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블리자드, 평등을 바란다면 평범하게 대하라

칼럼 | 원동현 기자 | 댓글: 296개 |



블리자드가 솔저76이 동성애자라고 공개했다. 공식 코믹스를 통해 트레이서의 성적 지향이 공개된 이후 약 2년 만의 일이다. 이로써 오버워치 세계관에는 공식적으로 2명의 동성애자가 존재한다. 초창기부터 정치적 올바름과 다양성을 추구해왔던 블리자드의 행보를 고려하면 이상할 일은 없다.

비율로서도 문제는 없다. 2018년 갤럽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성소수자의 비율은 4.5%다. 오버워치의 캐릭터들 몇몇이 동성애자라는 것도 결코 이상하진 않다. 어쩌면 훗날 조금 더 많은 캐릭터가 성적 지향을 드러낼지도 모르겠다.

과거 수많은 게임이 그러했다.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열풍이 불면서, 게임 내에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졌다. 매스이펙트 안드로메다는 주인공의 성적 지향을 플레이어가 결정할 수 있었고, 심즈는 동성 간의 결혼 역시 자유롭게 가능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성소수자 캐릭터가 게임 곳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누군가는 문화 산업의 진보라 평가했고, 혹자는 개발사가 유저들에게 정치적 올바름을 강요한다고 비판했다. 답은 없다. 이는 사회 변화의 과정일 뿐이며, 이후 또 어떤 흐름이 찾아올지 모른다. 좋아하라, 혹은 싫어하라 그 누구도 그리고 누구에게도 강요할 수 없다.

다만, 이번 솔저76의 커밍아웃은 어딘가 위화감이 느껴졌다. 성소수자를 혐오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블리자드가 성소수자를 '소비'하는 행태가 자극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째서 기존 캐릭터의 성적 지향 공개가 이슈화 되어야 하는가? 성소수자라는 설정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왜 대중에게 문화적으로 소비되어야 하는가? 블리자드는 정말 성소수자를 존중하는 것인가? 근본적이고 모순적인 회의감을 떨칠 수 없다.

앞서 언급한 게임들은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했을뿐, 이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설정이 어설퍼 비판을 받았을지 언정, 위화감 없이 게임 속에 녹이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였다. 구태여 강조해 돋보이게 만들고, 굳이 필요하지 않은 대사로 비련의 주인공을 만들지 않았다.

이는 교묘한 차별이다. 동성애자와 이성애자를 동일시 여긴다면, 한쪽에 사회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서는 안 된다. 동성애자라 한들, 항상 무대 위에 올라서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정말로 평등함을 추구한다면, 한쪽에 무게추를 두어서는 안 된다.

과거 라이엇 게임즈 역시 자사의 '리그 오브 레전드' 내 캐릭터 바루스를 통해 비슷한 실수를 저지른 바 있다. 억지스러운 올바름은 올바르지 않다. 성소수자를 평범한 사회의 일원으로 그려내고 싶다면, 그들에게 조명을 비출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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