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칼럼] 모바일게임 변천사(4)-용량을 줄여라! 모바일게임 용량과 데이터 통신료

칼럼 | 정필권 기자 | 댓글: 13개 |



[▲ 안현석 에이스프로젝트 팀장]
인벤에서는 게임업계 15년 경력의 베테랑 개발자, 안현석 팀장님의 칼럼을 기고 받게 되었습니다. 그는 피쳐폰이 급부상하던 시절부터 게임을 만들기 시작해 엔텔리젼트, 넥슨모바일, 넥슨코리아를 거쳐 현재 에이스프로젝트에서 R&D와 클라이언트 개발팀 디렉터를 맡고 있습니다.

에이스프로젝트는 2010년 7월에 설립된 스포츠 게임 전문 개발사로, 시뮬레이션 엔진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매니지먼트 게임 개발에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대표 게임으로 '컴투스 프로야구 for 매니저', '9이닝스 매니저'가 있으며, 2017년 3월에는 대만 프로야구 리그를 무대로 자체 서비스 게임인 '직봉총교두'를 출시했습니다.

한편, 에이스프로젝트는 2015년에 잡플래닛과 포춘코리아가 주최한 '일하기 좋은 기업'에서 IT/웹 부문 1위에 선정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안현석 팀장님의 칼럼은 '피쳐폰부터 스마트폰까지 모바일 게임 클라이언트의 변천사를 주제로 총 8회가 연재됩니다. 첫 번째 칼럼에서는 '새로운 게임 플랫폼의 탄생, 모바일 게임의 등장'을 다루는데요. 우리 생활 깊숙히 파고든 모바일 게임의 기원과 변화 과정을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안현석 팀장의 기고칼럼]
[기고칼럼] 모바일게임 변천사 (1) - 新 게임 플랫폼의 탄생과 모바일 게임 등장
[기고칼럼] 모바일게임 변천사 (2) - GVM부터 WIPI까지 피쳐폰 개발환경의 변화
[기고칼럼] 모바일게임 변천사 (3) - 그 때 그 시절 추억의 피쳐폰 연대기
[기고칼럼] 모바일게임 변천사 (4) - 용량을 줄여라! 모바일 게임 용량과 데이터 통신료

* 본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얼마 전 필자는 스마트폰을 최신기기로 교체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내장 메모리 용량이었다. 왜냐하면, 모바일 게임 개발자인 직업 특성상 다양한 게임을 다운받아서 플레이하게 되는데 매번 용량이 부족해서 지우고 재설치하는 일이 많아서였다.

사실 요즘 스마트폰 게임 용량은 예전에 비하면 매우 크다. 간단한 게임도 대부분 100MB를 넘고 고퀄리티 대작급 RPG는 1GB를 우습게 넘어버린다. 그러다 보니 기본 앱과 게임 몇 개 설치하면 저장공간이 가득 찬다. 과거 피처폰 게임은 아무리 커도 5MB를 넘지 않았다. 현재 모바일 게임 환경이 많이 변했음을 새삼 느낀다.

오늘은 과거 피처폰 시절에 게임 용량이 왜 중요했고 용량을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었는지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 데이터 통신료가 무섭다 - 인터넷 종량제

유선 인터넷은 초기에 모뎀과 전화선 통신으로 패킷 사용량만큼 요금을 내는 종량제였다. 그러나 국책 사업으로 인터넷 보급률을 늘리기 위해 초고속 인터넷을 도입하면서 종량제를 없앴다. 많이 쓰든 적게 쓰든 매달 같은 요금을 내는 정액제로 바뀌었다.




하지만 무선 인터넷 요금은 종량제였다. 즉, 인터넷 사용량(패킷 사용량)만큼 요금을 내는 방식이었다. 게임을 다운로드 하거나 인터넷을 즐기는데 데이터 통신 요금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보통 게임이나 벨소리를 다운로드 하려면 정보 이용료와 데이터 통신료를 둘 다 지불해야 했다. 정보 이용료는 실제 표기된 가격만 지불하면 되지만 데이터 통신료는 얼마나 부과가 될지 알 방법이 없었다.

대신 해당 콘텐츠 용량이 표기되었는데 1 패킷이 몇 바이트인지, 그래서 통신료가 얼마나 나올지 계산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안 됐다. 대부분 사용자는 그냥 불안에 떨면서 가급적이면 용량이 적은 것을 다운로드 하곤 했다.


◆ 패킷당 2.5원 게임 하나에 통신료만 5,000원?

그 시절 무선 인터넷 데이터 통신료는 보통 1 패킷(512byte)당 2.5원이었다. 간단히 계산해보면 1MB짜리 게임을 하나 다운로드 받으면 통신료만 5,120원이다. 게임 가격이 3,000원 정도 했으니 게임 하나를 구매하려면 무려 8,000원을 지불해야 했다.

당시 피처폰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대부분 10대임을 생각하면 적은 돈이 아니었다. 당시 유명했던 모바일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게임 용량과 다운로드 시 부과되는 통신료까지 표기하여 게임 구매 시 총비용을 알려주었다.



▲ 당시에는 다운로드 시 정보이용료가 별도로 부가됐었다. (출처:'고래아빠' 블로그)

지금처럼 Wi-Fi나 유선 인터넷을 사용해 PC로 설치할 수 있었다면 데이터 통신료를 아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피처폰은 Wi-Fi를 지원하지 않았고 보안을 이유로 PC에 연결하여 게임을 설치할 수 없었다. 또, 피처폰은 저장 공간이 적었다. 새로운 게임을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기존 설치 게임을 지워야 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후 재다운로드 시 통신료를 다시 내야 했다.

게임 구매 시 많은 요금을 지불해야 하다 보니 유저는 더 신중하게 게임을 선택했다. 게임의 재미뿐만 아니라 플레이 타임이 길고 용량이 적은 게임을 선호했다. 용량은 크고 플레이 타임이 짧은 게임은 비난받았다. 게임 용량이 크면 데이터 통신료를 많이 지불해야 하는 유저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데이터 통신료는 개발사가 가져가는 수익이 아니었기 때문에 게임 개발사는 억울했다.





◆ 점점 늘어나는 게임 용량

모바일 게임 시장 초기에는 대부분의 게임 용량이 128KB 정도였다. 이때만 해도 다운로드 시 발생하는 데이터 통신료가 대략 600원 수준으로 부담스럽지 않은 용량이었다. 하지만 휴대폰 기술의 발전으로 액정 화면이 커지고 표현할 수 있는 컬러 수가 많아지면서, 게임에 사용되는 이미지/사운드 리소스의 퀄리티가 높아졌고 게임 용량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또한, 초기에는 간단한 캐주얼 게임이나 퍼즐류의 게임이 많이 서비스됐지만, 모바일 게임 시장이 발전하고 커지면서 플레이 타임이 짧고 간단한 게임은 점점 경쟁력이 없어졌다. 유저들은 한번 구매하면 오랜 시간 플레이할 수 있는 스포츠/시뮬레이션/RPG 등의 게임을 선호했다.

많은 개발사에서 플레이 타임이 길고 콘텐츠가 많은 소위 대작게임을 만들었다. WIPI가 탑재되고 터치폰이 나오던 시기에는 대부분 게임이 3MB를 넘어서는 수준에 이르렀다.



▲ 고퀄리티 액션을 보여줬던 '드래곤 로드 EX' (출처: 넥슨 코리아)

게임용량이 커져 정보 이용료보다 다운로드를 위해 지불하는 데이터 통신료가 더 많았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셈이다. (사실 3MB라고 해봐야 MP3 음악 1개 용량보다도 작고 PC 게임이나 현재 스마트폰 게임 용량에 비하면 사실 아무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 용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

시장 상황이 그렇다 보니 당시 개발사는 용량을 줄이면서 플레이 타임을 늘릴 방법을 찾아야 했다. 각종 리소스를 방만하게 사용할 수 없었고 리소스는 최대한 재활용해서 플레이 타임을 늘리기 위해 노력했다.

일반적으로 게임 용량의 80% 이상은 이미지/사운드/각종 데이터 리소스가 차지한다. 나머지 10% 엔진이나 프레임웍이 차지하고 프로그래머가 작성하는 코드의 용량은 10%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용량 최적화를 할 때 코드를 줄이기보다 리소스 용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했다.

이미지 리소스를 줄이기 위해서 웬만하면 이미지를 사용하지 않고 코드로 그릴 수 있는 건 코딩으로 구현했다. 사각형이나 직선으로 이루어진 UI나 팝업/버튼은 대부분 코딩으로 작업했다. 심지어 어느 축구게임은 게임 내 국기 이미지를 모두 코딩으로 구현한 것을 본 적도 있다.



▲ 출처: 넥슨 코리아

그 시절 모바일 게임은 PNG 또는 BMP 이미지를 사용했는데 Indexed Color 모드로 사용했다. Indexed Color 모드란, 색상 팔레트가 존재하고 각 색상 정보는 팔레트 인덱스 번호로 되어있어 색상 수가 적은 대신 파일용량이 적은 장점이 있는 모드다.

또, 팔레트 변경으로 색상 변경을 성능에 영향 없이 쉽게 할 수 있었다. 하나의 이미지를 색상변경으로 다양하게 재활용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달팽이 몬스터 이미지셋이 하나 있다면 팔레트 변경으로 손쉽게 다양한 색의 달팽이 몬스터를 만들 수 있었다.

그 외에도 PNG/BMP 파일에 필요없는 메타 데이터를 제거하고 4byte 정렬 패딩을 없애는 등의 재가공 작업으로 이미지 리소스 크기를 줄였다.



▲ '메이플스토리 도적편' 몬스터 모음 (출처: 넥슨코리아)

사운드 용량도 문제였다. 사운드는 MIDI와 WAV를 지원했다. 음성 형태의 사운드는 WAV를 사용해야 했는데 사운드 길이와 음질에 따라 용량이 천차만별이었다. 앞뒤 묵음을 제거, 음질을 모노로 바꾸고 볼륨을 낮추는 등의 재가공 작업을 진행해야 했다.

또한, RPG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선 맵/스프라이트/퀘스트/대사 등의 다양한 데이터 리소스가 필요했다. 플레이타임과 콘텐츠량을 늘리기 위해선 데이터 리소스 용량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용량을 줄이기 위해 압축 알고리즘을 사용했다. 하지만 압축을 하게 되면 파일 용량은 줄지만, 압축 해제 시간이 추가되어 로딩속도가 느려진다. 당시 피처폰은 성능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보통 ZIP 알고리즘을 많이 사용했다. 그러나 필자가 속했던 개발팀에서는 LZMA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압축률은 최대로 높이고 로딩속도는 조금 포기했었던 기억이 있다.



▲ 모바일 메이플스토리 애니메이션 툴 (출처: 넥슨 코리아)



▲ LZMA 알고리즘 성능 (출처: zoc.kr)


◆ 스마트폰과 Wi-Fi의 시대

피처폰 시절 게임 용량은 데이터 통신료와 직결되는 문제였다. 개발자들은 플레이 타임이 길고 용량은 적은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모바일 게임 시장이 커지면서 이동통신사에서도 청소년 요금제나 데이터 정액제 같은 부분 종량제 요금제를 내놓았다. 이동통신사에서도 데이터 요금 부담을 줄여주려고 노력한 것이다.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직전 피처폰에도 Wi-Fi가 탑재되었다.



▲ Wi-Fi가 탑재된 피쳐폰 - 웹파이폰

스마트폰 시대가 시작됐다. 스마트폰 게임도 초기에는 대부분 저용량이었다. 하지만 게임 용량이 점점 늘어나서 요즘은 대부분 100MB 이상이다. 대작급 MMORPG는 추가다운로드까지 포함하면 무려 1GB에 달하는 것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스마트폰의 해상도나 성능이 거의 PC급에 가까워졌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게임들이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기기가 발전하면서 게임 용량이 같이 늘어나는 모습은 여전하다.

이제는 게임 용량이 커도 다운로드 받는데 큰 부담이 없다. Wi-Fi를 이용하면 데이터 통신료를 내지 않고 게임을 다운로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개발자는 예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용량에 대한 압박이 많이 줄었다. 이젠 게임성과 콘텐츠의 재미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개발환경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게임성보다 BM 연구를 더 해야 하는 시장 상황은 많이 아쉬울 따름이다.



▲ '다크어벤저3'

오늘은 피처폰 게임 용량과 데이터 통신료에 관해 이야기를 해봤다.

필자는 과거 유선 인터넷이 종량제이던 시절 모뎀과 전화선으로 PC 통신을 했었다. 주로 채팅보다는 게임과 뮤직비디오를 많이 다운로드 했는데 용량이 크다 보니 전화요금이 20만 원이 넘게 나와서 부모님께 심하게 혼난 기억이 있다. 정액제인 요즘은 그럴 일이 없지만 말이다.

그때의 기억 때문에 필자는 피처폰 게임을 개발하며 10대 유저를 위해 용량을 조금이라도 더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다음 칼럼에서는 "키패드에서 터치로 바뀐 조작방식. 우리 게임이 재미없어졌어요."라는 주제로 모바일 게임 조작방식이 바뀌면서 게임성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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