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방담]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진짜 태풍이 될까?

칼럼 | 인벤팀 기자 | 댓글: 63개 |



지난 26일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코엑스에서는 블리자드의 전설적인 RTS, '스타크래프트'의 출시 19주년을 기념한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날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가 정식으로 공개되었는데요. 취재에 참여한 기자들이 모여 뒤 이야기를 방담으로 풀었습니다. 자유로운 대화 진행을 위해 익명으로 작성했습니다.


Q.초대장이 왔을 때 다들 직감을 했나?

질럿: 이벤트 초대장이 왔을 땐 솔직히 아리송했다. 블리자드야 유저 행사를 워낙 많이 했으니. 근데 마이크 모하임이 온다고 하니깐 느낌이 오더라.

마린: 아! 드디어 때가 됐구나(웃음).

메딕: 스타크래프트가 1998년 발매되었다. 고등학교 때 전산실에서 몰래했던 게임이 아닌가. 군대 갔더니 선임이 대뜸 "너 스타 좀 하냐"라고 물어보길래. "제가 사회에서 좀 했습니다"라고 말했다가 바로 소대 대항전에 끌려가서 영혼까지 털렸다. 군대에선 거의 다 프로게이머다. 진짜 이기고 싶어서 4 드론도 해봤는데 안되더라(웃음).

아콘: 이제 기자가 돼서 개발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거 가문의 영광이다.


Q.다들 나름의 추억들이 많을 것 같다.

질럿: 스타크래프트로 PC방 열풍이 불고 2000년도에 내가 살던 시골에도 첫 PC방이 생겼다. 시간당 3,000원이었고 들어가면 삶은 달걀과 요구르트도 줬다. 그땐 정산 프로그램도 없어서 포스트잇으로 입장시간을 써서 컴퓨터 앞에 붙여놨다(웃음). 심지어 PC방인데 인터넷도 안됐다. 배틀넷을 하는 게 아니라 모르는 사람들끼리 TCP/IP로 LAN 플레이를 하더라. 난 첨에 그게 배틀넷인줄 알았지.

마린: 옆 사람이랑 했으니 옆틀넷이다. 우리 동네엔 60인치 TV 모니터로 할 수 있는 전용 컴퓨터도 있었다. 오버로드가 거의 사람 머리통만 한 크기로 움직였다(웃음).

메딕: 쌈장이 TV CF에 나왔다. 대사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인터넷은 코넷으로 접속하라" 최초의 게임 CF였다. 당시 집 전화비 평균이 2~3만 원 나올 때였는데 모뎀으로 게임하다가 전화비만 26만 원이 나왔던 기억이 있다. 진짜 엄마한테 파리채로 죽도록 맞았다. 근데 코넷이 나와서 요금이 많이 싸졌다. 지금 생각해보니 새삼 고맙다.

아콘: 우리 동네는 브루드워가 출시되고 본격적으로 PC방이 생겨났다. 난 이상하게 스타크래프트보다 레인보우식스를 많이 해서 그런지 그런 추억은 없다. 가끔 하긴 했는데 로템이 아니라 무한맵을 했지. 포토캐논밭 깔아 기지 막고 인구수 꽉 채워 캐리어 몰고 가면 컴퓨터가 터지든 친구 기지가 터지든 둘 중 하난 터진다(웃음).



Q. 자 이제 행사 다녀온 기자들의 소감부터 들어보자. 워낙 큰 게임이다 보니 분위기도 평소 간담회와는 달랐을 것 같은데.

질럿: 어쩐지 경건한 마음으로 갔다고 할까. 개인적으로는 한국 시장에 대한 블리자드의 관심이 아직 살아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행사였다. 와우가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한국 매출이 많이 빠졌는데 이후 스타2나 히어로즈도 생각만큼 잘 안 됐다. 이제 소위 말해 '원 오브 뎀'일뿐인데 글로벌 회사 대표가 한국까지 날아놔 첫 발표를 한국 팬들 앞에서 했다. 이보다 더 멋진 일이 있을까?

마린: 굉장히 영리한 행사였다. 의미 있는 잔치에 자칫 이슈로 번질 수 있는 리마스터 버전 가격이나 PC방 요금제 정책 이야기는 쏙 빠졌다. 하나만 삐끗했어도 지금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을 것이다.

메딕 : 얼마나 다들 이 소식을 주목하고 있는지 현장에 가보니 실감이 나더라. 레전드 매치도 대결 구도도 좋았고, e스포츠 관계자들도 적절히 잘 섭외한 것 같다. '추억팔이'라 말하는 의견도 있던데 이런 추억이라면 마음껏 팔아도 좋다.

아콘: 나는 블리자드 본사 직원들 반응을 지켜봤다. 리마스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확신이 있었기에, 기자 간담회 때는 덤덤하게 발표한 것 같은데 오히려, 유저 행사에 참여한 게이머들의 반응을 보고 굉장히 놀란 것 같더라. 개발자 표정을 보니 "와 내가 도대체 뭘 개발한 거야" 이런 느낌이었다(웃음).



▲기자간담회 때외 표정이 사뭇 다른 핏 스틸웰 선임 프로듀서


Q. 리마스터 버전에서 가장 눈여겨보고 있는 부분은?

질럿: 게임 밸런스나 조작감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아예 손을 안 댔다. 해상도, 그래픽, 배틀넷 쪽에 집중했는데 일각에서 거론되는 말처럼, 사용자 중심의 리마스터가 아니라 오히려 향후 리그를 생각하는 방향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보는’ 요소에 집중한 것 같다.

메딕 : 윈7, 윈10 정식 지원이랑 배틀넷 편입이다. 스타가 존속하기 가장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가 매칭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피쉬서버도 정식 배틀넷으로 편입되는 점에서 많이 놀랐다. 멀티플레이 게임은 시간이 지나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계속 생태계가 유지된다. 그 점을 놓치지 않은 훌륭한 결단이라고 본다.

마린 : 비주얼 측면에도 눈길이 가지만 가장 주목한 부분은 비주얼이나 게임 외적인 인프라에 대한 변경 점이었다. 느린 속도의 배틀넷이나 인터페이스, 그리고 편의 기능 등에 주목했다.

아콘 : 비주얼에 가장 눈이 간다. 블리자드이기에 의심의 여지는 없다. 직접 플레이해보지는 못했지만, 눈으로 확인한 리마스터는 합격점이었다. 그 외로 ‘피시방 유료화 정책’에 관심이 간다. 현재 스타1의 피시방 점유율은 큰 변곡점 없이 5%를 유지하고 있다. 리마스터를 통해 휴면/신규 유저 층을 끌어모으면, 기대 이상의 시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Q. 단도직입적으로 말해보자.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가' 통할까?

질럿: 발표하자마자 곧바로 실시간 검색어 1위로 뜨더라. 통할까가 아니라 이미 통한 거 아닌가.

메딕: 성공 여부를 논외로 치더라도, 국내 PC방 점유율 5%라는 점은 매우 크게 작용할 것 같다. 간간이 주말에 PC방에 가면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사람을 봤다. 그리고 이번에 레전드 매치를 보면서 느꼈지만, 알만큼 다 아는 게임이라서 그런지 보는 재미는 여전하더라. 옵저버 시스템이 개선되고 그래픽도 좋아지면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

마린: 당연히 통한다. 오래된 게임이라고 안 통할 이유가 어디 있겠나? 야구나 축구나 둘 다 엄청나게 긴 세월 동안 룰이 조금씩만 바뀌면서 존재해왔다. 이미 ‘게임’이라는 문화 콘텐츠는 신작과 신기술에 기댈 정도의 나약한 단계를 벗어났다. 게임플레이 자체의 가치가 아직 살아 있다면 충분히 플레이 여지가 있다.

아콘: 놀이라는 문화는 플랫폼의 진화로 성장했다. 과거 게임은 단순히 놀이의 한 부분이었지만, 지금은 그 위치가 다르다. 다양한 경험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창작의 도구이자, 만인이 즐기는 스포츠로 거듭났다. 스타1이 그 포문을 여는 게이트 역할을 했다. 과거 모두가 환호하던 게임성을 유지하고 현시대에 걸맞은 옷을 치장한 스타1 리마스터 이기에 포텐은 확실히 존재한다.



▲디테일이 살아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유닛의 변화


Q. 이번 발표가 PC방 생태계에 영향을 어느 정도나 줄까?

질럿: 리마스터 버전을 기존 블리자드 PC방 요금정책인 시간당 요금제로 변경했다고 가정해보자. PC방 점유율 5%면 한 달에 게임사가 얻는 매출만 25~35억 원 사이다. 블리자드 코리아 입장에서는 1년에 3~400억 원 매출이 더 생기는 거다. 이걸 반대로 말하면 PC방 업주들이 그만큼 부담해야 한다는 소리다. 예상되는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도 있다.

마린: 꼭 그렇게 생각할 게 아니라 리마스터 버전으로 전체 PC방 이용자가 늘어난다면 서로 이득이지 않을까. 아직 PC방 요금제가 발표전이니 정말 서비스 차원에서 리마스터도 '무료'로 풀 수도 있는 일이다.

메딕: 정책에 따라서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PC방 업주들에게는 갑자기 요금이 부과될 수도 있으니까 반발이 있겠지. 엄밀히 말하자면 지금 무료로 사용되고 있는 점이 잘못된 거지만, 1.18되면서 무료가 되면 리마스터는 선택지로 남게 되지 않나? 블리자드도 완화책은 생각해두고 정책을 마련한 것 같긴 한데, 상황을 가봐야 알 것 같다. 만약 이슈가 터져도 이번에는 공공재 같은 이야기는 안 했으면 좋겠다.

아콘: 큰 영향은 없으리라 본다. 이번 간담회에서 흥미로웠던 점 중 하나가 핵심 개발진들이 ‘PC방’ 문화를 논하면서 덕분에 스타크래프트가 지금까지 남아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유저 대상으로 한 이벤트 진행 현장에서도 PC방 업주를 불러 감사패를 주기까지 했다. 이렇게까지 나온 마당에 PC방 업주들에게 불리한 요금제를 적용한다거나, 추가 과금 요소를 만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생태계가 바뀐다면 그저 전보다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플레이하는 장면을 더 많이 볼 수 있게 될 것 같다는 점 정도일까?


Q. 이번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발표 후 다른 블리자드 클래식 작품을 리마스터해달라는 이야기가 많다. 개인적으로 어떤 작품이 리마스터 되었으면 하나.

질럿: RTS인 스타크래프트가 리마스터 되었으니 다음은 RPG인 디아블로2가 아닐까? 블리자드 스타일로 봤을 때 같은 장르를 연속해서 내진 않을 것 같다.

메딕: 이미 구인공고에 디아블로2, 워크래프트3에 관련돼서 모집 공고가 있다. 리마스터라고 명시를 안 해서 그렇지. 유추해보건대 아마도 이 두 타이틀은 확정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워크래프트3가 정말 기대된다. 대전 말고 유즈맵도 정말 많이 했었다. 언덕 위의 왕이나 워록, 카오스, 도타같은 것들. 근데 이렇게 되면 도타2랑 카오스 온라인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마린: 역시 워크래프트3다. 디아블로2 역시 기대되긴 하지만, 워크래프트3만큼 기대되지는 않는다. 워크래프트3의 경우 완벽에 가까운 게임 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에 비주얼적인 부분만 변한다면 충분히 현역 게임들과 자웅을 겨룰만한 작품이라고 판단된다.

아콘: 뜬금없지만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클래식 서버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그래픽이나 스킬도 옛날 그대로. 30~40대 아재가 된 와우저들이 타렌밀 농장에서 한판 붙는 거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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