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 98.5%의 나라, 게임포털의 크로스브라우징 실태조사

칼럼 | 이동원 기자 | 댓글: 34개 |
요즘 아이폰을 가지고 노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배터리가 오래 가지 않는다, 셀카 찍기가 어렵다, 우리나라 앱스토어는 제한이 많다 등의 '기능적 아쉬움'은 '생활의 변화'로 잊혀진 지 오래입니다. 아이폰 때문에 일정관리가 편해지고 이메일을 언제든 확인할 수 있게 되었고, 실시간으로 가계부를 정리하게 되었으며 트위터도 자주 하게 되었죠. 자기 전엔 수면 알람을 꼭 맞추게 되었습니다. 아이폰 광고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만큼 아이폰을 자주 사용하게 되었다는 것이죠.


그러다보니 옆에 컴퓨터를 놔두고도 아이폰으로 인터넷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모바일 페이지를 통하면 번잡하고 화려해 눈이 아픈 광고를 보지 않아도 원하는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문 SNS 트위터는 오히려 아이폰 화면에서 가장 최적화 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아이폰은 인터넷을 위해 사파리라는 웹브라우저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전에는 사용하지 않던 사파리 브라우저의 사용경험이 자연스럽게 축적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문득 떠오르더군요. 앞으로 더 많은 네티즌들이 인터넷 익스플로어가 아닌 다른 웹브라우저를 사용하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게임 쪽은 아직 제2의 웹브라우저를 별로 고려하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지적은 수차례 나왔지만 변화의 기미는 없었죠. 지금은 어떨까요. 약간 뜬금없기는 하지만 그래서 당장 조사해보았습니다.





[ ▲ 파이어폭스에서 게임포털들이 제공하는 게임 경험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



인기 순위 TOP 50 게임들의 파이어폭스 지원 조사


조사는 이번 주 인벤 게임 순위 TOP 50에 포함된 게임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인터넷 익스플로어에서 동작하지 않는 게임은 없을 것이므로 파이어폭스 최신 버전으로 조사가 이뤄졌습니다.


체크한 것은 모두 네 가지입니다. 우선 파이어폭스로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이 가능한가를 확인해보았습니다. 게임 사이트를 방문하는 데는 게임 실행 외에도 게시판에서 다른 유저들과 소통을 하고자 하는 욕구도 있을 것입니다.


첫 화면이 정상적으로 출력되는지, 자유게시판에 들어가 다른 유저들이 작성한 게시물을 읽는데 크게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정도는 대부분의 게임 사이트들이 문제없이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전체 47개의 게임 사이트 중 37개의 사이트에서 별다른 문제없이 게시물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플래시 메뉴를 잘못 만들어서인지 원하는 게시판으로 이동할 수 없는 몇몇 사이트들이 있었습니다.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드래곤볼 온라인은 파이어폭스에서는 플래쉬 메뉴가 클릭되지 않았습니다. 겟앰프드는 첫 화면이 이벤트 페이지였는데, 이 페이지에 문제가 있었는지 원래 게임사이트로 이동할 수 없었습니다.


넥슨의 카스 온라인, 워록, 엘소드 사이트는 사이트가 출력되기 전까지 오류 메시지가 계속 출력되어 사이트를 열어볼 마음이 사라지게 만든 곳들입니다.


가장 큰 좌절을 선사한 것은 피망에서였습니다.


많은 게임포털, 게임 사이트들이 적어도 사이트 구경 정도는 시켜줬던 것에 비해 피망은 포털 자체가 인터넷 익스플로어를 사용하도록 못 박고 있었습니다. 게임을 하지 못하는 것은 이해한다 손 쳐도, 새로운 공지사항이나 업데이트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나마 슬러거 등은 개별 사이트로 사이트의 모습은 출력되기도 했습니다.





[ ▲ 그냥... 구경하는 것도 안 되나요? ]



두 번째로 확인한 것은 로그인입니다. 많은 게임 사이트들이 로그인을 하는 과정에도 키로그 보안 프로그램 등 다양한 액티브엑스의 설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설사 사이트에 접속했더라도 실제로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꼭 로그인을 해야 하기 때문에 파이어폭스로 게임하기의 첫 번째 관문이 바로 로그인 과정입니다.


역시 많은 사이트들이 파이어폭스에서의 로그인을 허용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플레이엔씨는 로그인을 하기 위해서는 액티브엑스가 필수라고 아예 안내하고 있습니다. 사이트 접근조차 어려운 피망은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 ▲ 구경은 되지만, 로그인은 ActiveX 때문에 불가 ]



몇 몇 오래된 게임 사이트들은 예전 로그인 환경을 가지고 있는 탓인지, 해당 게임 사이트에서는 로그인이 되지 않지만 포털로 넘어가 로그인을 하면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틀란티카도 게임 사이트에서는 로그인이 되지 않았지만 한게임에서 로그인을 하고 넘어가는 것은 가능했고, 이는 던전앤파이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을 다운로드하고 실행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겠지요.


요즘은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들이 안정적으로 클라이언트를 전송한다는 목적으로 액티브엑스를 통해 전용 전송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합니다. 액티브엑스를 지원하지 않는 파이어폭스에서는 당연히 전송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없습니다.


조사결과 로그인이라는 관문을 통과했던 많은 게임 사이트들이 다운로드에서 무너졌습니다. 파이어폭스로 사이트 이용이 가능했던 37개의 사이트 중 다운로드 과정을 통과한 곳은 단 11 곳뿐이었습니다.


통과한 게임들은 클라이언트 파일을 직접 다운로드 받거나, 전용 프로그램을 먼저 다운받은 후 그 프로그램을 추가적으로 실행시키는 방법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나 카로스온라인, 아틀란티카, 카발 온라인, 클럽오디션 등이 그랬습니다.


클럽오디션을 제외한 나머지 게임들은 게임 사이트의 ‘스타트’ 버튼으로 실행이 되지 않더라도 전용 런처프로그램을 실행시켜 게임에 접속할 수 있었습니다. 카로스나 아틀란티카 같은 경우는 탐색기를 열어 프로그램을 직접 찾아야 하는 수고를 약간 곁들여야 하긴 했지만 어쨌거나 실행하는 것은 가능했습니다.


그 외 병림성하, 삼국지W와 같은 웹게임은 기반 자체가 브라우저이므로 파이어폭스에서도 별 문제없이 플레이 할 수 있었습니다.





[ ▲ 뭔가 기대를 불러일으켰지만, 그래도 게임은 실행되지 않았던 엠게임 ]



온라인 게임을 파이어폭스에서 실행할 수 없는 이유


어떤 브라우저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게임을 할 수 있는 권리 자체가 제한을 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우리나라.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브라우저와 다운로드, 실행 과정을 떨어뜨려 놓으면 되니까요. 어떤 웹브라우저를 사용하느냐는 게임의 플레이와 상관이 없도록 하는 가장 명확한 정답을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클라이언트 다운로드를 위한 전용 다운로드 프로그램을 게임 사이트에서 제공합니다. 용량이 작고 가볍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실행시켜 클라이언트를 다운로드 받게 됩니다. 굳이 액티브엑스 프로그램을 깔아서 전용 다운로드 프로그램을 통하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게임을 할 때는 그냥 게임 프로그램을 실행시키면 됩니다. 따로 브라우저를 켜서 로그인하고 커다란 게임 스타트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됩니다.





[ ▲ 기술적으로 어려운 것은 아니겠지요? ]



이런 방법을 게임포털들이 모르는 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게임포털들이 ‘브라우저’에 종속된 행동패턴을 유저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이유는 결국 방문자 유지를 위해서겠죠. 꼭 게임 사이트에 방문해서, 꼭 포털 아이디로 로그인을 해야만 게임을 할 필요가 ‘유저’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사’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포털 트래픽이 올라가고 포털 순위도 올라가고, 포털에 있는 다른 게임도 유저들의 눈에 한 번 더 들어올 테니까요.


물론 유저들 또한 일일이 게임 프로그램을 실행시키는 것보다 자주 찾는 게임포털에서 바로 ‘스타트’버튼을 눌러 게임을 실행시키는 것이 간편하다고 생각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왜 파이어폭스에서는 안 되냐’에 대한 답은 아닙니다. 파이어폭스에서 게임 플레이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액티브엑스를 이용한 게임실행방법 때문이니까요. 결국 인터넷 익스플로어에서만 돌아가는 액티브엑스를 게임플레이에 필수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죠.


그런데 이 질문은 사실 거꾸로 된 것입니다. 액티브엑스를 사용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가 아니라 액티브엑스를 사용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이냐에 주목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인터넷 익스플로어가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98.5%. 가끔 파이어폭스나 크롬 같은 제2의 웹브라우저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그 정도는 무시해도 될 정도의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습적으로 액티브엑스가 들어간 로그인, 액티브엑스가 들어간 다운로드, 액티브엑스가 들어간 게임실행 방법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죠. 옛날부터 그렇게 해왔고, 그렇게 했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 ▲ 인터넷 익스플로어를 쓰는 것이 마냥 편하고 안전하지는 않다 ]



그리고 이런 게임포털의 행태를 마냥 비난하기도 어렵습니다. 고작 1.5%의 이용자를 위해서 파이어폭스에서도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상당히 비효율적이니까요. 사이트를 만드는 데는 200% 의 노력을 들였더니 실제 효과는 1.5%에 불과하다면, 이를 두고 '소수유저를 외면한다'고 쉽게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요.


물론 이는 게임 사이트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사이트들이 액티브엑스를 ‘남용’하는 수준에 도달해있음은 수차례 지적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하지만 98.5%의 독점적 시장에서 이런 목소리는 제대로 힘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얼마 전 인터넷 뱅킹을 다른 웹브라우저에서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소송에서 오픈웹 진영이 패배하는 사건이 화제가 될 정도였으니까요.



넥슨의 작은 차이. 글로벌을 내다보는 혜안


그렇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점에서 넥슨은 도랑치고 가재도 잡는 운영의 묘를 보이고 있는 유일한 게임포털입니다.


넥슨의 모든 게임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비교적 최근에 출시한 게임 사이트들은 파이어폭스에서 전혀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게시물을 보거나 로그인을 하는 것도 인터넷 익스플로어와 동일한 경험을 제공해주고 있었고, 게임 사이트의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웹런처 프로그램이 실행되면서 자동으로 게임이 설치되고 실행되는 것도 인터넷 익스플로어와 같았습니다.


이는 파이어폭스에 한정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구글이 만든 크롬 웹브라우저에서도 마비노기영웅전과 카트라이더, 버블파이터는 당연하다는 듯 실행되었습니다. 즉, 포털을 경유한 게임 플레이도 놓치지 않으면서 브라우저에 상관없이 게임을 즐기게 하는 방법을 넥슨은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 ▲ 크롬에서도 게임 스타트 버튼을 눌러 게임 실행이 가능하다 ]



넥슨이 이렇게 바뀐 것은 작년 여름부터입니다. '게임 포털에 접속만 해도 다운로드 받아야 했던 액티브엑스에 대한 고객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웹표준을 준수하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후 일어난 변화입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런 취지의 서비스 개선에 대한 넥슨의 설명이었습니다. 넥슨은 당시 ‘유럽과 북미 등 해외 서비스에 적용했던 웹표준을 국내에 도입한 것’이라면서 ‘향후 이 게임들이 해외 서비스를 할 때 별도로 개발할 수고도 더는 것’이라 말했습니다.


인터넷 익스플로어 외에는 흔적을 찾기도 힘든 우리나라 웹브라우저 시장과는 달리 해외는 좀 더 다양한 웹브라우저들이 동시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은 인터넷 익스플로어의 사용비율이 62% 정도고 파이어폭스가 약 29% 정도 된다고 합니다. 크롬이나 사파리, 오페라 등도 합해서 9%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해외, 특히 유럽에 온라인 게임을 서비스할 때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액티브엑스를 사용하지 말 것', '다른 웹 브라우저에서도 이용할 수 있을 것', '게임 사이트에서만 게임을 시작할 수 있도록 만들지 말 것'과 같은 사항들이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 ▲ 웹브라우저 시장점유율. 우리나라가 왼쪽, 유럽은 오른쪽 ]



변한 것은 없다. 그러나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인가.


그런 의미에서 넥슨의 발언은 다른 게임사들도 눈여겨볼 만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국내 시장만을 겨냥한다면야 모르겠지만 미국, 유럽 등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할 게임이라면 처음부터 브라우저의 종류나 액티브엑스의 사용여부와 상관없이 그 게임을 하고자 하는 유저에게 동일한 게임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필수적이니까요.


그리고 국내 버전 따로 만들었다가 해외에 나가면 또 해외 실정에 맞게 새로 만드는 것보다 애초에 크로스 브라우징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 오히려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일 수도 있을 겁니다.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요.


지금은 같은 게임인데 독일에 사는 유저는 유유히 파이어폭스로 플레이하고, 한국 유저는 인터넷 익스플로어를 사용하고 싶지 않은데도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건 역차별에 가깝습니다. 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는 더욱 좋은 자재를 사용하고 내수용은 그보다 못한 자재를 쓰는 것과 무엇이 다른 걸까요.





[ ▲ 인벤 게임순위 TOP 50 게임 사이트 중 파이어폭스에서 게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23%에 불과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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