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온다, 제2의 VR 춘추전국시대가!

칼럼 | 박광석 기자 | 댓글: 8개 |



페이스북의 VR 헤드셋인 '오큘러스 퀘스트2(이하 퀘스트2)'의 위세가 연일 상승세다. 지난해 한 분기에만 100만 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한 퀘스트2는 여전히 추첨 판매만 진행하는 PS5와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는 행보를 보여주며 국내에서도 그 인기를 그대로 이어나가는 중이다. 지난 12일에 개시된 퀘스트2 3차 판매 물량 2,000대는 두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모두 매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합리적인 가격과 준수한 성능, 여기에 올인원 타입으로 편의성까지 갖춘 퀘스트2의 등장으로 오랜 기간 침체되어 있던 VR 업계에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 물꼬로부터 터져 나온 물살은 쉽게 누그러질 기세를 보이지 않았고, 스팀 VR 사용자의 과반수를 '오큘러스'라는 이름 아래 대동단결시킬 정도로 그 기세는 커져만 가고 있다. 그야말로, VR 업계라는 이름의 중원에 강력한 가성비를 앞세운 패자가 등장해 중원 전체의 정치를 좌우하게 된 셈이다.

무릇 강력한 패자가 있으면 응당 그 권력을 넘보는 독자적인 세력들도 등장하는 법. 페이스북이 앞서 보여준 가능성을 따라 그 아성에 도전하려는 경쟁자들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했으니, 바로 HTC, 소니, 밸브, 그리고 아이폰으로 유명한 '애플'이 그 주인공 되시겠다.

HTC와 소니는 VR의 태동기에 오큘러스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했던, 그야말로 VR 시장의 주축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들이다. 지금은 페이스북의 위세에 밀려 조금 위축됐다지만, 초기엔 VR 기기를 선택할 때 고려할 수 있는 대전제로서 항상 이 세 기업의 VR 헤드셋이 제시되곤 했다.

과거의 명성을 되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최근 두 기업은 차세대 VR 헤드셋 출시를 암시하며 새로운 행보를 준비하고 있다. 당장은 떡밥만 무성할 뿐 분명히 제시된 모습이 없지만, 지금껏 독자적인 하드웨어 라인업과 타이틀을 발표하며 각자 노하우를 쌓아온 만큼, 향후 이들이 제시할 대안에도 많은 이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는 상황이다.

밸브는 2년 전, 설계부터 판매까지 직접 주도한 하이엔드 VR 헤드셋 '밸드 인덱스(이하 인덱스)'를 출시한 바 있다. 정식 출시 후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해외에서는 여전히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2월에 공개된 스팀 VR 사용 통계에서 퀘스트2와 함께 유일하게 녹색 지표를 보여준 기기이기도 하므로, 페이스북의 아성을 넘보는 열강 중 하나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 스팀에서는 페이스북 VR 라인업을 뒤쫓는 2위 포지션이다

가장 의외인 것은 역시 '애플'이다. 애플은 현재 AR 기능과 듀얼 8K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출시가 300만 원 이상의 고가의 하이엔드 헤드셋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감성을 한 스푼 더해줄 애플 특유의 '사과 로고'도 함께 말이다.

애플은 VR이 한창 주목받던 초기에는 물론, 그 이후까지 오롯이 AR 쪽에만 관심을 보여왔다. 페이스북이 강조하는 '모두의 VR'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가격 정책이지만, 줄곧 '마이웨이'로 일관하던 애플까지 반응하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로 시장 전체의 분위기를 활성화한 것 역시 페이스북이 세운 놀라운 업적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전통의 강호들과 시장에 이제 첫발을 내딛는 신예까지, 수많은 이들의 도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페이스북 역시 퀘스트2의 뒤를 잇는 차기작으로 다음 세대의 VR이 될 '퀘스트3'와 '퀘스트4'를 암시하고 나섰다. 안구와 얼굴 추적 기능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주커버그 CEO의 언급 외에 구체적으로 밝혀진 사항은 없으나, 이로써 페이스북이 일인자의 자리에서 마냥 안주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해석해볼 수 있다.

퀘스트2 아래 하나로 뭉친 국내외 VR 업계에 다시금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줄 자는 과연 누가 될까? 바야흐로 두 번째 'VR 춘추전국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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