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의 한 수? 최악의 한 수? 0.5세대, 업그레이드 콘솔이 갖는 의미

칼럼 | 윤홍만 기자 | 댓글: 32개 |



세계 최대의 게임쇼 E3 2016가 지난 16일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E3에서도 다양한 게임들을 볼 수 있었는데요. 소니는 '갓 오브 워', '데이즈 곤', '라스트 가디언'을 비롯한 강력한 독점작들을 들고 왔으며, MS는 자사 콘솔을 견인한 기어즈 오브 워 시리즈의 최신작 '기어즈 오브 워4', '포르자 호라이즌3', '헤일로 워즈2' 등의 윈도우10&Xbox One 독점작들을 들고 왔습니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화제가 된 것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0.5세대 업그레이드 콘솔의 존재였는데요. 소니의 경우 올해 초부터 PS NEO(이하 네오)라는 이름의 업그레이드 콘솔에 대한 루머가 들려왔고 MS 역시 E3가 가까워짐에 따라 Xbox One 프로젝트 스콜피오(이하 스콜피오)라는 이름의 업그레이드 콘솔 루머가 구체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번 E3에서 PS NEO와 스콜피오에 대한 루머를 소니와 MS 양쪽 모두 인정함으로써 업그레이드 콘솔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PS4와 Xbox One이 출시된 지 근 3년 만에 등장한 업그레이드 콘솔. 업그레이드라는 이례적인 이 콘솔들이 과연 개발사를 살리는 신의 한 수가 될지, 아니면 개발사들의 목을 옥죄는 최악의 한 수가 될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 5세대 콘솔인 PS1부터 8세대 콘솔인 PS4


■ 0.5세대 업그레이드 콘솔이란?

일반적인 콘솔은 1세대, 2세대 이런 식으로 시기별로 나뉩니다. 현대적인 콘솔이라고 할 수 있는 PS1, 세가 새턴, 닌텐도64 등은 5세대 콘솔이라고 분류되고 최신인 PS4, Xbox One, Wii U를 이른바 8세대 콘솔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소니와 MS가 발표한 네오와 스콜피오는 기존 8세대 콘솔의 성능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8세대와 9세대 콘솔의 중간이라는 의미에서 0.5세대, 8.5세대 콘솔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이런 두 콘솔의 존재로 떠들썩한 업그레이드 콘솔이지만, 사실 새로운 개념은 아닌데요.

대표적으로는 세가의 메가 드라이브와 닌텐도의 게임보이, DS 시리즈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88년 출시된 세가의 메가 드라이브는 16비트 콘솔이었는데 그 인기가 후속 콘솔인 세가 새턴 못지않자 북미에서는 그 인기를 유지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슈퍼 32X라는 업그레이드 확장 기기를 내놓습니다.



▲ 16비트 콘솔을 32비트 콘솔로 바꿔주는 마법의 기기였으나…

이름 그대로 16비트인 메가 드라이브를 32비트 콘솔로 바꿔준다는 확장 기기였는데요. 얼핏 획기적인 생각이었지만 문제는 이미 세가에서는 32비트 콘솔인 세가 새턴을 출시한 상태였고 비슷한 시기에 소니에서도 플레이스테이션을 출시했다는 거였습니다. 이미 신형 콘솔이 나온 당시에 억지로 32비트 대응 콘솔로 만드는 슈퍼 32X의 존재 이유는 여러모로 애매했기에 결국은 실패하고 맙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업그레이드 콘솔을 내놨던 닌텐도는 어떨까요. 닌텐도는 89년 휴대용 게임기의 전설이 된 게임보이의 업그레이드 콘솔로 98년에는 게임보이 컬러를 내놨습니다. 게임보이 컬러는 어찌 보면 0.5세대 콘솔의 시초가 된 진정한 콘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 게임보이와의 호환성은 모두 유지했으며 용량과 CPU 성능 역시 개선이 이뤄졌으니까요.

이후 닌텐도는 NDS와 3DS의 업그레이드 콘솔로 각각 DSi와 New 3DS를 출시해서 재미를 보게 됩니다. 이 업그레이드 콘솔 역시 게임보이 컬러와 유사하게 호환성은 유지하는 한편 성능은 개선된 콘솔이었죠.



▲ 3DS의 업그레이드 기종인 New 3DS
성능은 향상됐지만, 독점작으로 인한 잡음도 있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업그레이드 콘솔은 새로운 개념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거치형 콘솔로는 슈퍼 32X라는 이례적인 예를 제외한다면 전례가 없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왜 지금에 와서야 업그레이드 콘솔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른 걸까요.

그 이유는 우선 아키텍처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콘솔은 독자적인 아키텍처 노선을 구축해왔습니다. PC와 같은 범용적인 아키텍처가 아닌 독자적인 CPU와 GPU를 사용해 왔었는데, 이번 8세대 콘솔이 나오면서 그 벽이 허물어지게 됐습니다. AMD의 커스텀 칩셋을 사용함으로써 과거처럼 무작정 하드웨어에 종속될 필요가 없어지게 된 거죠.



▲ X86-64 아키텍처인 현세대 콘솔은 PC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다

그리고 두 번째는 바로 VR입니다. 2개의 디스플레이를 이용하는 VR 기기들은 기본적으로 높은 성능을 요구하게 됩니다. 거기에다 최소 60프레임을 유지하기 위해선 지금의 PS4와 Xbox One으로는 여러모로 제약이 있는 편입니다. 하지만 업그레이드 콘솔이 있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더욱 뛰어난 퀄리티로 안정적인 프레임을 구현할 수 있으니까요.

네오와 스콜피오, 두 업그레이드 콘솔이 등장하게 된 대표적인 이유는 이렇습니다. 그렇다면 업그레이드 콘솔의 성능과 그 영향력은 어떨까요.


네오 & 스콜피오 변경점은?

업그레이드 콘솔인 네오와 스콜피오 둘 다 기존의 PS4, Xbox One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능 향상을 가져올 것으로 추정됩니다. 루머에 의하면 네오의 경우 PS4 1.84테라플롭스(TFlops)보다 2배 이상 높아진 4.14테라플롭스의 성능일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MS의 스콜피오는 6테라플롭스의 연산 성능을 자랑할 것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1.32테라플롭스인 Xbox One과 비교해도 4배 이상, 같은 업그레이드 콘솔인 소니의 네오보다도 높은 성능으로 추정되고 있죠.

※ 네오와 스콜피오의 공식적인 성능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 업그레이드 콘솔은 신의 한 수

과거 콘솔은 IT 업계 시대의 흐름과 함께 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해상도가 그렇습니다. 과거 SD급 해상도인 480i, 480P부터 HD급인 720P, FHD인 1080P로 해상도가 변화하면서 새로운 콘솔들이 나타났습니다. 일단 현재의 PS4와 Xbox One은 공식적으로 1080P 60프레임까지 지원하는데요. 문제는 1080P 60프레임을 지원하는 게임도 손에 꼽을뿐더러, 벌써부터 시장에서는 4K UHD가 점차 대세로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 현세대 콘솔은 FHD를 공식적으로 지원하지만 시장은 4K UHD로 넘어가고 있다

FHD급도 소화하기도 힘든데 이미 시대는 UHD급으로 바뀌고 있는 이상, 그에 맞춰서 개발사 역시 업그레이드 콘솔이라는 해법을 내놓은 거였습니다. 물론 업그레이드 콘솔이 나온다고 해도 당장에 UHD급 게임이 나오긴 힘들 겁니다. 그렇지만 계속 논란이 되어온 1080P 60프레임 게임 구동을 더 완벽하게 보장할 수 있게 됨으로써 기존 게이머들의 갈증을 다소나마 해소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사실 이런 해상도와 프레임에 대한 욕구는 개발사보다는 게이머 쪽에서 갈구하는 부분이 더욱 컸습니다. PS4의 대표적인 AAA급 게임인 '언차티드4'만 해도 1080P 30프레임 구동이라 많은 게이머들이 아쉬워한 적도 있었죠. 물론, 개발사들에게도 나쁜 소리만은 아닙니다. 한정된 자원에서 악착같이 최적화에 힘쓰던 시절과 비교하면 더욱 개발의 난이도는 다소나마 감소할 테니까요.



▲ '언차티드4'는 싱글 1080P@30프레임, 멀티 900P@60프레임의 가변 해상도이다.

한편, 업그레이드 콘솔은 게임의 중심이 PC로 넘어가는 걸 막을 기회이기도 합니다. 점차 PC와 콘솔의 경계가 옅어지는 만큼, 많은 게이머들이 하이엔드 PC로 옮겨갔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최상의 게이밍 환경을 원했기 때문이죠. 그런 게이머들을 대상으로 할 때, 이번 업그레이드 콘솔은 기존 콘솔의 이탈 유저들을 묶어둘 최선의 한 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 업그레이드 콘솔은 최악의 한 수

콘솔의 가장 큰 장점은 뭘까요. 하나는 업그레이드가 필요 없다는 점과 콘솔 게임의 경험은 모두가 같게 누린다는 부분입니다. 40만 원 정도의 콘솔을 하나 산다면 이후 몇 년간은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없는 거죠. 하지만 업그레이드 콘솔은 이런 콘솔의 정의를 부숴버렸습니다.

일례로 만일 이번 업그레이드 콘솔이 잘 된다면 이후 콘솔 시장에는 큰 변화가 생길 것입니다. 업그레이드 콘솔이 성공한다고 할 때 다음 PS5(가제)가 나온다면 과연 게이머들이 바로 PS5를 살지 의문이 생기게 되죠. 언제든 PS5.5라는 콘솔이 나올 여지가 생겨버리게 되는 겁니다. 이런 의식은 개발사로서는 달갑지 않은 의식입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단순한 가설이 아닙니다. 벌써부터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현세대 콘솔의 중고 가격 하락과 더불어 보상 판매에 대한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사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게임 경험의 문제입니다. PS4를 가진 사람은 어떤 게임을 하든 같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PC처럼 성능의 차이가 있지 않은 만큼, 모두 같은 환경이란 거죠. 그런데 업그레이드 콘솔은 이 평등한 관계를 무너뜨리게 됩니다.

앞서, 업그레이드 콘솔로 인해 1080P 60프레임의 게임이 가능해질 것이라 적은 바 있습니다. 싱글 플레이 게임에서는 그저 좋은 경험일 뿐이지요. 하지만, 그것이 멀티 플레이라면? 그 차이는 커집니다. 해상도가 높으면 선명한 화질을, 프레임이 높으면 그만큼 부드러운 영상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비교해봐도 업그레이드 콘솔이 기존 콘솔보다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멀티 플레이 시 동일한 환경을 제공해야 하는데, 이렇게 된다면 업그레이드 콘솔의 존재 의의가 흔들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 PS4와 Xbox One을 비교한 영상
싱글이라면 괜찮지만, 멀티 플레이라면 기종 간 성능의 차이는 치명적이다

개발자들에게도 고민이 있습니다. 소니와 MS는 공식적으로 네오와 스콜피오 양 기종 모두 독점으로 돌아가는 타이틀은 없다고 못 박아 왔는데요. 개발자에게는 여러모로 골치 아픈 문제입니다. 일반적인 멀티플랫폼 게임처럼 포팅을 하는 수준은 아니겠지마는 단순 비교로만 하자면 이제는 8세대와 8.5세대 업그레이드 콘솔, 2개의 환경에 맞게 게임을 만들어야 할 테니까요.


■ 업그레이드 콘솔의 미래는?




아직 업그레이드 콘솔이 신의 한 수가 될지, 최악의 한 수가 될지 단정하기엔 섣부른 감이 있습니다. 장단점 각각이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어찌 됐건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소니의 네오와 MS의 스콜피오가 어떤 모습으로 세상에 나타날지, 콘솔 시장에 어떤 여파를 가져오게 될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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