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배틀로얄과 대전 격투, '섀도우 아레나'에 대한 고찰

칼럼 | 양영석 기자 | 댓글: 57개 |



지난 1월 5일, 펄어비스의 신작 액션 게임 '섀도우 아레나'가 두 번째 테스트를 마무리했다. 1차 CBT 때와 겉보기에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어도,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부적인 요소들은 꽤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신규 캐릭터로 인한 메타의 변화, 공격력/방어력 적용 공식의 변화 및 전체 인원수 조정, 캐릭터들의 스킬 밸런스 조정 등등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그런 변화 속에서도 기존의 정체성 자체는 유지했다.

개인적으로 참 기묘한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두 차례의 테스트를 겪으면서도 이렇게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게임이 있었던가? 게임 플레이에 대한 기본적인 고찰과 함께 전체적인 흐름, 그리고 세부적인 콘텐츠까지 하나하나 다 고민을 하게 만드는 그런 게임이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느낀 고찰들을 한 번 공유해보고자 한다.


격투게임과 배틀로얄, 두 가지 장르를 하나로 담다
두 개 장르의 특성을 다른 방법으로 풀어내다




섀도우 아레나는 전투적인 측면에서 격투 게임와 매우 유사하다. 판정과 콤보의 싸움으로 기본적인 대인 전투가 이뤄지게 된다. 모든 기술마다 프레임이 존재하고, 기본적으로는 스킬과 일반 공격(평타) 모두 상대방의 일반 공격으로 끊긴다.

플레이어는 상대방과 교전을 이어가면서 상대방을 CC등으로 '무력화' 시키고, 이 무력화 시간 동안 내가 가진 모든 방법을 동원해 대미지를 욱여넣어야 한다. 기술과 기술, 그리고 경직 시간 동안 중간중간 평타를 넣으면서 기술을 이어가고 그렇게 콤보가 생긴다. 현대적인 격투 게임의 문법이다. 조작만 단순화 되었지, 과거 격투 게임의 공식들을 그대로 따른다.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누군가 싸우는 상황에서 이런 격투 게임의 경험들이 고스란히 잘 살아난다. 무력화와 딜레이 캐치, 그리고 상태이상 면역 등으로 반격 하는 방법 등등 대전 격투/검투 게임과 매우 유사한 경험을, 대전에서 만들어내는데는 '일단' 성공했다.



대인 전투 자체는 격투 게임의 문법과 유사한 점은 여전하다.

섀도우 아레나는 플레이어들끼리 싸움을 붙이는 '룰'로서 배틀로얄을 채용했다. 배틀로얄은 기본적으로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행동을 기반으로 플레이어들이 움직이기 마련이다. 먼저 싸워서 빠르게 처리할 수 없으면, 싸우지 않는 게 낫다.

상대방과의 승부가 좀처럼 가늠이 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싸움을 걸지 않고 다른 지역에서 파밍을 진행하고 후일을 도모하는 게 나은 경우가 많다. 또한 한 번의 전투에서 1vs1 상황이 아닌, "Free for all"의 상황이 자주 연출된다.

승부가 좀처럼 나지 않는 상황에서 누군가 난입해오면, 당연히 난입자가 제일 유리하다. 언제나 전투에 앞서서 '누군가 또 치고 들어올 수 있다'고 전제를 깔아두게 된다. 당연한 일이다. '배틀로얄'이라는 장르에서 아주 당연하게 넘어갈 수 있는, 장르적인 특성으로 받아들여진다.


장르의 혼합, 불협화음
난입에 대한 관점이 너무나 다른 두 장르의 비극

이 둘의 조합은 멋져 보이지만, '경험'에 있어서는 비극을 낳았다. 격투게임에서 상대방 외에 다른 누군가의 '난입'이란, 절대적으로 있을 수 없는 '룰'을 깨는 행위다. 그러나 배틀로얄은 아주 당연한 일상다반사다. 대전에서 격투 게임의 경험을 느끼던 플레이어들은, 누군가의 난입에 의해 자연스럽게 분노하고, 썩 좋지 않은 경험이 전달된다.

물론 그게 한 게임에서 두세 번 정도 일어난다면 아무도 문제 삼지 않으리라. 섀도우 아레나의 약점이 여기서 또 생긴다. 바로 시작 후 4분의 시간이다. 빠르게 탈락하는 플레이어들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작 후 4분간은 반드시 부활한다. 그렇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 파밍이 된 상태에서 '모든 플레이어'들이 경기를 시작한다.

4분 이후에는 경기장이 좁아진다. 빠른 캐릭터의 이동속도는 이 좁아지는 경기장, 맵을 더욱 좁게 느끼게 만들고 교전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좁아지면 좁아질수록, 플레이어가 느끼는 압박감과 전투 교전은 늘어난다.

살짝 과장을 더하자면 난입과 난입속에서 누가 어부지리 하느냐다. 최종원에서도 5명 이상의 플레이어들끼리 눈치싸움만 하는 경우가 잦다. 약점을 보인 순간 모두의 먹이가 되고, 난전과 난입이 일어난다. 물고 물리고, 물고 물리는 극악의 Free for all 이자 약육강식의 세계. 전형적인 배틀로얄이다.



어부지리, 난전과 난입은 일상 다반사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섀도우 아레나는 알아야 할 정보가 많은 게임이다. 룰로서 채용한 두 장르의 게임 모두 알아야 할 정보량이 상당히 많은 게임 축에 속하니까, 당연하다.

거기에 성장 방식은 RPG와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지나칠 정도로 장비가 많다는 느낌이 강하다. 아마 차후에 장비별 특성이 추가되면 달라질지도 모르는 이야기겠지만, 장비의 '종류'가 너무 많다는 생각은 지워지지 않는다.

캐릭터들의 이동이 매우 빨라 상대적으로 좁게 느껴지는 맵은 지나칠 정도로 전투를 부추긴다. 배틀로얄에서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지형적인 요소는 크게 작용하지 않으며, 캐릭터들의 이동이 매우 빠르기에 대전은 짧고 굵게 승부가 나기보다는 도망과 추격이 매우 잦아 와호장룡 한 편 찍기 일쑤다. 난입만큼이나, 추격전이 자주 일어나 피로도를 올린다.



장비가 많다보니 교전 이후도 한참 파밍해야한다.

교전의 스트레스는 아이템과 스킬 사용까지 이어진다. 두 개의 탈출기를 모두 소모한 상황이면 완벽히 승리했어도 불안한 상황이 될 수밖에 없고, 실질적으로 교전 이후 탈출기를 모두 소모했지만 상대를 잡아내지 못한다면 회복 아이템과 파밍할 시간을 낭비한 셈이 되어버린다.

두 개나 되는 탈출기, 캐릭터의 빠른 이동속도와 보조 아이템들은 이렇게 '탈출'의 수단도 되지만 반대로 교전에 대한 부담도 늘려놓았다. 그래서 더욱 한 방 한 방이 중요해지고, 점점 그만큼 컨트롤이 되지 않는 유저들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 한 번의 콤보로 적을 잡아내면, 회복 버프도 생기는 만큼 완벽한 이득을 만들 수 있다. 물론 아무리 많이 딜을 해서 빈사로 만들어봐야, 지나가던 사람이 툭 쳐서 막타를 치게되면 나는 헛고생한 셈이다. 1차 CBT에서는 딜량이라도 표기가 되어 스스로 위로라도 했지, 지금은 보이지도 않았다.

많이 싸우고 많이 이길 때(막타를 쳐서) 그만큼 유리해진다는 공식, 특히나 고수 지향적인 게임의 승리 공식이 배틀로얄 치고는 지나칠 정도로 강조되어 '의외성'을 거의 찾기가 힘들어진다. 배틀그라운드도, 여포를 많이 한다고 우승하는게 아닌 것 처럼, 어느정도 조정이 필요한게 아닐까.


불협화음, 하모니가 되다
장르의 개성이 가려지니 좋은 연주가 되었다



오로엔은 정말 팀전에서 훨씬 더 빛이 나던 캐릭터였던 것 같다.

상대의 룰이 허용되지 않는 두 장르의 결합은 좋아 보였다. 하지만 교전이 지나치게 늘어지고, 상대적으로 좁은 맵과 지형적 요소의 부재, 방대한 정보량과 장비들이 플레이어에게 지나칠 정도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각 요소들이 조금씩 충돌하며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있는 셈이다. 마치 물과 기름이 억지로 계면활성제로 섞이기만 한 느낌이다. 섞이기만 했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비누+기름+물처럼 말이다.

물론 이렇게 충돌하는 경험 자체는 지속적인 플레이를 통해 적응하고,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명심해야 한다. 대체할 수 있는 게임이 수많은 현 상황에서, 게이머들은 좋지 않은 경험에 매우 민감하다.

격투 게임적인 느낌이 좋으면 격투 게임을 할 것이고, 배틀로얄을 즐기고 싶다면 다른 배틀로얄 게임을 찾을 수 있다. 성장과 PvP를 모두 하고 싶다면, 유저들은 RPG로 떠날 채비를 할 것이다. 필연적으로 많은 플레이어들을 모아야 하는 게임이므로, 이는 반드시 해결하거나 완화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된다. 설상가상으로 개인전에서는 플레이어 간 티밍의 문제도 드러나 겹쳐져 더욱 크게 경험의 질을 떨어뜨린 문제도 있었다.



팀전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격투게임 문법? 그런거 없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이건 개인전에 국한된 이야기다. 오히려 3명 단위로 참여하는 팀전에서는 상당히 괜찮은 경험으로 변화된다. 나 혼자가 아니라 아군이 둘이 있다는 상황 자체가 '격투 게임'으로 착각하며 겪는 나쁜 경험들을 1차적으로 제거해버린다. 그래서 개인전에서도, 이런 대전 격투 게임적인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스킬 연계와 운영 위주로 플레이한 플레이어들은, 개인전에서의 스트레스가 크게 줄어들었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팀전은 대부분 다수가 싸우기에 최대 대미지 콤보는 큰 의미가 없다. 그저 CC 연계와 순간적인 대미지의 집중, 그리고 상대방의 탈출기와 스킬 쿨타임, 다른 상대 팀원의 난입 등을 재면서 팀원과의 의사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다. 바로, 일반적인 PvP게임의 흐름이다. 또한 내 기술이 쿨타임이면 팀원이 도와줄 거라는 믿음이 생기고, 신뢰가 쌓이면서 경험은 점점 협동하여 생존하는 즐거움으로 선회한다. 팀 단위 대전이 더 어울리는 게임 디자인이라고 할까?

팀 전은 각 장르와 특징들이 서로 조금씩 개성을 자제하면서 서로를 보완하며 한 편의 듣기 좋은 연주를 만들어냈다. 2차 CBT를 플레이할 때는 팀전 위주로 게임을 진행했는데, 개인전보다는 팀전이 더욱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매칭과 관련된 버그들은 '테스트'니까 크게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장비의 종류가 지나치게 많아 팀원과 장비를 배분할 때 불편한 점은 좀 팀전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편이었다.


섀도우 아레나, CBT에 대한 고찰을 마치며
깊은 연구와 고민이 녹아든 게임이 되기를



그래도 1등도 몇 번 해보고, 참 재미있었다.

성장은 RPG, 전투는 대전 격투, 게임의 룰은 배틀로얄. 섀도우 아레나는 참 기묘한 게임이다. 하지만 이렇게 룰을 부수고 장르적으로 섞인 특징들은 플레이어에게 전달하는 경험을 혁신적으로 향상시키진 못했던 게 아닐까. 그렇다고 가능성이 없는 게임은 아니다. 팀 단위 대전은 상당히 즐거운 경험을 제공했고, 최종전 전투의 긴장감은 이 정도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2차 CBT에서 펄어비스가 검증하려고 했던 부분들은 어느 정도 데이터가 나왔을 터다. 일단 플레이 완급 조절 자체는 괜찮았다고 생각하고, 공격력과 방어력의 변화도 플레이어가 직접 와닿는 수준으로 느껴졌다. 붉은 용과 신규 캐릭터들은 메타에 어떠한 변화를 주었다.

연습방은 지속적으로 유저들이 연습하며 의논하는 토론의 장 기능을 적절하게 수행했다. 랭킹 시스템으로 누가 고수인지도 알아볼 수 있었고 이펙트도 확실히 줄어드는 등, 확실히 게임 내적으로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처음에는 개인전을 하면서 '굳이' 배틀로얄을 선택해야 했을까에 대한 의문이 들었지만, 팀전을 수차례 플레이하면서 그런 생각은 많이 옅어졌다.



물론 좋았던 기억만 있는건 아니다. 슐츠, 잡기연계, 부정적, 매우 끔찍.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섀도우 아레나가 기존 게임과는 다른 게임이라는 점이다. 섀도우 아레나는 '배틀로얄'과 '격투게임'의 룰을 부순, 또 다른 '액션 게임'이다. 지난 인터뷰에서도 김광삼 PD는 아직 보여주지 않은 요소들이 많다고 했다. 앞으로 더 이어질 테스트에서 이런 요소들이 추가되면서, 또 한 번 게임 자체가 큰 변화를 맞이할 수도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앞으로의 테스트를 통해서도 많은 변화를 이어나가고, 조금 더 게임 플레이에 대한 깊은 고민과 연구가 녹아들었으면 하는 게임이다. 플레이를 하면서도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게임, 그리고 플레이 이후에도 많은 여운을 남기는 게임. 나에게 있어서 섀도우 아레나는 또 다른 도전을 하는 그런 게임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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