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찬칼럼] 스타트업을 위한 법률특강① - 게임개발자 A씨의 주식회사 설립이야기

칼럼 | 이병찬 기자 | 댓글: 14개 |
게임 관련 법률 전문가로 유명한 이병찬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 정진 소속이며, 블로그 '함께 바꾸는 세상'을 통해 게임 규제와 관련된 다양한 글을 기재하고 있습니다. 금일(2일), 이병찬 변호사는 법률 전문가의 시각에서 게임회사 설립 노하우를 서술한 '게임개발자 A씨의 주식회사 설립이야기'라는 칼럼을 인벤에 기고하였습니다. 앞으로도 게임회사 스타트업과 법률 관련 주제들을 갖고 칼럼을 연재할 예정이니 많은 기대와 성원 부탁드립니다.


* 본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병찬 변호사의 기획 칼럼]

[스타트업을 위한 법률특강 ①] - 게임개발자 A씨의 주식회사 설립이야기
[스타트업 법률특강 ②] - 동업자와 주식배분은 어떻게?
[스타트업 법률특강 ③] - 스톡옵션(Stock Option), 약인가 독인가?
[스타트업 법률특강 ④] - 스타트업 유상증자? 투자자에게 왜 매력있을까 (1부)

▷ 들어가기에 앞서



[ ▲ 이병찬 변호사 ]
얼마전 4살짜리 아들 녀석이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뛰어놀다가 머리가 찢어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상처는 크지 않았지만 너무 어린 녀석이라 크게 놀라 응급실로 달려갔고, 일단 급한 대로 상처부터 봉합했습니다. 잠시 후에 의사가 들어와서 뇌 MRI 촬영을 할 것인지 묻더군요. 아내의 반대가 있었지만 결국 MRI 촬영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약 2년 전 큰애가 머리를 다쳤을 때, 뇌출혈이 생기면 마비가 오거나, 구토를 하거나, 코피를 흘리는 증상이 나타난다는 전문의의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둘째 녀석에게는 이 중 어떤 증상도 없었고, 촬영을 위해서 수면제를 먹여야 하는 것도 내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년 전 경험과 학습이 없었다면 아이가 잘못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에 MRI 촬영을 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긴 교육과 훈련을 거쳐야 합니다. 의과대학 6년,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을 포함해 총 11년의 수련과정을 거쳐야만 전문의가 될 수 있습니다. 일반인이 개인적인 관심 때문에 의학 공부를 하는 경우라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의사들의 지식과 경험을 따라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의사를 능가할 수 없다고 해서 의학을 공부하는 게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라도 공부해둔다면 비록 어려운 수술을 할 수는 없더라도 아이에게 MRI 촬영을 시킬 것인지 정도는 스스로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법을 공부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의학처럼 법을 공부한다는 것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법은 접근이 쉽지 않은 영역입니다. 하지만 꼭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의학을 공부해 두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처럼, 내가 직접 소송을 벌이기 위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법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을 갖춰 두는 것은 실생활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법의 영역은 너무 방대하므로 칼럼에서 법 일반을 모두 다루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본 칼럼에서는 IT 스타트업들이 자주 직면할 수 있는 구체적 상황을 전제로 해서 이런 상황을 풀어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법률적 지식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려고 합니다. 대략적인 흐름이라도 파악해 두신다면 법률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큰 실수를 할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서두르지 마시고 편안한 마음으로 하나씩 배워간다고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시간에는 주식회사 설립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볼까 합니다.





■ A씨의 주식회사 설립이야기



[개발자 A씨]
A라는 개발자가 있습니다. 앞으로 연재될 칼럼에서 계속 주인공을 맡게 될 예정입니다. 이름이 A라서 비인간적으로 느껴지시겠지만, 제가 원래 작명에는 재주가 없으니 양해를 부탁합니다. A는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고, 코딩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일본 애니메이션 매니아였던 B를 디자이너로 포섭하고, 밥을 굶는 한이 있더라도 신작게임은 사모으던 친구 C에게 기획을 부탁해서 모바일 게임시장에 뛰어들 계획입니다. 각자 생계를 위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6개월간 틈틈이 작업해서 이제 막 프로토타입이 완성된 상태입니다.

A는 약 1년 먼저 시장에 뛰어든 대학 동기 D에게 프로토타입을 보여줬습니다. D는 개인적인 친분이 있던 벤쳐캐피탈과 대형 게임사 실무자들을 A에게 소개해줬고, A는 게임 설명서와 구성원 프로필을 실무자들에게 보내줬습니다.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회사들이 하나둘씩 나타나자 주변 사람들은 A에게 투자를 받으려면 주식회사를 설립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습니다.

A는 주식회사라는 말은 자주 들어봤지만, 정확히 주식회사가 무엇이고 투자를 받으려면 왜 주식회사를 설립해야 하는지, 주식회사가 설립되면 지금과 무엇이 달라지는지 잘 몰랐습니다.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를 맡는 친구들도 ‘요즘에는 자본금이 많지 않아도 주식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 ‘기장을 맡기는 조건으로 설립등기를 무료로 대행해 주는 세무사들도 있다’는 정도의 조언만 해줄 뿐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주식회사란 무엇일까요? 주식회사의 학문적 정의는 ‘자본금이 주식으로 분할되어 주식의 인수를 통해 출자하거나 기발행주식을 취득함으로써 사원(주주)이 되며, 사원은 주식의 인수가액의 한도에서 출자의무를 질 뿐 회사의 채무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 형태의 회사’입니다.

어려워서 감이 잘 안 오시죠? 하지만, A의 입장에서 투자자들에게 주식회사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내가 회사를 하나 차려서 모바일 게임을 개발해보려고 하는데, 돈이 좀 부족하네. 돈(자본금)이 한 5,000만 원 정도 필요할 것 같은데, 5,000원씩 쪼개서 (주식으로) 투자를 받을 테니까 관심 있는 사람들은 투자 좀 해줘. 투자받은 돈으로 게임을 개발해서 대박이 나면 이익을 나눠줄게. 혹시라도, 갑자기 돈이 필요해지면, 언제든지 다른 사람한테 주식을 팔아서 투자한 돈을 회수해. 그리고 혹시라도 회사가 망한다고 하더라도 네가 돈을 추가로 내서 회사 빚을 갚아야될 일은 없을거야”.





그럼, 주식회사가 설립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뭐가 좋은 걸까요?

투자자가 아직 개인사업자인 A의 계좌로 투자금 1억 원을 이체해준다고 가정해보죠. A가 이 돈을 게임 개발에 사용하고 있는지, 개인적인 용도로 유용하고 있는지 감독하기가 무척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A가 설립한 주식회사의 주식을 사들인 경우라면 투자를 하는 순간 그 돈은 A의 돈이 아닌 회사의 자본금이 되기 때문에 A가 형사처벌을 각오하지 않는 이상 아무렇게나 사용할 수가 없게 됩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개인사업자보다는 주식회사에 돈을 투자하는 것이 훨씬 안전합니다.

두 번째로 투자자가 개인사업자에게 투자하는 경우에는 이익 배당은 어떤 기준으로 할 것인지, 투자자의 지위를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수 있는지 등 투자의 조건을 일일이 합의해야 합니다. 하지만 주식회사의 경우에는 주주의 권리가 상법 규정에 따라 미리 정형화되어 있기 때문에 거래가 편하고, 안정적이며, 이 때문에 매수인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마트에서 사과를 구매할 때는 잘 익었는지, 색깔은 좋은지, 흠집은 없는지, 크기는 적당한지 일일이 확인하지만, 치약이나 칫솔을 살 때는 상표만 보고 바로 장바구니에 담아버리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결론적으로, 주식회사에서는 주식이라는 단위로 권리를 정형화시켜 두었기 때문에, 투자자가 거래조건을 고민할 필요가 없고, 투자자가 주식을 제3자에게 처분해서 투자한 돈(투하자본)을 회수하는 것도 훨씬 쉽습니다.

마지막으로, 주식회사에서는 회사가 망한다고 하더라도 투자자들(주주)이 투자금 이상 손해를 보지 않습니다. 만약, A가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사업을 진행하다가 투자받은 돈 이상의 손해가 발생했다면, A는 자신의 집을 팔아서라도 그 채무를 갚아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A가 주식회사를 설립했다면 자신이 보유한 주식이 휴지가 되는 것 이상의 책임을 지지는 않습니다. 이는 A가 설립한 주식회사의 다른 주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결론적으로 주식회사는 투자금의 사용을 보다 용이하게 감시할 수 있고, 주식을 팔아서 돈을 회수하기 쉬우며, 아무리 손해를 보더라도 투자금을 날리는 것 이상의 손해는 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스타트업들에게 주식회사의 설립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제 투자를 받으려면 왜 주식회사를 설립해야 하는지는 대충 이해가 되실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유의하셔야 할 점은 주식회사에서 주주가 투자한 금액 이상으로 책임을 지지 않는 이유가 주주의 돈과 회사의 돈이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양자는 전혀 별개의 인격이기 때문에 회사가 진 빚을 주주가 갚아줄 의무가 없는 것입니다. 이건 마치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친구의 빚을 대신 갚아줄 필요가 없는 것과 같습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일단 주식회사가 설립되면 내가 대표이사라거나 주식을 100% 소유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회사의 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스타트업의 경우 창업자가 주식의 100%를 보유하거나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과반수가 훨씬 넘는 주식을 보유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의 경우 창업자가 대표이사의 지위도 겸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위와 같은 점을 이해하지 못해서 개인사업자 때처럼 회사돈과 자기돈을 구분없이 사용하시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회사의 돈은 설사 내가 대표이사거나 대주주라고 하더라도 남의 돈이기 때문에 함부로 사용하면 업무상 횡령죄나 배임죄로 처벌되므로 각별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주식회사가 투자를 촉진하기 위하여 가상의 주체에 인격을 부여한 제도라는 점을 이해하셨다면, 왜 회사돈을 개인적으로 쓰지 말아야하는지 잘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동업자들 사이의 지분정리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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