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두르지 않았던 펄어비스, 검은사막의 '직접 서비스'

칼럼 | 양영석 기자 | 댓글: 34개 |



어떤 게임이던, 유통사나 퍼블리셔를 통해서 서비스를 진행하거나 타이틀을 제공하는 건 매우 흔한 일이다. 특히나 전문 퍼블리셔는 그동안 다수의 타이틀을 서비스하고 유통해왔기 때문에 '게임 개발'에만 매진해있던 개발사들이 확보하기 쉽지 않은 다양한 데이터들과 경험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해서, 경험 많은 퍼블리셔를 통해 서비스하는 일은 온라인 게임에서도 매우 흔하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퍼블리셔와의 관계가 원만하게 유지되라는 법은 없다. 서로 아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더라도, 전략적인 선택에서 때로는 퍼블리셔와 결별하게 될 때도 많다. 혹은 잦은 의견 충돌로 직접 서비스가 낫다고 판단하게 되는 게임들도 있다.

이런 과정에서, 퍼블리셔가 가지고 있는 유저들의 정보는 엄청난 가치를 갖는 데이터이자 게임 서비스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국내 시장에서 온라인 게임이 막 인기를 끌 무렵에는, 이런 유저 데이터 이관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서비스에 큰 타격을 입는 게임사들도 있었다. 수년간 유저들이 쌓아올린 데이터가 '협상 결렬'로 인해 한순간에 사라져버리는 현실이랄까. 그렇게 되더라도 직접 서비스를 이어가려는 게임사들도 있었다. 그만큼 '직접 서비스'는 매력적인 선택지니까.

최근 '펄어비스'의 행보가 그렇다. 카카오게임즈를 통해서 서비스를 이어가던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은, 최근 카카오게임즈 퍼블리싱 체제를 마치며 펄어비스 '직접 서비스'로 전환했다. 유저들의 정보와 데이터도 무사히 펄어비스로 인계되었고, 오랜 파트너에 대해서 감사를 전하며 원만하게 카카오게임즈와의 관계도 이어나가게 됐다.

유저들은 펄어비스의 계정을 새로 만들고 데이터를 이전하는 조금 번거로운 작업을 제외하면 달라진 점은 없다. 하지만 펄어비스가 직접 서비스를 시작하기 이전의 행보를 살펴보면, 이는 정말 '조심스럽게' 이어진 행보라고 할 수 있다.





그전에 우선, 개발사가 게임을 직접 운영하면 얻게되는 이득에 대해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여러 가지 장단점이 있겠지만 역시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업데이트 및 개발 일정이 상당히 자유로워진다는 점이다. 퍼블리셔를 통해 서비스를 진행하는 경우 퍼블리셔와 일정을 공유하고 서로의 플랜을 맞춰야 한다. 이 과정에서 퍼블리셔와 개발사가 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가 다를 수 있다. 합의점을 잘 찾으면 좋겠지만 언제나 그러리란 법은 없다.

결국 퍼블리셔와의 소통도 개발사에서 생각해야 될 중요한 문제고, 이런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무리 빠르다고 할지언정 개발사 스스로 정하는 과정보다는 느릴 수밖에 없다. 퍼블리셔는 '푸싱'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할 때 개발사는 한숨 고르고 게임을 정비해야 된다고 생각하면? 결국 협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반면에 개발사 스스로 모든 것을 정할 수 있다면 '전체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업데이트와 개발 일정을 맞추기에 훨씬 용이하다.



업데이트 발표나 일정 관리의 의사결정도 빨라진다.

두 번째는 '민첩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게임 내 이슈가 생겼을 때, 퍼블리셔를 끼는 경우 결국 제3자를 통해서 '대응'을 이어나가야 한다. 그러나 유저-퍼블리셔-개발사의 구조는 생각보다는 민첩하게 대응할 수가 없다. 물론 퍼블리셔가 정말 경험이 많고 프로페셔널 할 경우 이 부분은 오히려 개발사에게 도움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개발사 스스로 운영 경험이 풍부하게 되면, 유저들과 직접 소통하는 게 훨씬 빠르다. 또한 이슈 대응 과정에서 퍼블리셔나 개발사 누군가가 실수를 하게 된다면, 결국 둘 모두의 책임이 된다. 하지만 개발사 스스로 길을 정했다면 그 길이 가시밭길이던 황금길이던 개발사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부담은 있겠지만 그만큼 자유로워지고, 유저들에게도 대응하기가 편해진다.

현실적으로 가장 큰 부분은 아무래도 수익성이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직접 서비스를 하게 되면 퍼블리셔와 매출을 배분하지 않아도 되므로, 당연히 매출 대비 영업이익도 크게 늘어나게 된다.



유저 간담회도, 퍼블리셔가 있다면 원하는 타이밍에 진행하기 위해 '협의'가 필요하다.

물론 이런 '이점'들은 개발사가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유저 대응 및 업데이트 계획을 수립하고 이어나갈 수 있는 '대응할 수 있는 '경험'과 '노하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동안 게임 개발에만 매진하며 유저들과 소통을 할 기회가 없던 개발사들에게는 막막한 일이기도 하다.

사내에 새로운 부서를 차려서 전문가를 마련하고 전체적인 대응책을 세우는데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거기에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시간과 비용을 예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많은 개발사들이 '경험 많은 퍼블리셔'를 선택한다. 처음으로 직접 서비스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하지 않았던 개발사들은 없다. 대부분이 그랬다. 그런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퍼블리셔'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혹은, 퍼블리셔의 경험을 공유하거나 자금적으로 투자를 받아서 게임을 더 잘 개발해나갈 수 있는 길이 열리기도 한다. 이처럼 직접 서비스에는 장단점이 있지만 대부분 '상대적'인 부분이다. 그러므로 여건이 되는 개발사라면, 당연히 '직접 서비스'를 하는 게 큰 이득으로 작용한다.





펄어비스는 누구보다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위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간의 행보는 보면 펄어비스는 정말 조심스럽게, 침착하게 준비를 해왔다는 걸 알 수 있다. 펄어비스는 정말 한 걸음, 한 걸음씩 조심스럽게 '장기적'으로 직접 서비스를 준비했다.

정공법이라고 할 수 있는 펄어비스는 수 년에 걸쳐서 직접 '경험'을 쌓는 방법을 택했다. 단기간으로 보지 않고 우선 퍼블리셔를 통해서 게임 운영과 서비스, 런칭에 대해 알아가고 다수의 시장에서 경험을 쌓는다. '만족스럽다'라고 판단될 때까지 경험을 쌓는 건 얼마나 걸릴지는 미지수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사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펄어비스는 '글로벌 시장'을 통해 차근차근 배우는 방법을 선택했다.

글로벌 시장의 서비스도 처음부터 직접 서비스를 도전하지 않았다. 일본은 피망을, 러시아는 GameNet을, 그리고 북미 및 유럽 지역은 카카오게임즈와 함께 했다. 이렇게 국내외 시장, 다수의 유저들을 만나며 차근차근 경험과 데이터를 쌓은 펄어비스는, 대만에 지사를 설립하고 현지에서 직접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경험을 축적해나갔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이슈들을 경험했겠지만, 러시아 서비스 경험은 위기이자 기회였다. 현지 퍼블리셔와의 재계약 협상이 무산되면서, 검은사막의 러시아 서비스가 급작스럽고 본의 아니게 멈춰버렸다. 협상 결렬로 그동안 플레이하던 유저들에 데이터조차 받지 못할 상황에 이르렀으나, 극적으로 협상을 성사시켜서 유저들의 데이터를 받아 직접 서비스를 개시했다.

러시아에서의 서비스 경험은 펄어비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퍼블리셔와의 협상 과정을 미리 경험하고 데이터의 인계 과정부터 인계 후 서비스를 이어나가는 일종의 공정을 모두 경험해본 셈이니까.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 카카오 게임즈와 진행해야 할 선행적인 이슈들을 러시아에서 미리 체험했다고도 할 수 있다.

북미, 유럽을 비롯해 동남아와 남미까지, 펄어비스는 다양한 유저들은 수년간에 걸쳐서 만났다. 러시아, 대만, 동남아, 터키 지역은 직접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경험을 쌓았다. 글로벌 시장 진출과 서비스 경험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한 셈이다.



그렇게 5월 30일, '검은사막'의 직접 서비스가 시작됐다.

햇수로만 최소 3년. 3년 동안 꾸준히 배워나가며 자신들이 할 일과 준비해야 할 것을 찾았다. 그리고 대만에서의 시범적 '직접 서비스'도 거의 2년 가까이 경험했다. 그리고 충분한 경험이 쌓였다고 판단한 이 시점에야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린 셈이다.

5월 30일에 시작된 직접 서비스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한 달에 걸친 준비도 유저들에게 매력적이었다. 역대급 이벤트 보상과 함께 PC방 서비스 혜택 확대, 그리고 여러 가지 업데이트가 이어지면서 검은사막의 지표는 급상승했다. 펄어비스 측 발표로는 신규 유저는 10배, 복귀 유저는 15배 증가했다. 실제로 게임에 접속을 해보면 사냥터가 모자랄 정도다.

물론 이런 문제점을 알고 펄어비스도 여름 업데이트 준비를 단단하게 하고 있다. '하이델 연회'에서는 비롯해 사냥터의 개편, 콘텐츠의 대대적인 수정 및 개편도 발표됐다. 또한 신규 캐릭터인 샤이를 비롯해 신규 콘텐츠들도 공개되고 업데이트를 앞두고 있다.



지난 1년간 '검은사막'의 구글 트렌스 검색 결과. 확실히 직접 서비스 시점에서 크게 상승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국내에서 그동안 서비스를 해오면서 여러 가지 이슈들을 겪어보고 경험했고, 글로벌 시장에서도의 경험도 쌓은 만큼 펄어비스는 스스로 직접 서비스를 진행할 역량을 갖췄다고 본다. 지금까지의 기세로는 충분히 합격점이다. 그러나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 특히나 온라인 게임 서비스에서는 대체 어떻게 무슨 일로 이슈가 발생할지 알 수가 없다.

다만 이제 이렇게 겪게 되는 이슈, 시행착오는 펄어비스의 소중한 자산이자 경험이 될 것이다. 직접 서비스로 짊어지는 무게가 거대해진 만큼, 얻게 되는 경험과 노하우도 소중하게 작용한다. 무엇보다도 이런 경험들은 제작 중인 차기작의 믿음직스러운 기반이 될 수 있다.

오랜만에 이렇게 온라인 게임이 활성화되고 많은 유저들이 게임을 즐기는 건 참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본다. 그만큼 많은 유저들에 'PC 온라인' 게임에 목말라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래 준비를 한 만큼, 성공적인 행보를 보인 펄어비스의 직접 서비스가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직접 서비스 전환의 또다른 좋은 사례로 남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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