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내 최초의 '가상 게임쇼'에 가다

칼럼 | 박광석 기자 | 댓글: 2개 |



국내 최초로 온라인에서 진행되는 ‘2020 인디크래프트 온라인 가상게임쇼(이하 인디크래프트)’의 BTC 세션이 금일(24일) 개막했다. 성남시가 주최하고 성남산업진흥원과 한국모바일게임협회가 공동 주관하는 인디크래프트는 ‘게임은 문화다’라는 슬로건 아래 국내외 우수 인디게임을 발굴하고, 개발자와 유저, 플랫폼이 서로 상생하는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시작된 행사다.

전 세계에 만연한 코로나 19로 인해 온택트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게임쇼의 모습도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진행된 인디크래프트는 세계 각국의 누구나가 무료로 접속할 수 있고, 아바타를 만들어 마치 놀이공원에 방문한 것처럼 게임쇼를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인디크래프트의 개최 소식을 듣고, 최근 디볼버 디지털이 스팀 플랫폼을 통해 공개한 신작 '디볼버랜드 엑스포'가 먼저 떠올랐다. 디볼버랜드 엑스포는 폐쇄된 게임박람회 회장에 몰래 침입하여 신작 소식들을 누구보다 빨리 접한다는 설정의 마케팅 시뮬레이터다. 박람회장 내부에서 획득한 행사용 티셔츠 발사기로 무장한 주인공은 전시관을 지키는 감시로봇들과 보안 시스템을 뚫고 공개되지 않은 신작 게임들의 정보를 누구보다도 먼저 확인하는 영애를 누리게 된다.



▲ 스팀을 통해 공개된 디볼버 디지털의 가상 게임쇼 '디볼버랜드 엑스포'

디볼버랜드 엑스포는 자사의 신작들을 소개하기 위해 만들어진 '홍보용 팸플렛' 용도에 불과했으나, 하나의 게임으로서도 충분히 성립할 수 있는 탄탄한 내실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그 결과 많은 유저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냈고, 스팀 유저들에게도 '매우 긍정적' 평가를 받게 됐다.

디볼버랜드 엑스포라는 좋은 선례를 통해 가상 게임쇼의 가능성을 확인했기에, 자연스레 인디크래프트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국내에서 최초로 진행되는 가상 게임쇼'이면서,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우수 글로벌 인디 게임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기회이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참가해본 인디크래프트는 신선한과 참신함보다는 아쉬운 부분들이 더 눈에 띄는 행사였다. M 버튼을 누르면 행사장 조감도를 볼 수 있으나 정확히 어떤 장소에 어떤 작품들이 전시되었는지를 확인할 방도가 없었고, 행사장 곳곳에 인디 게임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지만, 그저 트레일러를 보는 수준에 그치고 있었다. 왁자지껄한 게임쇼 행사 분위기라도 느껴보려 했으나, 전체 행사장이 6개의 월드로 나뉘어 있어서인지 행사장을 둘러보는 유저들을 만나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다.



▲ 10개 내외의 작품이 전시되는 작은 규모인데, 서버마저 6개로 파편화됐다

AAA급 기대작의 작은 실마리 하나만 공개되어도 참가자 모두가 소리를 지르며 열광하는 대형 게임쇼와 달리, 인디 게임쇼에서 유저들이 기대하는 부분은 '참여'와 '소통'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

관심가는 작품이 있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데모 버전을 플레이해본 뒤, 그 게임을 만든 개발자에게 직접 작품에 대한 피드백을 전하는 것, 이것이 인디 게임쇼에 참가한 참관객들이 바라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번 인디크래프트는 '가상으로 진행되는 국내 최초의 게임쇼'라는 이름에만 집중한 나머지, 유저의 참여에 대해 아무런 고심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각 게임에 대한 소개가 적힌 인포메이션 버튼에는 의무적으로 적은 듯한 URL과 플랫폼, 장르 정도만 적혀있을 뿐, 게임에 직접 접속할 수 있는 다이렉트 링크가 포함되지 않았다. 시간을 내어 행사장에 방문한 대부분의 유저들 역시, 게임의 플레이 데모가 있는지의 여부조차 알지 못한채 단순히 트레일러 영상만 힐끗 보고 지나가기 일쑤였다.

현장에 전시된 인디 게임 중에는 인디크래프트 참관객들을 위한 특별 시연 버전을 준비한 부스도 존재했다. 하지만 플랫폼 내에 데모 버전 체험을 위한 아무런 시스템적 지원이 없다보니, 개발자조차 데모 체험 권유를 버거워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물론 아쉬운 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일단 게임의 데모 버전 체험을 마치고 나면, 가상의 부스 주변에 대기하고 있는 인디 개발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었다.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오프라인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는 지금, 편안한 방에 앉아서 인디 개발자들과 1:1로 소통하는 경험은 가상의 게임쇼가 아니라면 쉽게 만나볼 수 없는 귀중한 경험이다. 참관객이 분산되어 다소 썰렁하게 느껴지는 한적한 행사장 분위기도, 오히려 게임 개발자와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해주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작용한 모습이었다.

이것 외에도 행사장 한켠에 마련된 '고 카트'도 빼놓을 수 없는 알짜배기 콘텐츠 중 하나다. 친구가 없어 혼자 달릴 수 밖에 없었지만, 다른 참가자들의 랩 타임이 10위권까지 기록됐기에 혼자서도 생각보다 즐겁게 즐길 수 있었다.



▲ 각 부스에서는 활발하게 소통하는 개발자들의 아바타를 만나볼 수 있었다

어떤 일이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다. 인디크래프트는 비록 부족한 모습이 더 많이 보이는 행사였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오프라인 행사 개최가 어려운 지금, 인디 개발자와 유저를 잇는 새로운 창구로써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추후에 비슷한 형태의 인디 게임 행사가 개최된다면, 겉으로 보이는 외견보다 실속에 집중하는 형태로 기획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유저들이 쉽게 인디 게임의 데모 버전을 설치하고, 체험해볼 수 있었던 지난 '방구석 인디 게임쇼(BIGS)'와 같은 선례도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인디크래프트의 B2C 세션은 오는 26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B2C 세션에 참여하고자 하는 유저들은 인디크래프트 접수 페이지에서 B2C 런처를 다운받아 계정을 생성하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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