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핸드 트래킹, VR에 어떤 변화 가져올까?

칼럼 | 박광석 기자 | 댓글: 18개 |



최근 오큘러스가 자사의 무선 헤드 마운드 디스플레이(HMD)에 손가락 인식 기능, 이른바 핸드 트래킹 시스템을 시범 도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기술은 HMD에 장착된 카메라로 사용자의 손가락 위치와 모양을 인식하는 것으로, 해당 기술이 제대로 적용되면 VR 콘텐츠를 이용할 때 별도의 컨트롤러를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VR 속에서 거대한 위협에 맞서거나 좀비를 사냥할 때도, 오직 HMD 하나만 준비하면 대부분의 VR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핸드 트래킹 기술의 적용은 더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게 되었다. 다양한 개발사들이 컨트롤러의 제약에서 벗어난 이 새로운 형태의 조작법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 연구하고 있으며, 그중에는 바로 실제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의 성과를 기록한 곳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VR, AR 환경에서의 사용을 고려한 새로운 형태의 브라우저 디자인을 공개한 영국의 기업 '울트라리프(Ultraleap)'다.

울트라리프는 초음파를 사용하여 직접 만지지 않고도 촉감을 얻는 '공중 햅틱' 기술로 이름을 알린 기업이다. 지난 5월에 핸드 트래킹 관련 기술을 전문으로 하던 리프 모션(Leap Motion)을 인수한 뒤, 본격적으로 핸드 트래킹을 활용한 브라우저 조작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트라리프가 개발 중인 핸드 트래킹 기술이 돋보이는 이유는 실제 자신의 손으로 VR 속 물건과 상호작용하는 느낌이 극대화됐기 때문이다. 이전에 공개된 오큘러스 퀘스트의 핸드 트래킹이 VR 속에 마련된 가상의 포인터를 조작한다는 느낌이 강했다면, 울트라리프가 공개한 기술은 마치 터치 패드를 사용하듯 자연스러운 조작이 특징이다.

울트라리프가 자사의 SNS를 통해 공개한 영상에는 거리에 따른 상호작용, 핀치 앤 스크롤 조작을 활용한 인피니트 캔버스, 터치와 드래그 활용 등, 손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조작으로 자유롭게 브라우저를 조작하는 모습이 담겼다.



핸드 트래킹을 활용한 브라우저 기술의 최적화가 진행된다면, 기존의 컨트롤러 조작보다 입력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 울트라리프 이외에도 다양한 기업들이 핸드 트래킹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기술을 개발 중이며, 이에 따라 컨트롤러로 조작하는 방식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던 AR과 VR, MR 장치에도 큰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아직 시기상조일 수 있지만, 이러한 변화들이 VR 게임과 콘텐츠에는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기대해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가 되었다. 물리적으로는 양손이 자유로워지므로 피로감이 크게 줄어드는 것은 물론, 주변의 물건를 내려치거나 컨트롤러를 놓쳐 사고로 이어질 걱정도 줄어든다.

이외에도 원래 VR 체험에 필요했던 기계 하나를 덜 사도 되는 셈이니, 가격 부담이 덜어지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최근 공개된 밸브의 최신형 HMD '인덱스'는 컨트롤러 단품 가격만 279달러(한화 약 32만 원)에 달했으니, 아직 자신의 VR 기기를 보유하지 않은 이들에게 있어 이는 절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콘텐츠 내적인 부분에서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잡 시뮬레이터'같은 유저 상호작용 중심의 VR 게임을 플레이할 때 더 사실적으로 몰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물론, '파이널 어썰트' 처럼 다양한 오브젝트를 조작하는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의 VR 게임을 플레이할 땐 컨트롤러를 활용하는 것보다 더 세밀한 컨트롤로 전장을 지휘할 수 있게 된다. 'GORN'이나 '슈퍼핫'처럼 격투 콘텐츠가 포함된 VR 게임이라면, 더 생생한 맨손 격투까지 체험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 VR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역시 양손이 자유로우면 더 몰입하기 좋다

반면, 성인 VR 콘텐츠는 핸드 트래킹을 활용한 간편함을 추구하기보다 사실적인 촉감을 느낄 수 있는 기술로 이어지길 바라는 이들이 많으니, 이 부분은 장갑 형태의 컨트롤러 등 햅틱 기술의 발전을 기대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위에서 소개한 VR 기업 울트라리프도 원래 직접 만지지 않고도 촉감을 얻는 '공중 햅틱' 기술에 능통했던 기업인 만큼, 햅틱과 핸드 트래킹 기술은 같은 방향으로 계속 발전될 수 있는 연결점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우리가 미처 인지하고 있지 못하는 사이, VR 업계는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때아닌 품절 대란을 불러오며 다시금 VR 대중화를 이끌 것이라 기대를 모은 하프라이프 신작 소식에도 '아직은 시기상조'라 입을 모으던 이들도 하나둘 감화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시대와 기술의 발전을 체감케 할만한 놀라운 VR 업계 소식들이 계속 들려올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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