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스포TV게임즈 개국의 의미

칼럼 | 김경현 기자 | 댓글: 7개 |


▲ 지난 29일 넥슨 아레나에서 개막한 스타2 프로리그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국내 e스포츠는 위기에 처해 있었다. 2010년 e스포츠 승부조작 사건과 2012년 MBC게임의 폐지, 프로게임단들의 잇단 해체 소식이 들려왔다. 또한 최근에는 국회에서 게임중독법 입법 절차 추진 등 게임 산업에 대한 본격적인 규제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이는 게임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국내 e스포츠 산업에게도 큰 타격이 될 수 있는 소식이다.

하지만 안 좋은 일들을 겪는 와중에도 e스포츠 산업은 꾸준히 전진하고 성장해왔다. 온게임넷은 리그오브레전드를 주력 종목으로 육성하며 위기를 넘겼고, 곰TV는 스타크래프트2를 통해 국내외 인지도를 끌어 올렸다. 또한 우리나라의 프로게이머들은 각종 해외 대회를 휩쓸며 우리나라가 e스포츠 강국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한 국내 e스포츠 산업은 또 하나의 좋은 사건을 맞이했다. 지난 28일 또 하나의 게임전문 채널 스포TV게임즈가 개국했기 때문이다. 스포TV는 IPTV와 위성-케이블에 3개의 채널을 보유한 스포츠 미디어 그룹으로 국내 4대 스포츠 및 UEFA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메이저리그(온라인), UFC, WTA 등의 중계권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스포TV게임즈는 스포TV가 게임, e스포츠 영역에 진출하기 위해 새롭게 만든 채널이다.

스포TV 게임즈의 등장으로 인해 우리나라 e스포츠 업계는 약 8년 만에 3개의 게임 & e스포츠 전문 채널을 보유하게 됐다. 2000년대 초반에 온게임넷, MBC게임, GameTV가 활발히 e스포츠 리그를 진행했던 때가 있었고, GameTV가 사라진 뒤에는 온게임넷과 MBC게임의 양대 방송국 체제가 유지됐다. MBC게임 폐지 이후에는 곰TV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제 2014년에는 온게임넷, 곰TV, 스포TV게임즈가 본격적인 경쟁을 펼치게 된다. e스포츠 방송사들의 삼국지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 밖에도 스포TV게임즈의 개국은 여러가지 의미를 갖는다.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은 산업의 발전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앞으로 온게임넷, 곰TV, 스포TV 게임즈는 같은 종목이 아니더라도 더욱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전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고, 이는 곧 팬들의 시청 만족도, 현장 관람 만족도 상승으로 돌아올 것이다.

스포TV게임즈가 등장하면서 한국e스포츠협회가 주최하는 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2014 시즌이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만약, 스포TV게임즈가 개국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 e스포츠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인 프로리그의 새 시즌 개막이 순탄치 않았을 것이다. 개막, 새 경기장 상승 효과를 감안해야겠지만 지난 29일 개막전에 400여명의 팬들이 몰리는 등 과거의 열기를 회복하려는 기미가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이제 막 개국하는 스포TV게임즈가 프로리그를 자신들의 대회처럼 최선을 다해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할 수 있겠다.

스포TV게임즈의 개국 초기 핵심 콘텐츠는 한국e스포츠협회가 주최하는 프로리그와 넥슨이 주최하는 피파온라인3 챔피언십이다. 아직은 스포TV게임즈가 직접 기획하고 주최하는 자체 브랜드가 없지만, 향후 이들도 온게임넷의 스타리그,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곰TV의 GSL처럼 자체 브랜드를 꿈꾸고 있을 것이다. 각종 스포츠 중계권을 보유하고 있는 스포TV가 자체 브랜드, 리그를 갖게 된다면 어떤 사업을 진행해 나갈 것인지도 기대가 된다.





또한 스포TV게임즈는 스포TV를 통해 이미 국내 스포츠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초반에는 스포TV게임즈를 더 알리기 위해서 기존의 스포TV 채널을 통해 e스포츠 콘텐츠가 송출될 것이고, 스포츠 팬들에게 자연스럽게 e스포츠가 알려지게 될 것이다. 이는 한국e스포츠협회 전병헌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e스포츠의 정식 스포츠 종목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이다.

스타크래프트2:군단의심장과 블리자드에게도 스포TV게임즈의 개국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2014년에는 곰TV의 WCS-GSL과 스포TV게임즈의 프로리그가 침체되어 있는 스타크래프트2 e스포츠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2 리그 제작 능력이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 받는 곰TV의 아성에 스포TV게임즈가 어떤 위협을 가할 것인지, 두 방송국의 핵심 콘텐츠가 된 스타크래프트2가 2013년의 부진을 극복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 또한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또한 스포TV게임즈의 개국은 은퇴한 프로게이머나 e스포츠 방송인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도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거창하게 말하면 '일자리 창출'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은퇴한 프로게이머들은 해설위원, 방송인으로 계속 활동할 수 있는 여지가 전보다 더 많아졌고, 스포TV게임즈가 활발해질수록 새로운 방송인이나 제작진들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과거 MBC게임의 인력들이 대거 스포TV게임즈로 돌아왔다는 소식도 들린다.

스포TV게임즈의 개국과 함께 제 3의 e스포츠 전용 경기장인 '넥슨 아레나'도 등장했다는 것도 중요한 의미다. 오래전부터 국산 e스포츠 종목의 발전에 힘써온 넥슨은 스포TV게임즈의 개국 킬러 콘텐츠인 피파온라인3 챔피언십을 주최했고, 앞으로 넥슨 아레나에서는 넥슨이 서비스하는 게임들을 활용한 다양한 e스포츠 리그가 진행될 것이다. 스포TV게임즈와 넥슨의 '윈-윈' 전략 또한 매우 의미있고, 지켜볼 만한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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