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게임 or 겜블, 잘나가는 온라인게임의 성공법?

칼럼 | 오의덕 기자 | 댓글: 19개 |
온라인게임이 현실 세계의 인간 군상을 여과 없이 투영하는 또 하나의 창이라고 말들을 하지만, 사회적 혹은 도덕적 책임 때문에 반드시 금기 시 하는 것들이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다름아닌 겜블, 즉 도박이다.


‘사행성’이라는 단어는 그 이유를 막론하고, 즉시 정의의 철퇴를 받게 되는 공포의 키워드로 인식되어 왔을 만큼, 아케이드 게임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게임에서 도박과 사행성을 근절하기 위해 게임물등급위원회를 포함한 게임계 단체들이 무수히 많은 공을 들여 왔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 대법원에서 온라인게임 아이템과 게임머니의 현금거래에 결국 무죄를 확정한 것도 그 획득이 우연적인 요소보다는 게임 이용자들의 노력이나, 실력, 게임에 들인 시간에 의해 좌우되는 정도가 강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리니지의 아덴 획득에 ‘사행성’ 혹은 ‘겜블’이 관여하지 않았다는 해석을 내린 것이다.


[관련기사] 온라인게임 현금거래, 대법원 첫 무죄 확정, 2010년 1월 10일


하지만, 최근 국내 게임계의 새로운 대세로 발돋움하고 있는 웹게임, 그 중에서 가장 선두에 포진한 게임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겜블’과의 차이점을 좀처럼 발견할 수 없는 시스템이 만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현재 대한민국 웹게임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웹게임 중에 하나인 웹삼국지: 병림성하의 사례를 살펴 보자. 플레이어는 자신의 영역에 주점을 건설할 수 있는데, 주점은 전쟁에 필요한 무관을 모집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무관이 주점을 방문하는 것은 확률적이어서 주점에 간다고 해서 능력이 좋은 무관을 무조건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 현금을 들여 캐시아이템을 구입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아래 그림에 있는 “정보통”, “시정점괘”, “자허의괘”는 좋은 무관이 해당 주점을 방문하는 확률을 올려주는 스킬이다. 이러한 스킬은 캐시아이템으로 구입할 수 있는데 정보통은 현금으로 환산 시 90원, 시장점괘는 500원, 자허의괘는 900원이다.





▲ 게임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캐시아이템





▲ 캐시템을 사용하면 능력치가 뛰어난 무관이 등장할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캐시아이템을 무한정 구입해서 스킬을 발동시킨다면 언젠가는 좋은 무관을 구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이 시스템을 통해 뽑은 좋은 무관은 지금도 현금거래 사이트 등을 통해 상당의 고가에 팔려나간다. 병림성하가 게임을 넘어 겜블로 재탄생 되는 시점이 바로 여기서부터다.


현금을 투자하여 운이 좋으면 대박 아이템이 나오고, 마음만 먹으면 다시 현금으로 매우 쉽게 전환할 수 있는 구조. 이는 결코 정상적인 게임플레이라고 볼 수 없으며, 겜블과의 차이점을 발견하기도 어렵다. 실제로, 게임 내 에서 상당히 희귀한 무관인 ‘관우’가 무려 55만원에 팔려나갔다는 뉴스가 수 차례나 보도된 것을 보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 아이템 현금 거래 사이트에서 거래되고 있는 현장




병림성하와 함께 선두를 달리고 있는 웹게임, 삼국지W도 이러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주점을 방문하게 되면 6명 남짓의 무관 리스트가 나오는데, 원래는 18시간에 한번씩 자동으로 갱신되는 리스트가 하나에 현금 100원씩에 팔리는 ‘선인의 지혜’를 소비하면 바로 갱신이 된다. 즉, 능력치가 좋은 무관이 나오게 하기 위해서는 100원을 무한정 투자해 리스트를 갱신시키면 된다. 언젠가는 ‘관우’ ‘여포’가 나올 테고, 그 것은 곧 재 현금화가 가능하니까 말이다.





▲ 삼국지W도 유사한 방식,
100원에 구입할 수 있는 캐시템을 소비하면 무관 리스트가 갱신된다.




예전에 한 게이머가 게시판에 쓴 글이 기억난다. MMORPG를 하고 있는 그는 하루의 일과가 강화석을 구입해서 아이템을 강화하는 것이 전부다. 막대한 돈을 투자해 강화에 성공하면 그 아이템을 즉시 현금으로 판매한 뒤 회포를 풀러 가는 것이고, 반대의 경우라면 울며 겨자먹기로 다음 날을 기대하는 식이다. 그는 게임이라는 도구를 자신만의 겜블에 이용한 것 뿐이지, 게임을 플레이 한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웹삼국지: 병림성하와 삼국지W는 현재 12세 이용가로 서비스 되고 있다. 그리고, 올해 출시되는 국산, 외산 웹게임의 수가 백여 개가 넘을 전망이라고 한다. 최근 중국산 웹게임이 범람하고 있고, 캐시아이템의 비중이 높은 웹게임 특성 상, 관련 기관들의 감시와 업체들의 자발적인 관리가 소홀해졌다면, 이제부터라도 바로 세워야 한다.


더불어, 겜블을 연상시킬만큼 과도한 현금 사용 전략을 쓰는 게임이 12세 이용가가 합당한 가에 대해서도 분명히 따져 봐야 하며,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서도 더욱 엄정한 연령 등급 심의를 통해 게임이 겜블과 같은 선상에 놓여지는 일은 미연에 방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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