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승호 칼럼] 19세 게임 오총사가 꾸는 꿈

칼럼 | 이두현 기자 |
방승호 선생(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관)은 아이들과 게임을 한다. 그는 게임을 통한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면활동을 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리그 오브 레전드'를 활용해 비대면 학생 특별활동을 추진하기도 했다. 단순히 게임을 시켜주는 게 아닌, 게임을 계기로 아이들이 일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끈다. 저서로는 '게임에 빠진 아이들', '마음의 반창고', '기적의 모험놀이' 등이 있다.

* 기고 글에 등장하는 학생 이름은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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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교장으로 근무했던 학교에 게임을 좋아하는 오총사 이야기다. 고등학교 3학년인 19살 아이들이 매일 점심시간마다 교장실에 왔다. 오면 노래도 부르고, 졸리면 같이 쪽잠을 자기도 했다. 때로는 마음속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어느 날 소파에 가만히 앉아서 커피와 초코파이를 먹기만 하던 혁규가 톡하고 말했다.

“저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일을 하고 싶어요”

평소 말이 없던 혁규가 말을 하기에 바로 응대를 해 주었다.

"그래, 그럼 오늘 다 같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또 그것을 이루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행동전략을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갖자"

말이 끝나자마자 종이와 불펜을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이루고 싶은 ‘꿈을 위해 나는 지금’을 ‘그러기 위해서 나는’ 이라는 질문에 답을 쓰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10분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쓴 내용이다.

# 덩치가 크고 눈이 부리부리한 해진이

나는 지금 학교에서 많은 것을 열심히 배우고 혹시나 부족한 부분을 위해 대학에 들어가서 더 다양한 것들을 배워 게임제작자가 되고 싶다. 하지만 아직 제작할지 기획이나 운영을 할지 정하지 못했다. 나는 둘 다 마음에 들어 대학에서 배워보고 결정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게임 제작을 한다면 거기서 끝낼 생각은 없다. 끝까지 운영하고 싶고, 그 게임이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하더라도 부족한 부분을 알아가는 것이니, 그것을 계기로 더 좋은 게임을 끊임없이 만들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정확히 직업 한 개를 정하지 못했으나 정할 때까지 수업을 빠짐없이 들을 것, 낯 가람이 심하고 자신감이 없어 팀워크가 필요한 상황을 힘들어하는 편인데, 공부하거나 게임을 하면서 팀워크와 자신감을 키울 것, 자존감을 키우기 위해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꿀 것, 게임을 제작하려면 그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꼭 대학에 가서 다양하고 많은 지식을 쌓을 것이다.

# 안경을 쓰고 옷을 크게 입고 다니는 혁규

나는 지금 유명한 프로그래머가 되어 한국에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게임을 만들 것이다. 그러기 위해 나는 한 달에 한 번 게임을 만들어 봐야겠다.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자주 접해 보고 항상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자. 프로그램을 만들 때 자주 쓰는 영어 타이핑 꾸준히 연습하기. 2주에 한 번씩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곰곰이 생각해 보고 게임 구현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기. 체력을 늘리기 위해 기본적인 달리기, 줄넘기 같은 가벼운 운동하기. 기억력이 안 좋으므로 꾸준히 암기 향상 테스트를 해보며 기억력을 높여야겠다.

# 키가 크고 외모가 출중한 재인이

나는 지금 내 회사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 꿈이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언어 마스터가 되겠다. 게임 회사에 1~2년 재직을 하며 숙련도를 쌓겠다. 경영관련 서적을 많이 읽고 영어 회화 단어를 숙련시키겠다. 돈을 잘 컨트롤 하고 배낭여행을 자주 다니며 여러 경험을 쌓겠다. 살을 빼고 생각을 기르겠다. 생활습관에 기준을 세우고 지키도록 하겠다.

# 피부가 흰 보일이

나는 지금 회계 쪽이나 3D게임 기획자로 취직해서 부모님께 용돈을 많이 드리고 고양이를 키울 만큼 돈 많이 벌어서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체력을 키운다. 현재 저질 체력인데 회사에 주5일 출퇴근 하려면 체력이 필수다. 대인관계능력 향상하기, 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 모자란 것 같다. 엑셀 자격증 올해 안에 따기, 게으름 없애기, 하루에 할 일 메모해서 실행하기, 말을 생각하면서 하기, 원활한 인생을 살기 위해 심리학 관련 책 올해 안에 2권 일기, 나의 소신 자기주장 키우기, 남이 말하는 대로 하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소신껏 행동하기, 감정 표현 잘하기, 참을성 기르기 등을 더 노력하겠다.

# 항상 밝고 명랑한 수용이

나는 지금 좋은 쪽으로 유명한 게임 스토리텔러 일인자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좋은 이야기를 쓰기 위해 분야별 책을 읽는다. 좋은 이야기를 쓰기 위해 여행을 다닌다. 일 처리 능력을 기르기 위해 평소에 다양한 일을 한 번씩 해본다. 여러 회사 기획들을 잘 운영할 수 있도록 많은 컴퓨터 문서 프로그램을 익힌다. 남들 시선과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평소 다른 사람 입장에서 사고하는 방식을 길러본다. 성품을 더 좋게 발전시키기 위해 욱하는 성질을 줄이도록 노력하겠다.

후다닥 쓴 글을 돌아가면서 읽는 동안 속으로 너무 놀랐고 미안했다. 아이들이 꿈도 없고 속도 없을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런 내 마음을 들여다보았는지 아이들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말하면서 마치 성공하여 세상 구석구석을 여행하는 듯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 게임에 관련된 꿈을 이렇게 자신 있게 이야기해 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만약 일상에서 목표와 행동 사이에 갈등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나는 OOO가 되고 싶다’고 빠르게 다섯 개 쓰고, 그 중에 하나를 고른다. 그리고 그 꿈을 위해 오늘 해야 할 일을 적고 실천해 본다.

내 경험으로 보면 이 실천은 자기 안에 있는 무한한 능력과 만나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는 첫 시금석이 되어 놀라운 일을 만들어 낼 것이다. 행동은 일단 시작 하면 신은 당신의 꿈과 한편이 되어 축복을 주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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