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넥슨과 e스포츠 그리고 넥슨 아레나

칼럼 | 김경현 기자 | 댓글: 7개 |
우리나라는 e스포츠의 발상지이자 뛰어난 인프라를 구축해 놓은 강국입니다. 덕분에 e스포츠화 된 게임 종목들은 손에 꼽기 힘들 정도로 많습니다. 지금 여러분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종목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e스포츠를 발생시킨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부터 역대 최고의 RTS로 평가 받는 워크래프트3?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의 후속작 스타크래프트2와 e스포츠 대세 자리를 꿰어찬 리그오브레전드 정도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e스포츠 역사를 언급하는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게임들이 있습니다. 먼저 넥슨이 개발, 서비스했던 게임들은 상당수 e스포츠화, 리그화가 되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겠네요. 국민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 현재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FPS 게임 서든어택을 비롯해 던전앤파이터, 사이퍼즈, 피파온라인3 등은 '흥행한 게임'이면서, 꾸준히 역사를 쌓아 나가고 있는 'e스포츠 종목'이기도 합니다.



▲ 지난 17차 카트 리그 우승팀 박인재(좌), 유영혁(우)


현재 넥슨이 e스포츠 리그를 진행하고 있는 게임은 도타2, 서든어택, 피파온라인3입니다. 그리고 17차 리그까지 소화하며 오랜 역사를 쌓은 카트라이더 리그도 조만간 새로운 시즌에 돌입할 것을 예고했고, 던전앤파이터와 사이퍼즈가 결합된 액션토너먼트도 예선을 마치고 2014년 1월 6일에 새 시즌의 막을 올립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e스포츠는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가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스타1 외의 리그들은 대중적인 인기를 끌지 못했고, e스포츠화에 도전했다가 금새 사라진 게임들도 많았죠.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대중적인 인기를 끌지 못한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였고, 몇몇 리그들은 e스포츠화를 위한 투자라기 보다 게임 자체의 홍보를 위한 수단이기도 했습니다.

초창기 넥슨이 주최한 리그들도 이러한 이야기를 들었을테죠. 분명 그럴 수 있었을겁니다. 현장을 찾은 수많은 관객들을 보고도 '캐시, 아이템을 받기 위해 모였다'고 평가하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넥슨은 자사 게임들의 리그화, e스포츠화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리그만 개최하는 것이 아니라 카트라이더, 서든어택, 던전앤파이터 등의 리그 출전 선수들을 대상으로 소양교육을 진행하기도 했죠. 그리고 e스포츠에 대한 노력들은 끝내 게임사의 주도로 만들어진 최초의 e스포츠 경기장, '넥슨 아레나'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지난 2013년 12월 28일 개관한 넥슨 아레나 e스포츠 스타디움은 최근 e스포츠 팬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피파온라인3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2014가 넥슨 아레나에서 진행됐고, 스포TV게임즈라는 새로운 게임-e스포츠 전문 채널의 보금자리가 됐습니다.

개관식에서는 e스포츠에 대한 넥슨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날 넥슨의 김태환 부사장은 넥슨 아레나의 향후 활용 계획에 대한 발표 자리에서 세 가지를 강조했습니다. 바로 역동, 열린 기회, 개방입니다. 그리고 이 중 가장 인상적인 두 가지는 열린 기회와 개방이었고요.

'열린 기회'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경기장의 이름은 '넥슨' 아레나 e스포츠 스타디움입니다만, 타사의 게임을 활용한 e스포츠 종목들이 열리는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당장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2를 기반한 프로리그가 개막했고, 김태환 부사장은 "앞으로도 많은 회사들의 e스포츠 리그가 열릴 수 있도록 접촉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정책은 '파격적'이라고 생각되는데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자면, SK텔레콤 직영점에서 경쟁사인 KT 핸드폰이 홍보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럴 수도 있는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그래서 한국e스포츠협회의 전병헌 회장은 넥슨 아레나에 대해서 "넥슨이 한국 e스포츠 업계에 준 연말 선물 같다"고 표현한 겁니다.



▲ 넥슨 아레나의 첫 경기였던 피파온라인3 챔피언십 개막전


개방 또한 최근 한국 e스포츠 업계의 방향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게임 산업을 '사회의 악'으로 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요즘, e스포츠는 게임의 순기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최고의 수단입니다. 그리고 게임이 중독 물질이 아니라 가족, 친구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건전한 놀이 문화로 잡기 위해서는 아마추어 e스포츠 산업의 육성이 필요합니다. 이는 전병헌 회장 체제의 한국e스포츠협회가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표이며, 어린 이용자, 부모 이용자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넥슨에게도 어울립니다. 그래서 넥슨은 아레나를 개방해 회사, 학교, 일반 유저들에게 '무료 대관'을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지금보다 더 많이 알려지고, 다양한 리그가 진행되는 e스포츠의 새로운 성지가 된다면 넥슨 아레나는 프로와 아마추어가 공존하는 신개념 e스포츠 경기장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경기장에는 프로모션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 있어 팬미팅, e스포츠 팬들의 정기모임 등을 지원할 만한 여지도 있습니다. 경기 진행, 생중계, 현장 관람만을 위해 마련된 기존의 경기장과 차별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는 넥슨 아레나를 둘러본 e스포츠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기도 합니다. e스포츠에 대한 진정성을 바탕으로 한층 진화된 형태의 경기장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넥슨의 야심찬 기획 의도가 엿보입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앞으로 넥슨은 넥슨 아레나에서 자사의 게임 리그를 활발히 진행할 겁니다. 스포TV게임즈와의 협약을 바탕으로 전보다 더 수월하게 리그 일정, 생중계 일정을 조율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넥슨 게임 리그가 스포TV게임즈에서만 열리는 것은 아닐 것 입니다. 앞으로 온게임넷이나 곰TV가 넥슨 게임 리그를 유치하려면 전보다 더 많은 노력과 연구를 해야 할테죠. 적당한 경쟁은 질적인 향상이라는 결과물로 이어질 거고요. 스포TV게임즈 역시 새 경기장에서 다양한 종목을 소화해 기존 방송국들의 아성에 도전할 겁니다.

그래서 더욱 기대가 됩니다. 넥슨 아레나를 통해 넥슨이 꿈꾸는 e스포츠의 청사진은 제시됐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e스포츠 업계는 넥슨에게 아레나라는 소중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e스포츠 생태계가 어떻게 발전하고 진화할 것인지에 많은 게임, e스포츠 팬들의 따뜻한 관심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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