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니키에게 '샤이닝'은 없었다

칼럼 | 양영석 기자 | 댓글: 43개 |



이렇게 짧은 시간 큰 파장과 이슈를 만들어낸 게임은 처음 보는 것 같다. 그것도 한국 유저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나쁜 시선을 갖게 만든 게임 말이다. 가장 신속하게 결정했고 가장 신속하게 인식이 나빠졌으며, 모두가 '싫어하는 게임'이 되어버렸다.

한복의 동북공정 논란에서 시작되어 국가별 유저 간의 분쟁이 기어코 한 게임의 서비스 종료로 이어졌다. 일단 여기까지도 다른 서비스 종료 게임들과는 행보가 다른데, 종료하는 심정도 완전히 다르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페이퍼 게임즈는 '화'를 참지 못해 한국 서비스를 종료했다. 5일 23시 38분에 올라온 서비스 종료 '통보'글을 조금만 읽어도, 손가락 부들거리며 타이핑한 작성자의 분노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PC 및 모바일 등 네트워크를 통해 많은 유저들이 함께 참여하는 게임은 제품(Product)의 개념보다는 서비스의 개념이 매우 두드러진다. 꾸준히 게임이 변하기에 '소통'이 필수다. 그런데 샤이닝니키는 달랐다. 이토록 감정을 참지 못해 표출한, '격노한 공지'는 게임 서비스 역사상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유저들과 의견을 조율하면서 서비스를 이어나갈 일말의 여지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이슈에 대해 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단호하게 적대적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서비스 종료를 '통보'했다.

최소한의 소통조차 거부한 사례로 '샤이닝니키'는 한국 게임 역사 속에서 절대 지워지지 않을 이름으로 남게 됐다. 심지어 환불 공지조차 추후 인간적인 문구를 모조리 삭제하고 냉담하게 바꾸어 올렸고, 공식 카페는 글 작성이 중지됐다. 인게임 채팅도 중지됐고 마지막 소통의 창구인 카페의 글조차 사라지고 있다. 끝까지 대화를 거부하겠다는 뜻이고, 짧은 시간이라도 함께했던 유저들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느껴진다. 이쯤 되면 기초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싶은 안쓰러움마저 든다.

물론 이로 인한 파장은, 그저 찰랑이는 해프닝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라 거대한 후폭풍이 될 수 있다. 일차적으로 한국에 서비스되는 중국 게임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으리라. 한국에서는 이미 꾸준히 예전부터 선정성 광고와 허위 광고로 중국 게임들이 논란이 되었고, 먹튀 논란에서도 중국 게임들이 빠지지 않았다. 그만큼 인식이 '좋다'라고는 할 수 없었다. 눈에 좀 덜 띄지만 살짝 가려운 생채기가 나 있었다.

옛말에 '긁어 부스럼'이라고 했다. 아무리 가려워도 긁지 않으면 천천히 참고 치료한다면 말끔하게 새 살이 돋아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유가 있건 없건 이미 긁어버렸고 부스럼이 됐다. 유저들의 동북공정 검증이 이어질 수 있고 반대의 사례도 나올 수 있다. 로컬라이제이션이 컬처라이제이션으로 변화하는 과정속에서 '문화'는 꺼려지는 콘텐츠가 될 수 있다.

그래도 이번 사태에서 국내에서는 한정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해 볼 부분도 있다. 소비자 보호가 한 층 더 필요해지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샤이닝니키는 그래도 뒤늦게 환불 공지를 올렸고, 모르쇠로 일관하지는 않았다. 이는 페이퍼 게임즈가 2019년 설립한 한국 지사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한국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는 한국소비자원의 권고가 강력히 받아들여지며, '형사' 처벌도 생각해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 최소한 징벌이라도 가능하고, 그만큼 소비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간 신통치 않았던 '소비자 보호'에 대해서도, 이상헌 의원이 '국내 대리인 제도 도입'에 대해 강력한 목소리를 내놓았다.

샤이닝니키가 한국에서 보인 일주일간의 행보는 오픈과 이슈 발생, 이후 서비스 종료 결정이 끝이다. 하지만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 빛나고 깔끔한 길은 없었고, '기행'으로 생각할만큼 당황스러운 과정이었다. 그리고 수많은 이들의 분노를 남겼다. 거대한 후폭풍 속에서 긍정적인 변화도 기대해볼 수 있긴 하겠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사례가 남았다. 이름답지 않게, 니키에게 '샤이닝'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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