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4차 산업혁명과 '게임'

칼럼 | 이두현 기자 | 댓글: 7개 |


▲ 산업혁명은 '먹거리'에 대한 논의이기도 하다

게임은 4차 산업혁명일까? 적어도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시각에서 보면, 게임은 4차 산업혁명이 아니다.

대통령 직속인 4차산업혁명위원회(이하 4차위)는 4차 산업혁명의 주요 의제를 설정하고 이끄는 기관이다. 청와대는 인사혁신처를 통해 4차위 위원을 구성한다. 즉, 정부가 무엇을 4차 산업혁명으로 보는지 위원들을 보고 유추할 수 있다. 이후 4차위 위원들은 회의을 통해 의제를 정한다. 1기 4차위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초연결'을 주요 의제로 내걸고 금융, 환경, 물류, 에너지, 농업, 안전을 이야기했다. 이때 게임은 없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위원장은 블루홀(최근 '크래프톤'으로 사명 변경) 장병규 의장이다. 장병규 위원장 인선에 방점을 찍은 것은 다름 아닌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평가된다. 당시 '배틀그라운드'는 매일같이 스팀 최고 동시 접속자 수를 갈아치우고 있었으며, '배틀그라운드'는 글로벌 판매량 1,200만 장을 기록하고 있었다. 국내 게임사(史)에 새로운 기록을 세워나가던 '배틀그라운드'는 블루홀에서 개발했고, 장병규 위원장은 그 블루홀의 이사회 의장이다. 그러다 보니 게임업계는 정부가 게임을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본다고 기대감을 가지기도 했다.

400여 일의 1기 4차위 활동에서 게임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간간히 장병규 위원장이 간담회에서 '배틀그라운드'의 성공 사례를 소개하는 정도였다. 게임인들은 생각보다 소극적인 4차위와 장병규 위원장의 행보에 섭섭한 모습이다. 특히, 지난 10월 10일 문화체육관광부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조심스러운 장병규 위원장의 답변에서 섭섭함은 여실히 드러났다.

"게임이 4차 산업혁명에 해당이 되나?"라는 바른미래당 이동섭 의원의 물음에 "개인적 이익을 생각하면 게임이 4차 산업혁명에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장병규 위원장은 답했다. 이어 장병규 위원장은 "게임이 4차위에서 다룰 수 있는 아젠다인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라고 전하며 "2기 연임이 확정된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었다.



▲ 문체부 국정감사 속기록 일부(클릭시 확대)


게임이 4차 산업혁명의 선구자일까?

국정감사에서 이동섭 의원은 "모든 게임업자들이 4차 산업혁명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는데, 증인은 논란거리라고 생각한다"라며 장병규 위원장을 질타했었다. 게임을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보는 논리는 간단하다. 이미 주요 의제인 인공지능, 빅데이터, 초연결을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산업이 게임이라는 이유다.

이면에는 게임이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과제이니, 그동안 게임산업을 옭아맨 규제를 4차위와 장병규 위원장이 풀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셧다운제, 중독법, 확률형 이슈 등이다. 더불어 문화산업 수출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게임산업에 힘을 실어 달라는 바람도 있다. 그러나, 4차위와 어긋난 게임인들이 아쉬움만 토로하지 말고 스스로 물어볼 필요도 있다. 정말 게임이 4차 산업혁명의 선구자일까?

지난 1차, 2차, 3차 산업혁명의 아젠다를 보면 증기기관, 전기에너지, 컴퓨터와 인터넷이 꼽힌다. 모두 국민 모두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분야들이다. 반면, 현재 국내 게임산업은 결국 게임사의 이익으로 귀결된다. 엔터테이먼트, 문화 산업이 국민에게 중요한 것은 맞다. 그러나 앞선 사례와 같은 격이라 보기에는 공공의 이익 면에서 장병규 위원장 말처럼 '논란의 여지'가 있다.

현재 우리 게임업계에는 좋든 싫든 중독법, 확률형 이슈, 셧다운제 등 이슈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물론, 게임업계가 이슈메이커들의 피해자일 수 있다. 혹자는 "세금 더 내라"는 빌미라고도 평한다. 그러나, 게임사 스스로 당당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현재 우리나라 게임이 국민 모두에게 문화, 여가 산업이라고 당당히 내세울 수 있을까. 산업을 평가할 때는 매출을 중요하게 본다. 현재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주요 지표라 할 수 있는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를 보면, 선뜻 문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라 당당히 얘기하기 힘들다.



▲ 우물 밖에서 게임업계를 바라보는 단면이다

게임사가 이른바 '3N'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엔터테이먼트를 담아내어 문화적으로도 훌륭한 게임을 만드는 개발사도 있다. 그러나, 잠시 우물 밖에서 보듯 게임업계를 살필 필요가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소수의 대형 게임사가 전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비중은 매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허리에 있어야 할 중소 게임사의 모습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라고 하기에는 안타까운 구실이다.

부동산 재개발 지역으로 분류되듯 게임이 4차 산업혁명 주요 의제로 선정되기만 원한 게 아니었을까. 앞선 산업혁명의 주요 의제처럼 게임의 격이 올라가길 욕심을 낸다면, 업계 스스로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 이제 시작하는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의 움직임을 게이머와 업계인들이 눈여겨봐야 한다. 그리고 셧다운제와 중독법 등의 이슈가 주제로 오를 때 게임사 관계자의 얼굴을 찾기가 힘들다. 이슈를 남이 해결해주기만 바라는 모양새다.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가 '대한민국 게임대상' 수상자들과 오찬 자리를 가졌다. 반가운 일이다. 이때 이낙연 국무총리가 '게임은 미래 먹거리 산업'이라고 언급하면서도, '부정적 인식'을 개선해야 함을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주요 의제가 중요한 이유는 미래 먹거리 산업이기 때문이다. 게임인들이 고칠 것을 고친다면, 원했던 격의 상승을 충분히 이룰 수 있다.

한편으론 게임인 대표 장병규 위원장에게 거는 기대감은 여전하다. 예정된 2기 4차위 의제 설정 회의에서 그가 게임업계 대표의 목소리를 내길 원한다. 이와 동시에 업계가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산업이 된 게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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