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논의는 환영, 그러나 문턱 즐비한 'e스포츠 상무팀'

칼럼 | 김홍제 기자 | 댓글: 7개 |




스타1 공군 프로게임단 공군 에이스는 2007년 4월 3일 창단했다. '임요환'이라는 당대 최고 아이콘을 필두로 만들어진 공군 에이스는 2012년 11월 말까지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에서 활동했다. 당시 프로게이머에게 '입대'란 은퇴와 직결되는 사형선고와 같았다.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 속에서 약 2년이란 시간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벽이다. 팀 관계자들 역시 군 문제로 인해 애초에 선수 선발부터 군 면제가 아닌 이상 20살만 넘어가도 선발을 꺼려했다. e스포츠라는 문화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대의 아이콘인 '임요환'의 입대는 성장에 영향을 끼칠 정도의 민감한 문제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2007년에 공군 에이스라는 팀이 탄생한 게 기적과 같다.

공군 에이스 창설 배경의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스포츠에 비해 선수 생명이 턱없이 짧은 프로게이머들에게 2년 동안 선수 감각을 이어나갈 수 있는 창구로 만들어주자는 것이었다. 팬들 입장에서도 굉장히 반가운 소식이었다. 공군 에이스가 없었다면 우리가 느끼지 못했을 홍진호의 당대 최고 프로토스 김택용을 꺾는 대이변이나 항상 최약체로 평가받는 올드 게이머들로 뭉친 공군 에이스가 주는 감동의 1승은 다른 팀들의 10연승과도 맞먹을만한 상징적 의미로 다가오곤 했다.

그러나 윤상현 의원의 '국군체육부대(이하 상무) e스포츠팀을 만들자'는 의견에 대해 긍정적인 여론보단 부정적 여론이 더 거세다. 그 이유가 뭘까.

취지만 놓고 보면, 공군 에이스 창단 기준으로 13년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더 관대해야 되지 않을까 싶지만, 그동안 사회적으로도 많은 이슈가 있었다. 특히 요즘 시대는, 무언가 특혜같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예가 연예병사제도 폐지다. 2013년 여름 폐지된 연예병사 제도는 '연예병사제도 자체가 특혜다, 상대적인 박탈감이 상당하다. 아무리 취지가 좋더라도 악용되는 사례가 조금이라도 나오는 제도를 굳이 고집할 이유가 없다' 등, 대체복무의 취지대로 가지 않고, 그 순수성이 심각하게 훼손된 사례가 많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LoL의 경우 스타1보다 선수 생명을 더 길게 이어갈 수 있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지만, 축구나 야구, 농구와 비교했을 때 짧은 건 여전하다. 거기서 2년에 가까운 시간을 투자할 이유가 있을까. 아마 선수 모집을 한다고 해도 전성기 시절 수억 원의 연봉을 포기할만한 메리트가 없다.

오히려 기량이 저하되는 시점에 은퇴 전 코스로 전락할 확률이 매우 높다. 이럴 경우 당연히 성적도 기대할 수 없다. 실제로 공군 에이스의 경우에도 전성기가 한참 지난 노장 게이머들이 많았다. 말미에는 20대 초반에 입대를 결정한 몇몇 선수들도 있었지만, 약 30여 명의 선수가 활동했는데 승률이 50%가 넘는 선수는 브루드워 기준으로 이정현(4승 4패), 김승현(4승 3패)에 불과하다. 게다가 LoL은 팀 게임이라 입대 시기, 전역 시기에 따라 팀적인 호흡을 맞추기도 훨씬 까다로운 점이 많다.

그리고 20대 후반 정도의 나이라면 LoL 프로 선수로서 해볼 수 있는 모든 걸 해보고 은퇴할 수 있다. 최소한 입대로 인해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일은 없다. 본인 의지에 따라 입대로 인해 선수 생명이 강제로 끊기진 않는다는 말이다. 때문에 진정으로 프로게이머들을 위한 특별 제도가 필요하다면 오히려 그들을 위한 합법적인 군대 연기 절차를 만들어주는 게 더 합리적일 수도 있다.

현재 대부분의 프로게이머는 '해외 출국, 자격증 시험, 학업 등' 자신이 하고 있는 일과 전혀 상관없이 오로지 '군대를 미루기 위함'을 이유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몇 개월마다 입영 통지서를 보며 '어떻게 미루지'에 대한 고민은 자신의 기량에도 개인 편차에 따라 다르겠지만 영향이 없진 않다.

공군 에이스라는 선례가 있는 상황에서 새로 상무 e스포츠팀을 만드는 건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다. 기본적으로 취지 자체에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다. 다만, 잠깐만 고민해봐도 현실적으로 부딪힐만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좋은 취지임에도 많은 e스포츠 팬들이 상무 e스포츠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이유기도 하다.

프로게이머 입장에서는 프로 생활을 연장할 수 있는 상무 시스템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한 게임단 관계자는 "어쨌든, 선수 생명의 절대량이 늘어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가령, 은퇴 후 지도자를 준비하려는 A라는 선수가 있더라도 군대를 다녀오면 게임에 대한 이해와 감각을 되살리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런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e스포츠 업계인으로서 사회가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나 위상 자체도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위와 같은 문제를 정말 심도 있게 추진하려면 지금부터라도 관계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도 될까 말까다. 먼저 팔을 걷어붙인 윤상현 의원의 발언처럼 심도 깊은 논의는 언제나 환영이다. 다만, 단순히 '상무 e스포츠팀을 만들자', '아니면 말고' 식의 접근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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