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LoL 프로선수의 활발한 해외진출, 다가오는 '검은' 에이전트

칼럼 | 허용욱 기자 | 댓글: 151개 |



많은 리그오브레전드 스타플레이어들이 한국 무대를 떠났다. 그리고 이들의 선택은 은퇴가 아니라, 해외 무대로 자리는 옮기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시즌 4에서는 해외에서 활동한 한국 선수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동시에 이 모습은 현재 국내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많은 자극이 됐다. 그 결과, 최근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해외 팀들은 이번 월드 챔피언십의 로얄클럽, TSM의 사례를 보면서 한국 선수와 코치 영입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내년 스프링 시즌 개막 이전에 모든 인맥을 동원해 한국산 선수 & 코치를 '수입'하려고 한다. KT 애로우즈를 떠나 중국 진출을 선언한 '카카오' 이병권, '루키' 송의진의 사례 이외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미 꽤 많은 계약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마 앞으로 더 많은 해외 진출 소식이 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활발하게 돌아가는 해외 진출에 '불협화음'이 확인됐다. 이는 바로 선수들에게 접근하는 의문의 '에이전트'였다. 기자는 해외 진출을 하려는 선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선수들에게 들은 몇 가지 사례가 있었다. 선수들의 순수한 열정을 자신의 수익을 위해 이용하려는 '에이전트'의 움직임이었다. 자세히 알아본 결과 의문의 '에이전트'가 제시한 대부분이 사기로 의심되는 말도 안되는 제안들이었다.


◈ 선수들에게 접근하는 정체 불명의 '에이전트'




사례1) 한국 선수를 영입하고자 하는 A 팀이 있었고, 한국 선수 '갑'과 연락을 취했다. 이 둘 사이의 계약 논의가 상당히 진전된 시점에서 갑자기 한국 선수 '갑'이 기자를 만나고 싶어 했는데, '갑'이 기자에게 한 이야기는 의문의 '에이전트'에 관한 이야기였다. '에이전트'가 '갑'에게 연락한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안녕하세요. '갑' 선수. A 팀의 에이전트 '홍길동'입니다. A 팀에서 '갑' 선수와 긴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확인하시면 꼭 연락 주세요!"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선수 '갑',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은 기자 역시 의아하여 해당 게임팀의 구단주에게 바로 물어보았고, 구단주로부터 그런 에이전트는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사례2) 평소에 친분이 있었던 선수 '을'이 기자에게 연락했다. 해외 진출을 생각하고 있는 시점에서 B 팀의 '에이전트'에게 제안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을'이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팀이었기 때문에 그 팀에 대한 정보를 구해달라는 요청이었다.

B라는 팀에 대해 알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단지 알아본 내용과 선수 '을'에게 들은 내용은 너무 달랐다. B라는 팀은 정확히 말하면 게임 단이 아닌 클랜이었다. 어떻게 클랜에서 그런 천문학적인 금액을 주면서 선수를 영입할 계획이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선수 '을' 또한 B 팀에 대한 정보를 듣고 의문점이 생겼다.

결국, '을'은 '에이전트'에게 클랜에서 어떻게 그렇게 큰 금액의 급여 지불이 가능한지 물어봤다. 하지만 '에이전트'에게 답변이 오는 일은 없었다.


사례3) LMQ가 북미에서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뒤, 한국에서도 북미 진출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라이엇 게임즈가 발표한 '한 팀에 타 지역 선수는 최대 2명까지 보유할 수 있다'라는 규정에 의해 이 꿈은 무너졌다.

▶ 관련 기사 : [취재] 외국 선수 제한! 라이엇 게임즈, 변경된 LCS 정책 발표

얼마 전 선수 '병'을 통해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5명의 한국 선수로 구성된 팀이 해외 진출을 준비한다고 한다. 이에 기자는 '병'에게 현재 LCS 규정상 불가능한 부분이라고 말해줬으나, '에이전트'가 특별한 방법으로 팀을 구성할 수 있으니 함께 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이를 들은 기자는 확실하게 판단을 하기 위해서 라이엇게임즈 본사의 e스포츠 담당자와 이야기를 했다. 관계자의 말은 이러하다.

"외국인 5명으로 구성된 새로운 팀이 LCS에 참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 해외에서 높은 연봉을 받기 위해서는 수상 경력이 필수다.

해외 진출이 활발해진 만큼 불투명한 '에이전트'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들은 해외 팀들이 엄청난 액수의 연봉을 준다는 사탕발림으로 선수들을 섭외한다. 하지만 해외 팀들에게도 연봉에 대한 확실한 정책이 있다. 그리고 '에이전트'가 말하는 것처럼 높은 연봉을 주는 팀도 없다.

기자가 파악하고 있는 해외 팀들의 연봉 협상시 우선 순위는 1) 국제 대회 수상 경력, 2) 롤챔스 성적, 3) 외국어 능력이다.

결국, 해외 팀들은 선수의 수상 경력, 인지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에이전트'는 선수들에게 '잠재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이렇게 큰 연봉을 준다는 말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모두 잘못된 사실이다. 해외 팀들은 한국 팀들과 달리 선수의 '잠재력'을 보지 않는다. 즉시 활용할 만한 전력에다가 어느 정도 팬층이 형성되어 있는 선수를 원한다. 즉, 해당 선수가 수상 경력이 많지 않다면 좋은 급여를 받기 힘들다. 이것이 해외 팀들의 현황이다.


◈ 정체불명의 '에이전트', 그들이 접근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에이전트' 접근 방법은 단순하다. '에이전트'는 선수들이 상상도 하지 못할 연봉을 제시한다. 대신 그 팀에 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소속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 경험이 부족하고, 해외에서의 생활에 대한 열망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에이전트'의 소속 선수가 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부터 '에이전트'의 작업이 시작된다. "전에 말했던 팀 사정상 그 팀을 갈 수 없으니 다른 곳으로 가자"는 말로 회유한다. 프로 생활에 목마른 선수들은 '에이전트'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다. 혹은, "팀이 구해질 동안 방송을 하자"는 식으로 유도하기도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에이전트'는 중국 팀을 노린다. 중국 팀에게는 '소개 비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금액은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한국 선수들의 중국 진출이 활발한 것도 이 이유가 크다. 결국, 선수들은 '에이전트'가 노리는 '소개 비용'을 받기 위한 희생양이 된다.


◈위험에 노출된 선수들, 보호할 방법이 없나?




이렇게 수면 위로 떠오른 '에이전트'로부터 선수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보호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이미 법적으로도 대응이 가능하다. 크게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에이전트'가 해당 팀에 선수를 보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어쩔 수 없이 더 낮은 조건으로 다른 팀에 가게 된다면 '손해 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단, '에이전트'와 선수 간의 계약서에 해당 내용이 없고 구두로만 약속된 부분이면 증거가 필요하다. 선수와 '에이전트'가 나눈 대화를 녹음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증거만 있다면 계약서에 기재된 계약 기간이 남았더라도 계약 파기가 가능하다.

또 다른 경우로는 '에이전트'가 해당 팀에 선수를 보낼 능력도 없고 노력도 하지 않았다면 이에 대해서는 '사기죄'가 성립한다. 만약 다른 팀으로 가게 될 경우 반드시 기존에 약속한 팀에게 개인적인 연락을 통해 자신의 '에이전트'와 팀 간의 대화 내용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만약 '에이전트'가 자신과 이야기했던 계약 조건이 아닌 다른 조건을 제시했거나, 대화 자체가 없었다면 이는 사기죄로 고발할 수 있다.

이 두 가지의 경우 모두 해외를 향하는 선수가 직접 움직여서 알아보지 않는다면 법적 대응이 불가능하다. 더 자세히 계약서를 읽어보고 '에이전트'와 팀 간의 대화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야 한다. 어리고 아직 사회 경험이 없다는 점을 이용해서 선수를 이용하는 '에이전트'로부터 스스로 보호해야 한다. 이미 이를 위한 법은 마련되어 있다.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선수에게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 입장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게임단과 직접 연락하거나 직접 계약서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계약서에 정확한 계약 기간,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스트리밍 시간, 혹은 계약 해지 사항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특히, 계약서를 확인할 때 주의 깊게 봐야 할 부분은 연봉 관련 항목이다. 경기를 하지 않거나 식스맨으로 전락할 경우에도 연봉 지급이 되는지, 불합리한 내용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보통 이 부분을 경험 부족이라든가 상호 신뢰 등을 이유로 무심히 넘어갈 순 있는데, 훗날 문제가 생기면 바로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귀찮고 번거롭더라도 꼭 확인하는 것만이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이 글을 마치며...




활발하게 해외 진출 협상이 이루어지고 있는 덕분에 '검은 손'이라는 이물질이 톱니바퀴에 들어오고 있다. 물론, 한국 선수들의 해외 진출에 대한 시각은 다양하다. 하지만 모범적인 해외 진출 사례들을 보고 있노라면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이들이 자랑스럽고 가슴이 뜨거워지는 순간이 많았다. 해외 팀에서의 선수 생활은 단순히 '실력'을 넘어 적응력, 자제력 등 많은 요소를 갖춰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열정 넘치는 무대에 '의문스러운 에이전트'라는 불청객이 선수들을 이용하는 상황이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자는 목소리도 현실의 장벽에 부딪힌다. 해외 진출을 노리는 선수들은 대부분 한국e스포츠협회에 소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계약이 종료된 선수나 리빌딩 과정에서 방출이 된 선수들이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선수들 스스로의 자각이 중요한 이유다. 해외 팀 입단 제안이나 '에이전트'의 의심스러운 유혹이 있다면 주변 관계자들을 통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입수해야 한다.

앞으로 더 많은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진행될 전망이다. 그들을 유혹하는 '에이전트'의 말은 그 어떤 것보다 달콤하게 느껴질 것이다. 쉽게 현혹되지 않고 조금이라도 신중하고 철저한 준비를 통해 해외에서 성공적인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기를 응원한다.


일러스트 = 석준규 사진기자(lasso@inv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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