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조 달러 클럽 가입 앞둔 페이스북은 '오큘러스 지우기'에 나섰다

칼럼 | 박광석 기자 |



세계적인 소셜 미디어 기업 페이스북이 시가총액 1조 달러(한화 약 1,186조 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현재까지 시총 1조 달러를 넘긴 기업은 애플과 아마존닷컴,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뿐이다. 이중 애플은 최근 시총 2조 달러를 돌파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미국 현지시각으로 26일, 페이스북은 뉴욕증시에서 주당 280.82달러로 전고점을 경신하며 시총 8,000억 달러(한화 약 949조 원)를 넘어섰다. 미국의 경제뉴스 전문 방송인 CNBC는 페이스북의 주가가 351달러까지 오른다면 시총 1조 달러를 돌파하게 된다며, "현재의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페이스북이 곧 다섯 번째로 1조 달러 클럽(Trillion dollar club)에 합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소셜 미디어 기업 중 하나인 페이스북은 전례 없는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페이스북의 주가는 주식시장에 코로나19 직격탄이 떨어진 지난 3월에 비해 100% 이상 올랐다.

페이스북은 지금의 기업 성장세를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VR·AR 관련 사업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현재는 VR·AR 관련 사업을 도맡고 있던 자회사 '오큘러스'의 이름을 모두 페이스북으로 대체하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먼저 페이스북은 모든 오큘러스 계정 사용자에게 페이스북 계정 연동을 권고했다. 신규 가입자는 오큘러스 VR HMD를 사용하기 위해 반드시 페이스북 계정으로 로그인해야 하며, 기존 사용자들은 오는 2023년까지 계정 연동을 하지 않으면 오큘러스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오큘러스 지우기를 위한 페이스북의 첫 번째 행보인 셈이다.

페이스북의 행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페이스북은 지난 25일, VR·AR 스튜디오의 명칭을 기존의 오큘러스VR에서 '페이스북 리얼리티 랩(Facebook Reality Labs)'으로 변경했다. 페이스북으로의 브랜드 확장이 오큘러스 전체의 VR·AR 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절차였다는 설명이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8년에 이미 VR·AR R&D 연구소인 '오큘러스 리서치'의 명칭을 페이스북 리얼리티 랩으로 변경한 바 있다. 페이스북 내의 VR·AR 기술과 관련된 모든 사업은 '페이스북 리얼리티 랩'으로 통합됐으며, 이제 오큘러스라는 이름은 더이상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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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다 몸집을 더욱 불리기 위해 브랜드 가치를 강조하려는 페이스북의 움직임이 계속 이어지고 있으나, 실제로 오큘러스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던 기존 이용자들의 시선은 달갑지만은 않은 편이다. 사생활 정보가 가득 담겨 있는 페이스북 계정을 연동하게 되면 개인정보 유출의 위협이 더욱 커질 수 있는 것은 물론, 더 많은 광고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큘러스 이용자들은 페이스북의 결정이 잘못되었다며 SNS 페이지를 통해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고, 몇몇 이들은 PS VR과 스팀 인덱스, 바이브 VR의 구매 사이트 링크를 공유하며 페이스북의 행보에 반발하고 나서기도 했다.

오큘러스의 이름을 지우고, VR·AR 콘텐츠에 소셜 기능을 더하기 위한 페이스북의 결정은 너무 성급했던 것일까? 페이스북의 행보가 이용자 간의 커뮤니티 확장을 돕기 위한 절차임은 분명하나, 오큘러스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던 유저 개인의 정보가 더 쉽게 노출될 수 있게된 것 역시 자명한 사실이다.

최근 애플이 아이폰에 적용할 예정인 운영체제 iOS 14가 정식으로 도입되면 페이스북의 광고 관련 매출이 절반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페이스북의 오디언스 네트워크는 사용자들의 정보를 수집한 뒤 그에 맞는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방식인데, iOS 14의 강화된 사생활 보호 기능이 적용되면 오디언스 네트워크 광고 노출이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애플을 포함한 여러 기업이 사용자 개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위한 여러 기능을 추가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페이스북의 행보는 한동안 오큘러스 이용자들의 탐탁지 못한 시선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페이스북은 지난 2014년부터 매년 개최해온 VR·AR 기술 관련 개발자 이벤트 '오큘러스 커넥트'의 명칭을 '페이스북 커넥트'로 바꾸고, 미국 현지시각으로 오는 9월 16일에 온라인으로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페이스북은 이번 행사에서 기조연설과 여러 세션을 통해 VR·AR 기술 관련 업데이트와 '페이스북 리얼리티 랩'의 기업 비전을 소개할 예정이다.

페이스북이 앞으로의 행보를 통해 오큘러스 서비스 이용자들의 불만을 가라앉힐 수 있을지, 나아가 지금의 성장세를 이어나가 꿈의 무대인 '1조 달러 클럽'에 가까워질 수 있을지는 오는 9월에 개최될 페이스북 커넥트를 통해 분명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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