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스포츠 승부조작, 강력한 처벌로 세 번째는 막아야 한다

칼럼 | 신동근 기자 | 댓글: 48개 |


▲ 출처 : 창원지방 검찰청 발표자료

한국 e스포츠 역사상 최악의 흑역사인 승부조작의 망령이 또다시 나타났다. 2010년, 당시 큰 인기를 얻고 있던 게이머들이 승부조작에 가담, 브로커 역할까지 하면서 한국 e스포츠 판을 철저하게 망가뜨리고 황혼기에 접어들고 있었던 브루드워의 맥을 끊은지 불과 5년 만이다.

10월 19일, 과거 스타크래프트2와 현 LoL 감독을 맡았던 박외식 감독과 같은 팀 스타2 프로게이머였던 최병현, 최종혁이 함께 '승부조작'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수사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최병현이나 프라임 팀이 전체적으로 경기력이 매우 좋지 않았기 때문에 팬들은 설마설마 하면서도 승부조작만은 아닐 거라고 믿었지만, 검찰이 발표한 진실은 가혹했다.

가장 악질적인 부분은 바로 감독이란 직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는 사실이다. 그간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아직 선수들을 승부조작의 검은 손에서 보호할 체계적인 제도가 완비되지 않은 e스포츠 판에서, 감독은 그 누구보다 앞장서 선수들을 보호해야 하는 존재다. 그런데 그런 감독이 승부조작의 앞잡이가 되어 자신이 관리, 감독하는 팀을 승부조작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길래 e스포츠 판에서 승부조작이란 사태가 5년 새에 두 번이나 터지는 것일까?




첫 번째는 승부조작의 뿌리를 뽑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e스포츠를 포함, 종목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스포츠 경기들이 불법 토토, 사설 배팅 등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불법 사이트의 운영자는 별다른 제재없이 여전히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사이트 하나를 폐쇄시키면 똑같은 토토 사이트가 두 개 생길 뿐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악의 근원인 불법 토토 사이트를 개설하고 있는 사람과 그 이용자들을 잡아들여 발본색원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항상 사이트 폐쇄 등 가지치기만 하는 식이었기 때문에 이들은 법의 철퇴를 피해 여전히 배팅을 하고 있다.

두 번째는 첫 승부조작 사태가 터졌을 때 그 가담자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지면서 본보기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당시 마재윤, 진영수, 원종서 등 승부조작 가담 및 브로커와의 중개자 역할을 했던 사람들에게 내려진 구형은 벌금 및 집행유예, 사회봉사에서 그쳤다. 물론 그들이 초범이기도 했고, 승부조작을 5대 강력범죄같은 범죄와 동급에 둘 수는 없는 일이기에 이 정도 형량이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승부조작이 가져온 악영향, 파급력은 가담자들이 받은 형량보다 훨씬 무거웠다.




승부조작으로 판을 망가뜨린 사람들이 아무런 제재도 없이 아프리카TV 등 인터넷 방송을 통해 자신들의 손으로 숨통을 끊은 게임을 가지고 돈벌이를 한다는 것도 문제다. 인터넷 방송국에서 이러한 사람들의 방송에 대해 어떤 제재도 가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일부 사람들은 오히려 이들의 플레이에 신을 내며 유료 아이템을 마구 선물하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행동들이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

승부조작을 했던 사람이 리그를 개최하는 것은 물론, 전 프로였다는 사람들이 그 리그에 아무런 거리낌없이 참가 신청을 하는 최근의 사태를 보면, 과연 이들이 과연 승부조작이라는 행동이 얼마나 심각한지 인지하고 있는 것인가 의구심이 든다. 애시당초 강도 높은 처벌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승부조작을 '순간의 실수로 저지를 수도 있는 가벼운 잘못' 정도로 여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승부조작이라는 단어가 갖는 무게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가볍지 않다. 그 한 번의 승부조작 사태가 밝혀진 후로 MBC게임은 폐국했고, 그렇지 않아도 스폰서가 점점 잡히지 않던 스타리그는 이내 끝을 고했으며, 해설자들을 포함한 수많은 e스포츠 종사자들이 직업을 잃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세 번째로 아직 미흡한 제도적 방어장치다. KeSPA는 2013년부터 프로리그에 활동하는 모든 프로선수와 감독, 코치들에게 부정방지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리그 참가 후 불법베팅 등 가담 시에는 이에 대한 민형사상 조치를 감수 한다는 서약을 받았다. 더불어 2014년부터 신고포상금 및 자진 신고 포상금 제도를 시행하는 등 몇 가지 대비책을 내세웠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부정방지 교육과 서약, 신고포상금 및 자진 신고 포상 제도는 전부 선수 개개인의 양심에만 의존하는 방식이다. 교육을 아무리 하더라도 이번 사건에서 보듯이 뒤틀린 개인의 양심은 어찌할 방도가 없고, 만약 선수들끼리 이 사실을 알고도 쉬쉬한다면 신고 포상 제도 역시 허점을 노출시킬 수 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승부조작을 원천봉쇄할 방법은 없다지만 최소한 승부조작 가담자를 일벌백계 함으로써 승부조작으로 벌어들인 이익보다 훨씬 심각한 손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 줘야 할 필요가 있다.

브라질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 연금술사에는 아래와 같은 구절이 나온다. "한 번 일어난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두 번 일어난 일은 반드시 세 번째가 일어난다." 2010년 승부조작 사태를 똑똑히 목격하고도 교훈을 얻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음이 드러났다. 2015년 두 번째 승부조작 사태 후에도 불법 토토의 검은 손은 승부조작 시도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1919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맨발의 조' 조 잭슨을 비롯한 8명의 선수는 MLB 사상 최악의 흑역사이자 승부조작 사태인 블랙삭스 스캔들을 일으킨 적이 있다. 그 배경에는 소속 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비정상적인 처우가 있었다지만 MLB는 넘어선 안될 선을 넘은 그들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10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들이 복권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이번 스타2 승부조작 사태 역시 마찬가지이다. 박외식과 최병현, 최종혁은 좋지 않은 경기력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그들을 믿어준 팬들을 기만했고 장현우, 황규석같이 온 힘을 다해 경기를 펼친 팀원을 배신했으며 그 경기를 위해 열심히 연습한 상대들을 우롱했다. 어려운 팀 상황에도 최선을 다한 사람들로 남을 수 있었던 그들은 '반등하고 있던 스타2를 더럽히고 못질을 한 자들'이란 낙인을 평생 짊어지고 살아가게 됐다.

승부조작을 방지하기 위해 개인의 양심에 맡기는 것도 좋지만 승부조작 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할 수 있거나 강력한 처벌을 내릴 수 있는 보다 강도높은 제도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이번 사태를 무사히 넘기더라도 반드시 세 번째 승부조작 사태가 다가온다. KeSPA와 방송사, 선수들과 팬들이 어렵사리 살려놓은 스타2 판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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