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엔씨는 '플랫폼 홀더'의 꿈을 꾸는가?

칼럼 | 노시흥 기자 | 댓글: 77개 |



인벤에서는 현재 '프로젝트 알바트로스'에 참여 중인 노시흥님의 기고를 소개해드립니다. 이번 주제는 지난 11월 지스타 이전에 진행됐던 엔씨소프트의 프리미어 행사입니다. 노시흥님은 이를 토대로 '엔씨소프트의 향후 방향'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전해주셨습니다.

지스타 2014를 앞두고 열린 엔씨소프트 지스타 프리미어 행사에서는 온라인과 모바일 모두에서 신작 라인업을 여럿 선보인 바 있습니다. 노시흥님은 '만약 나라면 이렇게 하지 않을까?'라는 가정 하에 엔씨소프트의 향후 방향을 생각해보는 가설로서의 글을 작성해주셨습니다.


*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시작하기 전에





지난 11월에 있었던 엔씨소프트의 '2014 지스타 프리미어'에 관련된 기사를 접하고 깊은 인상을 받은 바 있습니다. 저 혼자 이런 저런 상상을 하다가, 뒤늦게나마 이렇게 기고라는 형태로까지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엔씨소프트의 '2014 지스타 프리미어'에 관한 인벤 기사를 보면 '뚜껑이 열리지 않은 장독을 겉에서 보면서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말이 나옵니다. 하지만 저는 사실에 기반한 기사를 써야 하는 훌륭한 기자 정신을 가지지 못한 관계로, 기사 중간중간의 단서들을 토대로 엔씨소프트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에 관해 조금 과장된 소설을 써보려고 합니다.

이 글은 "나라면 아마 이렇게 하지 않을까?"라는 일종의 소설이자, 확실한 근거로 뒷받침되지 않은 단순한 가설입니다. 따라서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시고, 그저 흥미로운 이야기로 받아들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우선, '엔씨소프트의 '2014 지스타 프리미어'(이하 '행사'라 쓰겠습니다)에 대해서는, 인벤 기사가 매우 자세하게 작성되어 있으므로 이를 출발점으로 삼을까 합니다. 따라서 행사에 대한 정보를 잘 모르시는 분은 우선 기사를 보시고 이 글을 보시면, 훨씬 이해하시기 쉬울 거라 생각합니다.

'리니지 이터널'과 '프로젝트 혼'의 쌍두마차! 엔씨 지스타 프리미어
온라인 신작 2종, 모바일 신작 6종! 엔씨소프트 지스타 프리미어 행사 풀영상



행사에서 보여지는 단서들





먼저 몇 가지 요소를 추려내려고 합니다. 기사의 흐름대로 그냥 따라간다면 멋진 게임들에 시선을 뺏겨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을 요소일 수도 있습니다.

1) 기존 IP (리니지, 아이온, 블레이드 앤 소울 등)

'리니지 헤이스트'는 모바일 디바이스를 주요 플랫폼(PC)의 보조 기기로 사용하고자 하는 사례입니다. '아이온'과 '블레이드 & 소울'의 경우, 기존 모바일 게임의 형식에 인기 IP를 활용하는 사례죠.


2) 신규 IP (리니지 이터널)

'리니지 이터널'은 하나의 재미있는 게임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엔씨소프트의 방향에 대해 다음과 같은 여러 단서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 다이나믹 던전 : '절차적 콘텐츠 생성(Procedural Content Generate)'과 유사합니다. 이미 듀랑고에 선점당했다고 생각해서 다른 표현을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합니다. (*참고 : '절차적 생성'이란 말 자체는 원래 있던 단어로, 듀랑고에서 만들어낸 것은 아닙니다.) '리니지 이터널'은 전투가 중심이 될 것이므로, 적의 배치나 페이스 조절이 중심이 됐던 밸브(Valve)의 '레프트4데드(Left 4 Dead)'와 비슷한 형식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관련자료] '레프트4데드'의 AI 시스템 - 밸브 공식 배포자료

※ 절차적 생성 (Procedural Generate) : 게임 환경이나 개별 오브젝트를 정해진 룰에 의해 생성시키는 작업. 적은 데이터량으로도 다양한 게임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문명'의 경우 게임을 시작할 때마다 자원 위치나 지형 구조가 다르게 나타난다. 이는 개발할 때 자원이나 지형을 자동으로 생성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입력해 연산처리하도록 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절차적 콘텐츠 생성에 관련된 국내 사례 중 하나로, 2010년 NDC에서 김용하 PD가 '랜덤 생성 콘텐츠 만들기'를 주제로 진행한 세션이 있다. 보다 최근 사례로는 지난 NDC14에서 양승명 리드 디자이너가 '야생의 땅: 듀랑고의 계산 프로세스 중심 게임 디자인' 세션에서 언급한 바 있다.


[관련자료] NDC10 '그럴듯한 랜덤 생성 콘텐츠 만들기' - by. 김용하
[관련기사] 듀랑고, 혁신의 핵심은 계산 프로세스! 양승명 리드 디자이너

'30년이 걸렸다'는 표현이 특이합니다. 3년이란 말에 대한 인벤의 취재 오류, 혹은 오타가 아니라면 1984년부터라는 뜻이 됩니다. 이것은 심지어 엔씨소프트 창립(1997년)보다 이전입니다.

- 클라우드 게이밍 : 자세한 내용은 인벤의 리니지 이터널 체험기 기사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앞으로 서버가 대부분의 연산을 담당하고, 모바일 기기는 플레이어의 조작을 입력하거나 영상과 소리의 출력만을 담당하는 단말기로 쓰겠다는 관점입니다.

[관련기사] 터치를 이용한 드래그 액션! '리니지 이터널' 모바일 체험기

- 플랫폼 : '구글과 페이스북 계정을 플레이 엔씨소프트 계정으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

- 엔씨소프트 클라우드 : '글로벌 클라우드망', '인접 서버간 통합 플레이'


3) 장기적인 미래에 대한 방향성: 질문과 답변

프리미어 행사에서 있었던 질문과 답변을 통해 김택진 대표는 엔씨소프트의 장기적인 방향을 어떻게 잡고 있는지에 대한 여러 실마리들을 주고 있습니다.

"엔씨소프트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AI 기반으로 한 새로운 게임 플레이를 만드는 것" : '네트워크 멀티플레이에서 AI를 어디다 쓸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PC only' 게임을 만들지 않는다."

"소작농의 시대라고 해야 할까(중략) 게임 시장은 유통 시장이 되었지, 개발자들의 시장이 아니다." : (PC와 달리) 플랫폼 수수료가 존재하는 현재 모바일 게임 시장에 대한 불만이 있으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게임 회사이면서 동시에 기술에 목을 멘 회사이기도 하다. 때문에 새로운 기술을 찾아 계속해서 도전하고 있다."

"우리가 개발하는 클라우드는 오픈 소스에 기반해 있다."



단서들을 통해 보는 엔씨소프트의 욕구와 도전들





앞의 이야기들은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넘겨도 되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그러면 소설이 되지 않으니, 서로 무관해 보이는 단서들을 이렇게 저렇게 묶어보고 연결해보겠습니다. 그러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MMORPG에서 매출이 잘 나오고 있지만, 'PC Only 회사'로 보이고 싶지는 않다. 모바일에도 잘 나간다고 보여주고 싶지만, 모바일에서 소작농 비즈니스(플랫폼 수수료)는 하고 싶지 않고 기술적인 우위도 계속 가져가고 싶다."

이를 토대로, 엔씨소프트가 생각하는 그림은 다음 몇 가지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 '모바일이나 PC는 서버 접속 단말이자 뷰어로 규정하고 핵심은 클라우드 서버에서 이루어진다. 이러면 모바일 vs. PC라는 구도에서 벗어나 네트워크 게임에 강한 회사가 이기는 그림이 된다.'

- '그러기 위해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향후 기술적 우위를 가진 분야로 만든다. AI나 절차적 생성 등 게임 내에서 중요하고 복잡한 연산이 클라우드 서버에서 이루어지고, 개별 단말기에는 클라우드 게이밍의 형태로 전달한다.'

- '결제는 자체 결제여야 한다. 이래야 자체적인 생태계라 할 수 있다. 엔씨소프트 입장에서는 매출의 30%를 플랫폼 수수료로 내느니, 위의 기술을 확보하는데 쓰는 편이 좋다.'



각 단서들에 대해 다른 곳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를 기반으로 추리를 해보면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말하곤 합니다. 이제 앞에 나온 단서, 화두들에 대해 다른 업체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이것을 기반으로 같거나 혹은 다르거나 엔씨소프트는 어떻게 갈 것인지를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1) 기존 환경의 강자가 새로운 환경에 대해 어떻게 대응했는가?

- 유명 IP니까

2000년대 초반, 온라인이 굉장한 매출과 성장세를 보일 때 '기존 콘솔 시장을 엎을 것'이라는 예측들이 쏟아지곤 했었습니다. 그때 기존의 강자들이었던 콘솔 게임 개발사들이 온라인 게임에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를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PC 온라인의 강자'라 할 수 있는 엔씨소프트가 라이브IP에 보인 모바일 전략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메이저 콘솔 업체들은 처음에 온라인 게임에 대해 '기존 게임에 네트워크만 붙였다.' '그래픽이 좋지 않다' '네트워크 속도 때문에 특정 장르에 한정될 것이다' 등등의 낮추어 보는 반응을 보이곤 했습니다. 한편, 우리는 'IP가 좋으니까 IP에 네트워크 붙이면'이라고 해서 'OO 온라인'이라고 하는 전략을 많이 취했습니다. 일본 유명 게임 IP 중에 'OO 온라인' 한 번 안 해본 게임은 드물 겁니다.

이것의 모바일 시대 버전이 바로 'OO 모바일'입니다. OO에 들어갈 유명 IP들은 생략하겠습니다. 이미 각종 스토어에도 꽤 나온 바 있으니 결과에 대해서도 다들 아실 것입니다.

역으로 '예외 없는 규칙은 없다'고, 콘솔 유명 IP가 온라인으로 넘어와서도 유의미한 성공을 거둔 예로는 파이널 판타지 정도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물론 잘되고 나서 붙인 설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만, 파이널 판타지는 '파이널 판타지 온라인'이라고 하지 않고 특이하게도 정식 넘버링을 해버렸습니다. 이 때문에 기존 팬들에게 많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정식 넘버링을 할 만큼의 각오로 달려들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결과를 낸 것이 아닐까 싶긴 합니다.

'유명 IP니까' 방식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블레이드 앤 소울 모바일', '아이온 레기온즈' 정도로 보입니다.

- 새로운 플랫폼은 본편으로 유도하기 위한 보조 장치로

모바일 시대로 오면서 콘솔 게임사들은 온라인 때와는 조금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여전히 콘솔이 메이저 마켓이란 점이 유지되고 있다는 자신감-즉, TV가 나왔을 때 당황했다가 다시 고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한 영화사들처럼 신규 시장이 자신들을 쉽게 멸망시킬 수 없다는 사실로 인한-에서 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위협적이지 않은 별개 시장이 생성된 것이라면, 자신의 영역을 강화하는 용도로 다른 시장을 보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모바일 디바이스용 콘솔 게임 앱들은 크게 두 가지 양상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게임 정보에 대한 보조적인 뷰어'입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GTA 5의 예처럼 모바일에서 게임의 일부 기능을 플레이할 수 있고, 이 결과(게임 머니, 레벨 등)가 다시 본 게임에 반영되게 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의 연장선이 '리니지 헤이스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조금 더 나가면 PS4의 'Share(공유)' 기능을 들 수 있습니다. 게임 플레이는 본편에서 하지만, 이 영상을 외부(스마트TV나 스마트폰도 포함)에 방송하는 것은 물론 외부에서 응원을 보내거나 하면 실시간으로 게임 중인 플레이어의 HP가 회복된다거나 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별풍선'과 비슷한...)

이런 식으로 'PC가 아닌 디바이스를 보조 장치로 활용'하면 PC가 메인이라는 인식을 은연 중에 전달할 수 있습니다. 기존 플랫폼의 우위를 유지하고 싶은 업체라면 해볼 만한 방법입니다.

[관련페이지] 아이튠즈 앱 'GTA: iFruit' (영어)
[관련기사] PS4 'Share' 기능과 관련한 CEDEC2013 세션 - Famitsu


2) 모바일에서 소작농이 안 되려는 경우, 어떻게 하고 있는가

'모바일 소작농'이라는 것은 스마트폰, 터치 기반 디바이스라는 기기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 기기에 콘텐츠를 공급하려면 PC와 달리 지정 스토어를 써야하고, 해당 스토어에서 결제 시 구글이나 애플에게 플랫폼 수수료 30%를 내야 한다는 것이 본질입니다. 거기에 카카오와 같은 추가 소셜 커뮤니티 채널을 사용하면 매출 대비 51%를 수수료로 내게 됩니다.

다들 이유가 있으니 내는 거지만, 심하면 벌어들인 돈의 반 이상이 수수료로 나갑니다. 현재 PC에서는 PG(Payment Gateway) 수수료로 결제 대행에 대해서 3% 전후(계약 조건에 따라 다름)만 내면 되는데, 이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수수료 차이죠. 열심히 일해서 땅 주인 좋은 일만 하는 소작농이라 느낄 만합니다. 여기서 탈출하려면 수수료를 내지 않을 방법 즉, 결제를 우회할 방식을 찾아내야 합니다.

이런 우회 결제 노력들은 이미 많이 있어 왔고 실제 이미 동작하는 방식도 몇 가지 있습니다. 먼저, '앱에서 결제하지 않는 방법'입니다. 즉, 웹에서 결제하고 앱은 뷰어(Viewer)로만 쓴다는 거죠. 아마존 킨들, 리디북스 같은 경우가 이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제한적인 경우에만 앱 승인을 받는 구조입니다.

다른 방식은 '별도의 스토어 앱을 통해서 결제'하는 것입니다. 애플 앱스토어를 포기한다면 중국 안드로이드 시장은 이미 자체 마켓 방식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콘텐츠 공급자 입장에서 볼 때는 수익이 늘어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불편한 방식입니다. 기존 고객이 없는 콘텐츠 개발사 입장에서는 결제 불편에 의한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수수료를 내더라도 결제 편의를 선택하게 되겠지만, 기존 충성 고객이 있다면 약간 불편을 감수시키더라도 선택할 수 있을 방식입니다. 엔씨소프트는 이미 '리니지 헤이스트'를 통해 어느 정도 이 방향의 테스트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결제를 '우회'하는 것이므로, 구글이나 애플에서 수 틀리면 언제든 막아버릴 수도 있는 방법입니다. 아마존의 경우, 킨들이라는 하드웨어를 기본으로 깔고 아이패드나 다른 단말기도 되는 형태로의 확장입니다. 중국의 경우, 구글 플레이 자체가 막힌 상태에서 통신사에서 단말기에 마켓을 설치해서 내보내는 식입니다. 일종의 정부의 비호를 받는 상태인데, 엔씨소프트는 이 둘 중 어느 쪽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즉, '리니지 헤이스트'식의 결제는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지 근본적인 '소작농 탈출'이라고 하기는 부족합니다.


3) 기술적인 도전들

엔씨소프트에서 하려고 하는 기술적인 도전들에 대해 다른 업체들은 어떻게 하는지 각각 살펴보겠습니다.

- 클라우드 게이밍 혹은 리모트 플레이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이하 SCE)는 2006년부터 이미 '리모트 플레이'라는 형태를 지속적으로 시도해왔습니다. PSP라는 단말기에서 PS3의 연산 결과를 스트리밍 영상으로 받아서 즐기는 방식입니다. 닌텐도의 Wii U도 본체와 스크린이 달린 컨트롤러를 묶어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Is that a PSP in your PlayStation 3? - Joystiq

SCE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서 클라우드 게이밍 업체인 가이카이(GAIKAI)를 인수해 'PS NOW'라는 이름의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콘텐츠가 완전히 원격 서버에서 연산을 끝내서 영상을 만들어 보내주는 방식으로, 현재 베타 테스트 중입니다. 이렇게 되면 뷰어 기능과 입출력만 가능한 수준의 디바이스 하나만 있으면 고사양 게임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가이카이 공식 홈페이지
플레이스테이션 공식 홈페이지 'PS NOW'
[관련기사] 기기없이 콘솔게임 한다! PS Now, 삼성 스마트TV에 서비스 예정

단, 이 방식에는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긴 합니다. 입력 후 서버에서 연산하고 영상을 만들어서 보내는 시간 때문에 입력과 영상 반응의 시간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애초에 게임이 설계, 기획될 때부터 '이런 시간차가 있더라도 문제가 없는 기획'이거나 '시간차를 고려한 눈속임 요소가 포함된 신작'이라면 어느 정도 가능할 수도 있겠습니다. 온라인 게임도 초기에는 이런 딜레이나 렉이 상당했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획적 노력이 많이 있었으니까요.

엔씨소프트의 경우 '씨디네트웍스'라고 하는 CDN(Contents Delivery Network) 업체와 2009년부터 관계가 있습니다. 이때는 대용량 게임 클라이언트 파일의 다운로드 캐시 서버로서의 역할이었습니다. 이 업체는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 쪽에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번 지스타에도 B2B로 참여한 바 있습니다. 전세계에 클라우드 서버 거점을 둔 클라우드 게이밍을 해야 한다면 이쪽과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씨디네트웍스 공식 홈페이지
[관련자료] 씨디네트웍스, 미국 및 유럽에 엔씨소프트 게임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서비스 - 2009. 11. 16
[관련자료] 씨디네트웍스, '리그 오브 레전드' 글로벌 라이브 생중계 - 2012. 09. 28
[관련자료] 씨디네트웍스, '지스타 2014' 참가 - 2014. 11. 18

※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 (Contents Delivery Network, CDN) : 인터넷 사용 환경에서 게임 클라이언트나 콘텐츠를 사용자의 PC로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시스템. 분산된 서버에 데이터를 저장해 전달해주는 구조다.

CDN은 보통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nternet Service Provider, ISP)에 직접 연결해 데이터를 전송한다. 한꺼번에 많은 사용자가 몰렸을 때 데이터 전송 속도가 느려지는 등의 '콘텐츠 병목 현상'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콘텐츠 공급자에게 있어 안정성과 더불어 비용 절감효과를 가져다주는 방식. 대용량 업데이트 파일이나 실시간 동영상을 뿌리기 위한 미러 혹은 캐시 서버(Cache Server) 정도로 이해하면 편하다.


- AI (Artificial Intelligence)




엔씨소프트에서 하려는 AI는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쪽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애저(AZURE)라는 서비스를 통해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는 AI를 서버에서 연산해 게임에 반영해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렇게 하면 서버에서 연산을 대신 해주고 그 결과만 보내줍니다. 그러므로 개인 콘솔(MS니까 Xbox 겠죠)에서는 어려운, 보다 복잡한 수준의 AI를 구현해줄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AI가 서버에 있으니 다른 플레이어에게 전송하거나 복제하는 것도 간단해집니다. 여러 플레이의 결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AI가 성장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네요.

※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Microsoft Azure) : 이전 이름은 윈도우 애저(Windows Azure). 2010년부터 시작된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이다. 2011년 PaaS(Platform as a Service)에 이어 2013년 IaaS(Infrastructure as a Service) 서비스를 시작했다. 비슷한 서비스로는 아마존 웹서비스(AWS) 등이 있다.

MS 공식 홈페이지 'AZURE' 소개

현재 이 방식을 사용한 상용 게임으로는 '타이탄폴(Titanfall)'과 '포르자(Forza)'가 있습니다. 두 게임을 봤을 때, '플레이어의 다양한 행동 중 어떤 것을 학습할 것인가'를 골라내는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성적이 좋거나 유효한 전략만을 따르게 하면, 비매너나 치트 플레이 AI가 급속하게 확산되어 플레이어들을 불쾌하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생각해보건대, '특정 플레이어의 행동만을 모사'하게 하여 해당 플레이어가 접속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유사한 행동을 하게 만드는 형태로 활용되지 않을까 합니다(AI 아바타).

[관련자료] Titanfall: How the cloud allowed ex-Call of Duty developers to create the must-have game of...
[관련자료] Drivatar™ in Forza Motorsport


- 다이나믹 던전 (절차적 생성)




'30년이 걸렸습니다' '다음에 어떤 던전이 나올까에 대한 설렘이 있습니다'로 볼 때 1980년대에 절차적 콘텐츠 생성(Procedural Content Generation) 방식을 보여준 로그(Rogue, 1980)와 그로부터 파생된 로그라이크(Rogue-like) 장르의 영향을 이야기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리지널 리니지 자체가 로그라이크 중 하나인 넷핵(Nethack, 1987)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나온 만큼, 당시부터라고 계산하면 '서버에서 콘텐츠를 절차적으로 생성해서 전달한다'라는 도전의 기원은 30년 전부터 있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게 될 것입니다.

네트워크가 아닌 시절, 로그라이크의 절차적 던전 생성은 당연히 개인 PC의 연산을 거쳐 만들어졌습니다. 엔씨소프트에서 이 부분을 개발한다면, 클라우드 서버에서 좀 더 복잡한 변수를 포함하고, 파티의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여 층 단위로 생성되며, 이전 층에서 있었던 이벤트나 플레이어의 레벨, 체력 상태 등을 고려하여 생성되는 방식일 것입니다.

좀 더 나아간다면, 절차적으로 콘텐츠를 생성해 제공하는 가상의 던전 마스터 자체를 기계 학습으로 개선시키는 방법도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관련자료] 위키백과 - 로그라이크
[관련자료] 위키백과 - 넷핵


- 클라우드 서버




클라우드 서버에 대해서는 '2015년에 완료한다' 정도 외에 큰 힌트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단서들과 종합해보면 단순히 트래픽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분산 서버 수준이 아닌 '클라우드 게이밍'을 해줘야 합니다. 또, 플레이어 기록을 통해 AI를 '기계 학습'시켜야 하고, 맵도 '다이나믹'하게 실시간으로 생성해서 뿌려줘야 합니다. 그것도 글로벌 전역의 수많은 장소와 시간대에서 플레이어들이 접속해 플레이하는 상태에서 말이죠.

기술적인 문제도 문제지만, 이 정도 연산 처리를 할 수 있는 네트워크 트래픽과 연산 성능을 내기 위해 엄청난 비용이 들 것입니다.

여기서 각지의 개인 PC에 존재하는 유휴 연산력을 활용하는 '그리드 컴퓨팅 방식(Grid Computing)'을 섞어서 사용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이 일반에 알려진 것으로는 2007년 PS3에서도 시도한 '폴딩앳홈(Folding@home)'이 있습니다. 비상업적인 용도로 엄청난 연산이 필요한 학술 연구에 PC의 연산력을 '기증'하는 형식의 프로젝트인데, 플레이스테이션에서는 종료되었지만 스탠포드에서는 아직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외계의 지적 생명체를 찾는 연구인 '세티앳홈(SETI@home)'도 유사한 사례입니다.

[관련자료] 위키백과 - PS3 클러스터
[관련페이지] 스탠포드에서 연구 중인 '폴딩앳홈'
[관련페이지] '세티앳홈'이란 무엇인가요?

그리드 컴퓨팅 방식의 문제는 기술적인 것보다도 사업적인 측면에 있습니다. 개인 PC의 유휴 자원을 활용한다는 것은 각 개개인이 동의한 상태에서 유휴 연산력을 '기증'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상업적 활동을 위한 것이라면 '고객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쉽지 않은 과제가 됩니다. 그렇다보니 약관에 몰래 심어 놓고 스리슬쩍 하다가 '네이버 웹툰 스피드 뷰'처럼 고객 항의를 받고 중단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네이버의 경우 사용자 PC에 연산을 맡기는 것은 아니고, CDN으로 사용한 예입니다. 따라서 엄밀한 의미의 그리드 컴퓨팅은 아닐 수 있으나 사용자의 PC와 네트워크 자원을 임의로 사용했다는 사업적 측면의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예로 들었습니다.)

그래서, 발상을 전환해 '기증'이 아닌 '투자' 개념으로 접근해서, PC의 연산력을 전체 연산에 '투자'하면 그만큼의 '가상 재화'를 가질 수 있는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바로 비트코인(Bitcoin)입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예로 '에테리움'이라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데, 이쪽은 연산력을 제공하면 포인트를 얻고 이것을 모아두었다가 연산을 시킬 수 있는 형태입니다. '연산력 = 돈 = 연산력'으로 변환된다는 점에서 비트코인보다 한 발 더 나아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에테리움(Ethereum) 프로젝트 공식 페이지 (영어)

아마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처럼 자원이 거의 무한대여서 전세계에 서버를 깔아놓고 스트리밍과 클라우드 컴퓨팅을 구현할 것이 아니라면, '기증'을 받거나 '투자'받은 자원에 대해 보상하는 방향으로 클라우드를 구현하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이나 에테리움의 방식은 중앙 서버가 없는 형태인데, 이러면 통제가 힘들어집니다. 그러므로 통제권을 쥐고 싶은 사업자라면 중앙 서버를 두고 외부 컴퓨터로 데이터가 나가더라도 보안 문제가 없는 연산에 한하여 그리드 컴퓨팅으로 하는 방법을 쓰지 않을까 합니다.

여기까지가 단서에 대한 추리입니다.

※ 그리드 컴퓨팅 (Grid Computing) : 그리드 컴퓨팅은 어렵거나 거대한 연산을 네트워크 상의 개별 PC에 분산 할당해서 계산 후 취합하는 방식이다. 수많은 CPU가 네트워크로 연결된 일종의 슈퍼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최신 PC가 보통은 웹 서핑 정도에만 사용된다면, CPU 연산의 대부분을 놀게 놔두는 것에 해당한다'는 사실에 착안한 것으로, 남는 연산력을 백그라운드에서 돌려서 서버에 보내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연산 뿐만 아니라 저장장치를 캐시로 쓰는 것들도 넓은 의미로 포함되기도 한다.

따라서, '모르고 당하게' 되면 컴퓨터가 느려진다거나 디스크의 빈 공간이 줄어들어 있다거나 하는 현상을 겪게 된다. 굳이 이런 어려운 방식으로 가상의 슈퍼 컴퓨터를 만드는 이유는, 물리적인 슈퍼 컴퓨터 구입 비용이 매우 비싸기 때문.


[관련자료] 위키백과 - 그리드 컴퓨팅

※ 비트코인 (Bitcoin) : 실제 생활이 아닌 온라인 거래상에서 쓰이는 가상화폐. 2009년 1월 개발됐다. 컴퓨터가 제시하는 매우 난해한 수학 문제를 풀면 그 대가로 비트코인이 지급되는 작동 방식으로, MIT 라이선스를 적용해 오픈소스로 공개된 바 있다. 흔히 '비트코인을 캔다(Mining)'는 표현을 쓰며, 비트코인을 만드는 사람들을 '광부(Miner)'라 부른다.

[관련자료] 위키백과 - 비트코인

[관련자료] 네이버캐스트 - 블록체인



이 소재들을 가지고 소설을 써보면...





이제는 지금까지의 소재들을 가지고 앞서 말씀드렸듯 '소설'을 한 번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각각의 소설 레벨, 즉 과장 정도를 기준으로 총 세 가지 형태로 생각해봤으며,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될 수 있겠습니다.

1) 소설 농도 : 낮음

'리니지 이터널' 다이나믹 던전 소개 영상

'리니지 이터널'의 경우, 일단 결제는 스토어를 거치지 않는 자체 결제로 갑니다. 모바일 기기를 통한 클라우드 게이밍은 속도도 속도지만 데이터 용량 요금제의 문제가 있으므로(개인 데이터를 사용해 고해상도 동영상을 계속 보는 것과 같음)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이동 중에 플레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즉, Wi-Fi가 가능한 공간에서 보조 기기 같은 형태를 전제로 구현됩니다(Wii U).

그리고, 스트리밍의 입력 딜레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기획적으로 딜레이가 허용되는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플레이어의 패턴을 학습한 AI가 자동으로 플레이함으로써, 성능 좋은 PC로 플레이하는 파티원의 민폐가 되지 않게 합니다. 플레이어의 직접 입력을 받을 때는 한정적으로 스킬이나 전략을 변화하여 구사합니다.

다이나믹 던전 생성 시에 접속 기기까지 체크, 고려하여 생성합니다. 이렇게 하면 연결이 끊기더라도 AI가 대신 플레이해줄 수 있으므로 불안정한 통신 환경일지라도 멀티 플레이 자체는 별다른 문제 없이 굴러갑니다.

이 개념을 확장하면 공성전과 같은 대규모 전투도 대략 예상되는 그림이 나옵니다. 전반적으로 AI들이 진행하는 와중에 플레이어 입장에서 다소 딜레이가 있어도 납득할 법한 맥락의 지시들을 내리는, 일종의 '반자동 전투'가 됩니다. 역으로, 이 점을 살리면 플레이어가 접속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AI끼리의 시뮬레이션 전투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일종의 '클래쉬 오브 클랜'의 업그레이드 버전과 같은 공성전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공성전 푸쉬 알림을 좀 많이 받게 되겠지만요.




AI에 노화(Aging) 효과를 넣어서, 플레이어가 자주 플레이하지 않으면 점점 실력이 떨어지게 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AI를 트레이닝 시킨다는 맥락이 되므로, 자연스럽게 플레이어로 하여금 재방문하도록 유도할 수 있게 됩니다. 길드장님에게 '평소에 훈련 좀 자주 시켜놓으라'는 잔소리를 들을 날이 멀지 않게 되는 거죠.

조작은 기본적으로 터치 디바이스에 맞추되, '키보드 & 마우스도 가능하게'라는 형태로 합니다. 조작에 관련된 최종 기획은 주로 사용되는 모든 입력장치를 고려한 형태가 될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게임 패드 정도까지만 포함하면 주요 입력장치들이 모두 포함됩니다)

어차피 '단말기 = 모니터 달린 컨트롤러' 정도라고만 보면 PC건 뭐건 상관없습니다. Wii U 컨트롤러(본체 아님) 정도의 스펙만 갖추면 됩니다. 대부분의 중요한 연산은 모두 엔씨소프트 측에서 구축한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목표가 됩니다.


2) 소설 농도 : 보통

대규모 클라우드 서버 구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 서버 구축(아마 위에 언급한 CDN 업체와 함께)은 물론, '리니지 이터널 PC'(가칭) 배포를 병행합니다.

이미 엔씨소프트는 2003년 '리니지2' 때에 리니지2 PC라는 프로모션을 했던 바 있습니다.

[관련자료] '삼성전자/엔비디아/인텔/MS/엔씨소프트 리니지2 공동 프로모션' - 2003. 06. 27
[관련자료] '엔씨소프트와 엔비디아, 최상의 게임 환경 제공 위해 공동 협력' - 2003. 07. 09
[관련자료] '리니지2 PC 나왔다' -2003. 07. 21

당시 '리니지2'가 고사양이라 제대로 돌아가는 PC가 별로 없을 것이라는 우려를 이런 방식으로 돌파한 경험이 엔씨소프트에게 있습니다. 이 방식은 직접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이 아니고 IP의 힘으로 인증만 해주는 방식이므로 재고 부담도 없습니다.




엔씨소프트 통합 아이디로 월정액을 걸고, 통합 계정으로 로그인하는 PC를 일반 PC보다 낮은 가격으로 PC방에 밀어넣을 수 있습니다. 초기에 하드웨어 비용으로 발생한 손해는 월정액이나 부가 서비스 결제로 만회합니다.

통신 요금과 결합해서 하드웨어를 배포할 수도 있습니다. 특정 종류의 트래픽만 따로 요금을 낮추는 것은 가능합니다. 전화 기능을 건드리지 않고 게임 전용 트래픽에 대한 요금제라면 이미 PS Vita도 하고 있습니다.

[관련자료] PS Vita의 미국 요금제
[관련자료] PS Vita의 일본 요금제

고사양이 아닌 기본 통신 기능, 영상 출력, 터치 기능 정도만이라면 '엔씨 월정액 2년 + 통신비 약정'을 걸고 무료로 뿌릴 수도 있습니다. 즉, 보조금을 통신사가 아닌 엔씨소프트 측에서 내는 셈이 되는 겁니다. '리니지 이터널 트래픽 한정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라면 클라우드 게이밍의 데이터 요금 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침체기를 맞고 있는 PC방에 '리니지 이터널'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고사양 하드웨어를 렌탈 형식으로 제공하고 이용시간당 수수료를 받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렇게 배포, 판매되는 커스텀 PC나 터치 기반 기기는 부팅하자마자 엔씨소프트 통합계정 로그인으로 시작되고, 슬립 모드에서 자동 업데이트를 시킬 수 있습니다. 광고 같은 프로모션이나 마케팅에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 PC들은 가격을 낮춘다는 '보상'을 제공했으므로, PC 자원을 고객 동의 하에 가져오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PC를 싸게 판매함으로써 발생한 손해를 연산력이라는 형태로 만회한다는 것입니다. 아직 PC 연산력을 거래한다는 개념이 희박한 만큼, 대부분의 PC방과 개인들은 낮은 디바이스 가격에 환호하며 구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사실 '서버와 DB가 본체고 개인 디바이스는 그에 접속하는 단말기에 불과하다면, 단말기는 입출력만 가능한 최소 수준으로 뿌리고 그 이용료로 수익을 낸다'는 개념은 꽤나 오래된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하이텔 단말기'가 있겠네요. 이미 1990년대 초에 '하이텔을 쓰겠다'고 하면 단말기를 무상으로 대여한 사례가 있습니다.

1990년대 당시 관련 뉴스 모음


3) 소설 농도 : 높음

이제 소설은 '어떻게 적극적으로 연산력을 제공받을 것이냐', 'AI를 기반으로 한 게임 플레이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이냐', '어떻게 플랫폼 수수료 내는 입장이 아닌 플랫폼 홀더의 입장을 확보할 것이냐'
하는 단계로 갑니다.

우선 연산력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일단 '기증'을 받거나 '보상을 제공'해야 합니다. '기증'은 상업적 이용이라 할 수 없으니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을 생각해야 하는데, 이것을 어떻게 풀어낼 것이냐가 문제가 됩니다. 아무래도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 내의 가상 재화로 보상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쉽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연산력을 제공하면 게임 내 가상 재화를 얻을 수 있다.' 이 개념, 어디서 많이 본 듯 하지 않은가요? 그렇습니다. 이미 '작업장'으로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오토를 돌린다는 행위는 이미 게임을 실행하고 추가로 나름의 'AI'를 갖춘 오토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을 뜻합니다. PC 1대의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사람 손도 많이 가는 일입니다. 사람들이 굳이 이런 일을 하는 이유는 게임 내 '가상 재화'를 획득하기 위해서입니다.

심지어 이 '오토'는 계속 블록이라는 일종의 튜링 테스트(Turing Test, 기계가 인간과 얼마나 비슷하게 대화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기계에 지능이 있는지를 판별하고자 하는 테스트)를 당해오면서 AI가 계속 진화해왔습니다.

[관련자료] 위키백과 - 튜링 테스트

아까 AI의 기계 학습을 언급하면서 '어떤 행동을 학습한 AI를 생존시킬 것인가'가 포르자에서 이슈가 되었다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 방면에 있어서 엔씨소프트는 해외보다 앞서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토를 적발해 내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이 기술이 함께 진화했을 테니까요.

아무튼, 작업장의 본질을 게임 내에 성공적으로 적발되지 않은 채, 'AI의 연산력을 제공하면 가상 재화를 보상으로 받는 것'이라고 보겠습니다. 그렇다면 그냥 '연산력을 제공하면 이것을 가상 재화로 구매해 준다'로 바꿀 경우, 큰 변화가 생깁니다. 전자는 '불법'이니 막아야 하는 것이고, 후자는 '합법'적인 일종의 거래 행위가 된다는 것입니다.

즉, 개인이나 PC방의 PC 연산 자원 제공에 대한 보상은 'NC virtual currency(가칭)'라는 가상의 중간 통화로 해주고, 개별 게임에 쓸 때에 한 번 더 환전하는 방식을 취하면 일종의 비트코인 상태가 됩니다.

이 중간 재화는 연산 자원을 '구매'한 것이므로 아직까지는 게임을 한 상태가 아닙니다. 심지어 현금 보상을 해도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대신 현금화를 하면 엔씨소프트 측에 불리하므로, 게임 내에서 사용할 경우 훨씬 좋은 혜택을 제공하는 형태로 할 것입니다(현금을 미리 충전해 놓으면 추가 보상을 주는 것과 유사한 개념). 이렇게 되면 기존의 작업장들은 불안에 떨면서 AI를 진화시키면서 많은 분들이 아시는 그 곳을 통해 몰래 현금화를 해야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여기서 '플랫폼 사업(Platform Business)'로 발전하게 됩니다. 아시다시피 다들 아시는 '그 곳'과 엔씨소프트는 관계가 있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 PC 연산력을 바로 직접 그 게임의 화폐로 하지 않고 현금에 준하는 중간 화폐로 하게 되는 것입니다(게임에 사용된 재화를 다시 현금화해주면 사행법에 걸립니다).

이 가상 화폐에 대한 이용 권한을 외부 게임사에 개방하면, 이 순간부터 가상 재화에 대한 발행과 대출을 하는 일종의 은행으로 기능하게 됩니다. 외부 게임사는 엔씨소프트의 가입자 정보와 활용도가 낮은 것이 오히려 장점인 중간 재화(지정된 용도로만 쓸 수 있는 일종의 상품권 상태가 됨)의 가맹점이 되고 싶어하게 됩니다. 이 구조는 모두 '가상 재화'로 이루어지며 '현금화'가 없으므로 법적인 문제가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엔씨소프트는 연간 결제로 묶인 자사의 고객 정보와 입맞에 맞게 튜닝된 PC와 폰, 게임에 특화된 기계 학습, 여기에 클라우드 게이밍 기능까지 갖춘 엔씨판 애저(AZURE) 서비스를 확보하게 됩니다. 그리고 엔씨판 비트코인을 가지고 이 생태계에 접근하고 싶어하는 업체들에게 적절한 수수료와 함께 '소작농 탈출'을 패키지로 묶어 제안할 수 있는 업체, 즉 '플랫폼 홀더'가 됩니다. 혹은 그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는 소설입니다.



정리





지금까지 하나의 행사를 보고 이런 저런 상상을 덧붙여 소설을 써봤습니다. 너무 상상이 과한 것 아닌가 싶긴 합니다. 하지만 지금 엔씨소프트가 해외 대형 업체들도 아직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지 못한 분야에 도전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도전들이 제가 쓴 소설보다 더 멋진 형태로 현실화되기를 기대해봅니다.

* 본 소설은 클라우드 컴퓨팅에 관해 정확히 구분하지 않은 상태로 작성되었습니다. 용어 정의가 업계에서도 명쾌하게 되어 있지 않은 관계로 작성자는 엔씨 클라우드의 기능을 PaaS(Platform as a Service)에 그리드 컴퓨팅을 혼합한 정도의 개념으로 상상해서 소설을 썼음을 밝힙니다.

** 여기까지 긴 글 읽어주신 분들, 제가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해주고 계신 '5minlab'과 이야기를 미리 듣고 조언해주신 '프로젝트 알바트로스'의 동료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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