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부의 VR 규제 완화, 게임업계 미칠 영향은?

칼럼 | 박광석 기자 | 댓글: 9개 |


▲ (사진출처: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VR·AR 분야에 대한 규제를 모두 풀고 '네거티브 방식(negative system)'으로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네거티브 방식이란,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모든 것을 일단 허용한 뒤, 문제가 발생하면 사후에 심사를 통해 규제하는 방법이다.

포괄주의라고도 불리는 이 방식을 채용한다는 것은 오직 법률에 명시된 부분만 합법으로 보는 포지티브 방식과 달리, 허용의 폭을 넓혀 관련 사업을 촉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장기화로 비대면의 중요성이 강조되자, VR·AR 적용 분야를 게임은 물론, 교육, 제조, 국방, 교통, 의료 분야까지 더 넓혀나가려는 정부 계획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지난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주문을 반영한 'VR·AR 선제적 규제혁신 로드맵'을 발표했다. 과기부를 중심으로 16개 관계부처와 전문가들이 참여할 예정인 이 계획은 한국판 뉴딜 관련 첫 번째 규제혁신 사례이자, 신산업에 대한 선제적 규제혁신 네 번째 로드맵이기도 하다. VR·AR 이전에는 자율주행차와 드론, 수소차·전기차가 있었다.

VR·AR 선제적 규제혁신 로드맵은 기술의 발전 방향과 상용화 시기를 단계적으로 예측하고, 기술 발전과 상용화에 따른 주요 적용 분야를 6개로 나눈 뒤, 서비스 확산 시나리오에 따라 예상되는 '35개의 규제이슈'를 발굴해내는 방식으로 구축됐다.



▲ VR·AR 규제혁신 로드맵은 기술 발전 방향의 예측을 근거로 구축됐다

국내의 VR·AR 산업은 아직 발전 초기 단계로 구분되며, 기술이나 개발 자체를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명시적 규제는 많지 않은 편이다. 대부분이 기존 규제와 산업 특성이 맞지 않는 과도기적 규제, 그리고 적용할 제도가 불명확한 규제들로 이루어져 있는 상태다.

따라서 규제체계를 정비하거나 신설하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서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과 동시에, 포괄적 네거티브 방식을 적용하여 규제 개선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이번 계획의 주요 골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규제 개선에서 게임은 다른 분야들에 비해 직접적인 혜택을 받지 못할 것으로 추측된다. 총 35건의 규제혁신 과제 중 게임과 연관을 지을 수 있는 이슈는 범분야 공통적용 규제에 포함된 10건과 엔터테인먼트·문화 분야의 5건이 전부인데, 여기서 '게임'이라는 워딩은 '기능성 VR·AR 콘텐츠의 게임물 분류 완화'에만 한정되어 사용됐다.

'기능성 VR·AR 콘텐츠의 게임물 분류 완화'는 수익성을 동반하는 의료·교육용 기능성 콘텐츠가 게임물로 분류되어 게임과 동일한 등급 분류의 대상으로 포함되는 우려를 없애겠다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오락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의료기관 등 사용처가 한정된 기능성 콘텐츠에 대해서는 게임물 규제 미적용 방안이 검토된다. VR·AR을 활용한 기능성 콘텐츠 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내용이지만, 게임 사업 분야 촉진과는 별다른 연결고리가 없는 내용이기에 아쉬움이 더해진다.




그나마 위안 삼을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바로 정부가 발표한 로드맵이 어떠한 방향으로든 VR 게임 산업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실제로 게임이라는 워딩은 포함되지 않았으나, 간접적으로 VR 게임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들은 찾아볼 수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VR 시뮬레이터 규모 기준 완화에 대한 내용이다.

현행법상 VR 시뮬레이터는 규모와 탑승인원에 따라 설치장소가 크게 제한되고 있는데, 앞으로는 관련 규제가 완화되어 도심 내 VR 체험장 설치가 더 자유로워질 예정이다. 이러한 변화는 비단 VR 체험장에 그치지 않고, 교육, 산업, 교통, 의료, 공공 분야까지 다양한 곳에서 동시에 이뤄질 계획이다. VR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진다는 것은, 곧 유저들이 VR 콘텐츠를 접할 기회 역시 많아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에서 VR 콘텐츠를 개발 중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결정이 VR·AR 플랫폼을 한발 더 나아갈 수 있게 만드는 좋은 취지의 결정이라며 반색을 표했다. 다만, 플랫폼 안정화 단계를 거쳐 단일 VR 게임 타이틀이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 시장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B2C 콘텐츠 쪽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실제로 밸브가 발표한 VR 게임 '하프라이프: 알릭스'는 출시 한 달 만에 5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그 가능성을 증명한 바 있다.



▲ 'VR B2C 콘텐츠'의 잠재력은 이미 여러 선례를 통해 증명됐다

과기부는 이번 규제혁신 로드맵을 발표하며 오는 25년까지 VR·AR 콘텐츠 전문 기업을 150개까지 육성하고, 국내 시장 규모를 14조 3천억 원 규모까지 키워나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비대면 시대에 더욱 빛나는 VR·AR 산업에 정부가 걸고 있는 기대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유저들의 인식 속에서 점점 멀어져만 가고 있던 VR·AR 산업에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부처의 높은 관심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현재로선 그 영향을 예측하기 어렵지만, 이번 변화가 불러올 국내 VR 시장 규모의 확대가 '부담스러운 VR 기기의 가격'과 '킬러 콘텐츠 부족'과 같은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앞으로 VR·AR 분야에 적용될 네거티브 규제가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혁신적이고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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