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클리커 게임, 3만 원이라면 사시겠습니까?

칼럼 | 정필권 기자 | 댓글: 21개 |

"클리커 게임인데, 스팀에서 유료로 3만 천 원이야."

라는 이야기를 "그래서 살래?"라는 질문과 곁들여 했을 때, 돌아오는 대답은 보통 한결같다. "대체 왜? 클리커 게임을?" 아마도 일반적인 반응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클리커 게임의 수익모델은 부분 유료화에 치중된 장르였으니까. 그리고 그저 켜두는 시간이 더 많은 방치형 게임이기에 더더욱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로 클리커 게임임에도 패키지 형태로 게임을 출시한 회사가 있다. 플레이사우르스(Playsaurus)의 신작, '클리커 히어로즈2'가 그 주인공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클리커 게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플레이해봤을 '클리커 히어로즈'의 후속작이다.

당시 클리커 히어로즈는 같은 장르 게임들에 몇 가지 새로운 시스템을 붙이면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 스킬 시스템, 다양한 영웅들과 반복 플레이를 위한 설계, 클랜과 같은 커뮤니티 시스템 등 클리커에 RPG의 요소들을 접목했다. 덕분에 반복을 거듭하는 게임임에도 파고들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있었다. 게임이 인기가 있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PC와 모바일은 물론이고 PS4와 Xbox One 버전까지 나오기도 했으니까. 심지어 GTA V, 위쳐3, DOTA2 와 함께 스팀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 중 하나로 손꼽히기도 했다.



▲ 정말로 많은 사람이 플레이한 '클리커 히어로즈'

그렇기에 후속작인 클리커 히어로즈2를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클리커 히어로즈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는 일단 차치해두자. 어찌 됐던 인기가 있는 게임이었고, 개발사인 플레이사우루스도 수익 면에서 큰 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후속작을 공개하면서 수익 모델, 정확하게는 30 달러(한화 31,000원)라는 가격에 판매하는 결정은 팬들에게 있어 논란을 낳았다.

캐주얼하다는 인식이 강한 클리커 게임의 패키지 판매. 시간을 소비하는 게임의 특성상 충격적인 결정이었으며, 동시에 개발사가 가지고 있는 과금에 대한 인식을 찾아볼 수 있기도 했다. 플레이사우루스는 후속작을 개발하면서 수익 모델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고민을 했고, '기본 플레이 무료 + 추가 결제'와 '기존 게임과 같은 유료 판매' 사이에서 유료로 판매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 얼리 액세스 30달러, 클리커가?

개발사가 유료 판매를 결정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윤리적(Ethical)인 이유, 다른 하나는 게임 디자인 측면에서다. 먼저, 윤리적인 측면에서 이들은 '중독성'을 지적했다. "게임은 본질적으로 중독적인 면이 있다 (Games are inherently addictive)"고 말이다. 중독성 그 자체로는 부정적인 영향이 없지만, 악용되는 순간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개발사는 게임이 가진 중독성을 악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한, 과도하게 많은 금액을 게임에 결제하는 것도 반대했다. 전작인 클리커 히어로즈에서 개발사는 애초부터 추가 결제를 염두에 두지 않고 게임을 디자인했다. 시간을 들인다면 모든 콘텐츠를 플레이할 수 있었고, 굳이 결제하지 않아도 콘텐츠를 즐기는 데에 지장은 없었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몇천 달러에 이르는 돈을 게임에 사용했으며, 개발사는 이러한 모습을 부정적인 것으로 봤다.

인간은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진다. 하지만 항상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것은 아니다. 개발사는 이 지점에 주목한다. 개발사는 '구매를 후회하는 사람들에게서 돈을 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과금을 한 사람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지금의 수익 모델은 잘못된 것'이라고 봤다. 그래서 후속작은 유료 판매를 진행했고, 이후 프로젝트에도 유료 판매 모델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연히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개발사는 "많이 벌지는 못해도, 우리가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다"고 이유를 당당하게 알렸다.



▲ 그래서 다른 게임에서 유료 재화로 썼을 '루비'도 게임 플레이에서 얻도록 했다.

두 번째로 게임 디자인 측면에서도 개발사의 인식은 한결같다. "현금 구매가 들어가는 것은 유저 경험에 불쾌한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이다. 플레이어가 '몇 달러를 쓰는 것으로 게임 플레이가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게임 플레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돈을 써야만 게임이 진행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게임의 몰입을 방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밸런스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플레이사우루스가 전작에서도 경험했듯이, 게임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서 밸런스를 조정하더라도 특정 유저층의 반발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A라는 콘텐츠에 돈을 지불한 사람들이 있다면, 수정할 것이 있더라도 이전보다 쉽게 바꿀 수는 없다. 유료로 상품을 구매한 사람들이기에 밸런스 조정에서 특정 유저들의 반발을 신경 쓸 수밖에 없고, 이에 맞춰 게임은 자신들의 의도와는 다른 모습으로 완성된다는 것이다. 플레이사우루스는 후속작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를 방지하고자 했다.

이렇게 플레이사우루스는 클리커 히어로즈2를 30달러라는 가격으로 내놓으며 얼리 액세스를 시작했다. 물론, 게임은 아직 미완성인 상태다. 하지만 게임을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갈 것임을 약속했고, 얼리 액세스 출시 이후 1년 동안 전액 환불을 할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했다. 게임이 구매했을 때와 완성된 모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 개발사는 앞으로 게임이 계속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 그렇다면 이제 선택과 결정은 유저들의 몫이 됐다. 인게임 결제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을 보여준 개발사, 그리고 위험을 감수하고 유료 판매를 시작한 결정. 우리는 이러한 개발사의 결정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대형 개발사들도 인앱 결제를 하나둘 넣고 있는 요즘. '돈은 덜 벌어도 좋다'는 반대의 선택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동시에 기존 유저들에게도 고민의 여지를 남긴다. 전작에서 인게임 결제는 흔쾌히 지불을 했음에도 30달러라는 가격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 게임이 30달러의 가치가 없다고 보는 시각 등 게임 출시 이후 평가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30달러가 비싼 가격이라면, 이 게임 또는 장르는 과연 얼마의 가격이 적당할 것인가. 혹은 차라리 무과금 플레이가 가능한 F2P가 나을 수 있을 것인가. 플레이어 개인의 가치 판단을 고민하는 시작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좋은 의미에서 출발한 유료 판매, 개발사는 패기 있는 결정을 통해 많은 물음을 던진다. 플레이사우루스는 클리커 히어로즈2라는 한 수를 먼저 두면서 대화를 시작했다. 이제는 게이머들이 답할 차례다. 설령 그 답변이 부정적으로 끝날지라도, 개발사와 플레이어 그리고 업계 전반적으로 BM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것은 분명할 테니 말이다.



▲ 일단, 리뷰 수 396개, 대체로 긍정적으로 시작했다. 앞으로가 문제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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