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올것이 왔다? 현금거래 전면인정 게임 등장

칼럼 | 서명종 기자 | 댓글: 45개 |
마침내 올 것이 왔습니다.

지난 2010년 1월 초, 싼값으로 게임머니를 사들여 되파는 방식으로 돈을 버는 현금거래 리셀러들에게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에 대해 인벤에서도 1월 12일 '[해설] 현금거래 합법화? 달라진 것 없지만 변화의 시작' 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린 적이 있었습니다.

글의 후반부에 '이번 판결을 기회로 삼아, 중개사이트가 서비스하는 게임들이 현금거래시 제재 기준을 완화하거나 혹은 현금거래 금지조항 자체를 약관에서 삭제할 가능성도 있다. 나아가 자신이 서비스하는 게임들을 자사의 중개툴을 이용하여 직접 중개하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고 쓰기도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불과 6개월만에 그 일이 현실화되었습니다. IMI (구 아이템매니아) 에서 서비스하는 중국산 게임 '황제 온라인'이 현금거래를 전면 인정하기로 한 것입니다.


☞ [해설] 현금거래 합법화? 달라진 것 없지만 변화의 시작 (2010.01.12)


IMI 는 2010년 7월 1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황제온라인은 국내 온라인 게임 약관상 최초로 현금거래를 전면 인정하기로 했다'면서 이는 ‘IMI가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아이템 거래중개 사이트 아이템매니아’와의 전략적 협업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보도자료 배포 몇시간 후 IMI 는 심의 등 몇몇 이유를 들어 보도자료의 유예를 요청해왔지만, 일단 황제 온라인이 현금거래를 전면적으로 인정해나가기로 한 것만은 사실입니다.

이것은 사실 예견되었던 일입니다. 그간 IMI 는 레드워매니아, 다크매니아 등등 여러 게임을 채널링, 퍼블리싱하면서 해당 게임들의 이벤트로 아이템매니아의 마일리지를 주는 이벤트를 자주 해왔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게임들의 약관과 운영정책상 현금거래를 금지하고 있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이었습니다. 현금거래 중개사이트를 운영하는 이상, 언젠가는 자사가 서비스하는 게임들의 약관을 바꾸지 않겠는가 했는데, 이제 2010년 7월에 실현된 것입니다.

일단, 현행법상 게임을 서비스하는 회사에서 현금거래를 인정하는 약관을 운용하는 것 자체는 법적으로 큰 문제가 없습니다. 현행 게임법은 작업장에서 오토, 해킹과 같은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 취득한 게임머니의 거래를 금지하는 것일 뿐, 개인간의 거래에 대해서는 제한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IMI 에서 황제온라인 게이머들간의 거래를 인정하고, 이를 아이템매니아를 통해 중개시키겠다고 하는 것에 대해서 현행 게임법으로 제재를 할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없습니다.





[ IMI 황제 온라인의 홍보 이미지, 대륙에서 보던 문구들이 등장합니다 ]


그래서일까요. 등급 심의를 들어간지 한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아직 등급 판정이 나지 않았습니다. 등급 심의 신청 이후 보통 보름 이내에는 결과가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현금거래를 전면 인정하는 게임이다 보니 18세 이상 이용가로 신청이 들어갔겠지만, 등급 심의를 신청한 날짜가 지난 6월 3일인데, 7월 1일 현재까지 등급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자료를 추가 요청했고 그 자료의 제출에 따라 심의를 하기 때문에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 게임위 관계자의 답변이지만, 게임위도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입니다. 현금거래를 인정하는 약관 자체를 거부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황제온라인을 별다른 제지없이 덜컥 인정해버리면, 이후 다른 온라인 게임들이 현금거래를 용인하는 약관을 들고 등급 심의를 신청할 경우 그대로 다 인정을 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3천명으로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진행할 황제 온라인은 등급이 나오지 않으면 현행 법률상 테스트를 진행할 수 없습니다. IMI 관계자에게, 7월 6일까지 등급 심의가 나오지 않으면 어떡할 것인지 물어보니, 법률상 문제가 없도록 1천명 이하로 인원을 줄여서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라는 플랜B 를 답해주었습니다.

기자가 보기에는, 중간에 우여곡절이야 있을지라도 현금거래를 전면인정하겠다는 IMI 측의 복안대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행법률상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고, 또 오토와 관련된 사례를 볼때 더욱 그렇습니다.

오토에 대한 전면적인 논쟁을 불러온 게임이, 2009년 5월에 오픈베타를 했던 무림외전 (이야소프트) 입니다. 그때도 오토 기능과 관련하여 등급 심의 과정에서 이런저런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당시 게임위에서는 게임사 관계자들을 불러 심의위원들과 토론회 비슷한 걸 가졌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게임위의 토론장에서는 모든 게임사 관계자들이 오토에 대해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지만,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저런 게임들이 다 오토를 내장하고 서비스를 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불과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이제 게임 내장 오토는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오히려 오토가 내장되어 있다는 것을 중요 마케팅 방법으로 활용하기도 하는 지경입니다.

그나마 오토는, 오토를 막는다는 게임법 개정안이 상정되어 있는 상태였는데도 결국은 내장 오토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게이머 개인간의 현금거래를 금지하지 않고 있는 현행 법률상 현금거래 공식 인정 게임을 방어하기란 매우 힘들어 보입니다.

황제 온라인이 결국 현금거래를 공식 인정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될 경우, 다른 게임들도 슬슬 황제 온라인의 뒤를 따라갈 것입니다. 이미 여러개의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IMI 나 올해 5~6개의 게임을 런칭할 계획인 아이템베이가 서비스하는 게임들이 가장 먼저 약관을 변경할 것이고, 중소게임들도 눈치를 보면서 그 대열에 합류할 것입니다. 대기업들이야 주변 시선이 있으니 이래저래 상황을 보겠지만, 그래도 대세를 막진 못할 것입니다.





[ IMI, 아이템베이의 게임들도 곧 황제온라인처럼 약관을 변경하겠죠... ]


게임사로 출발한 곳이 아니라, 현금거래 중개사이트로 출발한 IMI 이기에, 이런 공격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만일 게임사가 이렇게 약관을 바꾸었다면 온갖 비난을 다 들었겠지만, IMI 의 경우 '중개사이트에서 인정하는게 뭐가 문제지?'라고 반론을 펼칠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10년을 넘게 끌어온 현금거래 문제, 그간 반 이상은 사문화된 약관만으로 금지를 해왔지만, 이제는 약관상으로도 공식 인정하게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게이머들에게 좋은 점이 있다면, 더 이상 현금거래를 한다고 해서 계정이 블럭되는 일이 없어지는 것이라고나 할까요.

현금거래에 대해 옳다 그르다 라는 말을 하고자 함은 아닙니다. 씁쓸한 것은, 게임계 자체의 논쟁과 토론을 거쳐 입장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IMI 라는 현금거래 중개사이트의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대세가 결정되는 상황 그 자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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