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원 칼럼] 확률형 아이템 논란, 해결의 실마리를 고민하다

칼럼 | 인벤팀 기자 | 댓글: 27개 |



정정원 박사는 한양대학교 법학연구소 연구원으로 국가인권위원회 현장인권상담위원, 게임문화재단 게임이용자보호센터 전문위원, 법제처 연구원 등을 지낸 법률 전문가다. 지난 한국법정책학회 동계 정기학술대회에서는 '게임 이용행위의 질병적 취급의 문제점에 관한 고찰'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사행성게임물에 대한 이해', '온라인게임 아이템의 형사법적 취급' 등의 보고서를 통해 이용자가 확률형 아이템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시했다.




*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확률형 아이템,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일반적으로 확률형 아이템을 이해함에 있어서는 ‘사행적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그 인식의 기저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도박이나 사행행위로 파악하는 것이 적정하다는 의견까지 있다. 과연 이와 같은 이해는 적정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우리 규범체계는 '사행(射倖)'의 개념을 이해함에 있어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득실’을 전제한다. 따라서 ‘사행적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득실’이 가능한 경우여야 한다. 그런데 확률형 아이템에 있어서는 (개인 간의 아이템 거래행위의 법적 취급은 별론으로 하고)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득실'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최소한 규범적 이해의 측면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이 사행적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규범적으로는 게임사업자의 사업 운영에 있어 선택 가능한 여러 사업모델 중 하나로 이해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규범적으로 허용되는 사업모델의 하나로 평가 가능하다는 점이 그 사업모델의 운용 과정에서 사회적 논란이 야기되고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그와 같은 문제들을 방기(放棄)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사업모델에 대한 평가와 사업모델의 운용상 문제의 발생은 논의의 선상을 전적으로 달리하는 것이다.




▲ 사감위 포럼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을 '라이트 갬블링'으로 다뤄야 한다고도 했다

확률형 아이템 논란, 본질적 원인은 무엇인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많은 이용자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진 이후, 그와 같은 이용자 불만을 해결하기 위하여 관련 사업자들은 확률형 아이템의 개별 구성 아이템의 확률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에 따라 현재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는 다수의 게임사업자는 자율규제의 방식으로 개별 아이템의 획득 확률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이는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거세지자 그 해결을 위하여 사업자들이 자발적으로 제시하여 시행 중인 해결방안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필자의 경우 수학적 무지로 인하여 현재 공개 중인 아이템 획득 확률을 이해하기가 매우 어렵다. 예컨대, 특정 아이템의 획득 확률을 산정함에 있어 일‧주‧월‧년 등 일정한 기간 동안 판매되는 해당 아이템 전체를 기준으로 하는 것인지 혹은 매 순간 판매되는 아이템 각각을 기준으로 하는 것인지 등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어쨌거나 아이템의 획득 확률에 대한 정보를 사업자들이 자발적으로 공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결국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논란이 아이템 획득확률에 대한 이용자의 부지(不知)를 원인으로 하는 것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다양한 이용자 불만은 무엇을 원인으로 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명확하게 알아야만 해결을 위한 논의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사업모델로서의 확률형 아이템의 존재 그 자체가 문제의 원인인지 혹은 확률형 아이템 사업모델의 운영에 있어 문제를 발생시키는 요소가 존재하는 것인지에 대하여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후 해결을 해야 하는 사회적 문제의 발생이 긍정되는 경우라면 해당 사업모델에 대하여 일정한 제한이 필요한지 또는 사업모델의 개선이 필요한지 등에 대한 문제를 살피게 될 것이다.

그런데 확률형 아이템 사업모델에 대하여 제한이나 개선의 필요성이 긍정되는 경우에도, 그 구체적 방식을 설계함에서는 게임 생태계를 해치지 않도록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야만 한다. 제한이나 개선 필요성의 긍정 여부와 제한이나 개선 필요성을 법적‧정책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장치의 설계방식은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제한이나 개선 필요성이 긍정되어 어떠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설계하는 경우에는 신중하게 체계적으로 접근해야만 할 것이다.





확률형 아이템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어떻게 찾을 것인가

무엇보다도 문제 발생 원인에 대한 구체적인 확인이 선행되어야만 한다. 이 지점에서 불만과 문제를 제기하는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충실하게 듣는 소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이용자들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하여 어떤 불만을 가졌는지 그들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지 등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함에서는 가능한 한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된 게임 생태계를 구성하는 모두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소수 전문가 그룹에 국한된 폐쇄적 논의방식을 벗어나, 게임사업자, 게임 이용자, 관련 정부부처, 유관기관 등이 모두 참여하는 공론적 논의의 장을 통해 문제 해법을 찾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물론 이용자들의 정제된 의견을 청취하고 취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다수 이용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무엇을 이유로 하는지 그리고 이용자들이 제시하는 문제의 해결방안 등을 알기 위하여, 가능한 한 다양한 방식으로 의견을 청취하고 취합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방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노력은 기울여야만 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뇌출혈이 발생한 환자의 멀쩡한 다리를 수술하고 환자의 회복을 기대할 수는 없지 않는가? 원인을 잘 모르겠으니까 천천히 시간을 두고 팔이나 다리도 수술해 보고 복부도 개복하다 보면 언젠가는 원인을 찾아 나을 수도 있지 않겠냐는 기대를 품는다면 그것은 헛된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얼른 원인을 찾아 고치지 않으면 머지않아 환자는 사망에 이르게 됨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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