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모바일로 무슨 e스포츠를 하냐고? 중국은 이미 '시작'

칼럼 | 김병호 기자 | 댓글: 10개 |



한국에서 처음으로 모바일 e스포츠 대회가 열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시대를 너무 앞서 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모바일 게임 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지만 한국 게임 시장의 중심은 분명 PC 게임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위시로 다양한 게임사의 주요 e스포츠 종목은 분명 PC기기를 기반으로 즐길 수 있다. 모바일 게임과 비교해 PC 게임이 갖는 약점인 장소의 제약도 크지 않다. 동네마다 PC방이 위치해 윈하는 때에 언제든지 찾아가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모바일 게임사 히어로 엔터테인먼트가 개최하는 e스포츠 대회, Hero Pro League(이하 HPL)에 초대를 받아 중국 상하이로 향할 때도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모바일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오랜 고목처럼 자리 잡았었기 때문이다. 대회 현장에 들어서고 올림픽 체조 경기장만 한 장소에 모바일 e스포츠 리그를 보기 위해 운집한 사람들을 보았고, 그 나무는 뿌리째 흔들렸다.



▲ 모바일 e스포츠 대회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

총 여덟 종목, 6억여 원의 상금을 두고 100여 명의 선수가 대결을 벌이는 것을 지켜보기 위해 4,000여 명의 사람들이 원심체육관을 가득 채웠다. 대회장 입구에는 다음 입장을 기다리는 300여 명의 관객이 긴 기다림에도 묵묵히 경기를 보기 위해 줄 서 있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들이 모두 자신의 돈을 내고 경기를 보러온 유료관객이라는 것이다. HPL 대회의 입장권은 일만여 명이 구매했고 그의 절반이 현장을 찾아 관람했다.

중국은 어떻게 모바일 e스포츠가 대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현장을 찾아 열광하는 관객들을 바라보며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 의문을 풀기 위해 이 대회에 참가한 선수, 대회를 개최한 대표와 만나 이야기를 나눠 봤다. 그리고 이들이 이야기하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중국의 관계자들이 말하는 모바일게임의 강점은 장소와 기기의 제약이 적다는 것이다. 누구나 알고 당연한 이 강점은 한국이 아닌 국가에서는 더욱 크게 작용한다. 한국은 도심 어디서든 PC방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어 쉽게 PC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을 비롯한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한국처럼 많은 PC방이 있지 않다. 반면, 한국인처럼 남녀노소 누구나 핸드폰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 사는 우리는 비교적 덜 느끼는 모바일 게임의 강점이 다른 국가에서는 매우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기기 선호도 역시 컴퓨터에서 태블릿 PC와 스마트폰으로 옮겨가고 있다. 0으로 시작하는 주민등록번호를 가진 어린 게임 유저들은 키보드, 마우스보다 스마트폰의 터치 시스템이 더 익숙하다. 모바일 e스포츠 대회에 참가한 십대 중국인 선수는 "어릴 때부터 해왔던 스마트폰의 터치 방식이 키보드, 마우스보다 더 익숙하다. 게임사도 유저들을 위해 UI 편집 기능을 제공하고 있어 더욱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PC게임과 모바일게임의 경계는 점점 허물어지고 있으며 그 속도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PC게임은 높은 사양을 통해 유저들에게 보다 높은 퀄리티의 게임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과 함께 스마트폰, 태블릿 PC의 성능 역시 괄목할 성장을 이뤘다. 예상보다 훨씬 빨리 인공지능이 인간을 바둑에서 이긴 것처럼 스마트폰, 태블릿 PC의 성능도 우리가 생각하는 때보다 훨씬 빨리 컴퓨터의 사양을 따라잡을 것이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모바일 e스포츠 대회가 열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동료 기자와 웃으며 나누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키보드, 마우스로 조작하는 것도 아니고 조그만 스마트폰으로 폼도 안 나게 뭐하는 거냐고. 어쩌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때에, 젊은 친구들에게 구박을 들을 것 같아 겁난다. 아직도 키보드, 마우스로 게임 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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