID와 비밀번호, 그리고 생년월일 등 개인정보를 요청하는 경우다. 얼핏 들으면 그럴듯하게 들릴 수밖에 없기에 이용자는 자신의 개인정보를 넘기곤 한다. 그렇게 주소나 신용카드 등의 개인정보도 함께 전달되기에 2차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피해를 보는 건 게이머만이 아니다. 게임사도 피해를 본다. 특히, 발 빠른 대응이 어려운 중소게임사에 이러한 환불 대행, 남용은 피부에 와 닿는 문제다. 환불로 인해 게임 내 경제구조가 무너짐은 물론이고 매출 저하로 인해 게임 서비스 자체가 어려워진다. 더욱이 정당한 환불인지 알고자 이용자 정보를 요구해도 구글이나 앱스토어는 이용자 보호를 이유로 알려주지 않는다. 결국, 을의 입장이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환불해줄 수밖에 없다.

명확한 해결책 없이 몇 년간 이어지며 게임사와 게이머 모두를 괴롭혀온 환불 대행 문제다. 핵심은 이거다. 명확한 환불 규정에 대한 법안이 없다는 것. 명확한 규정이 없으니 이를 악용한 환불 대행업체에 게임사와 게이머 모두가 휘둘리며 피해를 받고 있다.

게이머들이 환불 대행업체를 이용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확실하게 환불받기 위해서, 그리고 환불이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악용, 남용하는 건 분명 잘못됐으나 환불 자체는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제, 어느 한 쪽을 위한 것이 아닌 올바른 게임 생태계 확립을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환불 제도가 마련되길 바란다. 법제화된다면 이를 악용하는 게이머도 사라질 테고, 환불이 어려워서 환불 대행업체를 이용하는 것도 사라질 테니 말이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