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칼럼] NDC2014를 통해 예측해 본 넥슨과 김정주 회장의 세계관

칼럼 | 노시흥 기자 | 댓글: 24개 |




인벤에서는 자칭 게임업계 Ghost Writer 노시흥님이 지난 5월 말에 있었던 NDC 2014에 참석한 뒤 작성한 후기를 소개해 드립니다.

올해 NDC는 넥슨의 창립 20주년을 맞이해 국내 게임계의 네임드 개발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 가운데 진행됐습니다. 기존까지 열렸던 코엑스 컨퍼런스 홀을 떠나 판교 넥슨 사옥을 중심으로 했다는 점에서 환경적인 차이도 있었죠. 노시흥님의 후기는 개별 강연이 아닌 이번 NDC 전체를 아우르는 거시적 관점에 대한 하나의 가설적 시각에서 작성됐습니다.


*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시작하기 전에


NDC(Nexon Developer Conference) 2014는 지난 5월 27일부터 29일까지 판교에서 넥슨 주최로 열린 컨퍼런스로, 개별적인 기사나 강연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이미 이 곳 인벤에 충분히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인벤 NDC2014 취재기사 모음 페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별도의 기고를 하게 된 이유는, NDC 2014를 포함해 최근 일련의 상황을 통해 드러나거나 느껴진 넥슨과 김정주 회장의 생각이나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주위 개발자 분들과 제 생각을 나누어 본 결과 공감하는 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할 이야기는, NDC 2014를 중심으로 풀어본 넥슨과 김정주 회장에 대한 종합적인 가설이 될 것입니다. 단, 모든 것은 글쓴이의 상상일 수 있으며 실제로 넥슨과 김정주 회장은 전혀 의도하지 않은 일, 혹은 소위 ‘창발적'으로 벌어진 일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서는 그저 하나의 흥미로운 이야기 정도로 편하게 받아들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전까지의 NDC


NDC 공식 트위터(@Nexon_DevConf)를 보면,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는 2007년 사내 행사로 작게 출발한 세미나였으며, 2011년부터는 게임산업 전반의 자발적 지식 공동체로 발전하여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 말대로 초기에는 (아마도 데브캣 스튜디오 내부에서의) 공유를 목표로 시작했으며,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외부 공개를 시도하였는데요. 작년까지 제가 받은 인상은 GDC(Game Developer Conference)처럼 대외적으로 규모가 있고 게임업계 전체를 다루고자 하는 행사였습니다.

그런 취지 하에서 정보 공유와 네트워킹에 무게를 두어 참관 티켓도 초기에는 넥슨 내부와 인적 네트워크가 있어야만 얻을 수 있었고(2011년부터 온라인 신청으로 티켓 배부), 스피커즈 파티를 통해 발표자들 간의 교류도 권장하였습니다.

강연 선정도 일관된 의도가 있기보다는 ‘두루두루 넓게'라는 인상이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넥슨에서 이 행사를 이렇게 거금을 들여하는데 뭐가 남나’ 싶은, 혹은 ‘업계 리더라는 자의적 책임감으로 하는 행사인가 보다’ 하는, 좋은 의미의 퍼주기 행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번 NDC 2014에서 달라진 점


그런데 이번 NDC 2014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강연 큐레이션에 관한 부분입니다. 이번에는 확실히 강연 구성이나 배치에 있어서 의도가 있다고 느껴졌습니다.(의도하지 않은 무의식이나 속내의 발현일 수도 있습니다)

작년까지는 강연 퀄리티나 강사 수준을 관리하는 필터로서의 큐레이션이 이루어졌습니다. 올해에는 이런 필터가 사라진 것은 아니고, 그런 방식으로 선정된 강연 외에 다른 기준과 의도로 배치된 것으로 보이는 강연들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로, 예고 없이 김정주 회장이 등장한 전길남 박사와 넥슨 CEO, 2개의 기조 강연입니다. 제가 알기로, NDC에서 김정주 회장이 직접 모습을 보인 것은 처음인 듯 하네요. 두 번째로는 넥슨 게임들의 복원, 또는 넥슨의 과거를 이야기하는 5개의 강연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바일 신작 ‘야생의 땅 듀랑고’에 관련된 6개 강연이죠. 이후의 이야기는 이 강연들을 중심으로 풀어갈까 합니다.

물론, 기업이 큰 돈을 들여서 하는 행사인 만큼 이러한 프로파간다, 혹은 특정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노력이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의 컨퍼런스도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그 자체가 비난 받지는 않습니다. 심지어 많은 이들이 손꼽아 기다립니다. 대신 저는 이번에 넥슨에서 제시한 세계관, 메시지 자체에 대한 약간의 의문이 있습니다. 이 점은 마무리에 다시 언급할까 합니다.






전달하려 했던 메시지


넥슨 혹은 김정주 회장이 전달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이는 주장에 대한 설명을 먼저하고 이런 가설에 이르게 된 경위를 설명하겠습니다.

먼저 메시지(혹은 속내라든가 무의식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습니다)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넥슨이 ‘온라인' 게임의 종가이자 정통이다.
2. 넥슨이 ‘온라인' 게임의 NEXT를 이끌어 나간다.
* (서브 메시지 1) ‘모바일’도 ‘온라인'의 하부 카테고리에 들어간다.
* (서브 메시지 2) 우리는 창의적인 게임도 만든다.
3. (김정주 회장은) 더 이상 게임에만 머물지 않고 싶다.

이 세계관에서는 ‘온라인 게임’이 아닌, ‘온라인’ 게임이라고 표현하고 있음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넥슨이 대한민국 게임 업계의 대부이며 최고의 회사이며 정통이니 이미 있는 사람은 자부심을 느껴야 하며 아닌 사람은 여기 들어오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으라’는 추가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전달됩니다.



넥슨 사관 (가칭)


위에 제시한 메시지의 총합을 저는 앞으로의 글에서 ‘넥슨 사관(史觀)’이라 부르겠습니다.

넥슨 사관은 NDC 2014 만으로는 전체상을 그리기가 힘들고 NDC 2014를 통해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드러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NDC 2014 전후에 일어났던 일들도 같이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이야기는 다소 비약이 있을 수 있으므로 앞에서 이야기한대로 너그럽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넥슨 사관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넥슨은 한국 인터넷의 아버지이자 인터넷 명예의 전당 한 자리를 차지하신 전길남 박사의 카이스트 연구실에서 연구를 하던 국내의 초창기 네트워크 엘리트들(김정주, 김택진, 송재경 등)이 독립하여 만든 회사들을 리드하는, 네트워크/인터넷의 '1세대'에 해당하는 역사와 전통이 있는 회사로(여러분이 생각하는 '돈슨', '게임 개발보다 M&A로 큰 회사'가 아닌), 네트워크 게임의 미래도 제시하는(야생의 땅 듀랑고) 과거, 현재, 미래 모든 면을 보더라도 대한민국 최고의 '인터넷-IT' 회사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앞에서 언급한 강연들을 해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전길남 박사와 김정주 회장


언제인가부터 ‘전길남'이라는 분의 이름이 솔솔 들려오다가 이번 NDC 2014에서 전길남 박사의 기조 강연(NDC기준으로 치자면, 해당 시간에 다른 강연장에서 강연을 하지 않고 가장 큰 강연장을 쓰는 강연)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김정주 회장이 깜짝 등장하여, 본인 표현에 의하면 '감히 전길남 박사님의 제자라고' 스스로 언급하면서 넥슨을 위시한 '1세대'가 한국 인터넷(세계 개통 순서로 치면 2위)의 선구자의 제자들 즉, '인터넷 업계의 정통'이라는 메시지를 겸손하고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역사와 전통의 넥슨


넥슨의 ‘역사적인 정통성'을 세우려는 시도들이 있었는데, 예를 들자면 방금 설명한 전길남 박사의 ‘인터넷의 과거, 현재, 미래'를 제외하더라도 넥슨의 과거를 재조명하는 형태의 강연이 다수 배치되었습니다. 그 목록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바람의 나라 복원 프로젝트
- 택티컬 커맨더스, 그 시작과 끝
- 어둠의 전설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 게임 사업의 과거와 미래, 그리고 뒷 이야기 (부제: 포트리스, 카트라이더, 마비노기, 메이플 스토리에서 다함께 붕붕붕, 학교 2014까지)
- 좌충우돌 초창기 온라인 게임 개발일지 (부제: 넥슨은 어떻게 성장해왔나?)

만약 여기서 넥슨 게임이 아닌 다른 고전 게임들도 함께 다루었다면, GDC에서 몇 년 전부터 하고 있는 '클래식 게임 포스트 모템'의 벤치 마크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았고, 게다가 '복원 프로젝트' 수준까지 가면 분명히 '업계의 역사'를 의식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돈슨', 'M&A'라는 평가와 김정주 회장


'게임 회사 CEO의 역할' 에서도 김정주 회장이 다시 깜짝 등장했습니다.

여기서는 오웬 마호니, 박지원 대표에게 소위 숙제 검사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이 강연에서 큰 화두는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돈슨(재미보다는 매출)이라는 평가', 그리고 다른 하나는 'M&A 회사(창의적인 자체 게임 개발보다 성공한 게임 사서 매출 극대화)라는 평가'죠.

이러한 표현들을 김정주 본인이 스스로 입에 올리고, 두 대표를 통해서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습니다.

넥슨 일본 상장과 EA에서 M&A로 잔뼈가 굵은 오웬 마호니는 "넥슨의 미래는 '돈'이 아닌 '재미'있는 게임'일 것"이라고 답변했고, 넥슨에서 사원급에서 대표까지 올라온 경영 출신이며 최근 6년여 간을 해외에서 보낸 바 있는 넥슨 코리아 박지원 대표는 "창의적 넥슨 DNA 복원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얼굴 안 보이기로 유명한 김정주 회장이 NDC에서 예고없이 두 번이나 얼굴을 비치면서 주려고 했던 메시지는 '정통성' 주장과 '이미지 전환'이었습니다.

이 강연에서 주목할 점은 또 있습니다. '돈슨', 'M&A로 큰 회사'라는 평가에 대해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박지원 대표에게 전략을 어떻게 갈지 물어보는 이른바 '유체이탈' 화법입니다.

강연에 등장한 김정주 회장은 본인과 넥슨을 분리하여 대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었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남 이야기처럼 '이거 어떻게 할건데?' 식으로 묻지 않고 스스로도 고통스러워하거나 부끄러워하며 같이 답을 찾아가자고 이야기했어야 했겠죠.

(이 강연에서 김정주 회장의 갑작스러운 질문을 받은 정상원(전 넥슨 대표였던) 부사장은 "저는 CEO가 아니므로 단상 아래에서 답변하겠다"면서 약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인상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것은 저만 그렇게 느낀 것일 수 있습니다.)






듀랑고와 ‘온라인’ 게임의 NEXT


"(넥슨이) '온라인' 게임의 NEXT를 이끌어나간다."는 주장을 듀랑고를 통해서 강하게 전달했다고 볼 수 있는데, 일단 이번에 듀랑고 관련 강연은 6개로 행사가 진행되는 3일간 내내 전방위적으로 소개되었습니다. 이는 의도적인 사전 큐레이션이 아니면 있기 힘든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전 년도에도 강연을 연속적으로 하거나 다른 팀원의 강연을 홍보해주는 일이 종종 있었지만 초기 강연 스케줄에는 ‘프로젝트 K’로 소개되었다가 티저 영상이 공개되면서 강연 내용이 공개되고 강연 말미마다 ‘채용 중'이라고 홍보하는 것은 듀랑고가 처음으로 보이며 일반 컨퍼런스의 스폰서 세션 이상의 일관된 메시지 전달이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넥슨에서 이를 통해 내부적으로 채용 지원 등을 정량 측정해서 효과가 확인된다면(아마 효과가 좋았을 듯 합니다)앞으로 이런 현상이 더 강화되지 않을까 합니다.

듀랑고를 통해서 넥슨은 '창발'이라는 단어를 계속 푸쉬했고, '온라인' 게임의 NEXT는 이런 형태가 되어야 한다는 비전을 계속 제시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PC 온라인 또는 모바일 게임의 NEXT라고, 플랫폼을 나누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를 통해, 듀랑고는 게임 홍보 뿐 아니라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개발자들에게 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메시지 중 서브 메시지라고 표기했던 내용이죠.

* (서브 메시지 1) ‘모바일’도 ‘PC’도 단말이라는 관점으로 보면 ‘온라인'의 하부 카테고리에 들어간다.(그러니 온라인 잘 만드는 넥슨이 디바이스에만 적응하면 잘 만들 것)
* (서브 메시지 2) 우리는 창의적인 게임도 만든다.

작년 NDC 2013에서는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으로 나뉘는 이분법적인 세계관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모바일 게임이 온라인 게임을 위협하는데 온라인 게임이 방향을 못 찾고 있다는 엔씨소프트 배재현 부사장의 ‘기조 강연형 넋두리(?)’가 있었죠.

하지만 올해는 하드웨어가 PC건, 스마트폰이건, 타블렛이건 네트워크가 되는 멀티플레이 게임이라는 카테고리로 합치는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고, 이를 통해 ‘온라인 정통성이 있고 1위인 넥슨이 역시 모바일에서도 1위하게 될 거야’라는 주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됩니다.

이 세계관에서 볼 때, 이은석 디렉터가 질의응답 시간에 듀랑고를 왜 모바일로만 내냐는 질문에 '모바일 플레이 패턴에 최적화(또는 모바일에 기획 최적화)' 라는 답변이 아닌 '터치 디바이스 최적화'라는 관점으로 설명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두서 없이 많이 적었지만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NDC 2014는 이전까지와는 다르게 NDC 자체로만 보면 안 되고, 넥슨이 하고 있는 일련의 프로파간다 작업(전길남 박사에 대한 재조명을 통한 정통성, 컴퓨터 박물관 건립 등) 하에서 일정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큐레이션되어 종합적인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녹여낸 행사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메시지를 다시 한 번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넥슨(& 김정주 회장)은 한국 인터넷의 아버지 전길남 박사로부터 내려온 한국 온라인의 적통으로 역사와 전통이 있으며 온라인의 미래도 제시하는 최고의 회사임(PC, 모바일 구분 말고 네트워크 되면 모두 온라인 게임임)' '그러니 네가 최고라면 넥슨에 들어오는 게 정답'




향후 예측


그렇다면 넥슨 사관에 따른 NDC와 넥슨 혹은 김정주 회장의 다음 행보는 어떨 것인가에 대해서 '재미'로 예측해보도록 하겠습니다.

NDC가 앞으로 프로파간다 전달의 역할을 강화하는 형태로 간다면, 내년 혹은 근시일 내에 ‘시상식'을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데 이 시상식은 GDC Award처럼 회비를 낸 개발자들의 인기 투표에 의한 것이 아니고, 넥슨 사관 관점에서 주목할만한 기술이나 사안에 대한 심사 위원단의 사전 큐레이션을 거치는 형태가 될 것이고, 여기에는 게임 뿐 아니라 인터넷/네트워크 전반을 포용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넥슨 혹은 김정주 회장의 다음 행보는 게임이 아닌 곳을 노릴 가능성이 높고, 그 분야는 기술/테크 분야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넥슨 사관의 세계관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결론이라고 할 수 있는데, 넥슨 사관은 ‘한국 인터넷의 아버지 전길남'을 창조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길남 박사는 '한국 게임의 아버지'가 아닌 '한국 인터넷의 아버지'입니다.

즉, '온라인 게임'은 '넥슨 사관'에 의하면 '네트워크'가 열어준 여러가지 하위 카테고리 중의 하나이고, 그 자체가 최종적인 목표점은 아니기 때문에 하위 카테고리를 평정했다면 상위 카테고리인 ‘네트워크/기술' 분야를 평정해야지 넥슨 혹은 김정주 회장의 진정한 목표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야 '전길남의 수제자인 김정주(와 그 선후배 및 동기들)'가 '한국 IT의 적자로 업계를 리딩할 자격이 있음'의 세계관이 완성되는 것이고, 역으로 보자면 그렇게 나가기 위한 포석으로 '전길남'이라는 이름을 의도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김정주 회장의 입장에서는 IT라는 더 큰 무대로 나가기 위해 게임이라는 것을 졸업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느껴서 CEO 대담을 통해 본인과 넥슨의 거리를 두는 유체이탈 화법을 보여주신 것일 수도 있습니다.



마무리 겸 새롭게 드는 질문들


이와 같이 볼 때, NDC 2014 는 효과적으로 넥슨과 김정주 회장의 메시지를 잘 전달한 행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좀 찜찜한 부분이 남는 것은 사실입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한 바와 같이 기업이 자사의 메시지, 세계관을 전달하는 컨퍼런스 자체는 문제가 아니기에 이것 때문에 불편한 것은 아닙니다.

곰곰히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주장이 있었던 것이 문제가 아니라 주장의 내용이 불편하다는 생각입니다. 넥슨이 업계 혹은 자사의 역사에 대해 신경쓰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관점이 불편하다는 것이죠.

어디가 그런가 하면, 카테고리의 관점과 타임라인의 관점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1) 카테고리의 관점

온라인 기술이 게임의 역사에 끼친 영향은 지대합니다만 게임을 온라인의 하부 카테고리로 보는 관점에 대한 의문은 있습니다.



'온라인' 게임과 온라인 '게임'의 세계관 차이


2) 타임 라인의 관점

넥슨 사관의 타임라인에서는 온라인 게임 이전의 한국 게임의 역사는 주로 주목할만한 가치가 없거나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된 것으로 그려집니다. 과연 온라인 이전의 시도들은 무의미한 것일까? 패배의 역사일까?

그때의 노력들이 이후의 업계에 미친 영향은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지 정확히 대안을 제시할 수는 없습니다만, 이번에 ‘창발'을 이야기하신 ‘이은석' 디렉터가 ‘손노리'출신이란 사실이 어떤 힌트를 주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넥슨 사관의 일련의 작업들-넥슨 컴퓨터 박물관,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등-을 보면 의도인지, 무의식적인 본심인지 모르겠지만 여기에 ‘게임'이란 단어가 없습니다. 즉, 넥슨 게임 박물관, 넥슨 게임 컨퍼런스가 아닌 것이죠. 이것은 이후에 분야를 넓혀가기 위한 포석이라고 생각하면 다소 과장된 억측일까요?

이번 NDC 2014에서 온라인 이전 세대의 게임들에 대한 배치가 없었다는 것이 단순한 우연일까요? (2011년부터 2014년까지의 강연 리스트를 보면 2012년 이은석님의 화이트데이 포스트 모템이 유일합니다.)

여기까지 제가 제시한 관점이나 해석이 무의미한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1) 디지털 바루기에서 전길남 박사 편이 만화로 그려진 바 있는데, 여기서도 위와 설명한 것과 같은 사관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2) KBS 다큐멘터리 혁신의 승부사(아이튠즈 링크)에서 '게임, 산업으로 탄생하다'라는 타이틀로 초기 온라인 게임 개발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역시 동일한 관점으로 기술되고 있습니다.

3) '규제에 묶인 한국 벤처, 게임에만 몰려 답답'이라는 제목의 미디어다음 인터뷰에서는 게임 규제에 대해 말을 아끼셨던 김정주 회장이 벤처 규제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4) '듀랑고'는 서버 연산 성능 발전으로 MMO 월드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으니 온라인 게임도 시뮬레이션 월드에서 돌아가게 만들어본다고 하는 온라인 멀티 플레이 게임의 미래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그렇지만 한국 온라인 게임은 ‘시뮬레이션'과 ‘AI’를 기존에 ‘유저'들이 대체했기 때문에 북미나 일본 게임사 대비 노하우나 관련 인력이 부족한 편이므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가 앞으로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끝으로, 이 글을 작성함에 있어서 의견 주시고 잘못된 사실을 교정해주신 오영욱님, 장호준님, 김기웅님, 읽기 쉽고 부드럽게 문장을 손 봐주신 최수정님 외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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