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공허의 유산, 조금 더 초보친화적인 게임이 되기를

칼럼 | 신동근 기자 | 댓글: 17개 |



한국 시각으로 14일 새벽, 스타크래프트2 마지막 확장팩인 공허의 유산 오프닝 시네마틱 영상이 공개됐다. 2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스타크래프트 시리즈 사상 처음 등장하는 프로토스의 제대로 된 전투 장면이었기에 팬들은 더 큰 환호를 보냈다. 다른 의미로 남심을 자극하는 공허의 유산 오프닝 시네마틱이 공개되자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는 공허의 유산이 차지했다.

공허의 유산은 시네마틱 영상만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공허의 유산 내부를 들여다보면 시네마틱 영상으로 끌어들인 사람들을 잡기 위해선 아직 더 분발이 필요해 보인다.

공허의 유산은 현재 게임 템포 조절과 매크로 시스템이라는, 굉장히 건드리기 힘든 부분을 건드리고 있다. 블리자드는 '보다 역동적이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장려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본진 광물과 베스핀 가스의 양을 줄여 빠른 멀티를 반드시 가져가도록 만들었다. 빠른 확장을 가져가는 것이 유리해짐에 따라 상대가 공격할 수 있는 지점이 늘어났고, 공허의 유산에서 유닛들의 변화와 연계되어 중반 공격적인 플레이가 더 강화된다는 것이다.



▲ 공허의 유산에서는 12기의 일꾼으로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게임에서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게 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시작 일꾼 수를 6기에서 12기로 늘렸다. 본진 자원이 줄었는데 시작 일꾼은 늘어남에 따라 본진 자원이 고갈되는 속도는 훨씬 빨라졌고, 더더욱 빠른 멀티가 필수적이 됐다.

취지는 좋다. 할 것 없이 멍하니 광물 50이 모일 때까지 기다리다 일꾼 단축키만 누르는 시간이 줄어들면 보다 전투적인 게임이 될 것이고 그만큼 보는 이도, 하는 이도 지루함을 느낄 일은 확실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변화가 유저들에게 어떻게 다가올지는 미지수다.

5년간 6기의 일꾼으로 시작하는 것에 익숙해진 유저들은 공허의 유산이 찾아오게 되면 줄어든 본진 자원, 12기의 일꾼이라는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이 변화가 만일 대성공으로 판명이 나더라도 일단 '자유의 날개, 군단의 심장 시스템과 다르기 때문에 싫다'고 치부하는 유저는 반드시 나타나기 마련이다. 초반 전략의 가짓수가 줄어들 우려도 있다. 대표적으로 뒤가 없는 올인으로 여겨지는 저그의 '6못' 전략은 공허의 유산이 발매되면 영영 사라지는 전략이 된다. 일부 팬들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전략의 가짓수를 줄이고 운영으로 획일화한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다만 일꾼 수에 대한 변화는 공허의 유산이 출시된 후 약간의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적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꾼 수와 자원량 감소에 따른 변화는 매크로 컨트롤에 비해 개개인의 실력을 덜 타는 편인데다, 모두가 같은 조건에서 새로 시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적응 속도에 차이는 있겠으나 일꾼 수의 변화가 초보에게 큰 진입 장벽이 될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 지게로봇을 포함해 시간 증폭, 애벌레 생성을 건드린다고 했지만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두 번째로 공허의 유산에서 조절하고 있는 것이 바로 매크로 시스템이다. 스타2에서 프로토스의 시간 증폭, 테란의 지게로봇, 저그의 애벌레 생성은 일종의 종족별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하지만 대다수의 유저들은 이 스킬들을 제때 사용하지 못한다. 그것 말고도 신경 쓸 게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블리자드가 지나치게 손이 많이 가는 플레이를 요구한다'는 비판이 한국 팬들을 중심으로 많이 일어났다.

최근 블리자드는 이 세 가지 스킬들을 대대적으로 손보고 있지만 아직도 정확한 방향을 잡지 못한 상태다. 처음엔 매크로를 줄인다는 이유로 세 가지 스킬의 성능을 조금씩 하향한 뒤 자동 시전형 스킬로 만들었다가 도로 군단의 심장 버전과 가깝게 롤백하는 등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매크로를 없애는 것이 좋은지, 유지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 숙달된 유저 및 프로게이머들은 자신들만의 무기라고 할 수도 있는 매크로가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고, 매번 스킬을 사용하는 것이 힘들었던 유저들은 매크로가 없어지는 것을 반길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초보 유저들에게 친화적인 시스템을 고려할 때도 되지 않았을까? 이미 자유의 날개 시절부터 테란 유저들은 맹독충을 상대로 산개하는 법을 익혀야 살아남을 수 있었고 저그 유저는 점막을 빠르게 퍼뜨리지 않으면 제대로 싸움을 걸기도 힘들었다. 군단의 심장에서는 예언자나 땅거미 지뢰 등 단신으로 게임을 터뜨릴 수 있는 유닛들이 나타나면서 수많은 초보 유저들이 고통 속에 게임을 그만두기도 했다.

공허의 유산에서는 이미 일꾼 수가 12기로 늘어나고 본진 자원이 줄어든 까닭에 게임 템포도 빨라졌다. 또, 상당수의 유닛들이 사용 가능한 스킬을 갖고 있고, 이 스킬 활용 여부가 전투에서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더욱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다. 초보 유저들이 이 모든 것을 다 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미 현 프로게이머들조차 '군단의 심장은 완벽히 익히기엔 어려운 게임'이라거나 '손이 많이 간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가뜩이나 시작 일꾼 수가 늘어나고 자원량이 줄어 전작보다 템포가 빨라진 게임에서 각종 매크로 컨트롤까지 요구할 경우 초보들이 겪는 어려움은 훨씬 더 클 것이다.

공허의 유산은 스타2에 찾아온 세 번째이자 마지막 기회다. 밸런스 팀에서 그리고 있는 그림은 많겠지만 이제 정식 출시 전까지 시간이 얼마 없다. 이미 일꾼 수를 늘림으로써 게임 템포를 빠르게 가져가기로 방향을 정했다면, 최소한 매크로 정도는 줄여서 초보 유저들이 조금이라도 쉽게 적응할 수 있게 해 주는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번 공허의 유산 시네마틱 영상을 보고 흥미를 느낀 사람들이 계속 게임을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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