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잘 나가는 닌텐도 스위치, 이대로 괜찮을까?

칼럼 | 윤홍만 기자 | 댓글: 26개 |



닌텐도 스위치가 출시된 지 이제 1년 반이 지났건만 그 인기는 여전하다. 출시와 동시에 전 세계에서 매진 행렬이 이어졌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닌텐도 스위치 덕에 닌텐도는 2017년을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전년 대비 무려 115.8% 증가한 1조 556억 엔(한화 약 10조 5,982억 원)을 벌어들인 것이다. 이러한 인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만 매출액 1,681억 5,700만 엔(한화 약 1조 6,805억 원)을 기록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콘솔 게임 변방이랄 수 있는 한국에서도 닌텐도 스위치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출시가 늦었음에도 한국 닌텐도는 닌텐도 스위치의 흥행 덕에 작년에만 1,250억 7,761만 원을 벌어들였다. 이는 재작년 매출액 392억 2,539만 원에서 218% 증가한 수치다. 이와 더불어 작년 12월 한 달에만 무려 11만대가 넘게 팔리는 등 국내 콘솔 사상 최고 수준의 판매 행진을 보이고 있다.

이렇듯 수치만 보면 닌텐도 스위치는 전무후무한 성공을 거둔 콘솔로 보인다. 그리고 그 인기는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이같은 흥행 열풍의 한 가운데 있는 게이머들 사이에선 할 게임이 없단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시장의 반응과 실제 게이머 사이에서 온도 차가 느껴지는 상황이다. 도대체 잘 나가고 있는 닌텐도 스위치에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



■ 닌텐도 성공적인 런칭작을 선보이다




닌텐도 스위치의 흥행은 출시와 동시에 이뤄졌는데 휴대용과 거치형 콘솔을 통합한 하이브리드라는 콘셉트는 출시 전부터 관심을 집중케 했다. 하지만 단순히 하이브리드 콘셉트 때문에 잘 팔린 건 아니다. 닌텐도DS부터 Wii, Wii U에 이르기까지 닌텐도는 항상 독창적인 발전을 이뤘지만, 모두 성공한 건 아니었다. 그보다는 게임 자체가 흥미를 끌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콘솔을 살 때는 게임을 하기 위해서라는 명확한 목적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게이머들은 어떤 게임을 할 수 있는지 가늠하고 콘솔을 산다. 그러나 이런 측면에서 Wii U는 미흡했다. 부족한 하드웨어 성능으로 인해 닌텐도 퍼스트 파티 게임 외에는 즐길 게 없다시피 했다. 출시 당시에는 더 심각해서 런칭작으로 인한 초기 흥행에도 실패한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Wii U의 실패를 거울삼아 닌텐도 스위치를 출시하는 동시에 런칭작으로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와일드'와 '슈퍼마리오 오디세이'라는 걸출한 게임들을 내놓으며 초기 흥행을 견인했다. 오죽하면 런칭작들의 인기에 닌텐도 스위치가 극심한 물량 부족 현상을 겪을 정도였다.

이러한 흥행세는 단순히 런칭작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이후에도 '마리오 카트8 디럭스', '암즈', '스플래툰2' 등 연달아 퍼스트 파티 게임을 내놓으며 인기를 공고히했다. 여기에 콘솔의 성능 향상에 힘입어 Wii, Wii U 이후 등돌렸던 서드 파티 개발사들이 합류한 점 역시 닌텐도 스위치의 큰 힘이 됐다.

닌텐도 콘솔의 가장 큰 단점으로 여겨졌던 '닌텐도 콘솔은 닌텐도 퍼스트 게임만을 위한 콘솔'이라는 얘기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엘더스크롤5 스카이림'을 비롯해 '둠', '울펜슈타인2 더 뉴 콜로서스' 등 블록버스터급 서드 파티 게임들이 출시를 알리며, 닌텐도 스위치의 성공에 보탬이 됐다. 성능은 PS4, Xbox One에 비해 낮았지만, 휴대용으로도 즐길 수 있단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온 거다.

▲ 스카이림 스위치 버전 출시는 서드 파티 개발사의 합류를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 인디 게임의 새로운 이상향이 되다


런칭작을 비롯한 퍼스트 파티 게임들의 연이은 흥행과 서드 파티 개발사의 합류로 힘을 얻은 닌텐도의 다음 전략은 인디 게임 개발사였다. 서드 파티 개발사가 합류했다지만 하드웨어 성능이 제한된 닌텐도 스위치로는 아무래도 PS4, Xbox One만큼 수월하게 게임이 나오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퍼스트 파티 게임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걸 Wii U에서 느꼈으니 블록버스터급 게임들의 빈자리를 인디 게임들로 메꾼다는 전략을 세운 거다.

일부에선 인디 게임이 쏟아져 나오는 현실에 '인디 게임 전용 콘솔'이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했지만, 실제로 이런 전략은 꽤 유효했다. 인디 게임은 대부분 닌텐도 스위치로 즐기기에 큰 문제가 없었고 개중에는 명작이라고 할만한 게임들도 더러 있어서 블록버스터급 게임의 빈자리를 충실히 메워줬다.


이쯤 되니 닌텐도 역시 인디 게임 정책에 더욱 힘을 쏟았다. PS4와 Xbox One 역시 친 인디 게임을 표방하고 있었으나 이 둘과 비교해도 눈에 띌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오죽하면 닌텐도가 자사의 콘솔과 게임 라인업을 소개하는 닌텐도 다이렉트와 유사한 '닌텐도 스위치 닌디(Nindies) 쇼케이스'를 통해 인디 게임을 소개할 정도였겠는가.

지금까지 콘솔에서 인디 게임들이 차지하던 위치를 생각하면 이러한 닌텐도 스위치의 행보는 그야말로 이례적이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보면 그만큼 닌텐도 스위치가 인디 게임을 붙잡을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

반대로 보자. PS4, Xbox One이 닌텐도 스위치처럼 적극적으로 인디 게임을 포용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 기업의 절대 목적은 이윤이라는 걸 생각하면 답은 단순하다. 인디 게임이 없어도 퍼스트 파티, 서드 파티를 아우르는 블록버스터급 게임들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결국, 닌텐도 스위치의 적극적인 인디 게임 유치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낸 결과인 셈이다.



■ 닌텐도 스위치, 정말 잘 나가고 있나?

일단, 지금까지의 결과만 놓고 볼 때 닌텐도 스위치는 꽤 잘 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성공적인 런칭에 이어 퍼스트 파티, 서드 파티 게임들을 연달아 내놓았으며, 최근에는 '워프레임'이나 '디아블로3 이터널 컬렉션' 등 명작들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슈퍼 마리오 파티', '슈퍼 스매시브라더스 얼티밋', '파이어 엠블렘 품화설월', '메트로이드 프라임4', '베요네타3' 등 닌텐도 팬보이라면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는 게임들을 준비 중이다. 다만, 이러한 대작들을 준비 중임에도 당장에 할 게 없다는 점에서 얼핏 Wii U가 떠올라 불안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서드 파티 개발사를 영입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PS4나 Xbox One과 비교하면 아쉽기 그지없다. 닌텐도 스위치로 출시하지 않는 게임들이 상당수고 출시하는 게임들마저 동시 발매가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메리트가 적다. 또한, 닌텐도 스위치 게이머들이 기대하는 게임들 대부분이 퍼스트 파티 게임들이란 점 역시 여전한 약점이다.



▲ 게임은 많지만 정작 할 만한 게임은 적다는 게 닌텐도 스위치의 최대 단점이다

인디 게임 전용 콘솔이라는 자조섞인 얘기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디 게임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지만 이런 얘기가 나오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일부는 닌텐도 스위치가 PS4, Xbox One과는 노선이 다르기에 일반적인 코어 게이머의 시각으로 봐선 안 된다고 말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자. 캐주얼 게이머가 과연 인디 게임을 할까? 오히려 어지간한 인디 게임에 관심이 있는 코어 게이머가 아닌 이상 더 안 하지 않을까? 캐주얼 게이머라면 오히려 눈에 띄는, 이른바 대작 게임을 하기 마련이다.

1년 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닌텐도 스위치는 성공적인 런칭을 통해 닌텐도, 한국 닌텐도에 제2의 전성기를 안겨주고 있다. 하지만 라인업 부재가 계속된다면 이러한 인기도 오래가진 못할 것이다. 닌텐도가 준비 중인 퍼스트 파티 게임들이 많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퍼스트 파티 게임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Wii U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여러모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재기에 성공한 닌텐도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보면 시작은 창대했지만, 점점 미약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대원미디어는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1분기에만 10만 개가 넘게 팔리던 타이틀이 2분기 들어 6만 개로 감소했다며 킬러 타이틀의 부진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며 재기에 성공한 닌텐도 스위치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Wii U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쳐선 늦는다. 잘 나가고 있는 지금, 닌텐도가 다시 한번 Wii U의 실패 원인이 뭐였는지를 깨닫고 이에 대한 방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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