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모바일 액션 RPG, '액션'을 전달할 방법을 고민할 때

칼럼 | 윤서호 기자 | 댓글: 14개 |



"모바일로도 콘솔급의 고퀄리티의 그래픽과 화려한 연출, 액션을 담아낼 수 있을까?"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디바이스의 성능이 발전하면서, 유저들과 개발자들은 이런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2014년 출시된 '블레이드'는 모바일로도 수준급의 액션 RPG를 만들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후 HIT, 레이븐 등 액션 RPG들이 모바일 시장에 등장하고 흥행하면서 액션 RPG의 전성기가 오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액션 RPG는 시장에서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2017년 '삼국블레이드'와 '다크 어벤저3'가 출시되고, 지난 6월 28일 '블레이드2'가 출시됐지만, 어느 순간 등장해서 시장에 자리잡은 모바일 MMORPG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몇몇 액션 RPG들은 그래픽과 연출 면에서 콘솔 액션에 비견될 수준이었지만, 그것만으로 시장에 어필하기엔 2% 부족했다.



▲ 국산 액션 RPG가 차지했던 자리는 현재 MMORPG들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사실 액션 RPG가 그간 주로 내세웠던 그래픽과 연출이라는 요소는 근본적으로 따지면 액션 RPG만의 요소가 아니었다. 한 때 PC MMORPG 광고들을 떠올려보면, 화려한 그래픽과 연출을 강조하기 위한 영상이나 광고 문구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다만 그간 기술의 한계로 대규모 오픈필드를 특징으로 하는 MMORPG에서 그와 같은 그래픽과 연출을 적용하기 어려웠을 뿐이다. 기술이 발전한 지금은 모바일 오픈월드 MMORPG에서도 수준급의 그래픽을 갖춘 게임들을 찾아볼 수 있다.

그 외에도 다른 장르, 예를 들어 FPS도 기본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그래픽과, 유저가 몰입할 수 있는 특수 효과와 연출을 바탕으로 하는 장르다. 즉 그래픽과 화려한 연출은 '액션'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다만 예전에는 기술의 제약상 모바일에서 고퀄리티의 그래픽과 연출을 담아내기 어려웠기 때문에, 이 부분에 집중한 액션 RPG들이 돋보였던 것이다. 그러다가 점차 다른 장르에서도 화려한 그래픽을 갖추게 되면서 이 부분만으로는 유저에게 어필하기가 어려워졌다.

또 다른 문제는, 경쟁 장르인 MMORPG에서도 점차 액션 RPG만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던 액션 요소를 차츰 도입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최근 MMORPG를 살펴보면 단순히 스킬을 난사하고 공격을 주고 받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회피기나 무적기를 활용해서 보스 패턴을 회피하거나 장판 패턴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피하는 등, 액션의 요소를 일부 도입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레이드에서 필드의 오브젝트를 활용해서 클리어하도록 디자인하는 등, 전보다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 검은사막 모바일에서는 월드보스 누베르 공략 시에는 신기전도 활용해야 한다

물론 액션 RPG가 말 그대로 액션이라는 요소에 좀 더 집중한 만큼, 액션성은 MMORPG보다 조금은 우위에 있다. MMORPG에서는 대부분 쿨마다 스킬을 사용하고, 타이밍에 맞춰서 회피를 하는 것에 그쳤지만 액션 RPG에는 그보다 더 다양한 조작 체계로 액션의 손맛을 살리고자 했기 때문이다. 적의 공격 타이밍에 맞춰서 방어하면 무적 판정과 동시에 적에게 강렬한 반격을 가하는 블레이드의 반격 시스템이나, 거대한 몹을 제압하면 일정 시간 동안 몹 위에 탑승해서 조작하는 다크어벤저3의 몬스터테이밍 시스템 등은 아직 MMORPG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액션을 보여주기엔 충분했다.


문제는 그러한 강점이 부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대다수의 액션 RPG의 종착점은 결국 자동사냥을 통한 재화 및 경험치의 수급, 캐릭터 강화로 귀결된다. 그리고 이 틀이 대부분의 게임이 다 비슷비슷하다. 요일던전, 탑, 스테이지, 레이드, 그리고 다수의 콘텐츠가 자동사냥으로 가능하다는 것까지 비슷비슷하다. 이는 단순히 자동사냥이 좋다,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 구성은 MMORPG도 비슷하기 때문에, 액션 RPG만의 강점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기 위해서다.

앞서 말했듯 액션 RPG들은 MMORPG와는 다른 시스템, 액션을 이미 갖추고 있다. 그렇지만 그 콘텐츠를 유저가 체감하기 위해서는 보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사용해보기도 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언제 일일이 수동으로 해서 캐릭터를 키우느냐, 하는 반감을 가질 수 있겠다. 그렇지만 이는 모든 콘텐츠를 수동으로 할 수 있도록 바꾸라는 의미는 아니다. 유저가 그 게임 속에 있는 다양한 액션과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해보라는 의미다.

예를 들어 현재 대다수의 액션 RPG의 스테이지 별 세 개 클리어 조건은 단순히 특정 시간 내로 클리어, 사망한 영웅이 없을 것 등으로 획일화되어있다. 이와 같은 조건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전투력이 낮을 때는 보스의 공격을 제때 피하지 못하거나, 혹은 반격 등 추가로 딜을 우겨넣는 시스템을 활용하지 못하면 이와 같은 조건을 클리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캐릭터 레벨이 높거나, 흔히 말하는 '장비빨'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저 자동으로만 내버려둬도 제 시간 내, 혹은 1분 안팎의 짧은 시간에 알아서 스테이지를 클리어해버린다. 이와 같은 구성에서는 액션 RPG들이 야심차게 준비한 액션 시스템이 묻혀버리게 된다. 굳이 쓸 필요도 없이, 반복 사냥으로 캐릭터를 키운 다음에 밀어붙이거나 혹은 과금으로 캐릭터를 강하게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미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 선례는 존재한다. '붕괴3rd'는 자동조작이 없다는 것 외에도, 각 스테이지마다 별 3개 클리어 조건이 다 다르다. 처음 스테이지에 들어서게 되면, 제한 시간 내 클리어뿐만 아니라 회피기를 몇 번 이상 사용할 것, 적의 공격에 몇 번 이상 피격되지 말 것 등 다양한 조건이 주어지게 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유저는 필연적으로 게임 시스템에 대해서 이해하고, 직접 사용해봐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붕괴3rd는 유저에게 다양한 액션 시스템이 있다는 것을 인지시켰다.



▲ 별 세 개 클리어 조건이 스테이지마다 각각 다른 붕괴3rd

물론 유저가 직접 회피, 반격 등의 시스템을 활용하도록 유도하는 시도는 국내 액션 RPG에서도 존재한다. 일례로 레이드 같은 콘텐츠는 유저가 보스의 패턴을 막거나 회피하지 않으면 권장 전투력보다 한참 높은 수준이 아닌 한 클리어할 수 없도록 만들어둔 것이 그 사례다. 그렇지만 PVE에서 이와 같은 요소를 집어넣은 것은 위험부담이 따른다. 여기에는 모든 유저가 적극적으로, 수동 전투에 임할 것이라는 전제 조건이 딸려있기 때문이다. 한 명이라도 실수하면 전멸하거나 큰 위험을 겪게 되는 던전에서 과연 처음 만나는 팟이 얼마나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심지어 자동 전투가 지원되는 게임에서 말이다.

그나마 최근 출시된 블레이드2에서는 자신의 아이덴티티인 '반격'을 적극 활용해서 클리어해야 하는 반격 던전을 내놓았으며, 광고에서도 '반격'이라는 단어를 어필하고 있다. 자신들의 액션의 핵심을 좀 더 강조한 것이다. 그렇지만 반격 던전은 하루에 3회만 입장이 가능하다는 점이나 태그 액션, QTE 액션 등 반격 외에도 다양한 액션을 유저가 직접 사용하고 도전해보도록 유도하는 콘텐츠가 부족한 것은 아쉬움이 남았다.


잘 만들어진 액션 영화는 단순히 화려한 연출만 갖춰진 것이 아니다. 타격과 피격의 공방, 호흡, 주변 환경이나 자신의 장점을 활용해서 적을 쓰러뜨리는 전술, 협동해서 강적을 쓰러뜨리는 과정 등 액션에 관계된 모든 것이 잘 짜여있어야 비로소 우리는 잘 만들어진 액션 영화라고 평가한다. 액션 게임 역시도 화려한 연출만 갖고 '걸작'이라고 평가하지 않는다.

심지어 액션 게임은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추가된다. 유저가 직접 화면 속 상황과 상호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저가 직접 그 '액션'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들이 필요하다. 육성의 편의를 위해 자동 전투를 넣더라도, 때로는 유저가 수동으로 조작하면서 시스템을 활용해보고 게임 속에 담긴 '액션'을 느끼도록 해야 비로소 액션 RPG의 강점인 '액션'을 어필할 수 있다.

초기 액션 RPG들은 유저와 업계에 모바일로도 콘솔에 가까운 화려한 연출과 그래픽, 액션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후 모바일 게임 시장에는 화려한 연출, 그래픽, 기본적인 액션을 담아낸 게임들이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런 만큼 이제 액션 RPG는 자신들의 아이덴티티인 '액션'을 유저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수단을 좀 더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액션 RPG가 고만고만한 틀에서 벗어나서, 자신들이 갖고 있는 고유의 조작법이나 액션 연출, 시스템을 유저에게 적극 어필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 그리고 콘텐츠와 함께 다가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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