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환영받은 문화재 반환, 외면받은 라이엇게임즈

칼럼 | 김지연 기자 | 댓글: 130개 |


[▲ 100년 만에 돌아온 조선불화 '석가 삼존도']

지난 7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뜻 깊은 행사가 진행되었다. 해외에서 떠돌아 다니던 조선불화 '석가 삼존도'가 100년 만에 한국 땅을 다시 밟은 것. 이에 국립중앙박물관 사진실에서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및 문화재청과 함께 문화재 반환에 대한 설명회가 개최됐다.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버지니아 주 소재 박물관 대상으로 조사된 훼손위험에 처해 있는 10대 문화재' 동영상을 통해 허미티지 박물관에 '석가 삼존도'가 있음을 확인했으며, 이에 라이엇게임즈코리아의 적극적인 협조가 더해져 우리 문화재가 고국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국내 불화 중 상당히 큰 규모를 보이고 있다는 점과 지금까지 발견된 적인 없는 파격적인 도상양식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번 조선불화 반환은 의미를 지니지만, 가장 주목할 부분은 '라이엇게임즈코리아'가 문화재 환수를 위해 반환 관련 비용 전액인 3억원 가량을 제공했다는 것.

물론 게임사들의 사회공헌 및 기부활동은 국내 게임사 역시 활발히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넥슨의 경우 푸르메재단의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 50억원의 기부금을 냈으며, 엔씨소프트 역시 적극적인 기부활동으로 2년 연속으로 매출대비 기부금 비중 'TOP30'에 포함되고 있다. 단순히 금액적인 부분만 놓고 본다면 라이엇게임즈코리아의 이번 행적은 사소한 활동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반적인 기부활동과는 조금 다른 노선으로 시도했다는 점, 그리고 외국계 기업이 한국 문화재 반환을 위해 힘쓴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또한 이 3억원에는 '신바람 탈 샤코' 스킨 판매금이 포함되어 있기에, '리그오브레전드' 게이머들의 힘으로 국내 문화재 반환이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



[▲ 리그오브레전드의 '신바람 탈 샤코' 스킨]

다만 이번 문화재 반환 건에 대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게임사들의 적극적인 기부활동에도 불구하고 게임과 게임사의 사회적 지위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이번 문화재 환수 건을 보도한 국내 매체들의 기사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실제로 한 지상파 방송사에서는 문화재 반환 뉴스를 다루면서 '게임'이나 '게임사', '라이엇게임즈코리아'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아 유저들로부터 질책을 받기도 했다. 해외에서 떠돌던 우리나라 문화재를 환수하는 쾌거를 이루었지만,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여가위의 '중독법' 발의 등으로 제 빛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본래의 기부 취지가 가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해당 건에 대해 얼마나 많은 언론사들이 '게임' 이라는 카테고리를 제외하고 기사를 작성했을까? 실태를 확인해보기 위해 '조선불화'와 '석가 삼존도', '문화재', '라이엇' 4개의 검색어를 통해 도출된 63개의 국내 매체를 대상으로 검토해보았다.

3억원을 쾌척한 '라이엇게임즈코리아'가 제목 혹은 기사 본문 내 표기가 되었는가의 여부에 대해 확인해본 결과, 63개의 기사 중 50개의 기사에만 게임사명이 기재되어 있었다. 13개의 매체에서는 '라이엇게임즈코리아'에 대한 내용이 제외되어 있었으며, 유튜브를 통해 확인된 부분과 조선불화가 반환되었다는 점에만 포커스를 두고 있었다.




그 중 SBS와 더불어 케이블 TV, 종편, 경제지 등 8개 매체는 '라이엇게임즈코리아'가 3억원을 기부했다는 내용에 대해 다루고 있지 않았다. 또한, K방송과 일부 매체 3곳에서는 '미국계 기업'이라는 표현으로 우회해서 기술하고 있었다.

KBS에서는 '미국계 게임회사의 기금 지원 덕분에 백년 만에 고국에 돌아왔다'고 보도했으며, 지상파 방송 중에서는 유일하게 '게임'이라는 단어가 기사 내 포함되었다. 반면, 지상파 3사 중 한 곳인 MBC에서는 해당 건에 대해 보도를 하지 않았으며, 뉴스투데이 '아침신문보기'라는 코너에서 조선일보 1면으로 이 내용이 실렸다고 간단히 소개되었다.

기사의 핵심인 타이틀에 '라이엇' 혹은 '게임'을 언급한 곳은 총 29개의 매체로, 전체의 약 46%이다. 메인 타이틀로 게임사를 거론한 매체를 살펴보면 '라이엇게임즈가 조선불화 반환에 기여했다'라는 식의 기사 제목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LoL 이용자 혹은 신바람 탈 샤코의 힘으로 문화재를 되찾다'라는 형식이 그 다음으로 많았다. 29개 속에는 다양한 성격의 매체가 포함되어 있으나 게임전문지와 스포츠 일간지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게임사들이 사회 공헌 및 기부 활동을 하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취지에서든 사회를 위해 공헌하고 문화재를 반환하는데 비용을 지불하는 행동은 누가 보아도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라이엇게임즈코리아'의 문화재 반환을 위한 3억원 기부는 박수 받을 만 하다.

다만, 그들의 노력이 제 빛을 다하지 못하고 그늘에 가려지고 있는 현실이 다소 씁쓸할 뿐이다. 지상파 방송이나 메이저 언론사들이 자사 뉴스에서 게임 혹은 게임사에 대해 전면에 내세워 다뤘다면, 게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지금보다는 더 낫지 않았을까.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환기시키고 여러 활동을 통해 게임과 게임사의 사회적 지위를 끌어올리는 것, 이것이 현재 한국사회에서 게임사들이 당면한 과제이며 해결해야만 하는 숙제이다. 하지만 게임사와 더불어 언론의 정확한 보도, 그리고 게임 인식 개선을 위한 게이머들의 노력이 동반될 때 비로소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긍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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