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승호 칼럼] 게임은 재능이다

칼럼 | 이두현 기자 | 댓글: 4개 |
방승호 선생(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관)은 아이들과 게임을 한다. 그는 게임을 통한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면활동을 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리그 오브 레전드'를 활용해 비대면 학생 특별활동을 추진하기도 했다. 단순히 게임을 시켜주는 게 아닌, 게임을 계기로 아이들이 일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끈다. 저서로는 '게임에 빠진 아이들', '마음의 반창고', '기적의 모험놀이' 등이 있다.

* 기고 글에 등장하는 학생 이름은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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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근무했던 직업학교에서 공립학교 최초 세미프로팀을 꾸렸다. 게임제작과 6명의 학생으로 롤(LOL)팀을 창단했다. 많은 언론에서 관심을 보였다. 보도가 나간 후, 게임팀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는 친구가 직접 방문을 했다. 아이 스스로 상담을 하기 위해 찾아오는 경우는 정말 드문 일이다.

고등학교 1학년인 민석이는 마른 얼굴에 아주 순해 보였다. 헐렁한 교복 때문인지 다소 왜소해 보이기는 했지만, 눈빛이 총총했고 풍기는 기운이 어딘가 모르게 고수 느낌이 들었다. 민석이는 스스로 게임을 정말 잘한다고 했다. 아시아 랭킹 10위까지 오른 전력이 있다고 한다.

자발적으로 찾아온 민석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상담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가 궁금한 것도 많아졌다. 게임 고수의 고민은 무엇인지. 언제부터 게임을 하게 되었는지, 앞으로 정말 무엇을 하고 싶은지? 질문하고 답하는 인터뷰 상담을 택했다. 음료수와 빵을 주자 환하게 웃는 민석이와 편안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게임은 중학교 1학년 때 시험이 끝나고, 친구들과 PC방을 가면서 알게 됐어요. 그때부터 게임을 많이 하게 됐죠. 하루에 8시간씩? 심하긴 했죠(웃음)

솔직히 이야기하면, 게임을 하게 되면서 성적이 떨어지고 사교성이 떨어지게 된 거 같아요. 그리고 저녁잠이 없어졌죠. 그때부터 학교 가면 잠을 자기 시작했어요. 현실이 싫었던 거 같아요. 생각해 보면 현실도피 같아요. 성적이 너무 떨어져 학교에 가면 재미가 없었어요.

게임을 많이 하다 보니 질려서 조금씩 하게 되었어요. 뭐든지 실컷 하고 나만 그렇잖아요.

게임을 하면서 배운 것도 있어요. 목표를 가지면 마음가짐이 달라져요. 끝까지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목표가 있으면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처럼 게임에 고민이 있던 친구들은 시간을 정해 놓고 하고, 할 일을 다 해 놓고 게임을 했으면 좋겠어요"

상담이 끝나고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었다. 민석이는 게임 프로그래머나 정보 보안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꿈을 이루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를 알 수가 없었는데 게임학과에 프로팀이 있다는 소식에 반가웠다고 한다. 목표를 이루는 데 필요한 기본 과목들을 익히고, 컴퓨터 언어를 공부하고 성실한 태도로 꿈을 이루겠다고 했다. 또 주변 사람들과도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고도 전했다.

민석이는 게임을 통해 가장 좋았던 기억은 높은 순위에 올라갔을 때의 성취감이라고 했다. 스스로가 자랑스러웠고, 특히 중학교 때 친구들과 함께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했을 때는 더욱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민석이는 바둑으로 치면 거의 이세돌급으로 게임의 달인이었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재능이 특출하고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태권도도 3단이라고 했다. 하지만 공부는 전혀 흥미가 없었다. 이런 민석이를 주변 사람들은 모두 걱정하고 있었다. 어른들은 자신들의 과거 잣대로 바라보니 아이 능력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 오직 성적만으로 평가하고 그 범위를 벗어나면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석이의 세계는 어른들이 가보지 못한 또 다른 새로운 길이다. 이 영토에서 민석이는 그 특출함이 기존 붕어빵 틀과 같이 맞춘 교육과 충돌하며, '금지된 즐거움'으로부터 해방의 날개 짓을 한다.

어느 시대건 기보지 않은 새로운 길에는 트집쟁이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과정에서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보물을 포기 하지 않고 가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생존법이 있어야 한다. 먼저 나를 도와줄 친구 목록을 만들어 보자. 반대로 트집 잡는 사람의 이름도 적어 본다. 왜 트집을 잡는지도 상세히 적어 본다. 그리고 해로운 사람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함을 명심한다. 동지와는 아주 비밀스럽게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줄 계획을 세운다. 이 계획을 꾸준히 실천하다 보면 내가 진정 원했던 멋진 순간을 자석처럼 끌어당기게 될 것이다. 우리가 가야 할 곳을 감으로써 배운다고 했던 어느 시인의 말처럼.

어른의 낡은 잣대로 아이들의 새로운 재능을 잴 수 있을까? 민석이의 '금지된 즐거움'이 '재능 실현'으로 변화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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