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점검] "아니면 말고" 게임업체 울리는 오토데스크의 이상한 '내용증명'

칼럼 | 이현수,이명규 기자 | 댓글: 35개 |
#사례 1 소규모 게임 개발사인 A사는 어느 날 한 통의 우편을 받았다. 오토데스크와 계약한 법무법인에서 보내온 공문(내용증명)으로, A사가 오토데스크의 제품을 인가없이 사용하고 있으니 원만한 해결을 위해 관련 사항에 대한 답변할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A사는 오토데스크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적이 전혀 없었다.

#사례 2 "우리는 정품을 사용하고 있었는데도 영업사원이 오더니 사용 조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더니 합의를 보자고 했다. 우리는 분명히 정품만 사용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 N사 M카페 m*******

위 사례처럼 오토데스크와 관련된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물론 정당한 라이선스를 획득하지 않고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 행위이며 침해자는 권리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 권리자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 또한 당연하다.

그러나 인벤은 취재과정에서 권리를 침해하지 않았으나 내용증명을 받은 많은 사례를 접할 수 있었다. 이른바 '찔러보기식 합의금 장사'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인터넷 검색창에서 간단한 검색만 해봐도 몇 년 전 동일 사례까지 쉽게 검색할 수 있었다.



■ 오토데스크는 어떤 회사인가?






오토데스크(Autodesk, Inc.,)는 아키텍처, 공학, 제조, 미디어, 엔터테인먼트의 이용을 위해 2차원, 3차원 디자인 소프트웨어에 제공하는 미국 기업으로 '오토캐드', '3D 스튜디오', '3D 스튜디오 맥스', '마야', 스케일폼 등의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건축업계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게임 업계에서도 개발에 오토데스크가 저작권을 보유한 '3D 스튜디오 맥스', '마야', '스케일폼' 등을 활용하고 있다.

오토데스크의 영업이익은 2012년 152억 원, 2013년에는 145억 원으로 2014년 9월 빅데이터 분석업체 애피니언스(Appinions)가 꼽은 3D 프린팅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업체로 뽑히기도 했다.

-오토데스크 소프트웨어 보유 목록 및 구매 비용 (아시아태평양 기준, 10월 14일 현재 기준) 서브스크립션 제외




오토데스크는 과거 독립 실행형 라이센스만을 판매하다 2015년 2월부터 제품 구매자들에게 매년 일종의 정기 사용료를 받는 서브스크립션 제도를 강제 적용했으며 이후 정품 구입 고객을 대상으로 감사(Audit)를 시행해 하위 버전의 경우 해당 비용을 청구해 왔다. 오는 10월 31일 이후부터는 기간제 라이센스(Desktop Subscription)로 소프트웨어 구매 방법을 변경한다.



■ 오토데스크 "불법 복제품 사용에 대한 위험성 강조"

오토데스크사의 제품은 이미 대중화가 되어 있으며 특히 3D 게임을 개발하는 게임업체라면 대부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게임사가 유독 오토데스크사로부터 내용 증명을 많이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벤은 취재과정에서 게임업체가 오토데스크로부터 '인가 받지 않은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고 의심받아 공문을 받는 3가지 경우를 확인할 수 있었다.

○ 저작권 침해와 전혀 관련이 없는 업체
○ 2014년 4월 적용된 서브스크립션 제도에 따라 새 버전 업그레이드하지 않은 업체
○ 실제 불법으로 저작권이 있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업체

인가받지 않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은 당연히 불법이다.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는 것이 약관에서 인정되지 않는다면 이 역시 문제가 없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전혀 저작권 침해와 관련 없는 업체에 공문을 보낸 행위다.

더구나 오토데스크코리아와 법무법인은 '의심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면서 내용 증명을 보내, 해당 업체가 관련이 없다는 답변을 보내면 '아니면 말고'식의 대응을 해오고 있다.



실제 발송된 공문의 내용 중 일부1

오토데스크는 소프트웨어 설치 시 고객참여프로그램(CIP)을 활용해 이용자의 PC 정보와 IP 주소 등이 자사로 전달되도록 해 고객을 감사(Audit)하는데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신고, 내부 고발자 제보 등으로도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에는 취업 공고를 통해 대상을 물색한다는 소문도 있다. 건축사사무소를 5년간 운영하다 육아 휴직 중인 오모씨는 "취업 공고를 내면 업체 이름과 내부 DB를 대조한 후에 DB에서 발견하지 못하면 법무 법인에서 내용 증명을 보내 비용을 청구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며 "내용 증명으로 장사한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다."라고 말했다. 오토데스크의 내용증명 발송이 게임업계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내용 증명을 보내는 행위 자체는 문제 삼을 것이 없다. 그리고 내용 증명에 반드시 답장을 보낼 의무는 없다. 저작권자가 공문으로 사용현황 및 구매내역을 알려달라고 하는 행위는 법에 저촉되지 아니하지만, 이러한 요청을 받은 상대방이 저작권자에게 답변해야 할 법률적 의무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요청을 받는다 하더라도 반드시 사용내역 및 구매내역을 저작권자에게 알려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 발송된 공문의 내용 중 일부2

저작권자는 저작권을 침해한 상대방에 대하여 저작권 침해를 민형사상 문제 삼지 않는 조건으로 최신 소프트웨어를 구매하거나 정기 사용료를 지급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저작권자가 민형사상 저작권 침해를 문제 삼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를 강요하거나 정기 사용료를 신설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정당한 권리행사에 해당하므로 그 자체로 법률적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다만, 전혀 무관한 업체에게도 '아니면 말고'식으로 무차별적으로 공문을 발송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피해갈 길이 없어 보인다. 게임업계 내부에서는 오토데스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횡포'를 부리고 있는 것이 아니겠냐는 볼멘 목소리도 흘러 나오고 있다.

이에 양자의 입장을 듣고자 오토데스크와 계약을 맺고 내용증명을 발송한 법무법인에 취재 요청했지만, "공문을 받은 당사자가 아니면 우리는 할 이야기가 없다."라는 말만 수차례 들을 수 있었다.

법무법인과 통화 내용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OO이죠?"

"네."

"게임 웹진 인벤의 이현수 기자입니다. 오토데스크 공문 발송에 관련해 물어볼 게 있어 OOO 고문 변호사님과 통화하고 싶어 전화드렸습니다."

"제가 오토데스크 담당 사무장입니다."
"저희가 공문을 발송한 리스트에서는 찾을 수 없는데요."

"저희가 받은 게 아니라 요즘 오토데스크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공문을 받았다는 정보를 입수해서, 이에 관련해 물어볼 게 있어 전화 드렸습니다."

"공문을 받은 업체가 아니라 저희가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공문 내용이 아니라 이 건에 관련해 취재하고 싶어서요."

"저희가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 (후략)

인벤은 다시 오토데스크 측의 입장을 듣기위해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문의했다.

1. 내용 증명에 적힌 '의심할 만한 근거'는 구체적으로 어떤 근거를 지칭하는 것인가?
2. 업체명을 정확히 표기한 걸로 보아 단순 발송 실수로 보기 힘든데, 무차별적으로 발송해 적발하는 방식인가?
3. 오토데스크 제품을 사용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공문을 받는 일이 왜 계속해서 생기는지 궁금하다.

이에 대한 오토데스크측의 답변은 다음과 같다.

“모든 소프트웨어 기업과 같이, 오토데스크가 보유하고 있는 지적 자산은 오토데스크 비즈니스의 기초입니다. 기업들이 불법 복제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오토데스크의 수입이 감소합니다. 따라서 오토데스크는 소비자, 학생 및 일반 대중들에게 라이선스 컴플라이언스(License compliance, 이하 LC)의 중요성에 대해 널리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오토데스크는 채널 파트너를 비롯, Business Software Alliance(BSA)와 같은 서드파티 조직들과 협력해 소프트웨어 LC에 대한 인지도를 확산시키고, 소비자, 학생 및 일반 대중들에게 불법 복제품 사용에 대한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영문 답변 원문- "Like all software companies, our intellectual property is the foundation of our business. When companies use illegal copies of our software, we lose revenue. Therefore, we work actively to educate customers, students and the general public about the importance of license compliance. We also work closely with our channel partners and select 3rd party organizations, such as the Business Software Alliance (BSA), to promote the value of software license compliance and educate customers, students and the general public about the dangers of software piracy.”

현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입장을 듣기위해 메일을 보냈으나, 이처럼 원론적인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 왜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것일까




단순한 실수의 연속이라고 보기에는 그 기간이 오래됐고, 빈번하다. 왜 이런 사례가 발생하는 것일까. 업계는 두 가지로 판단하고 있다.

첫째, 저작권자는 강제적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회사가 저작권을 침해했는지 여부를 조사할 수 없고, 따라서 무차별적으로 내용 증명을 발송하는 방식으로 침해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는 것. 오토데스크는 사기업이므로 IP를 특정할 수는 있어도 조사를 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의심'을 가지고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확한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의심'을 가지고 발송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을까. 이에 대해 법률 전문가에게 문의한 결과 "오토데스크가 공문을 발송하는 행위나 그 내용은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 저작권자가 저작권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사용 내역 및 구매 내역을 알려달라고 요청하는 행위는 법률로서 금지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라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둘째, 소프트웨어 수요 포화상태로 진입한 시장에서 회사 수익을 높이기 위한 방편이란 관측이다. 경기가 위축되자, 매출이 떨어진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내용 증명을 통한 판매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합의를 통한 프로그램 판매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와 서브스크립션 제도를 증거로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오토데스크는 정품을 사용하고 있는 사실이 명백함에도 감사(Audit)를 시행하여 업체를 강제하고 있다. 오토데스크 측은 이러한 감사 내용이 약관에 모두 명시돼 있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수단이 과연 적합한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봐야 한다. 오토데스크의 대처방법이 정상적으로 소프트웨어를 이용하고 있는 사용자나, 무관한 업체에 주는 피해까지 고려하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을 감출 수 없다.



■ 하나만 걸려라식 단속은 자제해야




저작권이란 확실하게 지켜지고 보장되어야 할 권리라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하지만 정당한 권리라 해도 합당한 수준 이상의 행동을 보인다면 그 빛은 바래기 마련이다.

이 세상에 비지니스 목적의 라이센싱 소프트웨어들은 수도 없이 많다. 제각각의 회사들은 소프트웨어 자체에 추적 기능을 넣기도 하는 등 여러가지 방법으로 저작권을 보호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 다양한 방법 중에서, 명확한 근거 없이 공문을 남발하고, '털어서 먼지 안 나올까' 식으로 일단 소송을 진행하는 식의 방법을 택한다면 그것이 정당한 권리행사인지 의문이 든다.

이런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구입해 사용하는 회사들은 단순한 개인 고객과는 다르다. 보다 안정적으로, 보다 오랫동안 제품을 사용하며 또 제품의 변화에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업무 파트너이기도 하다. 이런 소프트웨어 판매사에게 가장 안정적인 고객이자, 동시에 잃는다면 큰 손실이 될 수 있는 고객인 셈이다.

수년 전부터 똑같은 방식으로 반복되어 온 오토데스크의 저작권 보호 방식. 그들이 단기적인 수익 확대를 위해 벌이는 노력이, 오히려 그들 고객의 생산력을 저하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수익의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오토데스크는 좀 더 좋은 방식을 통해, 고객사와의 윈-윈을 노려볼 수도 있다. 그 예로, 현재는 불만거리인 서브스크립션 도입이 역설적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될 여지가 있다. 패키지 판매에서 서비스 정기 결제로 이행하는 건 그만큼 오토데스크의 정체성이 '판매자'에서 '서비스 제공자'로 바뀜을 뜻한다. 이미 수많은 비지니스웨어에서 시도되고 있는 이 노력은 굉장한 장점이 될 수도 있고, 역으로 독이 될 수도 있다. 관건은 오토데스크가 얼마나 합당한 비용에 합당한 서비스를 제공하느냐다.

그들이 지향하는 바는 옳다. 하지만 그 방법 때문에 저작권 개념이 어렵사리 자리 잡아가는 한국에서 '저작권에 대한 존중'이 또 다른 거부감을 맞닥뜨리게 될까 두렵다. 누군가의 눈에는 권리를 앞세워 지나치게 강짜를 부리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정당한 자신의 권리를 찾아가는 투사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런 와중에 '관행'처럼 2010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방식을 고집한다면 오히려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는 것은 그들이 아닐까. 오토데스크가 현재에 고민을 담아 좀 더 발전한 대응을 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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