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샤이닝니키, 중국 3천년의 중화주의가 가져온 불길한 징조

칼럼 | 서형준 기자 | 댓글: 155개 |
며칠 전, 대단히 황당한 기사를 하나 보았습니다. 알리바바로 유명한 중국의 마윈 회장과 관련된 소식인데, 마윈의 앤트그룹이 상장을 앞두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며칠 뒤면 주식 시장에 상장될 예정이었죠. 그런데 마윈이 중국의 금융당국에 대해 한 소리를 했나 봅니다. 그리고 마윈은 중국 당국에 불려갔고, 앤트그룹의 상장은 중지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마도 이 뉴스를 접한 분들이 꽤 계실 것입니다.

놀라웠던 점은, 이미 통과되어 상장을 며칠 앞둔 기업이 정부의 말 한마디에, 오너가 정부에 대해 안좋은 소리를 했다는 이유로 상장을 취소한다는 것이 일반적으로는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에 소재한 글로벌 IT 기업들의 오너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다고 해서 상장 폐지되지는 않습니다. 삼성그룹의 고 이건희 회장이 ‘기업은 이류, 행정은 삼류, 정치는 사류(1995년)’라고 발언했다고 해서, 삼성전자를 상장 폐지하지도 않았습니다.

우리도 예전에는 국제그룹 해체 사건(1985년)과 같은 일이 있긴 했습니다. 정부의 눈밖에 난 이유가, 전두환에게 비자금을 다른 데보다 적게 줘서 혹은 전두환이 부른 만찬에 개인 사정(가족의 수술 등)으로 늦게 와서 등등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무엇 때문인지는 정확히 잘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 출신 대통령의 눈밖에 났고, 한국의 재벌그룹 하나는 그대로 해체되어 사라졌습니다.

국제그룹 해체사건도 그렇지만, 마윈회장에 관련된 건도 해당 국가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를 대폭 하락시키는 일인 것은 동일합니다. 정치권력이 경제와 시장의 룰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통행한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정부를 비판했다고 해서 상장을 취소시키는 행위는, 금융시장의 룰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이게 가능한 이유는, 중국의 인구가 많고, 그래서 시장 소비력이 엄청 나고, 경제의 성장에 따라 군사력도 성장하고, 결과적으로 지역 패권은 물론이고 세계 패권을 노려볼만한 지위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으로 중국은 혼란기를 지나 통일이 되고 건국 초기의 불안정을 가라앉힌 다음 정치, 경제적으로 궤도에 오르면, 이어서 주변국들에 대한 지배 및 관리 작업에 들어갑니다. 주변국이라 함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4방향의 오랑캐, 즉 중국인들이 동이, 서융, 북적, 남만으로 부르는 여러 이민족들을 말합니다.

중국은 예로부터, 자기들 외에는 다 오랑캐로 간주했습니다. 그리고 오랑캐들을 하나하나 흡수하거나, 혹은 지배, 관리하는 정책을 취해왔습니다. 자신들은 유일한 황제국이자 천자국인 중화민족이고, 나머지는 다 오랑캐이니, 오랑캐들은 중화민족의 지배에 따라야 하고, 오랑캐들의 문화라고 해도 모두 다 중화민족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일종의 선민의식이기도 합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3천년간 유지해 온 중화민족 중심의 전통적 질서를 복구하는 일일 테지만 그건 중국만의 입장입니다. 어느 나라가 중화민족을 우위에 두고 본인이 오랑캐가 되는 질서 체계에 수긍하겠습니까.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보기에는 강대국의 횡포일 뿐입니다. 다만, 중국의 힘이 강하니 억울하게 당하는 일이 빈번한 것입니다.

예전에는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인근의 나라들에게만 해당되었지만, 이제는 글로벌 시대답게 중국은 전 세계에 이런 관점을 투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태그에 차이나찌 (#Chinazi) 가 유행하기도 하고, 이런 방식의 중국 외교를 전랑외교 (戰狼外交, Wolf Warrior Diplomacy) 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하는 행동이 나찌나 늑대같다는 것은 전 세계 사람들의 공통된 인식인 듯 합니다.




▲ 지금 바로 검색창에 '차이나찌'만 검색해도 수많은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이 약할 때는 오히려 이런 외부의 세력들에게 정복도 많이 당했습니다. 결국 대부분 흡수되었지만, 힘을 되찾은 이제는 흡수되기 이전의 역사까지도 모두 자신들의 역사로 간주하여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서하든 티벳이든 오랜 역사를 가진 곳들이지만, 여기도 예외 없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역사적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화민족이 세계를 지배하려 하는 이 시대에 중국의 입장은 ‘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다’ 입니다. ‘도대체 중국은 왜 그럴까?’에 대한 대답이라면, ‘원래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 사실, 증거, 합리적 대화가 통하지 않는 부분입니다. 중국인들이 원하는 합리성은, 중화민족의 우수성과 지배를 인정하고 그 질서에 순응하는 것 뿐입니다. 그래왔던 역사가 무려 3천년입니다.

샤이닝니키에서 발생한 한복 사태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중화민족이 중심이고, 모든 문화는 중국에서 비롯된 것이고, 다른 나라들은 중국을 상국이자 대국으로 섬겨야 하는 것이 중국의 입장입니다. 자기들은 위대한 중화민족이고, 다른 나라들은 중화의 세례를 받지 못하거나 중국에 빌붙어 살아온 오랑캐이자 이민족이니까.

오우삼 감독이 만든 영화 ‘적벽대전’을 보면, 조조의 군사들이 꽤 오래 축구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축구를 하는 군사들의 모습을 긴 시간을 들여 삽입한 의도는, 한복이 자기 것이라고 하는 마인드와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샤이닝니키의 한복 사태는, 사실 시작에 불과합니다. 중국이 힘을 상당히 되찾은 현재는,과거 중국이 주변국들에게 시행했던 전통적인 이민족 관리 정책을 전 세계에 펼쳐나가는 초기 단계에 지나지 않습니다.




▲ 샤이닝니키 논란,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중국 통일 왕조의 힘이 강성할 때는, 두가지 방향으로 대외정책을 시행했습니다. 이는 왕조를 막론하고 공통적인 사항이었는데, 하나는 이이제이, 또 하나는 기미정책(羈縻政策)입니다.

이이제이는 말 그대로 주변국들, 즉 제후국들이나 유목민들끼리 싸움을 붙여서 세력이 일정 수준 이상 성장하지 못하도록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세력이 작으면 꼼짝없이 중국의 통일 왕조가 시키는 대로 할 수 밖에 없고, 중국에 대항할 수도 없으니까요.

기미정책(羈縻政策)에서 기는 말의 굴레를, 미는 소의 고삐를 뜻합니다. 즉 족쇄를 달아서 자기 뜻대로 움직이게 하는 방식입니다. 이때 족쇄의 역할을 했던 것이 각종 물품들이었습니다. 때로는 화번공주라 하여 황실의 공주를 시집보내기도 했습니다. 티벳의 송첸캄포와 결혼한 당나라의 문성공주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다만 황제의 친딸이 아니라, 황실의 친인척 딸을 황제의 양녀로 삼아 보내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며, 문성공주 역시 친딸은 아니었습니다.

중국의 주변국들 대다수는 농경민족이 아닌 수렵, 유목의 민족들이었습니다. 따라서 각종 물자와 식량이 만성적으로 부족합니다. 과거 후금이 조선에 쳐들어온 후, 후금이 조선에 청구, 징발한 공물 중에는 바늘 같은 소소한 생활 물자들이 여럿 있을 정도였습니다. 차마고도를 통해 교역했던 티벳의 경우, 티벳 지역에서는 얻기 힘든 영양분을 지닌 차를 구할 수 있는 곳이 중국밖에 없었습니다.

또 북방의 유목민족들에게는 ‘칙서’같은 교역증서를 주고 이 교역증서를 가진 곳들만 중국의 물품을 수입해갈 수 있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에서 물자를 가져오는 사람이 해당 지역에서 톱을 먹을 수 있으니, 중국은 교역권을 누구에게 부여할지를 결정하는 것만으로도 해당 지역을 통제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중화주의에 바탕을 두고 안정된 통일 왕조 중국이 지닌 풍부한 생산력에서 나오는 물품들, 그리고 중국의 황제가 내려주는 관직들로 주변을 통제했습니다. 이런 국제질서에 따르지 않았던 고구려는 수나라와 당나라의 연속된 수십년간의 침략에 결국은 문을 닫았습니다. 왕조는 바뀌어도 정책은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사드 이후의 한한령, 대만 독립파 차이잉원 당선 후 대만에 중국 관광객을 가지 못하게 했던 것, 최근 중국에게 거친 소리를 하는 서구의 국가들에게 경제적 피해를 예고하는 협박을 하는 것 등등이 바로 이 기미정책과 동일한 방식입니다. 중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기반으로, 말을 잘 듣는 곳에게는 경제적 혜택을 주고 말을 안 들으면 경제적 피해를 주면서 군사력으로 위협하는 것이죠.

여전히 말이 많은 중국의 정책인 일대일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기미정책이 국경을 마주한 혹은 근거리에 위치한 지역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면, 이제 그 범위를 전 세계로 넓힌 것이 바로 일대일로입니다. 중국이 물자(즉 경제적 대가)를 제공하고, 상대방은 국제질서에서 중국의 하수인이자 거수기가 되는 것, 그게 바로 전 지구를 대상으로 한 현대판 기미정책입니다.

10여년 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대조영에는 거란족이 등장합니다. 픽션이 좀 가미되어 있지만, 여기에 나오는 거란족의 모습이 기미정책으로 관리받는 주변 이민족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이름도 주고, 땅도 좀 주고, 벼슬도 좀 줍니다. 이진충의 충(忠,), 손만영의 영(榮)은 충성과 번영을 의미하며, 당나라가 하사한 이름입니다. 이게 ‘기미정책’입니다. 그리고 거란으로 하여금 고구려 유민들을 견제하게 하는데 이게 ‘이이제이’입니다. 여기에 토사구팽까지 더하면, 전통적인 중국의 이민족 관리 방법인 ‘기미정책-이이제이-토사구팽’의 3단 콤보가 완성됩니다. 후금(청)을 세운 누르하치 역시, 명나라에 대항해 군사를 일으킬 때, 자신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명나라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것을 그 명분 중 하나로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민족을 막론하고 중국에 터를 잡은 왕조들은 대개 그러했습니다. 북중국을 차지해 금나라를 세운 여진족 역시, 몽골을 상대로 이런 기미정책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몽골의 영웅 칭기즈칸도 이런 금나라 때문에 젊었을 적 고생을 좀 했는데, 결국 금나라를 멸망시켰습니다.

최근 KBS 에서는 유튜브를 통해 태조왕건과 무인시대 전편을 방영해주고 있습니다. 만일 대조영 역시 비슷하게 방영될 경우, 당나라에게 관리당하는 거란족의 모습을 잘 살펴보신다면, 중국의 기미정책을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듯 합니다.




▲ 당나라로부터 벼슬을 받는 거란족 이진충과 손만영 (출처 - KBS)


중국이 이런 기미정책을 시행해 온지도 무려 2천년에 이릅니다. 건륭제가 퇴위한 뒤 19세기 초부터는 중국에 혼란이 찾아와 아편전쟁, 태평천국의 난, 1870년대의 대기근, 서구열강의 침략, 신해혁명, 중일전쟁, 국공내전,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 1989 천안문까지 오랜 혼란의 시기가 있었습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150년이 넘는 굴욕과 혼란의 세월이었습니다.

만약 이런 재난들이 없었다면, 중국 인구는 아마 지금 20억 명을 넘었을 것입니다. 태평천국의 난 당시 죽은 사람의 수만 해도 2차대전의 총 사망자수를 넘었을 가능성이 높고 대약진운동 당시 기근으로 죽은 사람만 해도 당시 대한민국 인구보다 많을 정도였으니까요. 이런 재난을 겪고도 인구가 15억 명에 이른다는 게 놀라울 따름입니다.

혼란이 가라앉고, 21세기가 되어갈 무렵 공산당 주도하에 중국의 정치와 경제가 안정화됩니다. 쉽게 말하면 한, 당, 송, 명, 청이 건국 초기의 혼란을 가라앉히고 안정된 통일왕조가 되었을 때처럼, 중국공산당이 드디어 외부에 힘을 투사할 수 있을만한 국력을 갖춘 새로운 통일왕조가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중국을 공산당이 다스리는 국가가 아닌, 공산당이라는 새로운 왕조의 황제가 통치하는 전제군주제로 이해하는 것이 경우에 따라 더 쉬울 때도 있습니다. 중화주의적 관점은 중국 모든 국가의 공통적인 이념이며, 이는 곧 천자의 뜻과도 일치합니다. 따라서 중국의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의향을 아주 충실하게 반영하는 것은 중국 입장에서는 당연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일개 상인 한 명이 어찌 천자의 어심과 어긋나는 행동을 할 수 있겠습니까.






또 한편으로, 중국은 중화주의 관점에 어긋나는 명분을 놔두지 않습니다. 중화주의 관점에 어긋나는 사실이 있으면 사실 자체를 조작하거나 왜곡하곤 합니다. 대략 두가지 예를 들 수 있는데, 하나는 한국전쟁이며 또 하나는 전연의 맹약입니다.

한국전쟁은 역사적으로도, 학술적으로도 북한이 소련과 중국의 후원을 받아 계획적으로 침략한 것이 맞습니다. 한때 브루스 커밍스 등 일부 학자들의 다른 이론이 있기도 했지만, 소련 붕괴 이후 각종 외교문서들이 공개되자, 북한의 계획적인 남침, 소련과 중국의 후원은 확인되었습니다. 브루스 커밍스 역시 북한의 계획적인 침략으로 입장을 선회하였습니다.

김일성과 박헌영이 스탈린에게 침략을 승인해달라는 내용의 서신을 여러 차례 보낸 것도 확인되었고, 유사시 중국이 군인들을 파병한다는 내용 역시 사전에 합의된 내용이었습니다. 1990년대에 출간된 박명림 교수의 '한국전쟁의 발발과 기원'이라는 저서에는 관련 내용이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위대한 중화가 외세의 부당한 침략으로 고통받고 있는 동생의 나라 혹은 주변 제후국을 도와주었다는 관점이 항미원조이고 중국의 공식 입장입니다. 정작 중국은 UN의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면서도, 북한의 침략으로 규정한 UN의 결정을 대놓고 부정하고 있는 셈입니다.

전연의 맹약은 북송과 요나라 사이에 맺어진 조약입니다. 결국은 송나라가 해마다 요나라에게 막대한 재물을 바치는 것인데, 조약의 내용이 특이합니다. 송나라가 형이 되고 요나라가 동생이 되는데, 잘 사는 형이 빈곤한 동생에게 물자를 베풀어 주는 형식을 취했습니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정신승리라고도 할 수 있는데, 중화주의적 관점에서는 본인들이 조공을 바치는, 즉 삥을 뜯긴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인정하면 중화주의가 무너지니까요. 그래서 저런 우스운 모양의 조약이 체결되곤 합니다.

중국의 국력 신장과 무관하게, 이렇게 주변부에 대한 작업은 예전부터 꾸준히 진행되어 왔었습니다. 다만 예전에는 티나지 않게 조심조심 했다면, 국력이 커진 이제는 대놓고 하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 오늘날 중국은 주변국의 눈치를 보지 않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3년 전인 1997년 여름, 중국 길림성 연변에 며칠 머무를 일이 있었습니다.그때 조선족 출신 가이드가 “중국 정부가 소수민족 자치 지역에 꾸준히 한족을 이주시키고 있는데, 이미 연변 조선족 자치주 역시 한족의 비율이 절반을 넘은 상태다’라는 멘트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가 벌써 23년 전입니다. 즉 이미 몇십 년 전부터, 중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하기 전부터 소수민족들의 동화(=한족으로의 흡수)를 위해 큰 그림을 그려놓고 작업을 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샤이닝니키의 한복 사태는, 이런 맥락 하에서 벌어진 그리고 앞으로도 벌어질 유사한 사례들 중 하나일 뿐입니다. 한복이든 다른 그 무엇이든 중국은 중화주의적인 관점을 강요하면서 자기 것이라고 우기는 일들이 계속해서 나올 것입니다. 그리고 중국의 정책과 다르다며 사과와 시정을 요구하는 일도 잦아질 것입니다.

나아가 중국에서 서비스하지 않는 게임이라 할지라도, 그 게임에 중국의 기조에 반하는 내용이 들어있다면, 해당 게임의 제작 국가나 서비스되는 국가에 여러 모로 압력을 넣을 수도 있습니다. 중국에서 서비스를 하든 하지 않든, 서비스 지역이 어디든 상관하지 않고 본인들의 이념에 맞지 않는 사안들을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닐 것이며, 국제적 여론을 생각하지 않고 정치, 경제, 군사적 압력을 넣을 것입니다. 그게 중화주의이고 기미정책입니다.

이런 면에서 한한령으로 인한 판호 미지급은 이전보다 의미가 많이 사라졌습니다. 던전앤파이터나 크로스파이어로 대표되는 대박의 기회는 훨씬 더 어려울 것입니다. 중국이 적을 너무나도 많이 만들어 유화책 차원에서 한국 게임들에게 판호를 지급한다 할지라도, 중국 정부의 기조에 어긋나는 내용이 들어가 있으면 역시나 제재가 들어올 것입니다.

설사 해당 게임이 중국과 한국이 아닌 제 3국에서 별도로 현지화되어 서비스될 때, 제 3국에서의 서비스 내용이 중국의 기조와 어긋나도, 제재가 들어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제는 저 멀리 남아메리카에 게임을 서비스해도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날이 올 수도 있습니다.

아마 앞으로는 게임을 중국에 수출한다고 하면, 서비스 지역(국가)을 막론하고 중국의 정책에 어긋나는 콘텐츠를 해당 게임에 삽입해서는 안되며, 관련 발언을 해서도 안된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삽입해야만 하는 날이 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금이야 홍콩과 대만 정도에 그칠지라도 그 범위는 계속해서 확장될 것입니다. 중국이 글로벌 자본주의 룰을 따르지 않고 중화주의와 기미정책의 룰을 유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 중국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자신들만의 룰을 고집할 것입니다


주변에 강력한 국가가 있는데, 그 국가가 선민의식을 지니고 있는 스타일이라면 대단히 피곤한 일입니다. 샤이닝니키의 한복사태는, 21세기 중국의 중화주의와 기미정책의 한 단면일 뿐이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나올 것입니다. 중국은 한국이든 어느 다른 나라든 모든 문화와 전통을 자기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며, 자기 주장에 반대되는 모든 콘텐츠에 대해서는 제재를 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뚜렷한 답은 없습니다. 콘텐츠 제작 능력을 상향시키고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서 피해를 덜 받게 해야 한다는 장기적이고도 원칙적인 내용밖에는요.

그래도 게임의 특성상, 중국에 별 문제 없이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게임의 숫자가 훨씬 더 많겠지만, 중국 정부 그리고 어심을 잘 따르는 강성 네티즌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한 자체 검열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대단한 스트레스로 다가올 것입니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